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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71화 (470/1,000)

471화. 지옥훈련

뜨거운 화산 내부에는 암장이 요동치며 엄청난 고온을 방출하고 있었고 주위 석대에 있는 대라천군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대라천군에서 2급 지존의 실력은 평범한 수준인데 이들 중 실력이 3급 지존경에 이른 정예 전사라도 백 년 되는 영염망을 손쉽게 죽일 수는 없었다.

역주께서 데려온 소년은 역시 달랐다.

다들 목진을 무시하던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대라천군은 대라천역의 최강 부대로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부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에 다들 자부심이 있는지라 아무리 목진이 만다라가 직접 데려온 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목진은 실력으로 그들을 사로잡았다.

“허허, 제법이군.”

통령 네 사람 중 유난히 튼실하게 생긴 사내가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대라천군의 2통령, 철산(鐵山) 통령으로 실력이 5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였다. 그의 말에 냉미녀 빙심 통령은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목진의 진짜 실력에 그녀마저 놀랐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토벌전에서 무려 대비천의 진비를 쓰러뜨렸어.”

옆에 조용히 서 있던 만다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요?”

네 명의 통령은 그제야 흠칫 놀랐다. 진비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목진이 녀석을 이겼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대라천역의 젊은 통령들중에 드디어 봐줄 만한 사람이 생겼군요.”

빙심은 목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녀는 대라천역의 4대 통령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실력이 5급 지존경에 이른 빙심이 3급 지존밖에 안 되는 서청 등을 상대로 여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더구나 대라천군이야말로 대라천역을 대표하는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만다라가 황금색 눈알을 굴리며 목진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이곳에서 수련해. 그러다 이곳을 떠나고 싶어지면 내가 대라염지에 설치한 구구염룡진을 뚫어. 그전에는 이곳에서 벗어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고 용봉천에도 다른 사람을 보낼 거야.”

“구구염룡진(九九炎龍陣)이라…….”

목진은 깜짝 놀라 빙심 등을 바라봤는데 저들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게 뭐야?”

목진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일단 그 정체부터 알기로 했다.

“구구염룡진은 역주께서 직접 설치한 것으로 대라천군에서 누군가 홀로 이를 뚫으면 통령이 될 자격이 갖춰져. 그런데 여태껏 이를 해낸 사람은 얼마 없었지.”

빙심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과묵한 그녀지만 목진한테 곧 닥칠 험준한 상황이 그려져 웃음을 참기에 바빴다.

이에 목진은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대라천군의 통령을 이 같은 방법으로 결정하는 거라면 아마 4급 지존도 구구염룡진을 뚫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만다라가 이를 조건으로 내걸었으니 그녀는 목진에 대해 너무 엄격했다.

목진은 만다라와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소녀가 일부러 이러는 것이라고 오해할 뻔했다.

“왜, 못할 것 같아?”

만다라는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정도 용기와 자신감도 없다면 앞으로 넌 경쟁자와 싸워 이길 확률이 아주 낮을 거야.”

목진은 만다라가 말하려는 바를 바로 알아채고 멈칫했다.

그녀는 이 세상에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 다른 누군가가 천운으로 대일불멸신의 수련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만고불후신의 수련에 성공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젠가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사람과 경쟁하게 될 텐데 그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재 목진의 실력으로는 그와 상대가 안 될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강대한 힘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를 얻고자 한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목진의 눈부신 성과만 봤지 그가 이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몰랐다.

한편, 철산 등은 목진의 반응에 조금 놀랐지만 그 용기만은 인정해주고 싶었다. 구구염룡진은 아무나 감히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만다라는 그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앞으로 저들이 네 수련을 도와줄 거야.”

말을 마친 만다라는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는데 목진과 네 명의 통령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녀가 사라진 곳을 한참 쳐다봤다. 지지존 앞에서 이들은 갓난아기만큼 취약한 존재였다.

목진은 곧바로 철산, 빙심 등 통령들한테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잘 부탁해.”

이에 철산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는 보기보다 똑똑했는데 만다라와 목진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절대 역주와 통령처럼 간단한 사이가 아니란 걸 알아채고는 소년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로 했다.

“빙심이 대라염지의 수련에 대해 알려줄 거고, 앞으로 의문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철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치더니 빙심만 남기고 다른 두 통령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역주와 네가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난 지금부터 대라천군의 엄격한 규칙으로 널 관리할 거야.”

빙심의 한기 어린 눈빛에 목진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은 어떻게 진행해야 해?”

목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를 다른 대라천군 군인처럼 염대 위에서 수련시키려고 했는데 홀로 영염망을 상대할 수 있으니 대라염지 안으로 들어갈 거야. 앞으로 넌 계속 영염망을 잡아 영염수를 얻는 방식으로 수련 속도를 끌어올리면 돼.

그리고 대라염지 내부의 온도는 엄청나서 현재, 네 실력으로는 천 장 정도까지밖에 내려갈 수 없으니까 꼭 알아둬. 더 깊은 곳의 영염망은 실력이 좋긴 하지만 넌 절대 그 상대가 아니야.”

“방금 내가 잡았던 것보다 더 강한 영염망이 있단 말이야?”

목진은 조금 놀랐다. 대라염지는 역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방금 네가 잡은 영염망은 태어난 지 백 년밖에 안 된 녀석인데 이곳에서 오래 생활한 녀석일수록 실력이 더 강해. 그건 체형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실력이 강할수록 대라염지 깊숙한 곳에 머물고 있어 네가 뛰어들지만 않으면 마주칠 일은 없을 거야.”

빙심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목진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영염망의 실력이 강할수록 체내의 영염수가 더 순수하고 방대한 거야?”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가 방금 제련한 영염수는 기껏해야 백 년짜리인데 나이가 더 많은 녀석을 잡으면 수련 효과가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빙심은 괜히 목진을 흘겨봤다. 어린 녀석이 정말 겁도 없었다.

수명이 오백 년, 심지어 천 년을 넘는 영염망 체내의 영골수를 원치 않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다들 녀석을 상대할 실력이 안 되어 감히 덤비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좋은 곳에 데려가 주지. 나를 따라와.”

빙심을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머쓱하게 웃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아래쪽으로 향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부단히 대라염지에 가까워졌는데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고온에 피부가 찌릿했다.

또한, 목진은 그제야 대라염지의 크기를 실감했다. 이곳은 지하의 암장 세계나 다름없었고 주위에 형성된 심연은 용암이 녹아내려 복잡한 형태를 갖췄다. 하나같이 방대한 동굴은 미궁처럼 사방이 뚫려 있었다.

빙심은 1각 정도 달려서야 점차 속도를 줄였다.

그때 목진도 멈춰 섰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선홍색 암장의 바다 위에 영염망이 날아다니며 부단히 엄청난 암장 소용돌이를 형성했고,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곳에는 영염망이 수백 마리나 있었다. 목진은 엄청난 양의 영염망을 보고는 순간 넋이 나갔다.

“대라염지의 지옥훈련에 참여하게 된 걸 환영해.”

빙심이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보더니 가녀린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영염망들은 선홍색 암장을 빠르게 지나며 소용돌이를 일으켰는데 그 소리에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눈앞의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갔다. 이곳의 영염망은 체형으로 보면 태어난 지 백 년도 안 되었지만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는 전처럼 손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대일불멸신의 힘을 한껏 끌어올려서야 영염망을 포획할 수 있었으니 지금의 목진은 이정도 양의 영염망은 절대 잡을 수 없었다.

“갑자기 너무 어려워진 거 아니야?”

목진은 머쓱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는 비록 자신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자만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혼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영염망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녀석들은 괴물이라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역주께서 너한테 3개월밖에 주지 않으셨으니까 그사이에 네가 구구염룡진을 뚫으려면 이렇게 수련해야만 해.”

빙심은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목진을 쳐다봤다.

“하지만 결정권은 너한테 있으니까 마음대로 해.”

이에 목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목진이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럼 넌 여기서 수련해. 의문점이 있으면 날 찾아와도 좋아.”

말을 마친 빙심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홀로 남은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뜨거운 임장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여기까지 왔으니 수련이 너무 괴로워도 끝까지 참고 수련하기로 했다.

후우.

목진이 뜨거운 공기를 들이켜자 체내가 금세 뜨거워지며 불타오를 것만 같았는데 정작 눈빛은 점차 예리해졌다.

잇따라 그는 잠시 선홍색 암장을 관찰했는데 이곳 영염망은 수량이 제법 많지만 분포가 일정하지 않아 밀집되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적은 곳도 있었다.

목진은 지금 실력으로 백 년 조금 넘게 자란 영염망을 세 마리 정도 상대할 수 있었는데 이를 초과하면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여 이곳에 완전히 적응하기 전까지 그는 일단 영염망이 적은 곳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목진은 바로 암장의 구석에 나타나 지면에서 십수 장 떨어진 채 조심스럽게 암장해역의 허공에 발을 들였다.

그런데 그때, 주위에서 헤엄치던 영염망이 바로 눈치채고 거대한 암장 기둥으로 변하더니 신속하게 그를 공격했다. 녀석의 날카로운 이에서 뜨거운 암장이 뚝뚝 떨어졌는데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이에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한껏 끌어올린 채 주먹을 휘둘러 십수 갈래의 뇌광을 발사해 열 마리도 넘는 영염망을 상대했다.

퍽!

녀석들은 목진이 일전에 잡은 영염망보다 왜소해 기껏해야 태어난 지 수십 년밖에 안 되어 보였다. 그한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으나 뇌광이 지나가자 영염망은 암장으로 변해 폭발하였다.

목진은 빠르게 영염수들을 거두다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진의 영력 파동이 주위에 퍼져 암장 해면에 암장 홍류가 일었는데 그 속에 영염망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중, 유난히 튼실한 녀석들은 태어난 지 백 년이 되고도 남아 보였다.

쿵!

거대한 암장 파도와 함께 녀석들은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목진한테로 향했다.

이에 목진이 바로 대일불멸신을 소환하자 지존법신은 금광을 발하며 영염망의 공격을 막아냈다.

녀석들의 공격이 난폭하긴 해도 대라금신의 힘까지 더한 대일불멸신의 방어력이 뛰어나 기껏해야 표면에 그을린 흔적만 남았다.

잇따라 목진이 대일불멸신을 움직여 공격을 개시하자 금광 거수가 암장을 뚫고 그 속에 깃든 영염망들을 잡아 무찔렀다.

쿵!

대일불멸신의 위력에 암장해역은 폭동이 일어나 파도가 일며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일불멸신을 소환한 목진한테 수십 년 수명의 영염망은 전혀 상대가 아니었다. 태어난 지 백 년 정도 되어 실력이 3급 지존경에 이른 방대한 영염망이라야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녀석은 비록 지능은 없지만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목진 체내의 영력은 저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빠르게 소모되었고 대일불멸신의 눈부신 금광마저 어두워졌다.

쿵!

그때 대일불멸신이 암장에 손을 넣어 공격하려던 백 년 된 영염망을 잡고 확 찢어버리자 그 속에서 선홍색 영염수가 대일불멸신 속에 숨어있는 목진한테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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