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화. 대라금지에 들어가다
천취황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리하면 앞으로 누가 대라금지의 대결에 참여하려 하겠나?”
“허허, 그렇다고 대라금지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과연 없을까?”
영동황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수황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규칙대로 대결을 계속합시다.”
이에 천취황과 영동황은 깜짝 놀랐다. 수황은 여태껏 두 사람의 말다툼에 끼어들지 않았고 먼저 입을 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가 목진의 편을 들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수황의 말에 영동황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그의 무서운 실력과 역주의 측근이란 생각에 더는 반대하지 못하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몽 형까지 그리 말하니 규칙에 근거해 계속합시다.”
영동황의 말에 혈응왕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지만 감히 반대할 수 없었다. 그는 목진을 보며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구유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수황을 보더니 고마움의 표시로 인사를 올리고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제법이야. 그런데 대라금지에 들어가서 어떤 성과를 따낼 수 있을지는 결국 너한테 달렸어.”
이에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천취황과 수황한테 인사를 올리고 대라금대에 올랐다. 구유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다들 한껏 경계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특히 서청과 주악이 잔뜩 놀란 표정으로 다시 대라금대에 올라온 목진을 바라봤다. 소년이 선보인 실력에 이들마저도 식겁했는데 그들이 비록 조봉보다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녀석이 목숨을 걸고 덤비면 상대하기 버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무사히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조봉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그것만으로도 목진은 서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난폭한 영력 파동이 폭발하더니 누군가 뒤로 튕겨 나갔는데 목진이 바로 다가가 사내를 부축하였다.
그는 다름 아닌 방뢰였다. 그는 목진을 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목진과 조봉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그도 오천과 싸웠는데 보아하니 패배한 듯했다.
잇따라 오천도 멀지 않은 앞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금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지만 더는 그를 하찮게 보지는 않았다.
그는 비록 방뢰와 싸우고 있었지만 조봉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목진의 놀라운 전투력에 흠칫 놀랐다. 이제는 소년을 진정한 상대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오천은 바보가 아니기에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안 그럼 혈응왕이 그렇게까지 그를 중용할 리 없었다.
“목진, 난 패해서 더는 기회가 없지만 당신은 대라금지에 들어가 좋은 성과를 따내길 바라네.”
방뢰는 목진을 향해 웃으며 말하고는 바로 대라금대를 벗어났다.
그는 오천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실력이 뒤처져 패배한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이에 목진은 방뢰를 떠나보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도 오천이 싫었지만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었다. 조봉을 상대하느라 영력을 꽤 소모해서 상태가 좋지 않았고 괜히 승산도 없는 일에 뛰어들 필요도 없었다. 더구나 최종 4위가 정해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오천도 더는 말하지 않고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주악과 싸워 순위를 올리려 했는데 갑자기 목진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었다. 감히 우쭐거리다가 소년한테 좋은 기회를 내주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네 사람은 대라금대의 구석에서 조용히 서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들 중 목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노참이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3황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천취황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최종 4위권에 든 통령은 황금 부적을 받거라. 수라전, 서청!”
천취황의 말과 함께 금광 한 줄기가 서청의 손에 떨어졌다.
“열산궁, 주악!”
“혈응전, 오천!”
이에 주악과 오천도 앞으로 나서자 손에 금광이 떨어졌다.
마지막은 목진의 차례인데 천취황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구유궁, 목진.”
목진이 나서자 금광이 모여 황금 부적으로 변했는데 그 속에서 신기한 파동이 느껴졌다. 이는 정상에서 비롯된 파동으로 대라금지가 있는 곳이었다.
“지금부터 그대들이 대라천역의 새로운 4대 통령이다.”
천취황의 말과 함께 사람들은 하늘이 떠나갈 듯 환호하였다. 과정이 어떻든 그들은 대라천역 젊은이 중 최정예였고, 그들의 실력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바였다.
천취황은 환호 소리에 미소를 짓더니 금지봉 정상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금광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는데 지금은 목진 등을 피해서 흘러내렸다.
“이제 정상에 오르거라.”
천취황이 손을 휘익 젓자 목진 등은 바로 하늘 높이 날아올라 금광 홍류를 넘어 웅장한 금지봉의 정상에 올랐다.
드디어 그들을 위해 대라금지가 열렸다.
* * *
금지봉 정상은 눈부신 금광으로 가득 차 쳐다보면 눈동자마저 황금색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또한, 그곳에서 황금색 홍류가 사정없이 쏟아지며 지극히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 목진이 주위를 살피자 바닥은 금강석처럼 견고했고 앞쪽 중심 구역에는 지극히 눈부신 금광을 발해 눈이 시릴 정도였다. 황금색 홍류는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목진은 황금색 홍류가 그를 피해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빠르게 움직여 천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앞에 넓은 황금색 호수가 나타났다.
황금색 호수는 진득한 황금색 액체로 가득 찼는데 가끔 기포가 떠오르다가 터지며 황금색 홍류를 형성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라금지란 말인가?”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황금색 호수를 바라봤다. 고요해 보이는 호수에서 엄청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그는 대라금지가 절세의 흉수처럼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슉.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청, 주악, 오천도 도착해 이글거리는 눈으로 금광을 발하는 호수를 쳐다봤다.
지존법신은 지존급 강자한테 엄청 중요한 수단이었고, 대라금지는 이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어 지존경에 막 이른 이들한테는 엄청난 유혹과 같았다.
“대라금지가 열렸으니 너희는 각자 들어가서 수련하거라. 대라금지의 물은 상당히 무겁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압력이 점차 강해지니까 절대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그리고 대라금신(大羅金身)을 수련할 수 있을지는 결국 너희한테 달렸다.”
목진 등이 대라금지 옆에 도착하자 천취황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고, 그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이번엔 누가 가장 좋은 성과를 따낼지 궁금하네.”
서청은 목진 등을 보며 미소 짓더니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대라금지에 뛰어들었다. 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은 것이 꼭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빠진 것 같았다.
잇따라 주악과 오천이 바로 그 뒤를 따랐고, 목진도 깊게 숨을 들이켜며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대라금지에 뛰어들었다.
철썩.
미세한 물소리와 함께 목진은 눈부신 금광에 눈이 찌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무서운 힘이 그의 육신을 으깨버릴 것만 같았다.
쿵!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10문 뇌체까지 소환해 물고기처럼 빠르게 대라금지의 깊숙한 곳을 향해 헤엄쳤다.
천취황의 말대로라면 대라금지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그 효과가 더 좋았지만, 압력도 더 강해져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쏴아아.
목진은 진득한 황금색 액체를 빠르게 헤치며 들어갔다. 밖에서는 주위 백 리의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금광으로 가득 찬 대라금지에서는 10장 범위의 상황도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점차 주위의 압력이 강해지자 온몸을 뇌광으로 감싼 목진은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는 비록 뇌신체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피부는 여전히 찌릿했고 황금빛이 부단히 체내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아주 특수한 힘으로 금광이 지나는 곳마다 근육과 뼈, 혈액이 점차 뜨거워졌다. 마치 화로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참으로 신기하고 무서운 대라금지군.’
목진은 속으로 감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 그는 뇌신체를 한껏 끌어올려 봐도 200장 정도밖에 내려가지 못했고, 그곳의 압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지존법신을 소환해야겠어.”
잇따라 목진이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체내에서 영력 폭풍이 휘몰아쳐 주위의 황금색 액체가 밀려났고 거대한 빛의 그림자가 목진을 감싼 채 나타났다.
대일불멸신 덕분에 육신에 가해졌던 압력이 사라지자 목진은 씨익 웃더니 속도를 끌어올려 전진했는데 내려갈수록 황금빛이 더 짙어졌다.
또한, 지존법신은 황금색 액체에 닿자 ‘위잉!’ 하는 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더니 잔뜩 굶주린 것처럼 미친 듯이 액체를 흡수했다.
잠시 후, 지존법신의 방대한 몸통 주위에 황금빛 실타래가 생겨나 그를 감쌌다.
목진은 800장 정도의 깊이에서 다시 멈춰 섰는데 대일불멸신마저도 이곳에서는 압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주위를 살피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의 황금색 액체는 상당히 그윽해 수련하는 데 적합했다.
목진은 천취황께서 대라금지가 아무리 지존법신을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라도 너무 깊이 들어가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로 정하자.”
대일불멸신의 커다란 두 손이 천천히 결인하며 숨을 내뱉자 뇌명이 들리는 것 같았고 목진이 수련 상태에 들어서자 대일불멸신 머리 뒤에 걸려있는 태양은 어느새 회전하기 시작했다.
쿠쿵!
이와 동시에, 이 구역의 황금색 액체가 끓어오르더니 홍류처럼 몰려와 대일지염으로 제련 후에 대일불멸신에 들어갔다.
대라금지의 액체는 산처럼 무겁고 그 속에 깃든 힘은 신비롭긴 하나 이를 분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통은 영력으로 조금씩 제련하여 흡수하곤 하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목진이 흡수하는 속도에 화들짝 놀랐다.
엄청난 속도에 목진의 방대한 지존법신은 몸에 은은한 금광을 휘감았고 주위에서 맴돌던 황금빛 실타래들이 조금씩 팽창하였다.
* * *
구경꾼들은 잔뜩 부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쳐들고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정상을 쳐다봤다. 대라금지는 지존경에 이른 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곳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3황의 앞쪽에 황금 부적 4개가 떠 있었는데 이는 각각 4대 통령들이 지닌 부적과 연관되어 있어 서로 감응할 수 있었다.
부적들은 점점 금광을 발했고 그 빛은 계속 강해졌다.
대라금지에 깊게 들어갈수록, 그 힘을 더 많이 흡수할수록 황금색 부적이 발하는 빛은 더욱 눈부셨다. 깊숙한 곳에 들어가야 흡수할 수 있는 힘도 더 많고 수련에도 보다 유익했기 때문이다.
“현재, 다들 500장에서 천 장 정도의 깊이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4대 통령은 전보다 강하군.”
천취황이 황금색 부적들이 발하는 빛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수황도 눈을 비스듬히 뜨고 상황을 살피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금신을 만들 사람은 없겠군.”
이에 천취황과 영동황은 씁쓸하게 웃었다. 대라금지에서 대라금신을 만들려면 적어도 2천 장 정도 깊이에 내려가서 순수하기 그지없는 대라금지의 힘으로 수련해야 하는데 여태껏 그 깊이에 이를 수 있는 통령은 몇 명 없었다.
“조금만 더 지켜보죠. 아직 끝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천취황의 말에 수황은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영동황이 갑자기 수황을 보며 물었다.
“몽 형, 곧 대수렵(大狩獵)인데 역주께서는 별말씀 없던가요?”
“걱정하지 말게, 역주께서는 때가 되면 자연스레 나타날 걸세.”
수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자 영동황은 더는 묻지 않고 웃기만 했다.
3황은 다시 조용히 황금색 부적들을 지켜봤는데 이번에도 이변은 없는 것 같아 점차 흥미를 잃었다.
이번 4대 통령도 정녕 그 정도까지는 아니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