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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85화 (484/1,000)

485화. 하얀색 도포를 입은 사내

“저들은 용봉지의 위치를 어떻게 알아낸 거야?”

갑작스러운 채소의 질문에 목진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

“용봉각 사람들은 용봉천에서 얻은 수련법으로 수련해서 공간을 뚫고 초보적인 탐색을 할 수 있다고 들었어.”

“그럼 용봉지의 개수가 다섯 개를 넘을 수도 있다는 말이네? 그리고 내 예상이 옳다면 용봉지 사이에도 위력의 강약 차이가 존재하겠지?”

목진은 멍하니 채소의 말을 듣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 용봉천 내부는 정말 위험천만해. 그리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을 얻어 실력이 막강해진 신수가 수도 없이 많다고 들었어. 그들은 비록 똑똑하지 않지만 실력이 엄청나서 함부로 덤볐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래서 다들 감히 다른 곳을 탐색하러 가지 않는 거야.”

이에 채소는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나한테 위력이 강한 용봉지를 찾아낼 방법이 있는데 해볼래?”

채소의 말에 목진은 순간 움찔했다. 아무리 그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물었다.

“네가 무슨 수로…….”

용봉지가 그렇게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곳이었다면 매번 용봉천이 열릴 때마다 다들 용봉지 때문에 목숨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들도 용봉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데 나라고 못 할 건 뭐야?”

목진은 채소의 의미심장한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소녀의 실력을 잘 알고 있어 그녀가 말한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용봉지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엄청 위험하지 않을까?”

목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보통 사람이 누릴 수 없는 걸 얻으려면 그만큼 대가도 더 치러야지.”

채소는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도 날로 먹을 줄밖에 모르는 멍청이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난 쓸데없는 곳에 정력을 쏟아붓고 싶지 않을 뿐이야.”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 제안이 솔깃하긴 해. 그러니까 함께 해보자.”

짝.

이에 채소는 손을 마주치며 생긋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하자. 그런데 일단 지도에 나타난 용봉지 중 하나를 찾아야 하니까 용봉천에 들어가자마자 용봉지 한 군데를 차지해야 해.”

“그럼 결국 다섯 군데 중 한 곳을 뺏어야 하는 거잖아? 그럼 다른 용봉지를 왜 찾아야만 할까?”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바보야, 용봉지의 위력에는 강약이 있어 그 힘을 빌려 수련한 위룡체와 위봉체도 필경 위력상 강약이 있을 거야. 그러니 용봉지의 세례를 한 번이라도 더 받으면 앞으로 용봉천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거야.”

목진은 채소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일단 용봉지를 뺏으려면 혈투는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용봉천에는 용봉지가 다섯 개밖에 열리지 않았으니 전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용봉각 내부는 점차 떠들썩해졌다. 다들 용봉지가 다섯 개밖에 열리지 않았단 사실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모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예상대로라면 용봉천은 내일 완전히 열릴 것이니 그때 들어가는 것이 최적의 시기란다. 그런데 용봉천 내부는 위험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거라. 그곳에서 생활하는 신수들은 지능이 낮긴 하지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을 머금어 실력이 상당히 강하니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말을 마친 모규는 떠들썩한 현장을 뒤로한 채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더는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으니 우리도 이만 가자. 내일 용봉천이 열리기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고, 채소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용봉각에서 빠져나왔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사람들은 저절로 눈길이 머물렀는데 특히 소비월과 홍어는 대라천역에서 온 목진이 자못 궁금해졌다. 3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소년의 진정한 실력은 이를 훨씬 뛰어넘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번 용봉천에 변수가 생길 거라고 예상했다.

그 밖에 유염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하루만 더 살려줄게. 내일, 용봉천에 들어가면 죽는 것보다 못한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려주마.”

그때 위층에 있던 한 그림자가 파르르 떨더니 바로 사라진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 *

목진과 채소는 용봉각에서 나와 용봉고성의 서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적당한 곳을 찾아 하룻밤 쉬려고 했는데 북적이는 거리를 넘어 인적이 드문 곳에 들어서자 채소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언제까지 우리를 따라다닐 거야?”

이에 목진이 바로 뇌신체를 소환하고 대서미마주를 꺼내 사정없이 뒤쪽 허공을 후려쳤다.

이에 그 속에서 길쭉한 손이 나타나 대서미마주를 가볍게 때리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문이 일었다.

위잉.

그 파문에 대지가 갈라졌고 대서미마주는 뒤로 튕겨 나갔으며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물러났다. 또한, 그가 밟고 있던 석판이 바로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목진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허공을 노려봤는데 그곳의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흰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흑장발에 매서운 눈매를 가진 훤칠한 청년으로 주위에서 신비로운 파동이 느껴졌다.

“허허, 내 허공은둔술(虛空隱遁術)을 꿰뚫어 봤다니, 제법이군. 북계에 언제 그대처럼 대단한 인물이 나타났단 말인가?”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채소를 쳐다봤다.

그런데 채소는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훤칠하게 생긴 상대방을 대수롭지 않게 보더니 답했다.

“허공은둔술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당신은 누구야? 왜 우리 뒤를 밟은 거지?”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미안하네.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데 마침 동참할 의향이 있어서 따라온 것뿐이네.”

사내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와 채소는 분명 영력으로 보호막을 형성한 채 대화를 나눴는데 녀석이 우연히 대화를 들었다니. 그의 실력은 분명 엄청날 것이다.

“의향이 있으면 혼자 알아봐. 우린 두 사람이면 충분해.”

채소가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너무 적극적인 사람은 별로라 생각했다.

반면, 채소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사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내 도움이 있으면 성공할 확률이 더 커질 거야. 또 내가 있는 한 우리를 감히 건드릴 사람은 없을 거고.”

“원하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우리랑 안 맞아.”

채소는 손을 가볍게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떠나. 네가 우리 대화를 훔쳐 들은 것과 미행한 것은 없었던 일로 할게.”

“정녕 내 호의를 거절하겠단 말이야?”

사내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적보다는 친구가 되는 편이 낫지 않겠어?”

“감히 날 위협해?”

채소는 말을 마치고 씨익 웃었는데 보통 남자라면 그 요염한 자태에 못 이겨 심장이 멎었을 것이다.

이에 사내는 묵묵히 채소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슉!

이와 동시에, 채소는 순간 수백 장 밖 어딘가에 나타나 가녀린 손가락으로 허공 한 군데를 내리찍었다.

위잉!

그곳 공간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채소의 손가락은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강대한 영력 돌풍은 일으켜 거리에 놓인 석판을 산산이 부쉈다.

채소는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공간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녀석, 제법이군. 내 몸에 봉인이 많지만 않았어도 녀석을 공간에 가둬두는 건데. 그럼 제아무리 도망가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거야.”

사내와의 대결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때 잠시 사색에 잠겼던 목진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내 예상대로라면 저 녀석은 용봉록 1위인 신각의 방의일 거야.”

“어머, 그럼 넌 용봉록 5위권 사람들과 전부 원한을 맺었네?”

채소가 피식 웃으며 한 질문에 목진은 이를 갈며 답했다.

“방의는 너와 원한을 맺은 거야!”

“녀석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아. 난 그런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아.”

채소는 사내가 용봉록 1위라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익 저으며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

목진도 사내와 동행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면 조금 번거로워지겠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에 채소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난 네가 조금이나마 아쉬워할 줄 알았어. 방의와 함께하면 아무리 유염이라도 감히 너를 건드릴 수 없을 거야.”

“난 전혀 두렵지 않으니까 어디 한번 덤벼 보라고 해. 그리고 난 누군가를 이용하기 위해 친구를 사귀지 않아.”

목진은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채소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리고 내 옆엔 네가 있잖아, 방의가 아무리 대단해 봐야 너보다야 더할까?”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채소가 목진을 흘겨보더니 뒤돌아서 떠나자 소년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떠난 뒤, 먼 곳에 있는 지붕 위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하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그가 고개를 숙여보니 손에 핏기가 맺혔다.

이에 사내는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다시 옷깃을 휘날려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소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번 용봉천 대결은 훨씬 흥미로워지겠군.”

* * *

이튿날, 태양이 떠올라 오래된 용봉산맥의 대지에 드리우자 천지의 영력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산맥 외부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리더니 사람들이 벌레떼처럼 하늘을 가르며 미친 듯이 용봉고성으로 몰려들었다.

용봉천이 오늘 열린단 소식이 하룻밤 사이에 퍼진 모양이었다.

목진과 채소는 높은 건물 정상에 서서 우르르 몰려드는 인산인해를 보고는 이내 감탄했다. 아마 북계에서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젊은이라면 전부 이곳에 모였을 정도로 그 수가 상당했다.

그때 저 멀리 산맥의 위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창망한 기를 방출했다.

그곳은 바로 용봉천이 열리는 곳이었다.

잠시 후,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 그들의 영력 파동에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위잉.

갑자기 천지의 영력이 난폭해지더니 오래된 산맥 위쪽에 모여 영력 파도를 이뤘고 그곳 공간 역시 점차 일그러졌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그러다 공간이 한껏 일그러지자 거대한 빛줄기가 나타나 공간을 찢었고 그 사이에서 용음과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진은 천지의 위엄마저 뛰어넘는 용음을 처음 듣는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용봉천이 열렸어!”

누군가 화색이 되어 외쳤고 순간 분위기가 확 끓어올랐다.

슉! 슉!

사람들은 혈안이 되어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용봉천으로 향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들 벌레떼처럼 찢어진 공간으로 몰려들었다.

목진은 눈앞의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소한테 고개를 돌렸다.

“우리도 이만 떠나자.”

이에 채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진과 함께 출발해 오래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채소가 손을 잡자 차가운 촉감에 목진이 흠칫 놀랐는데 주위의 공간에 파동이 일고 공간이 일그러지자 바로 그쪽에 정신이 팔렸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금세 사라졌고 흐릿했던 주변은 다시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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