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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33화 (432/1,000)

433화. 야비한 혈응왕

대일불멸신을 소환한 목진은 체내의 힘이 폭등한 것을 느꼈고, 지금의 조봉보다 훨씬 강력했다.

대일불멸신은 만고불후신을 수련하는 기초 법신 중 하나라 그런지 예상 밖으로 강력했다.

쿵!

그때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권인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공간을 뛰어넘어 조봉을 가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조봉은 바로 두 팔을 모아 몸을 가렸는데 상당히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혈응법신은 지면에 깊숙한 발자국을 남기며 뒤로 물러났다.

쿵!

혈응법신은 발을 힘껏 굴러서야 간신히 멈춰 섰고 계속하여 낭패를 당하자 조봉의 두 눈에서는 분노와 살기가 흘러넘쳤다.

‘반드시 저 녀석을 죽일 거야!’

조봉은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는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여인이 있는 구유궁까지 배신했는데 이렇게 목진한테 지면 여태껏 노력한 것은 뭐가 된단 말인가?

그러니 반드시 목진을 죽여야만 했다.

조봉은 잔뜩 혈안이 된 채 두손을 들어 손바닥에서 선홍색 영력을 내뿜었고, 이번에는 진짜 그의 피가 섞여 들어갔다.

쏴아아.

진득한 물소리가 들리더니 혈응법신의 두 손 사이에서 수백 장 크기의 혈구가 형성되었다. 혈구는 표면에서 피의 가시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며 지극히 난폭한 파동을 내뿜었다.

“미친놈!”

서청과 주악은 조봉이 만들어낸 혈구를 보고는 깜짝 놀라 욕설을 퍼부었다. 조봉은 체내의 피를 전부 끌어올려 만든 혈구로 목진을 죽일 작정이었다.

만약 조봉이 정말 목진을 죽이고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반년 넘게 휴양해야 겨우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 당빙과 당유는 주먹을 꽉 쥐고 잔뜩 긴장한 채 상황을 살폈고 이번에는 구유마저 미간을 찌푸린 채 조봉을 바라봤다. 그녀는 녀석이 이렇게까지 목진을 미워할 줄 몰랐다. 일단 소년이 위험해지면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마혈지구(魔血之球)!”

조봉의 분노 섞인 포효에 혈광이 폭발하였고 커다란 혈구는 핏빛 빛줄기로 변해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혈구가 지나간 자리마다 균열이 일었고 아래쪽 대지는 깊게 파였다.

그러나 목진은 놀라운 속도로 다가오는 마혈지구를 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대일불멸신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지.”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두 손을 모았는데 손바닥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하며 태양이 나타났다.

“대일지장(大日之掌)!”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태양을 품은 커다란 손이 공간을 뛰어넘어 조봉 체내의 모든 혈액을 담은 광구를 때렸다.

쿵!

순간, 눈부신 빛이 이곳 천지를 덮었고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목숨을 건 대결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쿵!

눈부신 빛과 선홍빛이 각각 반쪽 하늘을 물들였고 난폭한 영력이 미친 듯이 충돌하며 서로를 물리치려 했는데 부딪친 곳의 공간에 계속 균열이 생겼다.

구경꾼들은 한껏 굳어진 얼굴로 지켜보았고 대라천역의 다른 세력에서 온 수령들의 안색도 조금 어두워졌다.

다들 이번 공격으로 승패가 갈릴 거라고 여기고 두 갈래의 힘이 부딪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당빙과 당유 역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는데 손에 너무 힘을 줘서 어느새 손이 하얗게 변했다. 조봉만 이기면 대라금지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여기서 실패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당유는 중얼거리며 목진을 위해 기도했고 당빙은 입술을 깨물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무서운 충격은 여전히 그칠 기미가 안 보였고, 조봉의 안색은 점차 어두워졌다.

그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목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원통했다.

“이 자식이…….”

조봉은 한에 서린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발을 힘껏 구르더니 체내의 영력과 남은 피를 전부 쏟아부었다.

모든 걸 방출한 조봉은 시체처럼 삐쩍 말라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쿵!

조봉의 목숨을 건 공격에 눈부신 빛이 억제될 것 같은 기미가 보여 사람들은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때 목진이 무덤덤하게 상대방을 보며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광명 장인 속 태양이 팽창하며 눈부신 빛을 발했고 영롱한 광명의 화염이 그 속에서 솟아올랐다.

“대일멸마(大日滅魔)!”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태양을 품은 장인에서 내뿜은 광명의 화염은 폭등한 혈광을 단숨에 제압하였고, 대일장인은 조봉의 피를 담은 혈구를 꽉 쥐었다.

쨍그랑!

목진은 바로 혈구를 부숴버렸다. 게다가 그 속의 난폭한 힘은 퍼지기도 전에 광명의 화염으로 인해 타버렸다.

이렇게 하늘을 물들였던 혈광은 완전히 사라졌다.

조봉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바로 도망치려 했다. 그는 그제야 목진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소년이 옷깃을 휘날리자 광명 장인이 공간을 뚫고 혈영법신을 때렸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혈영법신이 폭발하더니 진득한 혈우가 되어 대지를 빨갛게 물들였고, 잔뜩 어두워진 혈광 한 줄기가 미친 듯이 도망갔다.

이에 목진은 광명 거수를 휘둘렀고, 그는 조봉을 쉽게 풀어줄 수 없었다.

혈광으로 변해 도망가려 했던 조봉은 이미 중상을 입어 목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머리 위에 나타난 광명 거수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구경꾼들도 이러한 광경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구유궁의 새 통령이 나이는 어리지만 손이 상당히 매서웠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조봉을 제대로 혼내줄 작정인 듯했다.

“멈추거라!”

그런데 그때, 상황을 살피던 혈응왕이 안색이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목진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더 빨리 손을 휘둘렀다.

“네 이놈!”

목진의 행동에 혈응왕은 제대로 화가 났다. 조봉이 아무리 못나도 혈응전 사람이었고, 목진이 그가 보는 앞에서 녀석을 죽인다면 혈응전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진이 그의 말을 무시하자 혈응왕은 눈이 뒤집혔다.

“안하무인인 녀석, 겸손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주지!”

혈응왕이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때리자 왕좌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고, 그는 어느새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선홍빛 깃털을 소환해 공간을 가르며 신속하게 목진의 지존법신으로 향했다.

슉!

목진은 순간 흠칫하였다. 선홍빛 깃털에 깃든 무서운 영력 파동은 목진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가 아무리 대일불멸신이 있어도 5급 지존을 상대하기엔 아직 버거웠다. 목진은 결국 혈응왕의 공격을 무시하고 조봉한테 집중했다.

위잉!

선홍빛 깃털이 어느새 목진의 바로 뒤쪽에 나타났다. 그가 바로 대일불멸신을 적중시키려 할 때,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깃털이 공간을 가르며 나타나 그와 부딪쳤다.

퍽!

두 깃털이 부딪치자 난폭한 영력 파동은 일지 않았지만 빛이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사라졌다.

“혈응전에서 감히 구유궁 사람을 가르치려 들다니!”

잇따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왕좌에서 일어난 구유의 주위에 보라색 화염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더없이 아름답고 위엄 있어 보였다.

이에 혈응왕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구유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은 참 잘해. 몇 년 사이에 실력보다 말재주가 더 많이 늘었군?”

“네 부하가 패하는 꼴을 못 보겠으면 나한테 덤벼. 마침 네가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너를 없애면 혈응전을 우리 구유궁으로 들이고 딱 좋겠네.”

“그래? 어디 한번 싸워볼까? 네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확인해보지!”

구유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고, 혈응왕은 눈을 부릅뜨며 소녀를 바라봤다.

“으악!”

혈응왕이 말을 마치자마자 비명이 들렸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틈을 타 목진이 조봉을 공격한 것이다. 조봉은 가슴팍이 움푹 꺼진 채 피를 토하며 맥없이 추락했다.

그러다 매서운 바람이 불더니 조봉의 두 팔이 잘려나갔고 녀석은 다시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퍽!

조봉이 떨어지자 대지가 움푹 파였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제자리에 누워 끄떡도 하지 않았는데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목진의 매서운 수단에 소름이 끼쳤다.

이어 목진은 대일불멸신을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조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네가 구유궁에 진 빚이야. 그리고 앞으로 우리 구유궁과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 다시는 구유궁이란 세 글자를 입에 담지 마.”

풉.

목진의 말에 조봉은 다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구유궁 사람들은 하늘이 떠나가라 환호했다. 구유위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조봉의 배신 때문에 대라천역에서 여태껏 무시당했지만, 궁주가 없어 참아야만 했는데 오늘, 목진 덕분에 그 원통한 마음이 완벽히 치유되었다.

그들은 이제야 구유가 데려온 새 통령이 조봉보다 훨씬 강하고 든든하다는 것을 느꼈다.

“언니, 목진이 이겼어요!”

당유가 당빙의 팔을 잡고 폴짝 뛰며 외치자 당빙도 이내 화색이 되어 허공에 있는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이 실망시키면 절대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반면, 혈응왕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참 독한 녀석이군!”

어느새 살기를 품은 그는 목진 주위로 위압감을 형성했다.

상대방의 엄청난 살기에 목진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5급 지존의 실력은 역시 남달랐다.

슉.

다행히 구유가 바로 앞에 나타나 살기를 전부 막아주었고 주먹을 꽉 쥐자 손바닥에서 보라색 화염이 요동쳤다.

“내키지 않으면 나와 싸우자.”

구유가 차가운 눈빛으로 혈응왕을 노려보며 소리치자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윽한 살기에 그들이 있는 구역이 순간 냉기로 가득 찼다.

그 살기는 혈응왕과 구유왕이 내뿜은 것으로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원한을 맺은 지 오래된 두 사람은 상대방과 싸우고 싶었지만 대라천역의 왕이라 참아야만 했다.

그런데 보아하니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구유작 종족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던 참인데 오늘이 그날인 것 같군.”

혈응왕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주위에 선홍색 폭풍이 일었는데 그 속에 깃든 난폭하고 웅장한 영력 파동은 예리한 칼처럼 천지를 사정없이 베었다.

“어디 덤벼봐.”

구유는 피식 웃더니 보라색 화염을 불러냈고 이에 주위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흠칫하였다. 구유와 혈응왕의 대결은 통령들 사이의 대결보다 훨씬 무서울 것이다.

통령이 대라천역의 버팀목이라면 9왕은 중견 역량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하거라!”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구유와 혈응왕 주위를 맴돌았던 난폭한 영력 파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라천역의 규칙을 잊은 것이냐?”

천취황이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대라천역의 파벌 싸움에 왕이 간섭하면 절대 안 된다. 그것이 경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왕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혈응왕은 구유를 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조봉을 힐끗 보고는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조봉은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한 것은 악독한 행동이니 목진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봐.”

혈응왕의 말에 목진이 이내 정색했다.

“꿈 깨!”

구유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혈응왕, 나이를 많이 먹더니 멍청해진 건가? 이런 대결에서 상대방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대결은 끝나지 않아. 그러니까 조봉이 죽는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어. 이건 녀석이 자처한 일이야!”

“우리 혈응전에서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

천취황은 두 사람의 말다툼에 다시 미간을 찌푸렸는데 옆에 있던 영동황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을 금지봉에서 끌어내 혈응왕을 달래고 다른 보상을 주는 것이 어떻겠나?”

어렵게 여기까지 온 목진은 영동황의 말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또한, 보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뭘 믿고 물러난단 말인가?

그러나 목진은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는 대라천역에서 지위가 너무 낮았고 한순간의 충동으로 구유에게 괜히 민폐를 끼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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