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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72화 (471/1,000)

472화. 사냥

목진은 두 시진 동안 태어난 지 백 년 정도 되는 영염망을 다섯 마리나 죽였고 수십 년 정도 되는 영염망은 수십 마리나 포획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치른 대가도 꽤 컸다. 대량의 영력 소모 때문에 대일불멸신이 발하던 눈부신 빛은 유난히 어두워졌다. 진비와 혈투를 벌였을 때보다 영력 소모가 더했다.

그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지 않으면 영염망이 기회를 노리고 언제든지 덮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수명이 백 년이 넘는 영염망만 목진을 공격하고 나머지는 감히 주위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여덟 마리도 넘는 백 년된 영염망을 동시에 상대해야만 했다.

하여 목진은 영력을 너무 빨리 소모해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이 정도 속도라면 반 시진만 더 지나면 지존해의 영력이 고갈될 것이다.

보통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일단 싸움을 중단하고 조용한 곳에서 영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목진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체내의 영력이 예상 밖으로 활발해진 것을 느껴 차마 멈출 수가 없었다.

싸움이 계속되면 영력 소모가 그치지 않을 텐데 그것이야말로 영력이 가장 활발하단 뜻이었다.

그래서 목진은 더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하여 그가 주먹을 꽉 쥐자 선홍색 빛덩이가 앞에 나타났는데 그것은 목진이 여태껏 수집한 영염수였다. 목진은 영염수를 노려보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꿀꺽 삼켜버렸다.

영염수는 제련 과정에서 육신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보통 사람들은 조용한 곳을 찾아 수련하곤 했다. 목진처럼 싸우며 제련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쿵!

영염수가 체내에 스며들자 목진은 온몸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육신이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암장처럼 뜨거운 영력은 경맥을 미친 듯이 누비며 엄청난 고통을 부여하여 목진은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다 목진은 이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피가 스며져 나왔지만 절대 멈추려 하지 않았다.

대부도결을 소환해 체내에 스며든 영력을 부단히 제련하던 목진은 한편으로는 대일불멸신으로 영염망들의 거센 공격을 막느라 바빴다.

피를 머금은 채 버티고 있지만 눈빛만은 확고해 보였다.

잠시 후, 목진은 체내에서 탄생한 웅장한 영력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 * *

한 석대에서 광막이 번쩍였는데 그 속에 목진이 쉼 없이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빙심, 철산 등 대라천군의 수령들과 전사들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목진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정말 어리석은 녀석이야. 보아하니 결국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아. 왜 여태껏 물러나지 않나 몰라.”

빙심은 조금 언짢은 듯 투덜댔다. 목진은 분명 영염망의 포위를 뚫고 나올 수 있었는데 제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기만 해서 그 주위로 더 많은 양의 영염망이 매달렸다. 이대로라면 목진은 영력이 다해서 녀석들의 먹이가 될 것이었다.

이에 다른 세 명의 통령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사에 신중할 것 같은 목진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빙심은 결국 영력 광막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실망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목진을 구하러 가려 했다. 그때 나지막한 소리가 석대에서 들려왔다.

잇따라 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영염망들로 포위된 목진의 지존법신은 다시 눈부신 빛을 발했고 더 놀라운 영력 파동을 방출했다.

“저건…….”

대라천군 전사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영력 광막을 바라봤다. 영력이 고갈되어 한껏 어두워졌던 목진의 지존법신은 다시 눈부신 빛을 발했고 그 속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은 그전에 비하면 훨씬 그윽해졌다.

“녀석의 영력이 회복되고 있잖아!”

그때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목진은 영염망과 싸우면서 영염수를 제련하고 있었어.”

철산 통령도 흠칫 놀라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뭐?”

이에 빙심은 흠칫 놀랐고 대라천군 전사들마저 입이 떡 벌어졌다. 영염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이를 제련해 흡수하려면 엄청난 고통을 감당해야 해서 다들 조용한 곳을 찾아 제련하는 데만 집중한다.

싸우면서 제련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한 일이었다.

아무도 온몸이 불타오르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영염망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너무 담대한걸…….”

대라천군 중 누군가 중얼거리며 영력 광막을 쳐다봤다. 그들은 영력 광막 속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소년이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적어도 용기만큼은 인정해줘야 마땅했고 그 과정을 무사히 마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빙심도 점차 긴장을 풀고 영력 광막을 쳐다봤다. 역주께서 목진을 중히 여기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는 목진이 3개월 안에 구구염룡전을 뚫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는데 미친 듯이 수련하는 소년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 * *

대라천군 뿐만 아니라 목진 본인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발견하고 기뻤다.

목진은 영력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을 느꼈다. 영력이 거의 고갈되었던 목진은 쉼 없이 치른 전투 끝에 체내의 영력이 더 짙어졌다.

아직 3급 지존경에 이르려면 멀었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지금은 수련을 시작한 지 겨우 몇 시진밖에 안 됐으니까.

위험한 상황일수록 사람은 잠재력을 발휘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대라염지는 위험천만하지만 수련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목진은 지금껏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수도 없이 겪었고, 겨우 대라염지 따위에 발목이 묶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마음을 움직이자 대일불멸신이 금광을 발하며 황금 거수를 휘둘러 산 한 채를 부술만큼 무서운 힘으로 영염망 두 마리를 공격했다.

쿵!

선홍색 암장에 들어간 대일불멸신은 금광을 발하는 기의 회오리를 발사해 미친 듯이 영염망을 공격했는데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그의 공격에 파도가 일었다. 가까이하려 했던 영염망 무리는 잠시 공격을 멈췄는데 지능이 없어 두려움이란 걸 전혀 모르는 녀석들은 오히려 의지가 활활 타올라 그에게 덤볐다.

대일불멸신은 선홍색 암장에 서서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의 회오리를 부단히 발사하며 끊임없이 몰려드는 영염망을 공격했다.

이곳 암장은 목진과 영염망들 때문에 거센 파도가 일었는데 그 위력에 전쟁을 수도 없이 다녀온 대라천군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목진은 영염수를 제련해서 영력을 회복했지만 쉼 없이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영력을 회복할 수는 있어도 정력은 외부 사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목진은 싸운 지 하루 만에 영염망의 포위에서 벗어나 신속하게 동굴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엄청난 강도의 싸움으로 정력을 거의 다 소모한 그는 안색이 한껏 창백했고 엄청 피곤해 보였다.

만약 목진이 불굴의 의지로 버티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련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 아직 쉴 수 없었다.

잇따라 그는 선홍빛 영염수와 지극히 순수한 영력을 담은 투명한 옥병을 꺼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고 입을 조금 벌려 앞쪽에 있는 영염수 한 갈래와 지존영액 한 방울을 흡입했다.

이에 고갈되었던 영력 파동이 조금씩 되살아나 전보다 훨씬 짙고 그윽해졌다.

* * *

목진은 이런 수련을 한 달 동안이나 진행했다. 선홍색 암장은 매일같이 엄청난 파도가 일었고 그 속에 서 있는 방대한 황금색 그림자는 피곤할 줄 모르는 전투 기계처럼 쉬지 않고 영염망과 싸우다가 정력과 체력이 한계치에 도달해서야 겨우 동굴에 들어가 수련을 계속했다.

목진의 수련 방식에 대라천군마저도 혀를 끌끌 찼다.

소년은 보기에 어질고 온화해 보여도 고집이 상당했다. 만약 대라천군이었다면 절대 그처럼 수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철산, 빙심 등 통령들도 목진의 모습에 자못 놀랐다. 역주께서 소년을 중히 여기시는 데는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행히 한 달 동안 괴롭게 한 수련은 목진에게 어느 정도 수확을 안겨줬고 체내의 영력은 그사이 더욱 그윽해졌다. 아직 3급 지존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전보다 배로 늘었고 전투 유지력도 상당히 늘어났다.

한 달 전, 목진은 기껏해야 반나절 정도밖에 버티지 못했는데 지금은 영염망과 이틀 정도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의 육신은 대라염지의 엄청난 고온에 적응해 이제 화염처럼 뜨거운 공기를 흡입하면 오히려 편한 느낌이 들었다.

목진은 백 년이 안 되는 영염망을 수도 없이 죽였고 백 년이 넘는 녀석들은 몇백 마리나 죽였다.

영염망으로 가득 찼던 구역은 한산해져 한 달 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영염망은 비록 지능은 없지만 그 구역 암장에 동족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눈치채고 도망가기 바빴다.

이렇게 영염망의 수량이 급감하자 목진은 더 이상 사냥감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암장 사이에 튀어나온 암석 위에 서서 텅 빈 곳을 살피고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지존해의 영력이 곧 차겠어.”

목진은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쥔 채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느끼더니 피식 웃다가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체내의 영력이 전보다 늘긴 했지만 요즘 들어 아무리 많은 영염수와 지존영액을 이용해 수련해도 큰 효과가 없었다.

그건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더는 효과적인 수련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목진은 선홍색 암장 해역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백 년 정도 되는 영염망은 이제 그의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련 정체기를 극복하려면 더 강한 녀석이 필요했다.

그런데 수명이 삼백 년, 심지어 오백 년 된 영염망은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만 나타나고 그곳은 대라천군의 통령 철산, 빙심 등도 감히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목진의 앞길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목진은 빙심 등을 향해 고개를 들어 씨익 웃고는 숨을 깊게 들이켜 한 줄기 빛이 되어 암장에 뛰어들었다.

철썩.

석대 위에 서 있던 빙심 등은 목진의 결정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철썩.

선홍색 암장에 뛰어든 목진은 무서운 온도에 화들짝 놀랐다. 그가 바로 뇌신체를 한껏 끌어올리고 영력으로 호신했지만 엄청난 고온에 피부가 찌릿한 건 여전했다.

슉.

목진은 한 줄기 빛이 되어 진득한 암장을 가르며 신속하게 나아갔다.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한 일인 줄은 알지만 3급 지존경에 이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목진은 계속해서 전진하며 무리를 지은 영염망을 발견했는데 녀석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 이들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이렇게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은 대라염지의 천 장 정도 깊이에 들어갔다. 은은한 보라색을 띤 암장의 온도는 목진의 뇌신체마저 버티기 힘든 정도였다.

후우.

목진이 가볍게 숨을 들이켜자 암자색 화염이 나타나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했고 무서운 고온은 바로 줄어들었다.

암자색 화염은 바로 불사화였다. 대라염지 내부의 온도가 아무리 높아도 불사화를 뚫기는 불가능했다. 목진은 수련 효과 때문에 여태껏 불사화를 이용하지 않았는데 더 오래된 영염망을 잡는 데는 불사화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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