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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54화 (453/1,000)

454화. 심마뇌련(心魔雷蓮)

풉.

전장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진릉이 피를 토하자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고 두 눈은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서 부서진 뇌일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최강수마저 이토록 쉽게 막아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녀석은 고작 2급 지존밖에 안 되는 애송이였다.

그러나 목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대일불멸신의 지존 신통의 위력이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역시 대일불멸신은 대단해…….”

목진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는 대일불멸신은 99등급 지존법신의 30위권에 든다고 했던 만다라의 말을 그제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대일불멸신이 드디어 진정한 힘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목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진릉을 보며 다시 결인했는데 금강 결정체를 감싼 대일불멸신의 커다란 손이 공간을 가르며 뇌마법신을 내리쳤다.

쿵!

공기가 폭발하며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파문이 난폭하게 주위에 퍼져나갔다.

이에 진릉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영력을 끌어올려 뇌마법신의 앞쪽에 벼락의 광막을 형성했다.

퍽!

금광의 주먹이 손쉽게 뇌막을 뚫었다. 이 세상에 그것을 막을 물건은 절대 없을 것 같았다.

금강의 주먹은 그야말로 최강의 무기였다.

진릉은 부서진 뇌막을 보고는 안색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가 차마 피하기도 전에 금강의 주먹이 이미 뇌마법신을 때렸다.

쿵!

금광이 폭발하자 육안으로도 보이는 강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뇌마법신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산맥을 무너뜨리며 대지에 수만 장의 기다란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간신히 멈춰 선 뇌마법신은 온몸에 균열이 일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부서졌다.

풉.

이와 동시에, 그 속에서 진릉이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 산에 내리꽂혔다. 대라천역과 백전역의 강자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진릉이 패배했다니!

진릉은 무려 지역적 우세까지 차지해 유리하지 않았는가!

“녀석…….”

사람들은 허공에 떠 있는 황금법신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들 목진이 도대체 무슨 수로 진릉을 이긴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대라천역의 강자들은 경외의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대라천역에서의 경력이 그들보다 못할지 몰라도 이 정도 실력이라면 곧바로 대라천역에서 상당히 유명한 강자가 될 것이고, 북계의 젊은이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명성을 날리게 될 것이다.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대일불멸신을 거두었는데 영력을 과하게 소모해서 그런지 안색이 조금 창백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산맥이 부서지며 그 속에 꽂혔던 진릉이 허공에 떠 올랐다. 피투성이가 된 진릉은 중상을 입어 더는 목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잇따라 목진은 고개를 들어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지는 다른 전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진 종주님, 당신의 진 장로가 기대에 못 미쳤네요.”

이에 진천강의 영력이 순간 무질서해지더니 목진한테 잡힌 진릉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몹쓸 녀석, 그를 이리 내놓지 못할까!”

“지금 다른 사람을 걱정할 때인가?”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구유가 날개를 퍼덕이자 날개는 가장 예리한 신기가 되어 공간을 가르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퍽! 퍽!

진천강은 최선을 다해 구유의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자기보다 실력이 훨씬 강한 소녀를 막기란 어려웠다. 게다가 목진의 승리까지 더해져 열세에 처했다.

맨 아래쪽에서 열심히 싸우던 백전역 전사들도 불리해진 상황에 점차 싸울 의지를 잃어갔다.

진릉은 이미 패배했고 진천강도 구유의 힘에 당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백전역은 더는 대라천역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때 백전역 세력 중 한 군데가 철수하자 의기양양했던 기타 세력들은 하나, 둘 도망가기 바빴고 대라천역 전사들은 끝까지 쫓아가 녀석들을 공격했다.

전쟁의 승패는 이미 갈렸다.

“젠장!”

진천강은 구천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구유와 손을 맞대고는 뒤로 수천 장 정도 튕겨 나갔는데 갑자기 아래쪽에 있는 목진에게로 향했다.

이에 목진이 깜짝 놀라 장풍을 쏘자 진릉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다. 진천강은 목진을 쏘아보다가 결국 진릉한테로 갔다.

“흥!”

그때, 한기 어린 고함이 들리더니 보라색 화염이 깃든 검은색 날개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신속하게 진천강의 등을 때렸다.

진천강은 등이 쫙 찢어져 피를 철철 흘렸지만 온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진릉과 함께 도망갔다.

“구유, 목진, 뇌마종에서는 절대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말을 마칠 무렵, 진천강은 어느새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목진은 드디어 사라진 진천강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실력은 목진을 훨씬 뛰어넘어 정말 싸움이라도 났으면 분명 큰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목진 등은 뇌마종의 땅을 목표로 온 것이라 진천강을 죽이지 못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슉!

그때 구유가 구천에서 내려와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수라장이 된 대지와 웅장한 뇌마산을 번갈아 보며 히쭉 웃었다.

뇌마종은 드디어 구유종 것이 되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대라천역의 승리는 필연적이었다. 진천강과 진릉의 패배로 사기가 뚝 떨어진 백전역 전사들은 싸울 의지가 완전히 사라져 더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목진과 구유는 뻔한 결과에 더는 나서지 않고 다른 세력들이 마무리하도록 부탁하고 구유위와 함께 뇌마산을 차지했다.

그곳은 구유궁의 전리품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구유궁이 뇌마산을 차지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구유궁은 처음부터 뇌마종을 노렸고 그들이 오늘,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구유궁 덕분이었다. 그러니 실력이 강한 사람이 그곳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같은 생각은 천라대륙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 후로 구유는 목진, 당빙, 당유 등과 함께 이곳의 가장 중요한 장소인 영보고(靈寶庫)로 갔다. 보통, 세력들은 중요한 물건을 영보고에 보관해두곤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자원인 지존영액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그 주위에는 영진으로 보호막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따위 허접한 보호막으로는 절대 구유를 막을 수 없었다. 그녀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영보고의 청동 대문이 쩍! 하고 갈라졌다.

위잉!

잇따라 웅장하고 순수한 영력이 홍수처럼 몰려와 공기가 진득해졌다.

이에 구유가 앞장서자 목진 등은 뒤따라 들어갔는데 그 속에서 영롱한 홍류가 흐르며 순수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이는 전부 지존영액이 모여서 만들어진 홍류였다.

어느 세력에서나 지존영액을 개자탁에 넣고 다니기보다는 특수한 영진을 쳐서 보관한다. 그것은 지존영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었다. 이에 목진 등은 뇌마종의 영보고에 분명히 지존영액이 남아있을 거라 짐작했다.

또한, 진천강은 절대 오늘 싸움에서 패배할 거라 여기지 않았기에 이곳의 중요한 물건들 역시 미리 빼돌리지 않았다.

“대부분 지존영액의 상태가 좋군.”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뇌마종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지존영액 중 일부를 취한 것 같은데 남아있는 양이 훨씬 많아 보였다.

무뚝뚝하던 당빙은 영보고에 가득 찬 지존영액을 탐욕스럽게 바라봤다.

“빙아, 이제 구유궁은 더는 지존영액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소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목진도 처음 보는 당빙의 모습에 히쭉 웃으며 말을 건넸다.

“다른 세력들도 꽤 애를 썼는데 조금 나눠주는 것이 어떨까요?”

“안 돼!”

당빙은 곧바로 목진을 쏘아보며 외쳤다.

“이 정도 양은 구유궁에서 사용하기도 빠듯한데 주긴 뭘 준다고 그래! 만약 다른 세력에게 지존영액을 나눠주고 싶으면 나부터 죽여!”

소녀의 말에 목진이 피식 웃었다. 그는 화내는 당빙이 너무 귀여웠다.

한편, 그제야 목진의 장난을 알아챈 당빙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소년을 노려봤다.

“감히 당빙을 놀려? 그러다 구유위가 너를 괴롭힐까 봐 걱정도 안 되나 보지?”

구유마저 목진을 흘겨보더니 당빙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걱정하지 마. 목진이 진짜 다른 세력에게 지존영액을 나눠준다고 해도 절대 네 몫은 건드리지 않을 거야.”

“구유 언니!”

구유의 말에 당빙의 얼굴은 터질 듯 빨개졌다.

이에 목진은 머쓱하게 웃더니 바로 돌아서서 영보고를 둘러봤다. 구석에 놓인 석대에 옥으로 만든 영롱한 상자가 몇 개 놓여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속에 뇌광이 번쩍이는 족자가 들어있었다.

목진은 석대에 남아있는 영력 보호막을 걷어내고 그중 한 족자를 확인했는데 표면에 ‘뇌마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진릉이 수련한 뇌마체로 육신을 수련하는 뇌 속성의 신술이었다.

그런데 목진이 눈을 감고 뇌마체를 쓰윽 훑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뇌마체는 비록 뇌 속성의 단체 신술이지만 뇌신체보다 못했다.

뇌신체는 수련을 마치면 더 강한 단체 신술을 수련하는 데 기반을 닦아주는 효과가 있었지만 뇌마체는 아니었다.

목진은 족자를 개자탁에 넣고 다른 족자를 살펴봤는데 전부 뇌 속성의 신술이었으나 마음에 드는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한참 둘러보던 목진이 실망한 듯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려 하는데 옆쪽 검은색 석대에 놓인 회색 족자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표면에 뇌문이 새겨진 회색 족자는 특별한 곳 하나 없이 아주 수수해 보였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와 그 속의 정보를 훑어봤다.

심마뇌련은 유명심마뢰를 주요 재료로 하고 특수한 방법으로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뇌련이었다.

잠시 후,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더니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족자에 적힌 것은 보통 신술이 아니라 심마뇌련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심마뇌련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신기로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유명심마뢰로 만들어야 하는 등 그 요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러나 그 위력은 엄청나 만약 그것을 폭발시키면 아무리 5급 지존이라도 움찔할 것이다.

“뇌마종에 이런 보물이 있었다니!”

족자에 적힌 대로라면 뇌마종에 이런 엄청난 무기가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심마뇌련 한 알의 위력만 해도 엄청난데 대량으로 생산해 수십 알을 던지면 5급 지존 정도의 강자는 도망가기 바쁠 것이다.

“무려 심마뇌련이라니…….”

구유가 다가오자 목진은 수중의 족자를 건네며 의문점도 함께 제기했다.

“진천강도 이것을 사용하고 싶었겠지만 만들어내지 못했을 거야.”

구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족자를 훑었다.

“만들어내지 못했다니…….”

목진은 깜짝 놀랐다.

뇌마산, 뇌마연의 깊숙한 곳에서 대지마뢰를 만들어내고 대량의 대지마뢰는 유명심마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뇌마종에서 여태껏 유명심마뢰를 찾아내지 못했단 말인가?

“유명심마뢰는 절대 찾기 쉬운 물건이 아니야.”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무려 불사화와 위력이 비슷한 신비로운 벼락으로 흑신마뢰보다 훨씬 강해. 그러니 뇌마종에서 여태껏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돼.”

이에 목진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그는 유명심마뢰가 보기 드문 물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까지는 몰랐다.

“우리는 이미 뇌마종을 차지했으니까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갖자. 그리고 잠시 후에 함께 뇌마연에 가보는 거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뇌마종을 목표로 삼은 것은 뇌마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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