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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76화 (475/1,000)

476화. 구구염룡진

다들 대라염지의 위쪽 하늘에 나타난 목진을 바라보고는 흠칫 놀랐다.

주위에 강력한 영력 파동을 형성한 목진의 그윽한 두 눈에서 영광이 발했고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영력 파동을 방출했다.

지금의 그는 3개월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지존경은 단계마다 엄청난 차이가 있어 보통 사람은 여러 해 동안 열심히 수련해야 비로소 다음 단계에 이를 수 있는데 목진은 무려 3개월 만에 이를 해냈다. 비록 대라염지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똑같은 조건에서 목진과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대라염지가 수련에 큰 도움을 주긴 했으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구유는 목진을 보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여태껏 목진과 함께하면서 소년이 이룬 기적들을 많이 봐와서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만다라 역시 별로 놀란 것 같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뒤따르던 사람들과 함께 대라천군이 수련 중인 석대에 나타났다. 이에 다들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역주님을 뵙습니다.”

화미아도 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만다라는 비록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무도 감히 그녀를 무시하지 못했다. 지지존급 강자가 형성한 위압감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하, 구유, 이번에 제법 괜찮은 녀석을 데려왔더구나.”

화미아가 생긋 웃으며 만다라 뒤에 서 있는 구유를 바라봤다.

“나도 목진이 탐나는데 대라천군에 넘길 수 없을까? 무슨 조건이든 말만 해, 다 들어줄게.”

구유는 오랜만에 본 화미아가 반가웠지만 그녀의 말에 정이 뚝 떨어졌다.

“싫은가 보네? 제법 괜찮던데 아쉽군.”

그때 화미아가 먼저 다가와 말하자 구유는 그녀를 흘겨보기만 했다.

한편, 만다라는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쳐다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3개월이 지났다. 네가 대라천역을 대표해 용봉천에 참가하고 싶으면 구구염룡진을 뚫어야 한다.”

구구염룡진이란 말에 구유마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구구염룡진의 위력을 잘 알고 있어 목진이 걱정되었다.

“구구염룡진은 위력이 막강해 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방법을 모르면 뚫고 나오기 어려운데 그래도 계속할 거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들며 생긋 웃었다.

“그럼요, 역주님.”

대라천역 강자들은 소년의 태연한 모습에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짧은 시간 내에 대라천역에서 이름을 날린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언짢은 듯 혀를 내두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대라천군의 전사가 대부분이었고 빙심 등 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목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구염룡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서야 겨우 통과했고 전부 실력이 목진보다 월등히 강했다.

그런데 이들이 여러 번 실패해서야 겨우 통과한 것을 목진이 한 번에 통과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만다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목진을 바라봤다.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일단 네가 구구염룡진을 통과하면 대라천군의 여섯 번째 통령으로 임명할 것이다.”

이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라천군은 대라천역의 최강 군단으로 역주가 직접 통솔하는 대라천역의 필살기 중 하나였다. 이는 왕들마저도 감히 간섭할 수 없는 존재인데 만다라가 이런 조건을 내세워 다들 놀란 것이다.

왕들은 목진이 부러웠다. 왜 역주께서 소년을 이렇게까지 아끼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일전에는 천현전의 미움을 사면서까지 목진을 보호했고 지금은 그를 대라천군의 통령으로 만들려고까지 하다니…….

화미아 등도 조금 놀랐지만 만다라의 결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목진이 구구염룡진을 통과할 수만 있다면 대라천군의 통령이 될 자격은 충분했다.

구유도 아무 말이 없었다. 목진이 대라천군의 통령이 되어도 계속 구유위를 통솔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목진이 성공했으면 하고 바랐다. 대라천군이 구유위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때 만다라가 손을 가볍게 들자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서 무서운 파동을 내뿜으며 암장 평면이 무서운 속도로 솟아올랐다.

쿠쿵!

암장이 파도를 일으켜 주위의 벽을 힘껏 때리자 그 엄청난 힘에 화산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퍽! 퍽!

이와 동시에, 천 장 정도 되는 암장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허공에서 암장의 하천을 이루더니 점차 암장 해역을 형성했는데 그 속에 선홍색 암장 부적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으으!

그러다 암장 부적이 한데 모이자 난폭한 용음이 들리더니 적광이 휘몰아치며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용 아홉 마리가 나타났다.

몸통이 온통 새빨간 용 아홉 마리가 암장 해역에서 헤엄치며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하자 강자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들 거대한 용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저들은 허상이 아니라 대라염지의 깊숙한 곳에 우연히 상고의 염룡의 정혈이 흘러들어 만들어진 거라 암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대 죽지 않아.”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한껏 진지해졌다. 거대한 암장의 용들이 한꺼번에 덮치면 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감히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목진은 구구염룡진을 대라천군의 통령 선발 시험으로 정한 것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준비를 마쳤으면 들어가. 그런데 일단 들어가면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네가 안에서 죽더라도 말이야. 지금껏 수많은 대라천군이 구구염룡진을 통과하려다 죽었어.”

만다라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어. 포기해도 괜찮아.”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구구염룡진을 쳐다봤다. 그는 그 속에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지만 이대로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이에 소년은 바로 정색하며 한 줄기 빛이 되어 허공에 형성된 암장 대진으로 들어갔다.

목진이 구구염룡진에 가까워지자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을 태워 없앨 것같이 엄청난 고온이었다. 금속도 순식간에 녹아내릴 정도였는데 대진 내부는 더 위험할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을 끌어 올려 한 줄기 빛이 되어 무서운 위압감을 내뿜는 암장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쿵!

엄청난 고온에 암장 파도가 휘몰아쳐 목진을 공격했는데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다.

쿵!

만 장이나 되는 암장 파도의 공격에 적중한 대일불멸신은 점차 눈부신 빛을 발했다.

잇따라 목진은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쪽에 나타나 선홍색 바다를 훑어보더니 거대한 용이 움츠리고 있는 곳을 확인했는데 녀석들이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은 점차 난폭해졌다.

“구구염룡진이라, 네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목진이 화염처럼 뜨거운 공기를 들이켜고 힘껏 발을 구르자 대일불멸신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대서미마주를 쥐고 거대한 용 한 마리를 공격했다.

목진은 일단 지켜보지 않고 곧바로 공격부터 개시했다. 이에 구경꾼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쿵!

웅장한 영력을 실은 대서미마주는 엄청난 살기를 방출하며 내려앉았다.

목진은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녀석을 공격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위험한 구구염룡진의 파동으로 보아 대진에 깃든 힘은 목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났다. 실력을 감췄다가는 오히려 큰코 다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입을 쩍 벌려 적광을 발사했는데 그 위쪽 하늘에 백 장 정도 되는 용린의 방패를 형성했다.

눈부신 빛을 발하는 용린의 방패는 무거워 보였지만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파동을 내뿜으며 허공에 떠 있었다.

탕!

그러다 두 물체가 부딪치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놀라운 영력 파동이 휘몰아쳤다.

목진은 용린의 방패가 튕겨낸 놀라운 힘에 흠칫 놀랐다. 그 힘에 대서미마주마저 멀리 튕겨나갔기 때문이었다.

용 한 마리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아홉 마리가 함께 나선다면, 목진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크으으으!

그때 갑자기 들리는 용음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용 아홉 마리가 방대한 몸을 치켜세운 채 목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퍽!

잇따라 녀석들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몸에서 적광을 발하며 용린이 폭우처럼 목진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용린들은 공간에 은은한 흔적을 남길 정도로 날카로웠는데 목진은 그 엄청난 양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커다란 금광 허상이 주위에 나타났다. 이는 금으로 빚은 것처럼 눈부시고 단단해 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할 것만 같았다.

퍽! 퍽! 퍽!

미친 듯이 쏟아지던 용린들은 커다란 황금 법신에서 한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전부 폭발했다. 그러나 그 여파에도 대라금진을 수련한 대일불멸신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녀석의 지존법신이 상당히 특이하군.”

대라천군 군사들은 깜짝 놀랐다. 다들 목진의 대일불멸신이 보통 지존법신이 아니란 것을 발견한 것이다.

“구구염룡진은 지금부터 진정한 위력을 선보일 거라 이제부터가 관건이야.”

빙심은 팔짱을 낀 채 태연하게 서서 지켜보았다. 목진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구구염룡진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여 그녀는 목진이 쉽게 녀석들의 공격을 막아낸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구구염룡진이 이 정도 위력밖에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파도가 요동치는 암장의 바다에 조용히 서서 황금빛 허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크으으으!

거대한 아홉 마리의 용의 몸에 다시 용린이 자라나더니 동시에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슉!

이에 암장의 바다가 요동치며 거대한 암장의 기둥 아홉 개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속에서 적광은 암장을 뚫고 불타오르는 오래된 부적 아홉 개를 형성하였다.

아홉 개 부적의 위력에 주위의 온도는 순식간에 끓어올라 공간마저 빨갛게 그을렸다. 멀리서 보면 구역 자체가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저건 구룡연천부야.”

빙심 등은 이내 정색했다. 구구염룡진에 여러 번 뛰어든 이들은 그 살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도 구룡연천부 때문에 줄곧 구룡염청진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쿵!

잇따라 화염이 타오르고 적광 아홉 갈래로 변해 하늘을 가르며 목진 주위를 감쌌고 공간이 빠르게 일그러졌다. 엄청난 고온은 목진이 있는 공간을 완전히 불타 앲앨 것만 같았다.

목진도 그 무서운 온도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대라금신을 수련한 대일불멸신마저 빛이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위험해.”

오래된 암장 부적 아홉 개가 방출한 온도는 점차 높아져 조금만 더 버텼다가는 대일불멸신은 녹아 없어질 것이다.

구구염룡진은 역시 쉽게 뚫을 수 있는 영진이 아니었다.

그때 목진이 대일불멸신 머리 위에 서서 입술을 깨물며 손을 내밀자 자염과 무형의 벼락이 번쩍이는 두 갈래 영력이 좌우 양측에 나타났다.

“두 가지 속성을 띤 영력이라…….”

빙심 등은 흠칫 놀랐다. 목진의 두 손에 나타난 영력은 상당히 강한 무언가와 융합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쿵!

그때 암장 부적들은 화염이 깃든 유성 아홉 갈래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한편, 목진은 무서운 온도에 계속해서 어두워지는 대일불멸신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암장 부적의 힘이 너무 강해 동시에 아홉 개를 맞으면 아무리 대일불멸신이라도 큰 타격을 입을 거라 반드시 그 힘을 줄여야 했다.

이에 목진은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올라 두 갈래 기의 회오리를 발사했다. 각각 자염과 유명심마뢰가 깃든 기의 회오리는 암장 부적 두 개에 적중하였다.

목진은 아직 두 갈래의 영력을 완벽히 융합하지 못했지만 그 위력은 일반 3급 지존의 영력보다 훨씬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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