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화. 뇌마겁(雷魔劫)
진릉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뇌운이 몰려와 회흑색 뇌광을 형성했다. 뇌광은 그의 주위에 모이더니 거대한 뇌광 허상이 되었다.
“뇌마법신(雷魔法身)!”
그가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리며 뇌광 허상을 확 끌어당기자 천 장 크기의 회흑색 벼락의 회초리가 나타나 허공을 가르며 목진을 공격했다.
“뇌마지편(雷魔之鞭)!”
커다란 벼락의 회초리는 공간을 가르며 온몸을 파르르 떠는 목진의 몸을 뚫었는데 진릉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목진이 눈앞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가 공격한 것은 소년의 잔영일 뿐이었다.
이에 그는 하늘에 현란한 흔적을 남기며 벼락의 회초리를 거두고 뒤돌아섰다.
쿵!
그때 그의 뒤쪽 공간이 찢어지더니 용의 허상과 함께 엄청난 살기를 뽐내는 대서미마주가 사정없이 뇌광 허상을 공격했다.
벼락의 회초리가 먼저 대서미마주를 휘감더니 회흑색 뇌광을 번쩍이며 이를 없애려 했는데 마주도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뇌광에 저항했다.
“엄청난 흉기군, 상당히 마음에 드는걸?”
진릉은 입맛을 다시며 씨익 웃더니 벼락의 회초리에 힘을 잔뜩 실어 대서미마주를 내리쳤다. 그 강력한 힘에 목진은 뇌신체를 끝까지 끌어올렸는데도 조금 버거웠다. 하긴, 진릉은 이미 지존법신을 소환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감히 내 물건을 탐내다니, 그러다 제 명에 못 살 것이네!”
말을 마친 목진이 바로 정색하더니 눈가에 금광이 번쩍였고 머리 쪽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더니 황금으로 빚은 듯한 거대한 법신이 허공에 나타났다. 이에 머리에 태양을 얹은 대일불멸신이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대일불멸신은 상대방의 강력한 힘을 손쉽게 물리치고 한 손으로 대서미마주를 잡았는데 뇌마법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더는 끄떡없었다.
“그렇게 갖고 싶다면 내주지!”
잇따라 대서미마주가 미친 듯이 살기를 내뿜어 뇌마법신의 손을 떨쳐내자 대일불멸신이 나섰는데 순간, 그 눈부신 금광에 하늘마저 파르르 떨렸다.
쿵!
눈부신 금광이 액체처럼 몰려와 검은 대서미마주마저 황금빛으로 물들이더니 황금 마주는 대일불멸신의 무서운 힘을 싣고 뇌운을 뚫으며 뇌마법신을 공격했다.
“뇌마탁악수(雷魔托嶽手)!”
갑자기 휘몰아친 무서운 힘에 진릉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진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그가 바로 결인해 뇌마법신이 두 손을 내밀자 회흑색 뇌광이 한데 모여 한 채의 산처럼 거대한 뇌수를 형성하였다.
퍽!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공격을 개시하는 황금 마주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폭풍이 일었다.
아수라장이 된 전장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그 엄청난 위력에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황금 마주의 압박에 하늘마저 떠받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대한 뇌수가 조금씩 내려앉았다.
뇌수가 움직이는 속도는 비록 느렸지만 한시도 멈춰서지 않았다. 이에 진릉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때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뇌수에서 금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쿠쿵!
뇌수는 결국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완전히 부서졌고,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소름이 쫙 끼쳤다.
사람들은 진릉이 뇌마법신을 소환했는데도 목진한테 꼼짝 못 할 줄은 몰랐다.
그건 진릉 또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황금 마주가 두 팔로 앞을 가린 뇌마법신을 공격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법신이 추락했는데 발이 닿은 산맥 두 채가 와르르 무너졌고 법신은 허리까지 잠길 만큼 바닥에 박혔으며 그 주위로 빠르게 균열이 일었다.
사람들은 그 광경에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공에 뜬 대일불멸신은 여전히 위엄있게 서서 바닥에 깊숙이 박힌 뇌마법신을 내려다보았고 목진의 우렁찬 목소리만이 주위에 퍼졌다.
“센 척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군.”
이에 뇌마법신 속 진릉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목진이 수련한 지존법신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그마저도 그 힘에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진릉은 그 지존법신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아직 좋아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하지만 진릉은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피식 웃자 뇌마법신은 바닥을 힘껏 때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두 개의 방대한 법신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녀석은 도대체 어떤 지존법신을 수련했기에 2급 지존의 실력으로 내 뇌마법신을 상대한단 말인가?”
진릉은 뇌마법신의 머리 쪽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소년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진릉, 넌 2급 지존마저 쓰러뜨리지 못하는 것이냐?”
구천에서 화가 섞인 목소리가 전해지자 진릉은 깜짝 놀라 목진을 노려보더니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
목진은 진릉의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 자네가 2급 지존의 실력으로 이렇게까지 해낸 것은 정말 대단하네. 짧은 시간 내에 대라천역에서 유명해질 만하군.”
진릉은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드디어 나한테 지겠군!”
진릉의 눈가에 어느새 살기가 득실거렸다.
“왜냐면 이곳은 우리 구역이니까!”
진릉의 말에 목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때, 녀석은 두 손을 모아 신속하게 결인하고 내리치며 외쳤다.
“뇌마의 땅(雷魔之地), 뇌겁멸세(雷劫滅世)!”
진릉의 나지막한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자 목진은 움찔하더니 바로 경계하였다. 진릉의 구역에서 싸우고 있던 목진은 그를 무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쿵! 쿵!
저 멀리 뇌명이 들려와 다들 고개를 들었는데 대지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목진도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잠시 후, 뇌명이 아래쪽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것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조심하게!”
목진은 바로 대라천역 세력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쿵!
그런데 그때, 대지가 쩍 갈라지더니 거대한 회흑색 벼락이 그 사이로 날아올랐다.
쿵! 쿵! 쿵!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에 퍼진 회흑색 벼락은 천 리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한편, 뇌마법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진릉은 회흑색 벼락 때문에 악마처럼 보였고 그 눈빛도 유난히 차가웠다.
그가 다시 결인하자 뇌마법신도 커다란 손을 모아 함께 결인하였다.
꽈르릉!
이에 수많은 회흑색 벼락이 미친 듯이 뇌마법신의 손에 모이며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냈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그들은 그 속에서 파멸의 힘을 느꼈는데 이는 3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를 죽이고도 남을 힘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살수였다.
구천에서 싸우고 있던 구유는 잠시 멈춰 아래쪽 상황을 살피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하, 구유왕! 뇌마종이 그렇게 상대하기 쉬운 줄 알았나? 오늘 구유궁은 그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를 걸세!”
“죽고 싶어 환장했군.”
진천강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구유는 뼛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다.
“흥, 제아무리 신수의 힘이 있어도 4급 지존밖에 안 되지 않나. 기껏해야 나와 실력이 비슷할 텐데 무슨 수로 저 녀석을 구한단 말인가?”
진천강이 피식 웃었다. 구유는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두 눈으로 상당히 위험한 빛을 발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4급 지존밖에 안 된다고 누가 그랬나?”
말을 마친 구유가 앞으로 한 발 나서자 지극히 놀라운 영력 돌풍이 휘몰아쳐 뒤쪽의 구유명작은 한껏 커졌다. 그녀가 몸을 가볍게 떨치자 등에서 크고 아름다운 날개가 나타났는데 꼭 구유의 마녀 같았다.
“5급 지존이라니!”
진천강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구유의 진정한 실력에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비록 똑같은 5급 지존이었지만 구유는 4급 지존의 실력일 때도 이미 진천강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의 대결에서는 그녀가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할 것이다.
“자네가 아무리 5급 지존이라도 저 녀석을 구하러 갈 생각은 하지 말게!”
말을 마친 진천강이 씨익 웃으며 힘껏 발을 구르자 수천 장 정도의 뇌광 허상이 주위에 나타났다.
이 또한 뇌마법신인데 그의 법신은 진릉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진천강은 구유가 숨긴 실력을 선보이면서까지 목진을 지켜내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를 최대한 오래 막고 있으면 녀석은 분명 진릉의 손에 죽을 것이다.
“난 최선을 다해 당신을 막을 거네. 그럼 곧 당신은 녀석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걸세!”
진천강은 표독스럽게 웃더니 뇌마법신의 손을 움직여 구유를 공격했다.
“목진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바로 갈게.”
구유는 아래쪽을 힐끗 보더니 이를 악물며 날개를 떨쳐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진릉도 무언가 눈치채고 구천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당신을 구하러 올 사람은 없을 테니 괜한 희망 품지 말게. 오늘, 그대는 내 손에 죽을 테니까!”
진릉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합장하였다.
“뇌마지술(雷魔之術), 뇌마겁!”
꽈르릉!
엄청난 뇌명과 함께 뇌마법신의 손바닥에 천 장 크기의 뇌일이 떠 오르더니 주위의 영력이 상당히 난폭해졌다. 이에 강자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죽어!”
진릉은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허공에 손가락을 내리찍었다.
꽈르릉!
그러자 엄청난 뇌명이 들리더니 뇌일에서 회흑색 빛줄기를 내뿜어 목진이 절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에 아래쪽에 있던 당빙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꽈르릉!
난폭한 뇌명과 함께 전해진 무서운 힘에 목진은 피부가 찌릿했지만 끄떡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 뇌일을 노려보다가 구천 쪽을 힐끗 쳐다봤는데 구유의 기가 흐트러진 것이 보였다.
‘설마 나 때문에…….’
잇따라 목진은 입을 꼭 다문 채 주먹을 쥐고 눈을 천천히 감았다.
‘구유야, 걱정 마. 난 절대 진릉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을 거야.’
대일불멸신의 머리 쪽에 앉아있는 목진의 마음은 어느새 법신의 미간 쪽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강력한 힘으로 싸인 대일지정이 있었다.
대일지정은 목진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갑자기 미세하게 균열이 일더니 미친 듯이 눈부신 빛을 발산하였다.
퍽!
대일지정이 완전히 폭발하자 어두워진 하늘마저 훤히 밝힐 정도로 눈부셨다.
사람들은 대일불멸신의 미간에서 발하는 빛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힘의 파동을 느꼈다.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목진이 번쩍 뜬 두 눈에서 두 갈래의 눈부신 금광을 내뿜자 주위는 순식간에 밝아졌다.
대일불멸신의 미간에서 비추기 시작한 빛은 황금색 태양처럼 눈부셨고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힘의 파동에 다들 자연스레 그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편, 대일불멸신의 머리 쪽에 앉아있던 목진이 고개를 드니 거대한 뇌일이 형성한 그림자가 어느새 그의 법신 전체를 감쌌다. 뇌일은 비록 아직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그 무서운 힘에 아래쪽 대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릉이 지역상 우세를 이용해 발동한 공격은 상당히 무서워 2급 지존은 물론이고, 3급 지존이라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목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후우.
그때 목진이 백기를 내뱉으며 결인하자 대일불멸신은 미간에서 금광을 발하며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미간 쪽에서 내뿜은 액체 같은 황금빛이 주먹에 모여 황금색 결정체를 만들었다.
결정체는 이내 대일불멸신의 주먹을 감쌌는데 그 표면에 새겨진 신비로운 원시의 부적에서 신기한 파동이 퍼져나갔다.
“지존 신통, 일양의 힘(一陽之力)!”
그렇게 금강 주먹은 허공을 가르며 순식간에 뇌일 앞에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예상과 달리 두 갈래의 힘이 부딪쳐도 놀라운 파동이 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목진의 공격에 손쉽게 뚫려버린 뇌일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금강의 주먹은 신령의 손처럼 단단해 상당히 무서웠다. 잇따라 뇌일에서 진득한 황금색 빛줄기를 사정없이 내뿜자 뇌망은 놀라운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천지를 뒤흔들 것 같았던 뇌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워지더니 점차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