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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80화 (479/1,000)

480화. 출발

며칠 동안, 목진은 만다라멸천광을 연구하느라 구유궁에 숨어 수련에 집중했고, 결국 해당 신술의 오묘함을 완벽히 터득했다. 만다라는 비록 신술의 등급을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아마 대원만급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는 목진이 여태껏 수련한 신술 중 최강으로 구룡구상술도 이 정도 등급은 안 되었다.

그렇다고 수련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만다라멸천광은 목진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려운 신술이었다.

비록 만다라가 수련 방법을 귀띔해주었지만 목진은 수련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 신비로운 종이에 만다라 꽃의 무늬가 있어 신술을 수련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목진은 언젠가 만다라멸천광을 완전히 수련하리라 굳게 믿었고 그 진정한 위력이 자못 기대되었다.

목진은 시간을 내 영진도 함께 수련했다. 그는 비록 대결에서 영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영진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뛰어났기에 영진사의 신분도 포기할 수 없었다. 영진은 강력한 필살기였다.

대종사급 영진사에 속하는 목진 어머니의 엄청난 실력은 만다라 따위가 감히 덤빌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가끔 천지존 정도의 실력을 갖춘 어머니를 뒀다는 사실을 알면 대라천역에서 감히 그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여겼다가 금세 생각을 접었다. 어머니께서는 현재 곤경에 빠진 것도 있지만 목진은 절대 어머니를 앞세워 센 척하는 위선자가 아니었다.

아무리 엄청난 실력자인 부모를 뒀다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강해져야만 한다. 이에 목진은 장경루에서 영진 수련에 관한 경서를 찾았다. 곧 있을 용봉천 대결에서 목숨을 건지려면 뭐라도 더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용봉록에 적힌 괴물급 천재들을 보고 있노라니 목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다라도 목진이 원하는 거라면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목진의 장경루 출입을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수련하게끔 해주었다. 왕들은 어린 목진에게 괜히 질투가 났다.

보물로 가득 찬 장경루는 큰 공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왕이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신성한 곳인데 목진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으니 다들 부러워 질투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뭐라 하지 못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목진과 만다라의 관계가 범상치 않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고 이제 그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역주께서 화라도 내시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목진은 만다라가 마련해준 자원의 도움을 받아 수련에 집중했다.

어느덧 닷새가 지나 대라천 사람들은 전부 구유궁에 모였고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용봉천은 북계 서북쪽에 있는 용봉산맥에서 열리니까 준비를 마쳤으면 얼른 떠나. 우린 따라나서지 않을 거야.”

“나 혼자 가란 말이야?”

만다라가 손을 저으며 말했고 목진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 그는 북계에 온 지 꽤 됐지만 혼자 대라천역을 떠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함께 나설 거라고 여겼고, 정예 세력의 기세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리할 줄 알았다.

“어린애도 아닌데 데려다주기까지 해야 해?”

만다라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혼자 용봉산맥에 갈 능력조차 없으면 당장 때려치워, 우리 대라천역의 체면을 깎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이에 목진은 이를 갈며 만다라를 쳐다봤다. 목진이 만다라를 이길 수만 있었다면 절대 이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주님께서 농담하신 거야. 용봉천은 참가자만 들어갈 수 있어.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절대 발을 들일 수 없어서 다들 혼자 가는걸.”

그때 옆에 서 있던 구유가 히쭉 웃으며 대신 해명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내야 해.”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절대 혼자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건 가지고 가.”

만다라가 갑자기 한 줄기 빛을 쐈는데 목진이 잡고 보니 기이한 파동을 풍기는 고옥 하나가 나타났다.

“사지에 몰리면 이걸 부숴.”

만다라가 무덤덤하게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구유의 말대로라면 아무리 만다라처럼 실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참가자가 아니면 용봉천에 발을 들일 수 없고 아무리 험난한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더구나 목진이 만다라가 준 고옥을 부수면 그녀는 그 파동의 힘을 빌려 공간을 가르고 달려오긴 하겠지만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그 마음에 감동했고 고옥을 꼭 쥔 채 만다라를 쳐다보고는 조용히 개자탁에 넣었다. 그는 만다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용봉천에서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허, 목진아! 우린 용봉산맥에 가지는 않지만 그곳의 형세를 살필 거고, 대라천역 사람들은 모두 네가 무사히 용봉천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릴 거란다.”

천취황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대라천역의 명성은 너한테 달렸구나!”

그 말에 목진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천취황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떠나려 했다.

“네가 무사히 돌아만 온다면 너를 대라천역의 열 번째 왕으로 책봉하겠다.”

“하하, 그 말 부디 기억해. 난 반드시 돌아와 대라천역의 왕이 될 거야!”

만다라의 갑작스러운 말에 목진은 호탕하게 웃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용봉천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멀어져가는 목진을 바라보며 이내 혀를 내둘렀다.

“역주님, 이번 용봉천 대결은 근래 들어 가장 치열할 거라고 하더군요. 정예 세력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젊은이들을 전부 내세웠다고 들었어요.”

영동황은 목진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만다라한테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대라천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용봉천 대결에서 열세에 처해 체면이 바닥을 쳤는지라 목진이 아무리 범상치 않아도…….”

이에 사람들은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대라천역에서 파견한 젊은 천재가 용봉천에 참석했는데 대결을 시작하자마자 유명궁 사람의 손에 죽었다. 이에 대라천역은 웃음거리가 됐고 그 후로 더는 용봉천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목진을 다시 참가시켰다. 목진이 대라천역에 발을 들여서부터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그의 실력을 뛰어넘는 천재들을 이기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목진이 만약 그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대라천역은 더는 용봉천에 사람을 보낼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여태껏 비겁하게 숨어지냈으면 이제 나설 때도 되지 않았을까?”

만다라는 미소를 짓더니 영동황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희가 목진을 믿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 그런데 상관없어, 내가 목진을 믿으니까. 결과가 나오면 다들 깜짝 놀랄 거야.”

만다라의 말에 영동황은 더는 뭐라 할 수 없어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부러 목진을 깎아내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용봉록에 기재된 천재들과 비교하면 목진은 확실히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역주께서 목진을 이렇게까지 믿는다고 하시니 사람들도 그 뜻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목진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랐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북쪽을 쳐다봤다. 지금부터 그곳은 북계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장소가 될 것이다.

수많은 천재가 그곳에서 힘을 겨룰 것이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름을 날리겠지만 누군가는 영원히 그곳에서 잠들 것이다.

용봉천 대결이 끝나면 용봉록은 분명 바뀔 것이다.

용봉산맥은 북계에서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지역으로 용봉천 덕분에 명성을 떨쳤다.

원고 시기, 용과 봉황이 이곳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여 주위 수천만 장이 순간 초토화되었고 하늘마저 부서졌다고 전해졌다.

그들은 강대한 용족과 봉황족의 최강자로 천지존 정도의 엄청난 실력을 갖췄는데 그날의 전쟁으로 모두 이곳에서 별세해 용봉천을 이뤘다고 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용봉천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선혈로 가득 차 특별해졌고, 외부에서 구하기 힘든 천재지보마저 그곳에서는 흔하디흔한 물건이라고 한다.

심지어 용봉천에서 용과 봉황의 정혈을 얻어 제련하면 진룡체(真龍體)와 진봉체(真鳳體)까지 수련할 수 있고 그 수련에 성공하면 용족이나 봉황족 부럽지 않은 육신을 얻게 될 것이라 했다.

또한, 용과 봉황의 정혈은 강대한 생명력까지 부여해준다. 신수는 인간이 감히 비길 수 없는 엄청난 생명력을 갖고 있기에 인간보다 월등한데 인간이 그 생명력을 얻는다면 수련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밖에 용봉천에 별세한 용과 봉황이 남긴 계승이 있는데 누군가 이를 찾아낸다면 실력이 크게 늘 것이라 했다. 다만, 여태껏 용봉천을 열어 용과 봉황이 남긴 계승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저 소문으로만 떠돌 뿐이었다.

그런데도 용봉천이 열리기만 하면 북계의 젊은이들과 정예 세력들은 그 속의 보물을 탐내 끊임없이 사람들을 보내곤 한다.

이렇게 용봉천은 북계 젊은이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고 용봉록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용봉천에 들어가는 것이 북계의 엄청난 대사인 것만은 확실했다.

* * *

대라천역을 벗어난 목진은 전력을 다해 용봉산맥으로 향했는데 북계의 북쪽은 대라천역과 거리가 상당히 멀어 강대 세력의 땅을 지나야만 했다.

그러나 목진은 이틀 동안 달려 순조롭게 북계 북쪽에 발을 들였고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그와 같은 곳을 향하는 영력 파동을 느꼈다.

다들 젊고 실력이 상당했는데 목진은 서청, 주악 등과 실력이 비슷해 보이는 녀석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인적이 드문 산속을 누비며 전진했다.

이리되면 영수들을 마주쳐 전진 속도가 느려지긴 하겠지만 마주치는 사람이 없어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만다라멸천광을 수련할 수도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 * *

어느새 어둠이 깃든 깊은 산속에 영수의 포효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고 그사이 어딘가에 늘씬한 소년이 모닥불을 핀 채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수중에는 어두운 보랏빛을 비추는 만다라 꽃이 조용히 떠 있었다.

보랏빛에 오래된 문자가 나타나더니 손바닥을 거쳐 소년의 체내에 스며들며 오묘한 무늬를 그렸다.

소년은 바로 홀로 용봉천으로 향하는 목진이었다. 그는 이틀 동안, 깊은 산속을 거닐며 수련했고 그 결과, 수련에 어느 정도 수확을 얻었다.

그 상태로 한 시진 정도 지나자 다시 눈을 뜬 목진은 잠시 수중의 보라색 꽃을 보고는 바로 거뒀다.

“역시 오묘해. 내가 신비로운 종이에 깃든 만다라 꽃의 무늬를 알아냈다고 해도 아직 만다라멸천광 수련에 성공하려면 멀었어.”

목진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대원만급 신술인 만다라멸천광의 수련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어려웠다.

이에 그는 가볍게 숨을 내뱉더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수련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상한 파동이 감지되어 불을 끄고 신속하게 숲을 가르며 달렸다.

잠시 후, 목진은 무성한 나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앞쪽을 바라봤는데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숲의 외부는 맑고 청량한 호수로 달빛이 드리워 아주 아름다웠는데 목진이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에 여인이 발가벗고 장발을 드리운 채 몸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반쪽 얼굴밖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미모는 그조차도 놀라울 정도였다.

얇은 눈썹,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기다란 속눈썹 아래에 난 맑고 투명한 눈망울과 백설처럼 하얀 피부에서 은은한 빛이 맴도는 것만 같았다.

또한, 우아하게 뻗은 목과 정교한 쇄골 그리고 물에는 잠겼지만 은은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몸매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 여인은 목진이 지금껏 만났던 여인 중 세 손가락에 들 만큼 아름다웠다. 아무리 북계에 이름을 날린 요문의 홍어라도 쉽게 이를 뛰어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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