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475화 (474/1,000)

475화. 수련을 마치다

염룡갈이 전성기였다면 이 정도 공격은 얼마든지 억제할 수 있을 텐데 이미 중상을 입어 미친 듯이 포효하며 암장을 내뱉었다.

화미아는 한껏 놀란 표정으로 이를 쳐다보다가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도 참, 제법 독한걸.”

대라천군의 대 통령인 화미아는 바로 목진의 생각을 읽어냈다. 목진은 정면으로 상대해봐야 아무런 승산이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런 방법으로는 염룡갈을 죽이기는커녕, 녀석을 궁지에 몰 수도 없었다.

이에 방심한 틈을 타 체내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개시하려 한 것이었다. 이는 가장 효과적인 대신 엄청 위험한 방법이었다.

염룡갈의 체내는 용광로처럼 뜨거워 함부로 들어갔다가 몸이 녹아내릴 수도 있었다. 만약 녀석이 중상을 입지 않았다면 아무리 화미아라도 감히 체내에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염룡갈은 중상을 입어 실력이 훨씬 줄어들었고 목진은 이 점을 노리고 체내에서 공격할 생각을 한 것이다.

이는 보기에는 엄청 쉬운 것 같지만 결단력이 필요한 일로 보통 사람은 목진처럼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이렇게까지 완벽한 시기에 공격을 개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목진의 실력이 아니라 소년의 결단력에 놀랐다. 화미아는 그제야 구유가 어린 목진을 구유위의 통령의 자리에 앉힌 것이 이해되었다.

쿵!

그때 눈부신 금광이 녀석의 목을 뚫고 나오자 염룡갈은 암장을 미친 듯이 내뿜으며 드러누웠다.

퍽!

잇따라 염룡갈의 머리가 폭발하자 한 줄기 금광이 나타나 대일불멸신으로 변했다.

그런데 지금의 대일불멸신은 화로에서 막 꺼낸 금속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곧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러다 대일불멸신이 사라지자 늘씬한 소년이 나타나 피를 토했는데 피부는 빨갛게 그을렸고 옷은 거의 불타 사라졌다. 불타 사라진 옷 사이로 백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일불멸신이 있어도 염룡갈의 체내 환경은 위험천만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죽기 전에 염룡갈을 죽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잠시 몸을 추스른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손을 휘둘렀는데 화미아가 얻은 영염수 못지않은 선홍색 빛줄기가 그에게 향했다.

목진은 빛덩이 속 선홍색 암장과도 같은 영롱한 액체가 천천히 흐르는 것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 속에 깃든 순수한 영력은 목진이 제련했던 것보다 훨씬 그윽했다.

이 정도라면 목진은 3급 지존경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참 대단한 친구야.”

그때 화미아가 방긋 웃으며 다가와 목진을 바라봤다.

“죽을 정도는 아니야.”

목진은 시큰둥해 말했지만 화미아가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오늘 막 만났으니 그를 돕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었다.

“어머, 화라도 난 거야?”

화미아는 히쭉 웃으며 발가벗은 목진의 가슴에 손을 얹고 몸을 들이밀며 말했다.

“내가 널 너무 쉽게 생각했어. 구유가 이번엔 쓸만한 녀석을 데려왔네.”

화미아의 화끈한 행동에 목진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피하려 하다가 장난이란 걸 알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그때, 화미아가 목진의 팔을 감쌌고 그녀는 소년의 가슴을 가볍게 어루만지더니 배시시 웃으며 물러났다.

“감히 내 몸을 탐하다니, 적어도 6급 지존은 되고나서 봐!”

화미아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6급 지존이라 이거지, 딱 기다려!”

목진은 이를 악물고 화미아가 떠나간 방향을 쳐다봤다. 그는 언젠가 이 요물을 제대로 혼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것도 실력이 그녀만큼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3급 지존경에 이르는 것부터가 우선이었다!

그러다 만다라한테 용봉천에 참여할 자격을 빼앗기면 정말로 창피한 일이 될 것이다.

화미아와 헤어진 목진은 일전에 수련하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의 대학살로 그 구역의 영염망은 대부분 죽어 수련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었다.

목진은 수련하던 동굴로 들어가 수련 동굴을 따로 하나 개척하고 그 속에 앉아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다.

그는 바로 염룡갈(炎龍蠍)의 영염수를 제련한 것이 아니라 조용히 수련하며 일단 상태를 바로잡기로 했다.

영염수에 깃든 순수한 영력은 상당히 뜨거워 이를 제련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진은 준비가 필요했고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야만 했다.

그는 열흘 동안 끄떡없이 눈을 감고 수련에 집중하다가 열흘째 되는 날, 드디어 눈을 떴는데 두 눈에서 그윽한 영광을 발했고 피부에서도 은은하게 빛이 났다.

이는 체내에 영력이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열흘 동안의 수련을 거쳐 지존해가 가득 찬 것이 느껴졌다. 지존경 강자의 영력은 너무 웅장해 지존해 같은 체내의 공간이라야 이를 전부 받아들일 수 있는데 지존해의 공간도 무궁무진한 것이 아니라 실력을 부단히 끌어올려 확장해야만 했다.

목진이 지존해를 넓히려면 3급 지존경에 이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목진은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더니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그는 힘으로 가득 찬 쾌감에 흠뻑 빠졌다.

잇따라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한 장 정도 되는 선홍색 빛덩이가 나타났다. 암장이 흐르는 영롱한 빛덩이에 깃든 순수하기 그지없는 영력에 동굴마저 희미해졌다.

목진이 다시 손을 휘두르자 청량한 물소리와 함께 홍류가 나타났는데 이는 지존영액 수만 방울로 이루어진 물결이었다. 영염수의 영력은 유난히 난폭해 지존영액처럼 온화하고 순수한 영력이 있어야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진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영력 수련은 천부적인 재능도 중요하지만 자원의 유무도 엄청 중요했다. 지금만 봐도 보통 사람은 지존영액 수만 방울을 절대 쉽게 얻지 못할 것이다.

천재들이 어린 나이에도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은 다들 배경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영염수가 머리 위쪽으로 날아가 선홍색 암장을 쏟아부었다.

목진은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고통에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암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반쪽 몸을 감쌌다.

슉.

이와 동시에, 지존영액도 영롱한 액체로 변해 목진의 다른 반쪽을 감쌌다.

목진은 암장과 영롱한 액체로 몸을 감싼 채 조용히 암석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괴이했다.

정작 목진의 체내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모공을 따라 스며든 암장은 목진의 몸 곳곳으로 퍼졌는데 지나가는 곳마다 피와 살이 불타 없어질 것 같았고, 그 엄청난 고통에 목진 체내의 경맥마저 지끈거렸다.

염룡갈의 영염수는 백 년 넘는 영염망보다 훨씬 강했다!

다행히 만반의 준비를 한 목진은 온화하고 차가운 지존영액으로 암장의 온도를 낮췄다.

보통, 전혀 다른 두 가지 영력이 부딪치면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순수하기로 유명한 지존영액은 흡수하고 제련하는 데 사용하기 적합해 바로 암장 영액에 스며들어 녀석을 잠재웠다.

목진은 바로 대부도결을 소환해 영력을 경맥에 따라 움직이고 제련해 지존해에 불어넣었다.

이에 지존해 위쪽 하늘이 쩍 갈라지더니 암장 폭포가 쏟아져 내려 해수면이 부단히 상승했다.

목진은 그제야 진정한 수련 단계에 진입했다.

* * *

또 한 달이 지나갔다.

대라염지의 위쪽 석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암장처럼 뜨거운 공기를 부단히 흡입해 체내의 경맥을 제련했다.

그때 한 석대에 앉아 있던 화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빙심 등 4대 통령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련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건가?”

화미아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자 영롱한 몸매가 있는 그대로 드러났는데 빙심을 제외하고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고 대라천군 전사들도 바로 눈을 감았다. 대라천군에서 화미아는 상당히 무서운 존재였다.

“아마 3급 지존경에 이르기 위해 노력 중일 거예요. 그런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빙심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다른 한 통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급하군.”

목진은 대라염지에 온 지 석 달도 채 안 됐는데 새로운 경지에 이르려 하다니,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녀석이 염룡갈의 영염수를 얻었으니 이를 제련해 흡수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몰라.”

화미아가 생긋 웃으며 한 말에 빙심 등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이들이라도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염룡갈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데 목진은 도대체 어떻게 이를 해냈단 말인가?

“언니가 잡은 삼두 영염망은 염룡갈과 혈투를 벌이다가 중상을 입어 가능했던 거라고 했죠?”

빙심은 갑자기 화미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목진의 영염수가 바로 그 염룡갈의 것이야.”

화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니, 녀석을 도와줬다가 역주께서 화라도 내시면 어쩌려고 그래요?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수련하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난 목진을 돕지 않았어.”

빙심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 말에 화미아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목진이 스스로 얻은 거야.”

빙심은 그제야 진심으로 놀랐다. 화미아가 거짓을 고할 이유도 없지만 목진이 2급 지존경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중상을 입은 용염망을 죽였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역주께서 목진한테 구구염룡진을 뚫으라고 했어?”

갑자기 한 화미아의 질문에 빙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목진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

화미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구구염룡진은 대라천군 통령의 승급 시험이라 4급 지존이라도 방법을 모르면 절대 뚫을 수 없어. 하여 목진이 3급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구구염룡진을 뚫기란 거의 불가능해.”

“그런데…….”

화미아는 염룡갈을 상대하던 목진의 모습이 떠올라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녀석을 얕보면 절대 안 돼. 그러니까 구구염룡진을 뚫을 수 있을지는 결국 목진한테 달렸어.”

빙심 등은 괴이한 눈빛으로 화미아를 바라봤다. 그들은 대부분 목진이 구구염룡진을 뚫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화미아가 다르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3개월이 되기까지 보름도 안 남았으니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화미아가 미소를 지으며 아래쪽 선홍색 대라염지를 바라봤다.

이렇게 또 열흘이 지나 3개월을 채우기까지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대라천군 전사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대라염지를 바라봤다. 외부인이 감히 이들의 구구염룡진을 뚫으려 하다니 그 결과가 자못 궁금했다.

그런데 아직도 아무런 소식도 없는 것을 보면 몰래 도망치기라도 한 걸까?

대라천군 군인들은 히쭉 웃으며 수군거렸다.

또 사흘이 흘렀다. 거대한 암석 위에 앉아 있던 화미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에 빛줄기 여러 갈래가 날아와 위쪽에 멈춰선 것이 보였다.

가장 앞쪽에 선 소녀는 연약해 보였지만 상당히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이는 바로 만다라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구유뿐만 아니라 3황과 다른 왕들도 따라나서서 대라천군 전사들은 깜짝 놀랐다.

“참 대단한 녀석이야.”

화미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였는데 아래쪽 암장에 갑자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쿵!

암장 한 갈래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그 속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늘씬한 몸매에 훤칠한 외모를 갖춘 목진은 태연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드디어 수련을 무사히 마친 모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