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435화 (434/1,000)

435화. 2천 장

쏴아아.

거대한 빛의 그림자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진득한 황금색 액체를 부단히 끌어모았고 머리 뒤에 떠 있는 태양은 회전하며 광명지염을 발산해 액체를 제련한 뒤, 전부 흡수했다.

거대한 빛의 그림자가 황금색 액체를 많이 흡수할수록 몸 표면에 천천히 맴돌던 황금빛 실타래들이 점차 굵어졌는데 어느덧 뱀처럼 은은한 흔적을 남기며 법신 주위를 맴돌았다.

또한, 황금색 뱀은 신비로운 힘을 발산하며 지존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목진의 대일불멸신이었다.

이때, 대일불멸신 속에 눈을 감고 앉아있던 목진이 서서히 눈을 뜨더니 지존법신 주위를 맴도는 황금색 뱀을 관찰했다.

그는 흡수한 황금색 액체의 힘이 황금색 뱀 여덟 마리로 변한 것을 발견했는데 녀석들이 지존법신의 주위를 맴돌면 뜨거운 느낌과 함께 그곳 영력이 유난히 활발해져 곧 비등할 것 같았다.

목진은 황금색 뱀 여덟 마리를 제련해 흡수하면 대일불멸신이 더 강해질 거라 확신했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건 그가 원하는 대라금신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여기서 흡수한 힘만으로는 부족해.”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곳에 깃든 대라금지의 힘도 충분히 그윽하긴 했지만 절대 대라금신은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이에 그는 더 깊은 곳을 힐끗 봤다. 그러나 눈부신 황금빛에 끝이 보이지 않아 미지의 공포만 주었다.

목진은 대라금지에 뛰어들어서야 이곳의 압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다. 대일불멸신이 아니었으면 그는 1급 지존의 실력으로 절대 이렇게까지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단순히 지존법신을 제련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야심만만한 목진은 최강의 힘을 원했다.

이에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이내 정색하였다. 그는 늘 이 세상에 공짜로 얻는 힘은 없고 더 강한 힘을 얻으려면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대라금신마저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닥칠 더 위험한 순간들은 무슨 수로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그저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그럼 소년은 영원히 소녀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목진은 서둘러 두 손을 모아 결인하였고, 지존법신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대라금지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쏴아아.

방대한 지존법신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진득한 황금색 액체를 가르며 사방의 무서운 압력에 저항했다.

백 장…… 이백 장…….

목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백 장 정도 내려앉아 어느새 대라금지의 1,200장 깊이에 이르렀다. 배로 늘어난 압력은 등에 산을 여러 채 업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상당히 괴로웠지만 소년은 고민하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그러다 지존법신의 영광은 무서운 압력에 전부 체내로 돌아갔고 그 속에 숨어있는 목진은 다시 압력이 느껴져 육신이 찌릿했다.

“1,500장이야…….”

목진은 피부가 점차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오히려 집착과 불굴의 의지로 활활 타올랐다. 대라금지에 깊게 들어갈수록 깃든 힘이 그윽한 것을 발견한 소년은 더 깊게 들어가야 대라금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직도 부족했다.

목진은 빨갛게 상기된 눈을 부릅뜨고 대일불멸신과 함께 전진했는데 깊이가 깊어질수록 10장 거리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도 압력 차이가 상당했다.

하여 목진은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는데도 속도가 점차 느려져 2각이 지났는데 백 장도 채 내려가지 못했다.

또한, 백 장도 안 되는 짧은 거리에 부가된 무서운 압력에 지존법신이 조금 작아졌고 눈부시게 빛나던 영광마저 어두워졌다. 그러나 목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피를 흘리며 진득한 황금색 액체를 가르며 전진했다.

또 100장…… 150장…… 200장…….

* * *

구경꾼들은 황금색 부적에 집중했는데 정작 3황은 무덤덤하게 자리에 서 있었다. 여태껏 대라금지를 여러 번 열어 이 정도 상황은 수도 없이 봤는지라 놀랄 것도 없었다.

대라금지에서 대라금신을 수련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나머지는 오십 보 백 보일 뿐이었다.

위잉.

그런데 그때, 황금색 부적 중 하나가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나머지 세 부적의 빛을 덮어버렸다.

나머지 세 부적의 빛도 계속 강해지긴 했지만 네 번째에 비하면 너무 약했다. 구경꾼들은 이러한 광경에 흠칫 놀라더니 그 의미를 알아채고 소리를 질렀다.

이토록 눈부신 빛은 누군가 대라금지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천취황과 영동황도 깜짝 놀랐고 수황마저 유난히 눈부신 황금색 부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군가 대라금지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군.”

천취황의 말에 영동황도 조금 놀란 듯 덧붙였다.

“이 정도 밝기라면 곧 2천 장에 이르겠는걸.”

대라금지의 2천 장 깊이의 압력은 실력이 3품에 이른 지존이라도 절대 견딜 수 없었다. 지금 대라금지에 뛰어는 네 사람 중 실력이 3품에 이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영취황은 잔뜩 놀란 채 중얼거렸다. 대라금지의 눈부신 빛 때문에 그들마저도 그 속을 꿰뚫어 볼 수 없었기에 가장 눈부신 빛을 발하는 부적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했다.

“녀석의 야심이 상당한 것 같군.”

수황이 흥미진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녀석은 대라금신을 만들기 위해 저러는 것 같은데 대라천역에서 이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마음만 앞설까 봐 두렵네요.”

영동황의 말에 천취황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야심만만한 것까지는 좋지만 실력이 뒷받침돼야지 고집을 부리다가는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 과연 녀석이 우리한테 기적을 선물해줄지 두고 봅시다.”

수황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점차 밝아지는 황금색 부적을 지켜봤다.

당빙과 당유도 잔뜩 긴장한 채 유난히 눈부신 부적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구유한테 물었다.

“구유 언니, 저건 목진일까요?”

목진의 실력은 1급 지존으로밖에 안 보여 절대 그럴 리 없을 없겠지만 소녀는 왠지 목진일 것만 같았다.

이에 구유는 황금색 부적을 빤히 쳐다보고는 생긋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목진일 거야.”

구유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대라금지에 들어간 네 사람 중, 서청 등의 실력도 강하긴 하지만 2천 장에 이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수단과 방법이 많은 목진이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었고 성격으로 봐도 가장 유력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보자…….”

구유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2각 정도 지나자 황금색 부적의 빛은 태양처럼 눈부셔져 다른 세 부적의 빛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고 3황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그때, 황금색 부적에서 갑자기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만 장의 금광을 발산하며 주위 백 리를 물들였다.

소년이 정말 2천 장 깊이에 들어선 것이다.

그 순간, 대라금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이상한 파동이 전해졌다.

대라금지의 2천 장 깊이쯤 되면 아주 조용해야 정상인데 진득한 황금색 액체가 미친 듯이 포효하며 거대한 황금 소용돌이를 형성할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중심에 커다란 무언가가 앉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목진의 대일불멸신으로 수백 장 크기였던 것이 어느새 수십 장 정도로 작아진 것이다. 전부 대라금지의 무서운 압력 때문이었다.

한편, 목진은 지존법신 속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피부 표면에는 어느새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라금지의 2천 장 깊이의 압력이 조금씩 지존법신에 스며들어 육신을 괴롭혀 그리된 것이었는데 소년의 뇌신체가 10문 뇌체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미 그 엄청난 압력에 못 이겨 몸이 부서졌을 것이었다.

목진은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후우.

그러다 가볍게 숨을 들이켜고 두 손을 모아 천천히 결인하였다.

쿵!

이때, 대일불멸신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광명지염이 요동치며 신비롭고 웅장한 대라금지의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대일불멸신에게 제공해주었다.

목진은 대일불멸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고 황금색 액체는 끊임없이 몰려왔는데 전에 비하면 적어도 백 배는 짙었다.

잠시 후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 표면에 빠르게 금광이 일더니 황금색 뱀 여덟 마리가 꿈틀거리며 탐욕스럽게 황금색 액체를 집어삼켜 엄청난 속도로 커졌다.

이와 동시에, 지존법신은 화로에 있는 것처럼 몸 곳곳이 뜨거워졌다. 이런 느낌이 강해질수록 외부로부터 느껴지는 무서운 압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지존법신이 대라금지의 힘을 흡수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대일불멸신의 금광은 점차 강해졌고, 멀리서 보면 꼭 지존법신의 몸 표면에 금을 칠해놓은 것 같았다.

목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지존법신 외부를 살펴보니 방대한 지존법신의 몸 주위를 빠르게 기어 다니던 거대한 황금색 뱀에게 발이 생겼고 머리 쪽에는 뿔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건 뱀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목진은 다른 뱀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녀석들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체내에서 느껴지는 신기한 파동에 대일불멸신은 애간장을 태우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대라금신을 이루려면 녀석들이 뱀에서 용으로 탈바꿈해야 하는구나…….”

목진은 대라금신을 만들어내려면 황금색 뱀 여덟 마리를 전부 용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여겼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느꼈다. 이 정도 깊이가 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어디 마음껏 흡수해 봐!”

목진이 씨익 웃으며 인법을 바꾸자 대일불멸신은 강력한 흡수력을 자랑하며 대라금지의 힘을 마음껏 흡수하였고 황금색 뱀도 지존법신과 함께 꿀꺽꿀꺽 삼키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이 지났다. 지존법신 속에 앉아있던 목진이 다시 눈을 뜨자 무언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황금색 뱀 여덟 마리가 지존법신의 몸 표면에서 부단히 요동치며 비늘을 벗었고 금광을 발하더니 뿔과 발이 천천히 자라났다.

잇따라 녀석들의 소리는 진정한 용 울음소리로 변해 대라금지의 깊숙한 곳에서 황금색 파도를 일으켰다.

“드디어 성공했어!”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사흘이 걸려서야 겨우 황금색 뱀의 배를 채웠군…….”

크으으으!

그런데 녀석들은 바로 지존법신과 융합하지 않고 그 주위에서 간절한 눈빛으로 대라금지의 아래쪽을 보며 포효하더니 빠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눈부신 황금빛으로 뒤덮인 대라금지의 가장 깊숙한 곳은 질퍽한 진흙탕 같았고 황금을 녹인 것처럼 눈부신 빛을 발했다.

진흙은 부단히 지존법신한테로 다가와 그 표면에 붙었고 법신에서는 안개가 피어올랐다. 황금색 진흙의 온도가 상당히 높은 듯했다.

이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안개만 생기면 괜찮았지만 대일불멸신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진흙이야말로 대라금지에서 가장 무서운 물건이었다.

“젠장!”

목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금룡들은 그한테 꽤 많은 피해를 주었는데 이것 역시 대라금신을 수련하는 마지막 단계일 거란 생각에 어떻게든 참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금룡은 목진의 마음도 모르고 황금색 진흙을 부단히 끌어들였다. 진흙은 폭우처럼 쏟아져 대일불멸신과 금룡 여덟 마리를 함께 묻어버렸다.

하얀색 연기는 계속해서 끓어올랐고 지존법신 속에 앉아있는 목진은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온몸이 빨갛게 그을린 소년은 피를 흘렸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무섭게 높아진 온도에 지존법신 뿐만 아니라 목진도 큰 영향을 받았다. 하여 그는 지하의 암장에 뛰어든 것처럼 고통스러웠고 바로 잿더미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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