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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73화 (472/1,000)

473화. 뒤바뀐 신분

슉!

목진은 불사화 덕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이천 장 정도 더 내려갔는데 이곳 암장에 깃든 영력은 난폭하기 그지없었고 일부는 한데 뭉쳐 덩어리 채 존재했다.

또한, 한데 뭉쳐 있는 암장은 주위에 진공 구역을 형성한 것처럼 다른 암장이 얼씬도 못했다.

그러다 목진이 그중 한 암장 덩이 가까이가자 주위의 압력이 바로 사라졌다. 암장이 한데 뭉쳐 만들어진 암석이 대라염지 깊숙한 곳의 압력과 고온을 완벽히 없앴다.

“참으로 신기한 곳이군.”

목진이 발을 힘껏 굴러도 거대한 암장 바위는 끄떡없었다. 대천세계는 역시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그런데 왜 영염망은 한 마리도 없지?”

목진은 주위를 둘러보다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영염망을 단 한 마리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곳은 그가 한 달 동안 수련했던 곳과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응고되었던 거대한 암장 바위가 폭발하더니 영염망이 커다란 꼬리를 휘둘러 공격을 개시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은 바로 정색하며 뒤로 물러났다.

쿵!

목진이 서 있던 바위는 산산이 부서졌고 그 여파에 적중한 목진은 뒤로 수십 보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그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고개를 들었는데 앞쪽에 거대한 영염망이 나타났다. 녀석은 목진이 지금껏 본 것 중에서 가장 컸다.

“저 녀석은 적어도 수명이 사백 년은 되겠군!”

목진은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며 영염망을 바라봤다. 몸통이 백 년 수명인 녀석보다 세 배 정도 큰 것으로 보아 목진 앞에 나타난 영염망은 아마 태어난 지 사백 년 정도 된 듯했다.

이는 진비와 비슷한 실력으로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때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던 영염망이 입을 쩍 벌리자 선홍색 암장의 빛을 발사했다. 그 속에 깃든 영력은 목진이 일전에 마주쳤던 녀석들과 비교조차 안 됐다. 이에 목진은 바로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다.

쿵!

금광 거수가 암장의 빛줄기와 부딪치자 무서운 돌풍이 휘몰아쳐 주위에 떠 있던 암장 바위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잇따라 목진이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쪽에 나타나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신속하게 인법을 바꾸자 뒤쪽 공간에 지존해가 나타났고 용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슉!

용과 코끼리 각각 두 마리가 동시에 나타나더니 한곳에 모여 용상 광환을 이뤘다.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광환은 공간을 가르며 영염망에게 향했다.

목진은 그가 상대할 영염망의 실력을 알아보고 바로 최강수를 뒀다. 이에 영염망이 포효하며 온몸의 비늘을 곤두세웠다. 녀석도 치명적인 위험을 느낀 모양이었다.

쿠쿵!

영염망의 체내에서 실체나 다름없는 빨간색 광환을 내뿜었는데 이는 방호막처럼 녀석의 주위를 꼼꼼히 감쌌다.

녀석의 방어 수단만 봐도 목진이 여태껏 마주쳤던 영염망보다 실력이 훨씬 강했다. 적어도 이 정도 방어벽을 구성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다만, 목진은 진비마저 쓰러트린 구룡구상술을 굳게 믿고 있었고, 지능조차 없는 영염망이라면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용상 광환이 지나가자 영염망 주위를 감쌌던 선홍색 광환은 사정없이 부서졌고 처량한 비명이 들렸다.

목진은 눈길을 돌려 허리가 잘린 영염망을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구룡구상술 앞에서 아무리 대단한 방어벽인들 부서질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다.

쿵!

목진은 완전히 긴장을 풀지 않았는데 반으로 잘린 영염망이 입을 쩍 벌려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의 회오리를 뿜었다.

쿵!

대일불멸신은 방대한 몸으로 선홍빛 기둥을 막아냈지만 두 팔에 균열이 일었다.

목진은 영염망의 완강한 생명력에 자못 놀랐다. 녀석이 반으로 잘렸는데도 이런 공격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영염망은 더는 공격하지 않고 바로 뒤돌아 도망갔다. 목진은 도망가는 녀석의 모습에 흠칫 놀랐지만 녀석을 죽이면 사백 년 된 영염수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쿵!

목진이 움직이려는 순간, 치명적인 위험을 느끼고 소름이 쫙 끼쳐 다시 멈춰 섰다.

퍽!

그때 암장 깊숙한 곳에서 빨간색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반으로 갈린 영염망의 한쪽 몸을 휘감더니 뾰족한 침이 녀석의 머리를 관통했다.

이에 영염망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혈을 전부 잃은 것처럼 메말라갔다.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지켜봤는데 암장의 깊숙한 곳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선홍색 괴물이었다.

전갈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한 녀석의 꼬리 끝에 한광이 발하는 가시가 달렸고 체내에서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이는 태어난 지 사백 년이나 되는 영염망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었다.

목진은 침을 꼴깍 삼켰는데 어느새 손발이 차가워졌다. 그는 암장의 깊숙한 곳에 이렇게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을 줄 몰랐다. 이 구역에 영염망이 없는 것은 다 이 녀석 때문이었다!

한편, 선홍색 괴물은 눈을 굴리며 주위를 훑다가 목진한테 눈길을 멈췄는데 보아하니 그 괴물 역시 살육밖에 모르는 녀석인 듯했다.

하여 목진은 대일불멸신을 거두고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는 아직 녀석의 상대가 안 됐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으면 일전의 영염망과 똑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목진은 비록 사백 년짜리 영염수를 얻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그보다는 목숨이 훨씬 중요했다.

목진은 전력을 다해 위쪽으로 도망치려 했는데 암장의 바위가 엄청난 걸림돌이 되어 결국 방향을 틀다 뒤쪽을 힐끗 보고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신비로운 괴물도 암장의 바위를 피하며 빠르게 목진을 따라왔다.

녀석은 절대 사냥감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

“젠장!”

목진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고, 영염망을 잡으려 했던 그는 오히려 녀석의 사냥감이 되었다.

슉!

목진은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미친 듯이 도주하였고 실력이 엄청난 영염망은 뒤를 바짝 쫓았다.

살기 가득한 암장의 깊숙한 곳에서 사냥감과 사냥꾼이 어느새 뒤바뀌었다.

쿵!

선홍색 암장이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갈라지며 경천의 소리를 울리더니 암자색 화염을 뒤집어쓴 목진이 빠르게 지나갔고, 그 뒤에 방대한 빨간색 괴물이 놀라운 속도로 따라붙었다.

빨간색 괴물은 큰 몸통에도 속도는 그 누구보다 빨랐고, 이에 목진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 들어서자마자 녀석을 마주치다니 운이 나빴다.

지금은 영염망은 커녕 녀석의 손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일단 도망가자!”

목진은 이를 악물고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뒤쪽에서 따라오는 괴물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고 절대 그는 신비로운 괴물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녀석은 여전이 여유작작하게 울부짖으며 그를 따라왔고, 목진 따위를 쓰러뜨리는 것은 엄청 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목진과 신비로운 괴물은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서 추격전을 벌였는데 마주쳤던 수많은 영염망이 녀석의 위압감에 바로 줄행랑쳤다. 목진은 이러한 광경에 심장이 철렁하였다.

그는 어쩌다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엄청난 녀석을 마주치게 된 걸까?

목진은 신세를 한탄하며 도망가기 바빴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급격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소름이 쫙 돋았다.

목진이 힐끗 뒤쪽을 돌아보니 선홍빛이 아른거리는 괴물의 꼬리에서 음산한 빛을 발했다.

이에 목진이 대서미마주를 소환해 휘두르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꼬리와 부딪쳐 무서운 힘이 휘몰아쳤다. 그 힘에 목진은 손이 찢어졌고 입가에는 어느새 피가 아른거렸다. 게다가 난폭하기 그지없는 녀석의 힘에 뒤로 멀리 튕겨 나갔다.

“녀석의 적어도 6급 지존이야.”

목진은 잔뜩 놀랐다. 대충 한 공격이 그를 이정도로 만들다니, 녀석은 대라천역의 9왕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녀석의 힘을 빌려 미친 듯이 도망갔는데 괴물은 여전히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목진의 뒤를 따라왔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목진은 녀석이 자신을 사냥감으로 여기고 농락한다는 것을 깨닫고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녀석은 목진이 기진맥진해질 때를 노려 포획하려는 작정인 듯했다.

그런데 녀석은 아무리 실력이 강해도 지능이 없었고, 목진이 전력을 다해 싸우면 도망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에 목진이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할 때, 앞쪽 선홍빛 암장이 갑자기 반으로 갈리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목진은 흠칫 놀라 그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정체가 새하얀 피부를 여실히 드러낸 여인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위급한 상황에도 여인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자 목진은 호흡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구나 여인은 예쁘장하게 생겼고 입술 옆에 난 미인점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목진은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 갑자기 나타난 미인의 모습에 넋이 나가 뒤에서 괴물이 쫓아오고 있는 것도 잊었다.

그때 여인도 목진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는데 그 뒤에 따라붙은 괴물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얼른 도망가!”

목진이 황급히 외쳤다.

그는 여인의 뒤쪽 암장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머리가 세 개 있는 선홍색 영염망이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따라붙은 것이 느껴졌다.

녀석은 삼두 영염망이었다!

영력 파동으로 보니 목진을 사냥하려는 괴물 못지않았다.

여인도 목진처럼 녀석의 사냥감이 된 것이다.

“젠장.”

목진은 운이 너무 나쁘단 생각이 들었다. 그를 따라붙는 녀석만도 힘든데 그와 실력이 비슷한 삼두 영염망까지 나타나다니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그때 적발 여인이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목진한테 다가가 그를 끌어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잇따라 여인이 손을 휘두르자 암장이 몰려와 자그마한 구멍을 남긴 채 두 사람을 완벽히 감쌌다.

한편, 협소한 공간에 갇힌 목진은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 품속의 여인은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그녀가 오해라도 할까 봐 그런 것이었다.

여인이 순간 방출한 영력 파동으로 보아 그녀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인은 목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듯 위쪽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목표를 놓친 두 녀석도 멈춰서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쳐다봤다.

“어떻게 된 일이지?”

“네 뒤를 쫓던 녀석은 염룡갈(炎龍蠍)로 영염망을 먹이로 사는 대라염지의 패주야. 그리고 삼두 영염망은 영염망의 왕이나 다름없어. 천적이 만났으니 서로를 가만둘 리 없지.”

적발 여인은 목진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우리 운이 좋았어. 녀석들이 마주칠 줄 누가 알았을까? 저들이 싸우다 부상이라도 입으면 다시 나서서 포획하면 되겠어. 난 저들 체내의 영염수를 꼭 갖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네.”

목진은 여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너무 대담했다.

“우리가 저들한테 들킬 일은 없겠지?”

녀석들이 그와 여인을 발견하면 큰일이었다.

“천적이 나타났는데 우리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을까?”

목진은 조금이나마 시름이 놓였는데 여인이 그를 더 꼭 끌어안은 것이 느껴져 흠칫 놀랐다.

“내가 나가 있을까?”

“그럼 넌 바로 녀석들의 먹잇감이 될 거야.”

적발 여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혹시 대라천군 군인이야? 근데 난 왜 널 처음 보는 것 같지?”

“역주께서 나더러 이곳에서 수련하라고 하셨어.”

목진은 사실대로 알렸다. 보아하니 이 여인도 대라천군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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