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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56화 (455/1,000)

456화. 무상심마경(無上心魔經)

“내가 뇌신체를 소환해볼게.”

잠시 후, 목진은 온몸을 휘감았던 영력 보호막을 제거하고 빠르게 뇌신체를 소환했다. 그러나 대지마뢰는 목진의 몸에서 발산하는 벼락의 힘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고 그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대지마뢰의 진당파의 위력은 뇌신체를 최대한 끌어올린 목진도 체내의 기혈이 요동칠 정도였다.

“안 돼. 네가 비록 뇌신체를 수련한 적이 있긴 하지만 모든 벼락의 힘이 너한테 우호적인 것은 아니야.”

옆에서 상황을 살피던 구유는 바로 불사화로 목진을 감싸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세상에 있는 벼락의 힘은 각양각색으로 서로 속성도 달랐다. 목진이 뇌신체를 수련했다고 해서 대지마뢰로 만들어진 뇌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거의 사용하지 않던 어뢰술이 떠올랐다.

어뢰술은 그가 북창령원에 있을 때, 북명룡곤한테서 배운 신술로 천지간의 벼락의 힘과 소통해 벼락을 부를 수 있었다. 해당 신술은 싸움에서는 제한이 많아 여태껏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곳이라면 왠지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한 번만 더 시도해볼게.”

목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빠르게 오묘한 인법을 그렸다.

잇따라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사방에 널린 대지마뢰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의식에서 기이한 파동을 발산했는데 이것이 바로 어뢰술이었다.

목진이 어뢰술을 소환하자 두 사람의 주위를 맴돌던 난폭한 대지마뢰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구유는 이러한 광경에 흠칫 놀랐다.

녀석이 정말 성공했단 말인가?

그때,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더니 만족하듯 미소를 지었다. 어뢰술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그는 비록 대지마뢰로 만들어진 뇌해를 한순간에 휘어잡을 수는 없었지만 더는 두 사람을 배척하고 공격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었다.

또한, 대지마뢰와 소통해 의식의 흐름만으로 무서운 뇌해를 누비며 얻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여 목진은 다시 눈을 감고 대지마뢰에 의식을 맡겨 주위를 훑었다.

구유는 옆에서 소년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의식의 흐름이 눈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빛의 속도로 주위에 퍼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의 의식이 지나간 곳에 뇌명이 울려 퍼졌는데 어뢰술 덕분에 대지마뢰는 목진의 의식을 공격하지 않았다. 어뢰술이 아니었으면 목진의 의식은 이미 대지마뢰의 공격에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목진의 뇌리에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는데 별다른 파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목진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집중하여 탐색을 계속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목진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주위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파동을 읽으며 원하는 것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하루…… 이틀…… 나흘…….

눈 깜짝할 사이에 나흘이 지났다. 그러나 목진은 제자리에 앉아 꿈쩍하지 않았고 눈 한번 뜨지 않았다.

구유도 목진의 곁에 조용히 서서 그를 지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정녕 유명심마뢰를 찾아내지 못한단 말인가?

구유는 고개를 돌려 소년의 훤칠한 얼굴을 바라봤는데 어느새 앳된 모습을 벗은 목진은 어른스러웠고, 꼭 다문 입은 완강한 의지와 집착이 엿보였다.

“휴.”

구유의 한숨 소리를 들은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의 의식이 드디어 이상한 파동을 읽은 것이다. 그곳은 대지마뢰마저 두려워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꽈르릉!

목진이 계속해서 신비로운 구역을 탐색하려 하자 갑자기 뇌명이 들려왔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의식은 전부 부서졌다.

그런데 의식이 끊기는 순간,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파손된 석비를 본 것만 같았다.

잇따라 목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번쩍 떴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갑자기 들려온 뇌명에 목진의 의식은 뒤죽박죽 얽혔고 체내의 영력마저 무질서해졌다.

그때 그의 등에 차가운 손이 닿자 따뜻한 영력이 스며들어 목진의 무질서해진 영력을 달래주었다.

“어때?”

구유가 잔뜩 긴장하며 묻자 목진은 천천히 숨을 고르더니 히쭉 웃으며 답했다.

“드디어 찾았어!”

“찾았다고?”

구유도 이내 화색이 되어 목진을 바라보다가 조금 믿기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뇌마종에서 몇 해를 거쳐도 찾아내지 못한 것을 목진은 나흘 만에 찾아냈다. 아무도 그것을 쉽게 믿지 못할 것이다.

“십중팔구 틀림없어.”

목진도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손바닥을 바라봤다.

“그런데 유명심마뢰는 정말 난폭한 것 같아. 뇌명만으로 하마터면 본심을 잃을 뻔했어.”

“유명심마뢰는 수많은 벼락 중에서 괴이한 편에 속해. 게다가 그 힘은 다른 벼락의 힘처럼 위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뇌음으로 공격하지.”

구유의 말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뇌음이라…….”

“유명심마뢰는 대부분 방어벽을 뚫을 수 있는데 이는 사람의 마음속 깊숙한 곳을 공격하는 거야. 잡념을 일으켜 본인의 영력마저 장악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 영력의 공격에 못 이겨 사망하는 사람도 있어.”

구유도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도 유명심마뢰를 상당히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하긴, 이런 공격을 당하고 무사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구유의 말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유명심마뢰의 뇌음 앞에서 제아무리 육신을 강하게 키워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역시 녀석이 불사화와 위력이 비슷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목진은 유명심마뢰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럼 가볼까? 소문으로만 듣던 유명심마뢰를 빨리 보고 싶어.”

구유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목진처럼 유명심마뢰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자 구유가 힐끗 그를 보더니 히쭉 웃으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렇게 내 손을 잡고 싶었어, 우리 목진이?”

“저곳의 대지마뢰는 유난히 난폭해서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어. 대신 난 어뢰술로 저들을 물리칠 수 있잖아?”

“그래?”

목진이 입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구유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피식 웃으며 소년의 손을 잡았다.

“네가 감히 이상한 마음을 품지는 않겠지? 이번만 믿어볼게.”

목진은 구유의 차가운 손을 잡더니 그녀를 휙 당겨 품에 안았다.

목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구유는 깜짝 놀라 발버둥 치려 했지만 귓가에 바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있어.”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두 사람을 휘감은 채 뇌해 속으로 향했다.

그들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난폭하기 그지없는 대지마뢰를 빠르게 건넜다. 제아무리 구유라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괜히 목진을 쏘아봤다.

한편, 목진은 구유의 눈빛에 머쓱하게 웃으며 속도를 끌어올렸는데 난폭한 대지마뢰가 저절로 길을 터줬다. 어뢰술 덕분에 뇌해에서 목진의 앞길을 막을 존재는 더 이상 없었다.

그런데도 목진은 반나절이 지나서야 의식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에 접근할 수 있었다.

슉.

목진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자 온몸을 감쌌던 영광이 사라지고 두 사람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구유는 곧바로 목진을 밀어냈다.

“이용하자마자 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목진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 말에 구유는 콧방귀를 뀌며 그를 흘겨보더니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에 목진도 금세 진지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앞쪽 공간은 진공 구역으로 아무것도 없어 보였지만 대지마뢰도 감히 접근하지도 못했다.

그곳의 어둠은 사지로 향하는 통로처럼 섬뜩했다.

“내가 일전에 느꼈던 유명심마뢰는 여기 있었어.”

목진은 조심스럽게 구유에게 말을 건넸다. 그곳은 아주 조용했는데 그는 왠지 모르게 몸을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그것은 그의 육신이 엄청난 위험을 감지하고 취한 방어 태세였다.

이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진과 함께 뇌해에서 벗어나 어두운 진공 구역으로 들어섰다.

그 후로 1각 정도가 지나자 구유가 흠칫 놀라 뭐라 말하려는데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뇌명이 들려왔다.

꽈르릉!

목진과 구유는 순간 몸이 굳었다. 특히, 목진의 얼굴에 핏줄이 불끈거리는 것이 아주 괴로워 보였다.

갑자기 들려온 괴이한 뇌음에 목진 체내의 영력이 순간 무질서해졌다. 그가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자기 영력에 공격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몸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구유는 서서히 긴장을 풀고 온몸에 보라색 화염을 휘감더니 목진의 손을 잡고 그의 체내에 화염을 전송해 뇌음에 맞섰다.

목진이 잔뜩 긴장했던 몸을 조금이나마 풀자 구유는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

“불사화로 방어해.”

목진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체내의 지존해에서 불사화를 끌어모았다. 그의 불사화는 비록 구유의 것처럼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체내를 보호하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전진했는데 발을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뇌음이 울렸다. 다행히 불사화 덕분에 목진과 구유는 조금 느리긴 했지만 무사히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잠시 후, 뇌음이 천 번쯤 울리자 앞에서 걷던 구유가 멈춰 섰다. 목진은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앞쪽을 바라봤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어둠으로 가득 찬 곳에서 가끔 특이한 빛이 보였는데 그곳에서 목진은 상당히 무서운 파동을 느꼈다.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유명심마뢰는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아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아.”

구유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잔뜩 긴장한 채 불사화를 온몸에 휘감고 앞쪽을 바라봤다.

“유명심마뢰는 바로 네 앞에 있어!”

이에 목진은 흠칫 놀라 앞쪽 구역을 바라보며 보라색 화염을 소환하였다. 그러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천 장 크기의 무형의 거대한 뱀이 엎드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은 천천히 혀를 날름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이것이 바로 유명심마뢰란 말인가?

목진은 유명심마뢰가 뱀의 형태를 갖췄을 줄은 몰랐고 그와 구유가 협력한다고 해서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뭐지?”

그때 목진은 녀석의 등에서 비추는 잿빛에 눈길이 갔는데 그곳에 파손된 석비가 어렴풋이 보였다.

“저건 뭐지?”

목진의 말에 구유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돌리자 잿빛을 발하는 파손된 석비에 오래된 글씨가 서서히 나타났다.

“무…… 심…… 경이라…….”

잠시 후, 글귀를 확인한 구유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무상심마경인 것 같아!”

“무상심마경이라고?”

이름만 들으면 엄청난 물건인 것은 확실했으나 목진은 그 정체를 몰랐다.

“원고 시기에 심마뇌제(心魔雷帝)라 불리는 엄청난 악마가 있었어. 그는 대천세계에서 상당히 유명했는데 역외 사족과의 전쟁에서 종적을 감추셨지. 그런데 그분의 무상심마경을 여기서 보다니…….”

구유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유명심마뢰는 심마뇌제의 필살기였어. 그래서 이곳에 유명심마뢰가 있었던 거야.”

“그래? 그럼 이곳이 심마뇌제께서 별세하신 곳이란 말이야?”

“그거야 모르지.”

목진이 깜짝 놀라 묻자 구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파손된 석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새겨진 무상심마경은 완전하지 않아 보였다.

“일단 유명심마뇌망을 해결하면 모든 것을 알게 되겠지?”

구유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고,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명심마뇌망을 바라보는 눈빛에 어느새 한기가 서렸다.

그는 어렵게 이곳을 찾아낸 만큼 꼭 유명심마뢰를 얻으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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