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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37화 (436/1,000)

437화. 대수렵전

허공에 있던 3개의 지존법신의 빛은 어느새 전부 사라지고 서청과 주악, 오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지존법신을 목격하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주악과 서청은 기분이 복잡 미묘하였고 오천은 질투가 났지만 속으로 삼키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무도 목진이 대라금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할 줄 몰랐다.

특히, 대라금지에 들어갔던 나머지 세 사람은 그 속의 무서운 압력을 잘 알고 있어 2천 장까지 내려가 그 힘을 흡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진은 1급 지존의 실력으로 이를 해냈다.

서청과 주악은 한껏 정색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평범해 보이는 소년이 많은 걸 숨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처음으로 그가 조금은 두려워졌다. 오천은 여전히 살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소년의 잠재력이 엄청날수록 죽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역시 목진이었어요!”

당빙과 당유는 이내 화색이 되어 외쳤고 구유위는 어느새 목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구유위가 된 뒤로 대라금지에서 대라금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 통령은 목진이 처음이었다.

구유의 차가운 얼굴에도 미소가 드리웠다. 목진 덕분에 구유궁은 대라천역에 명성을 떨쳤으니, 이제 아무도 이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8왕도 이러한 결과에 깜짝 놀랐다. 대부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혈응왕은 눈부신 대라금신을 보고는 이내 정색하였다.

“허허, 역시 저 녀석이었어.”

수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유가 엄청난 소년을 데려왔네요.”

천취황도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유가 이번에 데려온 목진이란 소년은 성품이나 능력 모두 조봉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런데 영동황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기만 하였다.

잠시 후,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지존법신이 사라지자 목진이 사람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람들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지존법신을 보고 목진일 거라 짐작했지만 정작 두 눈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대라천역이 생긴 이래로 1급 지존의 실력으로 대라금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마 목진 한 사람뿐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목진은 품속을 보고는 잠시 넋이 나갔다. 분명 만다라란 소녀를 품에 안고 나왔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어디 숨었나?”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소녀의 무서운 실력으로 정말 숨고 싶으면 아마 3황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런 소녀가 들러붙었으니 과연 화를 부르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허허, 축하한다, 목진아. 최근 백 년 사이, 1급 지존의 실력으로 대라금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고맙습니다.”

천취황이 멍하니 서 있는 목진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자 그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너 스스로 해낸 거란다.”

말수가 적은 수황마저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는데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라천역의 대결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천취황은 바로 대결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곧 대수렵전이 열릴 테니 다들 수련에 집중하거라.”

대수렵전이란 말에 떠들썩했던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졌고 살기가 이곳저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네!”

9왕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이에 3황이 옷깃을 휘날리자 금지봉의 금광이 점차 줄어들며 홍류가 사라졌고 대라금지는 다시 봉인되었다.

목진이 다시 구유궁 무리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활짝 웃으며 그를 반겼다.

“이만 가자.”

구유는 목진을 보며 생긋 웃었고 사람들과 함께 떠나려 했는데 혈응전 사람들과 부딪치고 말았다. 혈응왕은 구유를 힐끗 보더니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한테 다가가 멈춰 섰다.

“이 세상에 천재는 아주 많지만 대부분 요절하곤 하지.”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방의 말을 듣고는 씨익 웃었다.

* * *

대라금지 대결이 끝나자 구유궁은 축제의 현장이 되었다. 구유가 사라진 뒤로 구유궁은 점차 무시당하기 시작했고 다른 파벌에서 괴롭혀도 참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긴 기다림 끝에 구유는 끝내 신수가 되어 돌아왔고 새로 부임한 통령도 비범한 실력과 패기로 조봉을 이기고 대라금지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1급 지존의 실력으로 대라금신까지 만들어내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오늘부터 대라천역 사람들은 더는 전처럼 구유궁을 얕보지 않을 것이다.

* * *

구유는 구유궁의 한 대전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환호성으로 들끓는 궁전을 보고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다 네 덕분이야.”

구유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그녀의 귀환으로 구유궁 사람들이 더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직접 나설 수 없어 괜히 아쉬웠는데 목진 덕분에 구유궁이 다시 생기가 돌았고 사람들도 점차 자신감을 되찾았다.

“궁주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걸요.”

목진이 농담을 건네자 구유가 피식 웃었다. 늘 차가웠던 얼굴에 부드러운 표정이 걸리자 왠지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지만 늘 조심해야 해. 혈응왕은 속이 좁고 뒤끝도 긴 편이라 분명 복수할 거야. 난 그가 두렵지 않지만 직접 나설 수 없는지라…….”

구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 천취황께서 말씀하셨던 대수렵전이 뭐야?”

대수렵전이란 말에 구유는 흠칫하더니 금세 숙연해졌다.

“대라 대륙 북계의 모든 세력과 연관된 아주 잔인한 전쟁이야.”

대라 대륙은 동, 서, 남, 북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대라천역은 북계에 속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 수많은 세력이 포함되어있었는데 대라천역 같은 정예 세력의 수가 다섯이 넘을 정도로 수두룩했다.

그런데 북계 전체의 모든 세력과 연관된 전쟁이라니, 그 규모는 얼마나 크단 말인가?

“수렵대전 때마다 수많은 세력이 사라지고 일부 정예 세력은 큰 타격을 입곤 해. 한때의 정예 세력이 수렵대전에서 패배해 다른 세력에 합병된 선례도 수도 없이 많아.”

구유가 나지막하게 말했고 목진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왜……?”

목진은 이렇게 잔인한 전쟁을 왜 여태껏 해왔는지 묻고 싶었다.

“땅과 자원과 야심 때문이지.”

구유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수천 년 동안, 북계에 실력자가 많이 배출되었지만 아무도 이곳의 패주가 되지는 못했어. 그래서 그 자리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아 다들 대수렵전이란 무대를 통하여 여태껏 싸우고 있는 거야. 지난번 대수렵전 때, 북계의 10대 정예 세력 중 네 군데가 패배해 나머지 세력들한테 먹혔어.”

구유의 말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4개의 정예 세력이 패배했단 것만으로도 대수렵전의 규모와 잔혹한 현장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 전장이라면 얼마나 많은 지존이 죽음에 이르렀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는 사대 정예 세력의 실력을 잘 몰랐지만 대라천역만 봐도 절대 범상치 않았을 것이다. 안 그럼 사라진 저들은 정예 세력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또한, 천라대륙의 정예 세력은 북창대륙의 패주를 하고도 남을 실력인데 이곳에서는 없어질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한다니, 북계의 경쟁은 정말 대단했다.

“매번 대수렵전을 치르고 나면 북계의 세력이 완전히 바뀌는데 승자는 더 강해지고 패자는 사라지기 마련이야. 이건 북계의 규칙으로 아무도 피할 수 없어. 그러다 언젠가 북계에 패주가 생기면 이 전쟁도 멈출 수 있겠지.”

이에 목진은 서서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구유의 말을 통해 처음으로 대천세계의 잔혹함을 느꼈다. 이곳은 약육강식의 원칙이 살아있는 곳이었다.

대라천역 같은 정예 세력마저 없어질 위험을 감당하며 생존해야 한다니,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호시탐탐 노리는 맹수에게 삼켜져 버릴 것이다.

북계의 대수렵전은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이 드넓은 땅의 주인이 나타나야 전쟁은 비로소 그칠 것이다.

“그래서 이곳 천라대륙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든든한 뒷배를 둬야 해. 안 그럼 누군가와 원한을 맺었다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른 채 이번 생을 마감할 수도 있어.”

구유의 말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라대륙처럼 규칙이 완전하지 않은 곳에서 뒷배가 없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건 확실했다.

다행히 목진은 구유를 따라 대라천역에 들어왔고 이곳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는 무사할 것이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대수렵전까지 아직 시간이 꽤 남았으니까 열심히 수련하면 돼. 그리고 이런 일은 걱정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어.”

속으로 대라천역이 대수렵전에서 패배하지 않기를 기도하던 목진은 구유의 말에 씁쓸하게 웃었다. 목진의 지금 실력으로는 대수렵전에서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사람은 바로 이곳의 신비로운 역주가 될 것이다.

“우린 일단 코앞에 닥칠 일부터 걱정하자.”

구유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바로 정색하였다.

“이번에 혈응왕이 당한 게 있어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래도 구유궁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하나씩 되찾아와야겠지. 대수렵전에 구유궁도 참전할 건데 그 전에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분명 패배할 거야.”

“나도 혈응전이 과연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구유가 대라천역을 떠난 몇 년간, 구유궁의 땅은 대부분 혈응전에서 빼앗았고 구유궁을 대라천역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자기 땅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곳을 비웃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목진이 있으니 더는 그런 일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고 빼앗겼던 것도 되찾아 올 것이다.

이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말하려다 목진의 뒤쪽을 노려보며 물었다.

“저 아이는 누구지?”

목진이 깜짝 놀라 불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뒤돌아보자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뒤쪽 난간에 조용히 앉아 다리를 흔들며 커다란 황금색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목진이 대라금지 밑에서 마주쳤던 아이로 갑자기 사라졌다가 귀신처럼 다시 나타났다.

구유는 조금 일그러진 목진의 표정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마저도 소녀가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이에 구유는 몰래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길쭉한 손에 보라색 화염을 불러냈는데 만다라가 바로 구유한테 눈길을 돌렸다.

“이 아이는 만다라라고 해…….”

목진은 바로 구유를 막아 나섰다. 소녀의 무서운 실력을 잘 아는 그는 구유 역시 소녀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확신했다.

“쟤를 알아?”

구유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묻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소녀와의 만남에 대해 전부 말해주었다.

구유는 소녀가 대라금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여러 해 동안 잠들어 있었단 사실에 너무 놀라워했고, 3황은 물론이고 대라천역의 역주마저 그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녀는 도대체 어디서 온 괴물이란 말인가?

구유는 잔뜩 경계하며 소녀를 보고는 천취황한테 알려야 할까 고민하였다.

“나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3황 따위는 절대 내 상대가 아니야.”

만다라는 구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앳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넌 도대체 누구야?”

어리지만 위엄 있는 소녀의 말에 구유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를 어떻게 하려 했다면 아무도 날 막지 못했을 거야.”

만다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답했다.

이에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지만 소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무서운 실력으로 누군가를 죽이려 했다면 아무도 그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목진은 왜 따라다니는 거야?”

구유의 질문에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그한테 뛰어갔고 소년은 씁쓸하게 웃으며 소녀를 안았다.

만다라는 목진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고 누워 천천히 눈을 감으며 답했다.

“난 목진을 안고 자야만 해.”

구유는 소녀의 무심한 듯한 말투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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