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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87화 (486/1,000)

487화. 등반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수천 갈래의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백골산으로 향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우!

백골산 주위를 맴돌던 괴물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울부짖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렇게 두 무리는 서로에게 향하더니 사정없이 부딪쳤다. 그 순간, 난폭한 영력 파동이 주위에 사정없이 퍼져나갔다.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기의 회오리를 쏘자 녀석들은 그 수가 많아도 더는 버티기 힘들었는지 드디어 죽기 시작했다.

이 구역은 어느새 도살장이 되어 짙은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

괴물들은 수는 엄청났지만 지능이 너무 낮아 강자들이 협력하자 어느덧 열세에 처해 조금씩 물러났다.

퍽!

그때 목진이 대서미마주를 휘둘러 자신에게 향하는 괴물 몇 마리를 물리치고는 녀석들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백골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수많은 강자의 협공에 괴물들의 보호막에도 균열이 일었다.

이에 목진은 옆을 확인했는데 채소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만, 상상 이상으로 강한 소녀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그녀가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목진은 아수라장이 된 주위를 살피더니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수백 장 밖에 나타나 괴물들을 뚫고 백골산으로 향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도 갑자기 강력한 영력 파동이 나타났다. 강자 십수 명이 괴물들을 뚫고 전진한 것이다.

그들은 실력이 상당히 강했는데 전부 목진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채소의 말이 정확했다.

그런데 목진은 아직 그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괴물들을 뚫고 나서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신속하게 정상으로 향했다.

목진은 한껏 긴장한 채 체내의 영력을 움직이며 전진했다. 용봉천에 이르는 길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쿵!

그때 앞쪽 대지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더니 커다란 발이 나타나 목진을 공격했다.

목진은 웅장한 영력이 깃든 대서미마주를 휘둘러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쿵!

난폭한 영력 돌풍이 휘몰아치더니 대지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목진도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그러다 몸을 추스른 목진이 인상을 쓰며 앞쪽을 바라봤는데 선홍빛 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쳤고, 그 속에서 방대한 괴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백골산 주위를 맴돌던 괴물은 온몸이 선홍빛으로 물들었고 이전에 만났던 어떤 것보다 포악해 보였다. 게다가 온몸에 난 비늘은 햇빛 아래에서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그것은 진정한 용의 혈맥을 지닌 마원이었다.

목진은 녀석의 체내에서 내뿜는 난폭한 영력 파동에 흠칫 놀랐다. 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녀석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목진이 일전에 느꼈던 지극히 위험한 파동은 바로 마원의 것이었다.

크으으으!

마원은 시뻘건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침을 뚝뚝 떨구더니 포효했다. 곧바로 기다란 팔을 휘두르자 거대한 백골 곤장이 나타났다.

잇따라 녀석은 빠르게 공격을 개시했고 거대한 백골 곤장은 미친 듯이 목진에게 향했는데 그것이 지난 곳의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이에 목진의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지존해가 나타났고 그는 그 속의 웅장한 영력을 대서미마주에 실은 채 휘둘렀다.

퍽! 퍽! 퍽!

곤장과 마주가 부딪쳐 형성한 영력 돌풍은 순식간에 주위를 휩쓸었다.

이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도 엄청난 움직임과 함께 영력 파동이 솟구쳤다. 보아하니 백골산에 뛰어든 다른 강자들도 강력한 상대를 만난 것 같았다.

쿵!

목진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충격파에 뒤로 물러나며 그와 함께 물러난 마원을 노려봤다.

지능이 낮아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의 공격에 목진은 조금 놀랐다. 만약 평범한 3급 지존이었으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래도 골치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목진은 지능이 없는 괴물한테 정력을 쏟아붓고 싶지 않았다.

탕!

대서미마주는 다시 거대한 백골 곤장과 부딪쳤다. 목진은 허공에 날아올라 포효하며 날아오는 마원을 보더니 눈동자가 빠르게 생기를 잃었다.

쿵! 쿵!

마원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뇌음이 울려 퍼지자 녀석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체내의 무질서해진 난폭한 영력을 잠재우려 애썼다.

유명심마뢰는 지능이 거의 없고 힘만 유달리 센 괴물한테는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마원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녀석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미친 듯이 가슴팍을 때리더니 북소리 같은 음파가 체내에 스며들어 뇌음을 억제하였다.

슉!

어느새 마원의 위쪽에 다가간 목진이 뇌광을 감싼 손으로 영력 장창을 만들어 눈을 공격하자 녀석의 한쪽 눈과 함께 반쪽 얼굴이 폭발해 피가 사방으로 튀였다.

크으으으!

엄청난 고통에 마원은 잔뜩 화가 난 채 포효했는데 대서미마주가 바로 그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목진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공간마저 찢어져 녀석의 머리가 아무리 튼튼해도 절대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마원의 머리는 수박 깨지듯 산산이 부서졌다.

쿵!

잇따라 마원의 방대한 몸이 추락해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였다.

목진은 대서미마주를 쥔 채 천천히 내려앉았는데 손에서 녀석의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는 생기를 잃은 마원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명심마뢰만 아니었다면 마원을 쓰러뜨리는 일은 이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방향에서도 놀라운 영력 파동이 전해졌는데 다들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에 목진은 마원의 시체를 잡고 용봉지를 향해 내달렸다.

백골산의 괴물들은 다른 사람을 상대하러 가서 그런지 목진의 앞길을 막는 자는 더는 없었다.

하여 그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구름을 뚫고 백골산 정상에 올랐는데 눈앞의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산 정상에는 백골이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중심에는 유난히 큰 뼈 두 덩이가 있었다. 천만 근 정도 될 것 같은 두 덩이의 뼈는 한 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한테서 상당히 무서운 위압감이 느껴졌고 이로 인해 주위의 공기마저 흐름이 느려졌다.

두 덩이의 오래된 뼈가 한데 모여 백 장 정도의 못을 이뤘는데 그 속에 새겨진 오래된 빛의 무늬는 강대한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부단히 번쩍였고 그 속에서 아주 특이한 힘이 느껴졌다.

그곳이 바로 용봉천에 들어온 강자들이 들어가려는 용봉지였다!

목진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용봉지를 바라보며 다가가려 했는데 다른 세 방향에서 갑자기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중 두 사람은 목진의 좌, 우 양측에서 올라왔는데 일부러 그를 겨냥한 것이었다.

목진은 그중 한 갈래의 파동을 읽고는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슉!

낯설지 않은 영력 파동의 주인공은 바로 유염이었다. 하얀색 도포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내더니 무덤덤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수중의 방대한 영수 시체를 내던졌다.

“넌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지?”

유염은 손을 훌훌 털며 말했는데 고양이가 쥐를 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공에 뜬 유염 아래쪽에는 그가 내던진 거대한 괴물의 시체가 널브러져 피를 흘리며 피비린내를 풍겼다. 그리고 하찮은 벌레 보듯 목진을 쳐다보기만 했다.

목진도 유염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유염을 벌써 마주칠 줄은 몰랐다. 과연 이런 우연이 있을까?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네.”

유염은 목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용봉각에서 나와 힘을 겨룰 때, 그대 몸에 특수한 영인을 남겼네. 그래서 자네의 대체적인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이지.”

목진은 흠칫하더니 이내 정색하고 온몸을 보라색 화염으로 뒤덮었는데 머리 쪽에서 아주 이상한 파동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칙.

목진은 불사화로 이상한 파동을 완전히 제거한 뒤,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목진은 자신이 유염의 수에 넘어갔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녀석은 역시 수단이 남달랐다.

하지만 이미 우환을 해결했으니 다행이었다. 이제 그와 채소가 다른 용봉지를 찾아갔을 때, 녀석이 따라붙기라도 했다면 그들의 계획이 틀어질 뻔했다.

“아주 자신만만해 보이는군.”

“난 자네가 호락호락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네. 하여 자네를 이곳에 영원히 남겨두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까지 청했지 뭔가?”

유염은 씨익 웃더니 손뼉을 가볍게 쳤다.

쿵!

이에 갑자기 한 갈래 영력 빛줄기가 정상에 오르더니 그 속에서 선홍색 장발을 하고 새빨간 뱀의 눈동자를 가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그윽한 피비린내가 주위에 퍼졌다.

목진은 적발 사내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끼고 흠칫하였다. 그 역시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흠……. 유염, 3급 지존경밖에 안 되는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내 도움을 청하다니,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졌지?”

적발의 사내는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괴이하게 웃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마저 최선을 다하는 법이지. 난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길 바랄 뿐이야.”

유염은 목진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이 사람은 사신전의 적혈(赤血)로 용봉록 9위라네. 용봉록 10위권에 든 두 사람이 자네를 죽이러 왔으니 영광으로 알게.”

“사신전의 적혈이라…….”

목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적발의 사내를 노려봤다. 그는 도성을 수백 군데나 도살해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것이었다.

목진은 조금 놀랐다. 4급 지존인 유염이 3급 지존인 자신을 상대하면서 적혈의 도움까지 청하다니 그는 남동생 유명보다 훨씬 똑똑했다.

“영광이군.”

목진은 좌우 양측에 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히쭉 웃었다. 그는 유염이 예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아직 그대한테 닥칠 시련을 내다보지 못했나 보군.”

유염은 목진의 태도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는데 말을 마치기 바쁘게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던진 마원의 시체 위에 어느새 한 소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요물급 외모에 장발을 드리운 소녀는 조용히 마원의 시체 위에 턱을 괴고 조용히 앉아 느긋하게 그와 적혈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염과 적혈은 순간 흠칫 놀랐다. 그들은 소녀가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몰랐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안, 나도 혼자 온 건 아니네.”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유염을 노려봤다.

이에 유염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다가 채소한테 눈길을 돌렸다. 용봉각에 있을 때, 그는 소녀를 상대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위험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매사에 신중하게 행동해 백전백승을 이룬 유염은 최악의 경우까지 미리 대비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소녀한테서 느낀 감정이 절대 착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목진을 상대하기 위해 똑같은 4급 지존인 적혈을 부른 것처럼 그는 모든 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예상 밖이었다.

“이건 우리와 목진 사이의 일이니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네. 그럼 천현전에서는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네.”

유염의 말에 채소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물었다.

“천현전이 그렇게 대단한가?”

유염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할 예정이야?”

채소는 유염을 무시한 채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봤다.

“뱀 한 마리만 잡아주면 안 될까?”

목진은 적혈이 서 있는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의 실력으로 용봉록 10위권에 든 적혈과 유염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그는 자기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절대 자만하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3급 지존경밖에 안 되는 자신의 실력에 비해 유염과 적혈은 4급 지존 정상에 이른 실력자였다!

“내가 두 사람을 다 쓰러 눕힐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채소가 고개를 젖히며 물었다.

“이렇게 예쁜 여인 뒤에 숨는 건 누구나 원하는 일일 거야. 하지만 반드시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어.”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채소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

“제법이구나. 그럼 저놈은 나한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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