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화. 뇌마연
목진과 구유가 영보고에서 나오자 당빙도 한껏 흥분한 표정으로 뒤따라 나왔다. 보아하니 지존영액의 양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구유 언니, 뇌마종의 영보고에 지존영액이 13만 방울이나 있어요. 그 외에 신기랑 신술도 있어 이를 전부 지존영액으로 바꾸면 6, 7만 방울 정도 더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당빙의 말에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유궁 1년의 수확은 기껏해야 지존영액 만 방울인데 뇌마종 창고에 무려 13만 방울이 있다니, 이는 구유궁을 순식간에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급한 불은 일단 껐구나.”
구유도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유와 목진이 돌아온 후, 구유궁은 목진의 지존영액으로 겨우 버텼는데 이제 당분간은 지존영액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며칠간 이곳에 머무를 테니 사람을 불러 물건들을 정리하라고 해.”
“네!”
당빙이 신나서 답하자 구유는 소녀의 이마를 가볍게 때리고는 목진과 함께 뇌마종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깊게 들어갈수록 난폭한 벼락의 파동이 느껴졌다.
잠시 후, 뇌마종의 깊숙한 곳 어딘가에 도착한 목진과 구유는 아래쪽을 바라봤다. 산맥에 천 장 정도의 균열이 일었고 그 사이로 들리는 나지막한 뇌명에 대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과 구유의 목표는 바로 특이한 벼락의 힘이 느껴지는 이곳, 바로 뇌마연이었다.
목진과 구유는 고개를 숙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래쪽을 쳐다봤다. 그곳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잠복하고 있는 마룡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꽈르릉.
깊숙한 곳에서 부단히 전해지는 나지막한 뇌명에 대지가 파르르 떨렸다.
“이곳이 바로 뇌마연이야.”
구유는 뇌마연을 보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뇌마연에서 탄생한 대지마뢰는 상당히 특이하다고 들었어. 대지마뢰는 벼락이긴 하나 대지와 소통할 수 있어 일단 이를 소환하면 대지를 부수는 것은 일도 아닌데 그 위력은 대지진만큼이나 강해.”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북창령원의 뇌역에서 뇌신체를 수련한 적 있는 목진은 벼락의 힘에 대해 잘 아는 편이라 뇌마연의 무서운 벼락의 힘이 완벽히 느껴졌다.
그러나 대지마뢰는 위력이 상당하긴 해도 불사화와 비교하면 일정하게 차이가 나서 이를 영력과 융합하면 분명 불사화의 힘에 견디지 못하고 타버릴 것이다.
하여 목진은 반드시 불사화와 위력이 비슷하고 대지마뢰보다 더 강한 벼락의 힘을 찾아내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유명심마뢰였다.
“유명심마뢰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찾아낸들 융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
목진은 불사화를 융합할 때, 죽기보다 못한 고통을 겪었는데 이미 영력에 불사화를 융합한 상태에서 유명심마뢰를 융합하기란 더 어렵고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일단 융합에 성공하면 네 영력은 뇌(雷)와 화(火), 두 가지 특성을 띠게 되어 그 위력이 엄청날 거야.”
구유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영력에 부여한 특성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게 아니야. 대천세계에서 불 속성영력을 가진 이들 중 무한의 화역의 염제를 따라갈 사람이 없어. 그야말로 진정한 불의 제왕이지.”
“그럼 한 가지 속성의 힘을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 더 좋단 말이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화염 수련에 관해 염제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한다면 그 엄청난 힘을 상대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수련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어. 무경의 무조 영력에는 벼락과 화염의 힘만 깃들어있는 것이 아니야. 그가 빙령족에 갔을 때 선보인 한빙의 힘은 얼음을 다스리는 원고의 빙령족마저 당해내지 못했어.”
구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무조가 그렇게 많은 속성을 영력과 융합했단 말이야?”
무조란 말에 목진은 순간 멈칫하였다. 상지대륙에서 만났던 임정이 무조의 딸이란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수련에 정답이 없다는 거야. 대천세계는 수많은 위면이 모인 곳이긴 하지만 하위면에도 분명 얻을 점이 있어. 그중에 독특한 수련법도 있는데 대천세계에 비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지.”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수련에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자신한테 가장 어울리는 수련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해. 네가 그 길을 찾아낸다면 언젠가 천지존들과 힘을 겨룰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이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런 말을 하기에 너무 이른 것 같아. 우리는 아직 유명심마뢰도 찾지 못했잖아?”
말을 마친 목진은 조마조마하게 뇌마연을 바라봤다. 그는 한껏 기대하고 이곳에 왔는데 뇌마종에서 여태껏 유명심마뢰를 찾아내지 못했단 사실에 조금은 실망했다.
뇌마종이 다년간 아무리 애를 써도 찾지 못한 물건이 목진이 온다고 바로 눈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구유의 말에 목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함께 뇌마연으로 들어갔다.
꽈르릉.
깊숙한 곳에서 부단히 뇌명이 들렸다. 목진과 구유는 순식간에 지하 만 장 정도 깊이에 도착했고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들은 깊게 내려갈수록 벼락의 힘이 더 난폭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목진이 구유와 함께 멈춰서 손가락을 튕기자 손끝에서 영력 광구가 떠 오르더니 빠르게 팽창해 주위를 밝혔다.
목진은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깜짝 놀랐다. 심마연의 외벽에 한 장 정도의 검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그 속에 회흑색 뇌광이 득실거리며 뇌명을 울려 대지를 흔들었는데 회흑색 뇌광은 곧 대지마뢰였다.
꽈르릉!
뇌마연 곳곳에 분포된 대지마뢰의 난폭한 파동에 공간마저 일그러졌고 영력 광구로 침입자를 감지한 녀석은 바로 목진과 구유한테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목진과 구유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구유가 손을 휘익 젓자 보라색 화염이 불의 방어막을 형성해 두 사람 주위를 감싸 대지마뢰를 물리쳤다.
“아래쪽을 봐.”
구유는 대지마뢰의 간섭 따위는 무시하고 아래쪽을 가리켰다.
이에 목진이 아래쪽으로 손가락을 튕겨 영력 광구를 더 깊숙한 곳으로 날리자 광구가 폭발하며 그곳을 밝혔다. 그곳의 회흑색 벼락은 바다를 이룬 것처럼 그윽했고 어두운 빛은 다른 세계를 향한 암흑 통로처럼 무서워 보였다.
그곳의 뇌해는 전부 대지마뢰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뇌마종에서 여태껏 유명심마뢰를 찾아내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
목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도 뇌마연 깊숙한 곳의 대지마뢰가 이렇게까지 그윽한 줄 몰랐다. 5급 지존의 실력자인 진천강이라도 감히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유명심마뢰를 찾아내려면 뇌해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구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자 목진도 뇌해 쪽을 잠시 노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바로 뛰어들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구유야, 난 구유위를 여기 데려와 수련했으면 좋겠어.”
“뭐?”
구유는 흠칫 놀란 얼굴로 목진을 바라봤다.
“뇌마연에 가득 찬 대지마뢰가 우리한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지만 구유위한테는 아마 한계치일 거야. 그래서 그들에게 뇌신체를 전수해줄까 해.”
목진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뇌마연은 뇌신체를 수련하기 아주 좋은 곳으로 구유위가 뇌신체를 수련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전의는 훨씬 뛰어날 거야.”
뇌신체는 육신의 수련에 상당히 좋지만 목진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뇌신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점차 줄어들었다.
하여 그가 구유위한테 이를 전수해 다들 수련에 성공한다면 분명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고, 목진은 구유위 천 명만으로 신비로운 대라천군을 제외한 대라천역의 나머지 부대를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목진은 낙신족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력이 필요했는데 구유위가 제법 괜찮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아직 그가 원하는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래.”
구유는 잠시 고민하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목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아챘다. 구유위는 비록 구유의 군대이긴 하지만 목진과 친분을 계속 쌓아간다면 그가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결정을 마친 목진은 바로 구유위를 불러 함께 뇌마연에 들어갔다.
다만, 구유위는 목진이나 구유만큼 깊숙이 들어갈 수 없어 3천 장 정도의 깊이에서 멈춰 섰다.
목진이 함께 멈춰 옷깃을 휘두르자 구유위한테 족자가 쥐어졌다.
“이건 내가 수련한 뇌신체의 수련법이다. 오늘부터 너희는 이곳에서 함께 뇌신체를 수련할 거야.”
구산 등은 순간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들은 뇌신체의 수련법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통령님!”
구산 등은 족자를 꼭 쥔 채 한쪽 무릎을 꿇고 목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구유위는 목진을 통령으로 모시게 되어 정말 기뻤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익 젓더니 바로 뇌마연으로 들어갔다.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고, 앞으로의 수련은 전부 구유위한테 달렸다.
구유위한테 뇌신체의 수련법을 전수한 목진은 이제야 유명심마뢰를 찾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목진과 구유는 한껏 정색하며 뇌마연의 엄청 깊숙한 곳에 있는 뇌해를 쳐다봤다. 뇌해는 비록 평온해 보였지만 그 속에 과연 얼마나 무서운 물건이 숨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함께 들어가 보자.”
구유는 위험한 곳에 목진을 혼자 들여보낼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먼저 어두운 뇌해 속으로 뛰어들었고 구유는 보라색 화염을 감싼 채 그 뒤를 따랐다.
철썩.
웅장한 뇌해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함께 목진과 구유는 조용히 종적을 감췄다.
꽈르릉!
잇따라 난폭한 뇌명이 들리더니 주위가 격렬하게 떨렸다. 대지마뢰의 최강수가 바로 진당파(震蕩波)로 대지를 반으로 가를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목진은 영력으로 몸을 보호해 두렵지는 않았지만 보호막은 여전히 격렬하게 떨렸다.
게다가 그윽한 대지마뢰 때문에 영력 감응력이 떨어져 유명심마뢰를 찾기가 훨씬 어려웠다.
그러나 이미 뇌해에 들어왔으니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목진과 구유는 유명심마뢰가 대지마뢰보다 위력이 훨씬 강하니 분명 대지마뢰가 가장 그윽한 곳에 있을 거라 여겼다. 그들은 뇌해에 더 깊숙이 들어갔다.
꽈르릉!
뇌해에서 난폭한 뇌명이 부단히 들렸는데 목진과 구유는 이를 무시한 채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고 빠르게 전진했다.
그러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진당파가 어느 정도 강력해지자 두 사람은 서서히 속도를 늦췄지만 여전히 유명심마뢰의 파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구유의 말대로 뇌해에서 유명심마뢰를 찾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뇌마종에서 여태껏 이를 얻지 못할만했다.
“뇌마연은 지하 깊숙이 뚫려 있어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벼락의 힘이 더 강해지는데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내려가면 큰일이야.”
구유가 정색하며 말했고 목진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같이 멍청한 방법으로는 아무리 찾아도 수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긴 할까?
“이곳의 대지마뢰는 우리의 영력 감응력을 낮춰서 유명심마뢰가 있는 곳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대지마뢰의 간섭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탐색은 불가능해.”
구유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난폭하고 공격성이 강한 대지마뢰는 외부의 것은 무조건 배척했기에 이들의 실력으로는 절대 그 간섭을 제거할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구유 말대로 유명심마뢰를 찾으려면 대지마뢰의 간섭을 제거해야 하는데 난폭한 녀석이 과연 우리의 말을 들을까?
한편, 구유는 사색에 잠긴 목진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지금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