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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50화 (449/1,000)

450화. 휩쓸다

“얼른 준비하거라, 구유궁은 내일 출발할 것이다.”

“네!”

구산 등이 힘차게 대답하고 대전에서 물러나자 목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구유를 바라봤다.

“왜 굳이 뇌마종을 선택한 거야?”

목진은 구유가 구산 등한테 한 말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뇌마종의 뇌마연(雷魔淵) 때문이야. 뇌마연에 대지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강뢰(罡雷)가 있다고 들었는데 다들 이를 대지마뢰(大地魔雷)라고 불러. 그리고 대지마뢰가 모인 곳에는 더 강한 벼락의 힘인 유명심마뢰(幽冥心魔雷)가 탄생하는데…….”

“유명심마뢰라…….”

“이는 아주 특이한 벼락의 힘으로 그 위력은 흑마신뢰보다도 더 무섭고 탄생 조건도 상당히 까다로워. 나도 뇌마연에 유명심마뢰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

“설마…….”

목진은 흠칫 놀라며 구유를 바라봤다.

“그래, 네가 수련한 구룡구상술에 그 힘이 필요하잖아? 네가 수련한 뇌신체에서 비롯된 벼락의 힘으로는 구룡구상술을 완전히 수련하기란 어려워. 반드시 특수한 벼락의 힘을 영력과 융합해야 하는데 유명심마뢰가 최적의 선택이야. 이는 불사화와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존재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구유가 뇌마종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전부 목진 때문이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위험 부담이 있어야 성취감도 배로 늘어날 거라고 했던 것도 사실이야. 우리가 뇌마종을 해결하면 얻을 보상이 상상 이상이야. 우리가 구유위를 하루빨리 키우려면 대량의 지존영액이 필요하잖아?”

구유는 목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생긋 웃었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다른 세력에 빼앗길지도 몰라.”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무턱대고 거절할 때가 아니었다. 이 일은 구유궁에도 이득이라 목진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럼 뇌마종으로 구유궁의 창고를 채우자.”

* * *

이튿날, 대라천에 들끓었던 전의는 드디어 한계치에 달했고 사람들은 부단히 하늘을 가르며 대라천 각 곳에 있는 전송 영진으로 향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왕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토벌전은 그들이 자원을 얻을 절호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이번만큼은 획득한 자원을 바칠 필요가 없어 다들 혈안이 돼 있었다.

한편, 구유는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장발을 대충 묶은 채 구유궁 대전 앞에 서 있었는데 오늘따라 더 멋있어 보였다.

“구유위, 출동!”

구유는 앞쪽에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구유위를 쓰윽 훑더니 간결하게 외쳤다.

“네!”

우렁찬 소리와 함께 구유, 목진, 당빙 등이 앞장서자 구유위는 바로 그 뒤를 따랐다.

* * *

대라천역의 서남쪽에 있는 서라성은 변경이었다. 목진 등이 전송 영진을 통해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도성 곳곳에 전쟁의 불씨가 타올랐고 허공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려와 혼란스러운 광경이 벌어졌다. 그 모습은 번화한 내부와 현저히 대비를 이루었다.

그때 구유위를 발견한 수비 중 한 명이 다가왔다.

“서라성 성주 기범(紀凡)이 구유 궁주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한 중년 남자가 나타나 구유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는 며칠간 대라천역 내부의 군대를 적잖게 봐서 구유위의 출현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구역의 상황은 좀 어떤가?”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일전에 계속 몰려들던 백전역 사람들은 역주님이 토벌전을 선포한 뒤로 물러났고 대라천역의 군대가 역공하기 시작하자 수만 리 범위에서는 계속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서남쪽 수천 리 밖은 뇌마종이 있는 곳이라 다들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뇌마종은 대라천역의 왕급 세력을 상대할 만큼의 실력을 지녔기에 왕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다른 부속 세력은 먼저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구역에 있는 모든 세력에게 뇌마종으로 모이라고 알리거라.”

구유의 말에 기범은 흠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뇌마종을 공격하려고 그러시는 건가요? 진천강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진천강은 내가 알아서 상대할 테니 넌 내 명이나 전하거라.”

“네!”

결연한 구유의 태도에 기범은 인사를 올리고 성주부로 돌아가 특수한 도구로 소식을 퍼뜨렸다.

“가자!”

구유가 바로 서남쪽으로 향하자 구유위는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그 뒤를 따랐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구유위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놀랐다. 또 대라천역에서 상승세를 걷고 있는 구유궁이 과연 백전역에서 널리 이름을 알린 뇌마종을 이길 수 있을지 그 결과가 무척 궁금했다.

이번 싸움은 상당히 흥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뇌화평원(雷火平原)은 대라천역과 백전역이 있는 서남 지역의 접점으로 두 세력이 싸우기 시작하자 드넓은 평원에도 전쟁의 불씨가 튀기 시작했다.

쌍방의 군대는 뇌화평원 곳곳에서 서로를 없애려고 혈투를 벌여 그곳은 난폭한 영력 파동에 휩싸였고 대지는 그 여파에 부단히 흔들렸다.

양쪽 세력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봐 바로 그 구역을 떠났다. 일단 전쟁에 휩쓸리면 목숨을 내줘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뇌화평원의 파손된 도성에서 난폭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는데 누군가 이곳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역시 대라천역과 백전역의 세력으로 현재 뇌화평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곳은 지화성(地火城)이란 곳으로 백전역의 중요한 도성이라 방어벽이 상당히 단단했기 때문에 대라천역에서 온 세력들의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해당 도성을 눈여겨본 세력은 대라천역의 사호산으로 제법 유명한 세력이었다.

사호산의 가장 앞쪽에 서 있는 사람은 튼실하게 생긴 중년 남자로 미간을 찌푸리며 도성 내부를 바라봤다. 이곳의 방어 체계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슉!

그때 도성에서 빛줄기 십수 갈래가 날아오더니 튼실하게 생긴 사내 한 명이 부하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그는 바로 목진이 대라금지의 대결에서 만났던 방뢰였다.

“삼촌, 지화성에 3급 지존 두 명이 숨어있어요.”

방뢰가 중년 사내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사내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서 공략하기 이렇게 어려웠던 거였군!”

중년 사내는 사호산의 수령으로 실력이 3급 지존에 이르러 상대편에도 3급 지존이 한 명이었다면 충분히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삼촌, 인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방뢰도 상대방의 실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일전에 소모가 엄청난 대결을 치루지만 않았어도 이미 그들과 정면 승부를 보려 했을 것이다.

이에 중년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표는 새로 잡는 것으로 하고 철수한다.”

그 말에 방뢰 등 사호산 강자들은 깜짝 놀랐지만 결국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강제로 도성을 공격했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었다.

“이만 가자!”

중년 남자가 부하들과 함께 떠나려고 할 때, 도성에서 갑자기 한 무리가 나타났다. 가장 앞장선 두 사람에게서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하하, 왔으면 우리는 만나고 가야지!”

녀석들은 서둘러 난폭한 기의 회오리 두 갈래를 내뿜었고, 사호산 수령은 황급히 나서서 이에 맞섰다.

퍽!

영력 파동이 폭발하자 사호산 수령은 뒤로 수백 장 정도 물러났다. 그는 3급 지존이었지만 3급 지존 2명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얼른 떠나!”

사호산 수령은 부하들을 데리고 서둘러 떠나려고 했다. 녀석들은 이미 실력을 회복하였음에도 연약한 척했던 것이었다.

“늦었어!”

지화성 강자들은 끝까지 사호산 무리의 뒤를 쫓았다.

“젠장!”

방뢰는 바짝 뒤따라온 상대방에 저도 모르게 욕을 퍼부었다.

“어딜 도망가!”

3급 지존 한 명이 방뢰 등의 앞쪽에 다가와 손을 휘두르자 영력 거수가 무서운 기세로 내려앉았다.

이에 방뢰 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쿵!

그런데 이때, 검은색 전의의 빛줄기가 빠르게 날아와 영력 거수를 때렸다.

쿵!

영력 거수를 부순 전의의 빛줄기는 차마 피하지 못한 3급 지존을 공격했다.

풉.

3급 지존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가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 갑자기 흑운이 몰려와 멈춰 섰다.

“구유위다.”

사호산 강자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허허, 방 형, 오랜만이네.”

구유위의 가장 앞쪽에 서 있는 누군가의 말소리에 방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넨 목진 아닌가!”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구유위를 거느리고 백전역 사람들을 계속 물리치며 전진하다가 이곳에서 엄청난 영력 파동이 느껴져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목진 통령이군, 난 사호산 수령 유사(劉獅)요.”

사호산 수령은 바로 인사를 하더니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 역시 구유위의 새 통령에 대해 적잖게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유사 주군.”

목진도 가볍게 인사하고 말을 이어갔다.

“내가 3급 지존 한 명을 상대할 테니 나머지는 그쪽에서 해결하게.”

“고맙네, 목진 통령!”

유사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은 이 도성을 빼앗을 생각이 없으니 일단 상대방을 쓰러뜨리면 이 성은 사호산의 소유가 될 것이다.

목진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엄청난 전의가 휘몰아치며 일전에 공격했던 3급 지존에게 향했다.

아무리 3급 지존이라도 구유위의 전의를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고, 구유위가 나타났다는 것은 구유궁의 궁주가 주위에 있다는 말이었다. 이에 3급 지존은 황급히 도망갔고 지화성 강자들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사호산 강자들은 그들을 풀어주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 짓밟았다. 이에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유사와 방뢰를 바라봤다.

“구유궁의 목표는 뇌마종이니 사호산에서 토벌을 마치면 뇌마종으로 향해도 좋네. 그럼 시간이 빠듯하니 우린 먼저 떠나겠네.”

목진은 간단히 인사하고 구유위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

“엄청난 젊은이야. 대라천역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구유위의 전의를 이 정도까지 다스리다니…….”

유사는 멀어져가는 먹구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전의에 감탄하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지금의 목진은 지난번 나와 마주쳤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어요.”

방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지난번까지만 해도 목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오늘 다시 보니 더는 소년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목진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실력이 늘어난 것에 깜짝 놀랐다.

“이대로라면 대라천역에 곧 새로운 왕이 생기겠어.”

유사는 부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손을 휘익 저었다.

“지화성을 차지하러 가자! 그리고 우리 역시 뇌마성으로 향할 것이다. 하하하, 흥미로운 대전이 될 것 같구나!”

말을 마친 유사가 먼저 나서자 사호산 강자들은 바로 뒤를 따랐다.

* * *

구유의 목표는 처음부터 뇌마종이었으나 무턱대고 뛰어들지 않고 뇌화평원에 들어선 뒤로 속도를 늦추고 목진과 구유위를 앞세웠다. 목진의 실력과 구유위의 협조로 이 구역에서 이들을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없었다.

하여 구유위가 도착한 곳의 백전역 세력은 곧바로 싸움에서 졌고, 목진은 그곳에서 열심히 싸우던 세력에게 도성을 양보했다.

그것은 비록 구유궁에게는 손해였지만 구유궁의 명망이 나날이 높아져 앞으로 뇌마종을 치려 할 때 따르지 않을 세력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두 번째 날의 해가 떠올라 구유위가 뇌마종으로 향하자 십수 갈래의 세력이 이들과 함께 같은 곳으로 향했다. 하늘과 땅은 사람으로 가득 찼고 엄청난 전의에 하늘마저 어두워졌다.

얼마 후, 목진은 구유위와 함께 드디어 뇌마종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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