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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58화 (457/1,000)

458화. 우 불사, 좌 심마

“일단 무상심마경의 수련에 성공하면 심마 상태(心魔狀態)에 들 수 있다고 들었어.”

구유는 파손된 석비를 바라보며 한껏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심마 상태는 뭐야?”

“심마 상태는 아주 무서운 상태로 일단 심마 상태에 들어서면 외부의 간섭을 완전히 차단하고 절대적인 조종 상태에 진입해 체내의 영력과 육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일단 심마 상태에 들어서면 너는 진정한 싸움의 기계가 되어 전투력이 폭등할 거야.”

구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뇌신궁의 궁주는 곧 천지존에 이를 실력이었으니 일단 심마 상태에 들어서면 천지존과 상대할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거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소름이 쫙 돋았다.

목진이 천지존의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지만, 천지존에 이르기 전과 천지존의 실력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뇌신궁의 궁주는 심마 상태를 이용해 무려 천지존과 상대할 수 있다니, 무상심마경은 뇌신궁의 진궁 신통이 될 만했다.

“횡재했군.”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그는 유명심마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완전하지 않은 무서운 신통까지 획득했다.

“그런데 무상심마경을 수련하려면 일단 유명심마뢰부터 장악해야 해. 그러니 일단 유명심마뢰의 융합부터 진행해.”

구유는 바로 목진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렇다고 유명심마뢰를 영력과 융합하는 것이 쉬울 거라 착각하지 마. 넌 나와 혈맥을 연결해 불사화가 진정한 위력을 선보이지도 않았는데 유명심마뢰는 절대 너를 봐주지 않을 거야.”

이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 바로 미소를 지었다.

“유명심마뢰를 힘들게 얻었는데 융합하는 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해내야지!”

“패기 넘치는군.”

구유는 엄지를 척 내밀며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목진이 유명심마뢰를 융합하는 과정은 상당히 험난할 것이었다.

목진은 바로 소녀의 마음을 꿰뚫고 그녀를 흘겨보더니 이내 정색하였다. 그 또한 유명심마뢰를 영력과 융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알았지만 절대 포기할 목진이 아니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 만다라 꽃의 중심 쪽에 다가가 유명심마뢰를 손에 쥐었다.

녀석은 여전히 형태를 갖추지 않았지만 목진은 이를 수중에 넣자마자 귀청을 찢는 듯한 뇌음이 봉인을 뚫고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체내의 영력이 갑자기 끓어올랐다.

“봉인했는데도 이렇게 난폭하다니…….”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구유를 바라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구유는 뒤로 조금 물러난 채 목진을 지켜봤다. 융합 과정에서 변고가 생기면 바로 나설 생각이었다. 구유는 유명심마뢰를 없애는 한이 있어도 목진의 목숨을 살릴 것이다.

“조심해.”

구유의 말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으며 합장했다.

잇따라 그는 백기를 내뿜으며 유명심마뢰를 힘껏 때렸는데 그 무서운 힘에 유명심마뢰가 뭉친 알 표면에 빠르게 균열이 일었다.

퍽!

드디어 알이 터졌고 그 속에서 내뿜은 무형의 벼락은 천둥과 폭풍을 이뤄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한편, 웅장한 지존해에 보랏빛 영력이 포효하며 파도가 일었는데 목진의 신백이 나타나 고개를 들자 위쪽 공간이 격렬하게 일그러지더니 반으로 갈라졌고 그 사이로 무형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활활!

지존해는 위험을 감지한 듯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그때 목진의 신백도 바로 합장했다.

“네가 용이든 호랑이든 내 구역에 발을 들였으면 내 말을 들어야 해!”

보라색 화염이 요동치며 웅장한 벼락과 대치 상태에 돌입했다.

지존해의 위쪽 공간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무형의 벼락이 포효하며 내리꽂혀 엄청난 파도가 일었다.

그 모습이 꼭 멸세의 장면 같았다.

목진은 이러한 광경에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으나 수많은 무형의 벼락은 운석처럼 내려앉았다.

철썩! 철썩!

유명심마뢰가 닿은 곳에 엄청난 영력 파도가 휘몰아치더니 보랏빛으로 반짝였던 영력은 이내 투명해지며 신속하게 사라졌다.

이렇게 보라색 화염이 득실거렸던 지존해는 점차 다른 색을 띠기 시작했다. 그것은 유명심마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유명심마뢰는 불사화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긴, 절대 평범하지 않은 두 가지 존재는 서로 같은 속성을 띤 것도 아니라 어울릴 리가 없었다.

목진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한숨을 푹 쉬었다.

쿵! 쿵!

유명심마뢰가 무서운 기세로 끊임없이 내리꽂히자 드넓은 지존해도 점차 투명해졌다.

불사화마저 녀석의 강력한 공격을 못 이기고 사그라들었는데 두 갈래의 영력은 서로를 집어삼키며 점차 영력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불사화나 유명심마뢰가 이곳에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려면 반드시 영력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에 융합한 영력이 많고 강할수록 우세를 차지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목진이 원하는 바였다.

이제 그는 유명심마뢰가 영력과 융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 두 갈래의 힘이 엇비슷해지면 목진은 이들을 전부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로 열흘이 흘렀다. 유명심마뢰는 목진의 지존해에서 부단히 구역을 넓혀 어느새 절반을 차지했고 불사화와 평형 상태를 이뤘다.

유명심마뢰에 막 닿았을 때, 열세에 처했던 불사화도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라 금세 정신을 차리고 녀석과 대치 상태에 이르렀다. 맞닿은 곳에서 서로를 삼키려고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요동쳐 지존해 전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목진은 반으로 갈린 지존해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불사화와 유명심마뢰가 지존해의 절반을 차지하긴 했지만 체내의 영력도 반으로 갈렸다. 이렇게 되면 목진의 실력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또한, 그가 두 갈래의 힘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지존해에서 폭동이라도 일으키면 그 후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고 목진이 억지로 두 갈래의 힘을 어우러지게 하면 지존해는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는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

“융합할 수 없다면 나눠서 통제하면 되지.”

목진은 바로 방법을 떠올렸다.

“그러려면 일단 불사화와 유명심마뢰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아야 하겠군.”

두 가지 속성의 부동한 영력이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 목진은 완전히 시름을 놓고 영력을 사용할 수 있을 테지만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명심마뢰와 불사화 중 어느 하나 상대하기 쉬운 존재가 없어 똑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공존이라…….”

사실, 두 갈래의 힘이 공존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목진이 지존해에 두 갈래의 힘을 진압할 수 있는 물건을 놓으면 가능해지는데 과연 어떤 물건이면 될까?

신비로운 종이의 봉인의 힘은 비록 엄청나게 강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럼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지존해 위쪽에 조용히 앉아있는 목진의 신백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속성이 다른 두 가지 영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의 대결은 무리였다.

꽈르릉.

그러나 목진이 걱정하든 말든 지존해 속의 불사화와 유명심마뢰가 융합한 영력은 여전히 서로를 삼키기 바빴다. 계속해서 목진이 어렵게 수련한 영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그러다 목진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고 피식 웃으며 인법을 바꾸자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부도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도탑은 대부도결을 수련해 얻은 물건으로 목진의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준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 위력을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은 없지만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 부도탑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불사화와 유명심마뢰를 융합한 두 가지 영력을 갈라놓는 데는 충분했다.

이에 목진이 신비로운 대부도탑을 보며 손가락을 튕기자 대부도탑은 지존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두 가지 영력이 맞닿은 곳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내리꽂혔다.

순간, 부도탑은 분계선을 따라 어두운 빛을 발산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가지 힘을 갈라놓았고 지존해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대부도탑이 역시나 엄청난 일을 해냈다.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어 대부도탑을 바라봤다. 녀석이 이렇게 쉽게 문제를 해결할 줄은 몰랐다.

드넓은 지존해에 우뚝 솟아오른 대부도탑이 내뿜은 어두운 빛은 두 가지 힘을 완벽히 갈라놓았다.

앞으로 목진이 수련해서 얻은 영력을 대부도탑에 넣으면 녀석은 저절로 영력을 양쪽에 나눠 상대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시킬 것이다.

목진은 영력을 유명심마뢰와 융합하는 것이 생각보다 순조로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한테 대부도탑이 없었다면 이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잠시 후, 지존해가 완전히 안정을 되찾자 신백은 흐뭇하게 웃더니 서서히 사라졌다.

* * *

어두운 뇌해의 깊숙한 곳에 조용히 앉아있던 구유는 조금 긴장한 채 멀지 않은 곳에 눈을 꼭 감고 앉아있는 목진을 힐끗거렸다.

소년은 이곳에 꿈쩍하지 않고 열흘도 넘게 앉아있었는데도 수련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목진 주위를 휘감았던 유명심마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전부 평온한 자세로 앉아있는 목진의 몸에 스며들었다. 구유는 목진의 지존해 내부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거라고 여기고 걱정됐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와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건 목진한테 달려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반나절 정도가 지나자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열흘 넘게 감고 있던 목진이 눈을 천천히 떴다. 이에 구유는 활짝 웃으며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구유는 아직 목진의 성공 여부를 몰랐다.

그때 목진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자 오른손에 보라색 화염이 깃든 영력이 나타났고, 왼손의 영력은 투명한 빛을 띠며 무형의 뇌음이 함께 전해졌다.

우 불사, 좌 심마!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영력이 나타난 것을 본 구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은 참 대단한 녀석이었다.

목진은 두 손에 나타난 보라색 화염과 무형의 뇌광을 보고는 활짝 웃었다. 그는 무려 유명심마뢰를 영력에 융합하는 데 성공했다.

구유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의 손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단번에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 진심으로 축하해.”

구유는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영력이 지존해에 공존하는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이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결국 성공했다. 목진은 늘 예상을 뛰어넘었다.

“우연이었어.”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한테 대부도탑이 없었다면 난폭하기 그지없는 두 가지 영력을 진압하기 위해서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두 가지 힘을 완벽히 융합하지는 못했군.”

구유는 바로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두 가지 영력이 완벽히 어우러지면 위력이 훨씬 강해질 거라고 여겼지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괜찮아, 지금의 너한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구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목진은 구룡구상술의 위력을 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영력을 유명심마뢰와 융합한 것인데 이미 두 가지 힘을 얻었으니 곧 진정한 위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가지 힘이 서로 완벽하게 어우러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목진도 구유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유명심마뢰를 영력과 융합한 것 자체가 엄청난 수확이라 과한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었다. 언젠가 그가 충분히 강해지면 분명 두 가지 영력을 완벽히 융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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