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화. 가늠할 수 없는 수황
“공간을 파악할 정도라면 8급 지존이군!”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공간의 힘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8급 지존이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즉, 수황은 이미 8급 지존경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이에 천취황과 영동황은 무안해졌다. 수황은 역시나 이들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두 사람도 곧 8급 지존에 이를 테지만 아직은 일정한 차이가 있었다.
“역시 수황님은 대단해.”
당빙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목진도 당빙의 말에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지를 가르고도 남을 수황의 체내에서 발산한 힘에 조금 놀랐다.
한편, 수황은 미소를 지으며 마비지존을 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수중의 아기 뱀이 갑자기 사라졌다.
쿵!
그때 마비지존의 주위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다가 찢어지더니 검은색 공간 균열이 나타나 사정없이 공격을 개시했다.
수황의 공격은 조용했지만 영력 대결보다 위력이 훨씬 강했다. 공간 균열에 깃든 힘은 5급 지존을 토막 낼 정도였으니 보통 사람이었다면 절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아무리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손쉽게 공간을 가르는 8급 지존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비지존은 태연하게 서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올렸고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균열을 형성해 수황의 공격에 맞섰다.
치칙! 칙!
미세한 소리와 함께 부딪친 공간 균열이 상쇄되어 없어졌다.
“그의 공간 공격을 파악하다니!”
“마비지존도 8급 지존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마비지존도 똑같은 수법으로 공간 균열을 형성해 상대방의 공격에 맞선 것을 알아챈 것이다.
마비지존도 8급 지존이었다.
“역시 위면의 장애를 뚫고 올라온 사람답게 엄청나군.”
당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승패가 갈리기 위해 혈투를 벌여야겠군요.”
목진도 한껏 정색한 채 상황을 살폈다. 그는 마비지존이 나선 이유가 바로 이해되었다. 수황과 마비지존 모두 실제 실력을 감춘 채 여태껏 살아왔는데 8급 지존이 백전역 3대 거장 중에서 제일이었던 것이다.
“흥미롭군. 오랜만에 싸우는데 낯설지 않을까 싶군.”
수황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지만 상대방의 실력을 보고는 더는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몽형, 잘 부탁하네.”
마비지존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수황이 눈을 감자 드넓은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며 까맣게 그을려 미친 듯이 천지의 영력을 흡수했고 잇따라 수천 장 정도의 방대한 존재가 형성되었다.
허공에 있는 존재는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이는 허상이 아니라 진정한 형태를 갖춘 실체나 다름없었다.
그의 방대한 몸에 누워있는 거대한 금룡이 입을 쩍 벌리자 천지를 꿀꺽 삼킬 것만 같았고 그 엄청난 위압감에 못 이겨 천지는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거대한 금룡이 포효하자 황금색 음파가 휘몰아쳐 천지가 뒤흔들렸다.
그때 아래쪽에 서 있던 목진은 방대한 존재와 거대한 금룡을 보더니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저건 설마 천룡법신(天龍法身)인가?”
천룡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70위를 기록한 법신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지존법신의 웅장한 영력 파동은 바다에 파도가 이는 것처럼 엄청났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지존법신에 누워있는 커다란 금룡이 입을 쩍 벌려 고함을 지르자 용음이 울려 퍼지며 용의 위압감을 떨쳤다.
천룡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70위를 기록한 엄청난 법신이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방대한 법신을 바라봤다. 수황이 8급 지존의 실력으로 지존법신을 소환해서 실체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는 목진이 대라금신이 있어도 절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소년은 방대한 천룡법신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강한 지존법신이었다. 수황처럼 실력이 엄청난 사람한테는 아무리 평범한 법신이 있어도 무서운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천룡 법신은 진짜 천룡을 포획해 수련을 진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천룡법신을 수련하려면 천룡의 육신을 매체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영력과 자기 영력을 융합해야 가능했다. 그런데 고급 용족인 천룡은 실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뒷배도 엄청나 이를 포획하기란 엄청 어렵다고 들었는데 수황이 이를 해냈으니 그는 정말 대단한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때, 마비지존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크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법신을 보다가 한 손으로 결인하였다.
쿵!
이에 엄청난 영력이 휘몰아치자 마비지존의 뒤쪽에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천룡법신 못지않은 황금색 법신이 나타났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법신은 한 손에 황금 바루를 쥐고 있었는데 그 표면에 오래된 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었다. 그 속에 든 황금색 액체가 곧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저건 99등급 지존법신 중 73위인 대금강법신(大金剛法身)이야!”
사람들은 잔뜩 놀란 채 황금색 법신을 바라봤는데 금강만큼 튼튼한 법신은 이 세상의 공격을 전부 받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비지존의 지존법신도 예사롭지 않았다. 방대한 두 지존법신이 형성한 위압감에 하늘은 계속해서 어두워졌다.
그때 수황이 천천히 날아올라 천룡법신의 머리 쪽에 다가가더니 상대방의 금강법신을 조용히 바라봤다.
두 사람은 오늘 어떻게든 승패를 가려야 했는데 이 정도 실력이 되면 최강수를 둬야 비로소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그리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쿵!
그런데 수황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바로 발을 힘껏 구르자 지존법신에 누워있던 거대한 금룡이 입을 쩍 벌려 미친 듯이 숨을 들이켰다. .
퍽! 퍽!
금룡은 앞쪽 공간이 부서지며 형성한 수많은 공간 파편을 흡입하더니 황금색 영력을 휘감은 검은색 공간 파편들을 토해냈다.
쇄공룡식(碎空龍息)!
슉!
마비지존이 한껏 정색하며 이를 바라보다가 마음을 움직이자 대금강법신은 손을 힘껏 휘둘렀다. 그 손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금강 산맥처럼 순간 커져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쿵!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치자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하였고 수천 장 정도 되는 방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어 주위를 휩쓸었다.
황금색 홍류와 금강 산맥 같은 거대한 손이 부딪친 곳의 공간은 와장창 부서졌고 금강 거수는 뒤로 수백 장 물러났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사람들은 심장 떨리는 두 사람의 대결에 너무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영력 홍류를 사나운 눈으로 바라보던 마비지존도 긴장을 풀며 입을 열었다.
“역시 3황 중 제일이라 그런지 대단하군.”
마비지존은 지존법신의 머리 쪽에 서 있는 수황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역시 이 정도 실력에 이르면 승패를 가르기가 어려웠다. 그럼 지금부터 최강수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
“내 공격을 한 번만 받아낼 수 있으면 당신의 승리로 하겠네!”
말을 마친 마비지존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합장하자 지존법신 수중의 황금 바루가 서서히 떠 오르며 순간 백 장 정도로 커졌고 표면에 새겨진 황금색 부적은 미친 듯이 번쩍이다가 수황과 천룡법신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잇따라 주위에 휘몰아치던 돌풍은 갑자기 사라졌고 공기마저 흐름을 늦췄다. 그리고 주위에 지극히 위험한 기류가 흘렀다.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마비지존이 최후의 수단으로 대결을 끝내려 한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목진도 잔뜩 긴장한 채 상황을 살폈다. 그는 황금 바루에서 상당히 무서운 파동을 느꼈고 마비지존이 최강 수를 둘 것이라 예상했다.
“뭘 하려는 거지?”
당빙이 더 이상 못 참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나지막하게 답했다.
“아마 지존신통을 부리려는 것일 거예요.”
지존신통은 강대한 지존법신한테만 주어지는 능력인데 대금강법신은 그 조건을 만족한 듯싶었다.
그런데 8급 지존이 전력을 다해 선보인 지존신통의 위력은 과연 얼마나 무서울까? 목진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후우.
그때 마비지존이 백기를 토하며 눈을 번쩍 떴는데 미동 없던 눈가에 난폭한 의지가 깃들었다.
잠시 후, 그는 인법을 바꾸며 힘껏 외쳤다.
“지존신통, 금강멸천발(金剛滅天缽)!”
쿵!
거대한 황금 바루가 파르르 떨며 오래된 부적을 떨쳐내더니 황금색 액체로 이루어진 홍류들이 휘몰아쳐 공간을 부수며 수황에게 향했다.
오래된 부적이 깃든 황금색 홍류의 힘은 7급 지존을 물리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여러 갈래가 동시에 나타났으니 아무리 8급 지존이라도 감히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마비지존이 던진 최강수였다.
그런데 정작 수황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천룡법신의 머리 쪽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허공에 떠 있는 유천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는데 대라 역주는 무덤덤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쿠쿵!
수황은 자신에게 향하는 황금색 홍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모아 결인하였다.
크으으으!
이에 거대한 금룡이 포효하며 입을 쩍 벌려 숨을 들이켜자 무서운 힘을 실은 황금색 홍류를 전부 흡입했다.
사람들은 수황이 마비지존의 최강수를 손쉽게 막아내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단하다…….”
당빙은 멍하니 수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내 수황의 영력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한편, 백전역의 장검 노인 등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다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
“이럴 수가! 8급 지존이 어떻게 마비지존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이토록 쉽게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장검 노인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대금강법신의 위쪽에 서 있던 마비지존은 금광이 사라지며 다시 모습을 드러내 수황을 살폈다. 주위에 휘감았던 영력은 사라졌지만 대신 엄청난 위압감이 휘몰아친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내가 잘못 봤군.”
실력이 8급 지존경에 이른 그마저 깜짝 놀랄 만큼의 위압감이라니, 수황의 실력은 마비지존을 훨씬 뛰어넘었다.
수황의 실력은 8급이 아니라 이미 9급에 이르렀다.
다들 수황의 실력을 확인하고 실성한 듯했다. 특히 천취황과 영동황은 아직도 믿기 어려운 듯 숨을 골랐다. 늘 잠이 모자란 것처럼 잠에 취해 있던 수황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졌네.”
마비지존은 자신의 패배를 예감하고 바로 지존법신을 거두고 백전역 측으로 돌아갔다.
첫 차례 대결은 대라천역이 승리했다.
“역시!”
대라천역 사람들은 하늘이 떠나가라 환호했고 당빙도 이내 화색이 되었다. 첫 번째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으니 앞으로 한 번만 더 이기면 세 번째 대결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잇따라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자 대라천역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그 결과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라왕은 시령왕의 세 차례의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어 패배를 인정했다.
이에 그 구역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대라천역 뿐만 아니라 백전역 사람들마저 화들짝 놀랐다.
이 또한 다들 예상치도 못한 결과였다.
수라왕은 대라천역 뿐만 아니라 백전역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였고 시령왕은 이상하단 소문만 파다했지 아무도 그의 진정한 실력을 몰랐는데 두 번째 대결은 수황과 마비 지존 사이의 대결보다 훨씬 치열했고 결과 또한 예상 밖이었다.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