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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88화 (487/1,000)

488화. 유염과의 대결

채소는 목진의 말에 깃든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그녀나 다른 외부의 조건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아니라 목진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3급 지존경밖에 안 되는 이가 4급 지존마저 두려워하는 유염을 상대하는데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센 척하기는.”

목진의 말에 유염은 피식 웃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는 신비로운 채소가 조금 두려웠지만 목진 따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채소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멍청한 녀석이 스스로 자신을 상대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한편, 적혈은 시뻘건 눈으로 채소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본체가 적혈신망인 그는 신수라 같은 등급의 강자보다 강했는데 가녀린 소녀를 상대하려니 왠지 소름이 쫙 돋았다.

적혈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어린 것이 욕심도 참 많아. 그러다 내 손에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적혈은 채소의 몸매를 힐끗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적혈신망은 여인을 밝히기로 유명한 신수로 채소처럼 절세의 미모에 몸매까지 훌륭한 여인을 보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채소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소녀를 낚아챘을 것이다.

이에 채소가 무덤덤하게 미소를 짓자 적혈은 그녀가 더 욕심나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녀석 체내의 혈맥은 비록 진정한 용의 정혈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채아의 먹이로는 괜찮을 것 같네.”

채소는 목진을 바라보며 생긋 웃더니 적혈의 앞쪽에 나타나 길쭉한 손가락을 내리찍었다.

잇따라 그곳 공간이 파르르 떨렸는데 적혈은 움찔하더니 잔영만 남긴 채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풉.

그런데 제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채소보다는 못했다. 그때 공간에 파동이 일더니 잔영이 부서지며 적혈이 어깨를 부여잡으며 뒤로 튕겨 나갔고 채소의 공격에 적혈의 어깨에 구멍이 났다. 그가 한 모든 방어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또한, 그가 아무리 영력을 끌어올려 피를 멈추려고 해도 상처가 난 곳에 부착된 괴이한 힘이 그의 영력을 부단히 집어삼켰다.

“이럴 수가!”

적혈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제대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이렇게 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는 그제야 채소가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지 알아챘다.

그때 목진도 유염의 앞쪽에 다가가 씨익 웃으며 수중의 대서미마주로 상대방을 가리켰다.

“유염 소전주, 이제 당신 차례네.”

유염은 백골산 상공에 뒷짐을 쥔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앞쪽에 서 있는 소년을 노려보고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참으로 어리석은 녀석이군.”

그는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제 후회해봐야 늦었어. 난 너를 지옥으로 보낼 생각이거든.”

말을 마친 유염이 앞으로 나서자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폭발해 하늘을 뒤덮었는데 멀리서 보면 꼭 하늘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유염의 실력은 일반 4급 지존을 훨씬 뛰어넘어 4급 지존 정상에 이른 거나 마찬가지라 대비천의 진비와는 전혀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는 보통 3급 지존은 벌레 죽이듯 죽일 수 있었기에 그리 자신만만했던 것이다.

한편, 목진은 상대방의 웅장한 선홍색 영력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유염을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몇 개월 전, 유염과 마주쳤던 그는 그 당시의 실력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다는 걸 알아 일단 물러났지만 석 달 동안 열심히 수련했기에 더는 참을 필요가 없었다. 비록 아직 3급 지존이긴 하지만 그를 이기기는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목진이 살기 가득한 얼굴로 유염을 노려보며 자신을 끌어안자 오른쪽에 있던 대서미마주가 사정없이 유염을 공격했다.

이에 유염이 주먹을 꽉 쥐자 선홍색 장창이 수중에 나타났는데 그 표면에 화염이 요동쳤다.

탕!

유염이 장창을 휘두르자 대서미마주는 바로 움직임을 멈췄고 장창은 조금 일그러졌을 뿐이었다.

유염은 곧바로 그의 진정한 실력을 뽐냈다.

위잉!

잇따라 선홍색 장창이 파르르 떨자 무서운 힘이 폭발해 대서미마주를 물리치더니 유염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진을 공격했다.

쿵!

이와 동시에, 선홍색 암장이 난폭하고 뜨거운 영력을 실은 채 하늘을 가르며 기세등등하게 목진에게 향하자 주위의 온도는 순간 상승하였다.

목진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진 채 엄청난 기세로 몰려오는 뜨거운 암장을 바라보더니 뒤쪽 공간에 지존해를 형성해 그 속의 영력을 마주에 주입한 뒤, 힘껏 휘둘렀다.

마주와 암장 홍류가 허공에서 부딪치자 암장이 쏟아져 내렸는데 닿는 곳마다 바로 일그러졌다.

목진은 대서미마주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선홍빛을 띤 대서미마주는 상대방의 공격에 뜨거워졌지만 녹아내리지 않고 엄청난 살기로 그것을 무산시켰다.

목진은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얼얼한 느낌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용봉록 4위인 유염과 직접 싸워보고 나서야 그가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알게 되었다.

정면충돌은 유염이 우세였다.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정말 실망이네.”

유염이 피식 웃으며 허공에 서서 결인하자 뒤쪽의 선홍빛 영력이 화해처럼 휘몰아쳐 거대한 화염 장인을 이뤘다.

“염마장(炎魔掌)!”

손바닥에 검은빛 무늬가 가득 새겨진 화염 장인은 엄청난 파괴력을 발산하며 목진에게 향했다.

유염은 목진한테 숨 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그를 쓰러뜨릴 예정이었다.

이에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순간 생기를 잃었고 머리카락은 빠르게 자라 어느새 장발이 되었다. 목진은 전보다 성숙하고 소탈해 보였는데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위엄이 엿보였다.

심마 상태에 들어선 것이다.

목진은 심마 상태에서 영력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는 일반 상태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잇따라 목진은 대서미마주 위에 올라타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영력을 소환하더니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였다.

크으으으!

용음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두 갈래의 빛기둥이 뒤쪽 지존해에서 솟구치며 얽히고설켜 용상 광륜을 형성해 상대방의 염마장에 맞섰다.

쿵!

허공에 순간 화염이 폭발했는데 성대한 불꽃처럼 눈부시고 위험했다.

그때 목진이 갑자기 유염의 앞쪽에 나타나더니 검은색 장발을 휘날리며 무형의 뇌광이 번쩍이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쿵!

뇌광이 번쩍이자 유염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뇌음이 울려 퍼져 체내의 영력이 순간 무질서해졌다.

“이건…… 유명심마뢰잖아!”

유염은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그는 천현전의 소전주였기 때문에 바로 목진의 수단을 알아챘다.

쿵!

그때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녀석의 가슴팍을 향해 보라색 화염이 깃든 기의 회오리를 쐈다.

완벽한 공격에 유염은 낭패를 보고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유명심마뢰 때문에 유염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진 틈을 타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유염은 두 손으로 몸을 가렸는데 보라색 화염이 깃든 기의 회오리에 적중한 곳의 옷이 순간 잿더미가 되었고 팔마저 까맣게 그을렸다. 유염의 팔에 난 상처는 비록 심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그는 뒤로 수백 장 정도 물러나 체내의 뇌음을 가라앉히고 까맣게 탄 두 팔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목진과 유염이 싸우고 있을 때, 백골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전부 괴물들을 쓰러뜨리고 올라온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정상에 오르자마자 두 사람의 대결을 보고 흠칫 놀랐는데 아무도 감히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용봉록 4위인 유염을 감히 가까이할 사람은 얼마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조용히 관전했는데 다들 대결이 바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유염에 비하면 목진의 실력이 훨씬 뒤처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은 잠시 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갑자기 열세에 처한 유염을 보고는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못했다.

심마 상태에 들어간 목진은 사람들의 반응과 유염의 표정 변화에 신경 쓸 수 없었고, 다시 무형의 뇌광을 번쩍이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유염에게 향했다.

이에 유염은 화들짝 놀라 괴이한 유명심마뢰를 막아낼 준비를 했는데 목진이 빠르게 결인하자 그의 뒤쪽 지존해에서 네 갈래 빛줄기가 솟구쳐 나와 용과 코끼리를 각각 두 마리씩 이뤘다.

“구룡구상술!”

목진이 조용히 구룡구상술을 외치며 인법을 바꾸자 용과 코끼리들이 거대한 용상 광륜을 만들었다.

슉!

눈 깜짝할 사이에 유염의 위쪽에 나타난 용상 광륜은 사정없이 내려앉았다.

유염은 목진의 의외의 한 수에 눈가를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나려 했는데 목진이 다시 손을 번쩍 들었다.

쿵!

이번엔 확실히 뇌음이 울려 퍼져 유염은 잠시 제자리에 멈춰 섰는데 지금 이 정도 시간은 충분히 치명적이었다.

용상 광륜은 예리하기 그지없는 파동을 싣고 휘몰아쳤다. 만약 이런 공격에 적중하면 아무리 유염이라도 크게 다칠 것이다.

쿵!

그러다 난폭한 영력 파동이 폭발하자 선홍색 영력이 화염처럼 요동쳤다.

구경꾼들과 목진은 선홍색 영력이 폭발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웅장한 선홍색 영력이 사라진 곳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온몸이 빨간 녀석의 몸에서 색이 다른 화염들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꼭 화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상승해 공기마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목진은 색깔이 다른 화염들이 활활 타오르는 그림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만염법신이란 말인가…….”

화신처럼 강림한 거대한 그림자의 화염으로 인해 온도가 급상승해 공기마저 불타오를 것 같았다.

목진은 화염 거인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심마 상태에 진입했다고 해도 화염 거인한테서 상당히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만염법신은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군.”

주위에서 구경하던 강자들도 이내 혀를 내둘렀다.

만염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순위가 제법 높고 수련하기 상당히 어려웠다. 특이한 화염을 수집하는 것부터 엄청난 재력이 필요한 일이고 일반 강자는 수련에 필요한 화염을 전부 모은다고 해도 성공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

유염도 천현전 소전주가 아니었으면 절대 만염법신을 수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신을 소환한 유염은 위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살기가 깃든 음침한 눈빛으로 소년을 노려봤다.

목진을 상대하기 위해 지존법신까지 사용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교활한 녀석.”

유염은 이를 갈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유명심마뢰를 사용하지만 않았어도 유염이 열세에 처해 지존법신을 소환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도 잠시, 유염은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않았다.

후우.

유염은 만염법신 위쪽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이러한 광경에 목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안정을 되찾은 유염은 더는 전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유명심마뢰로 다시 공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나를 이기고 싶으면 그따위 수작을 부리지 말고 진짜 실력을 보여주게!”

말을 마친 유염은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바로 두 손을 모으자 만염법신의 몸 표면의 화염들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결인하자 화염들은 허공에서 화염 주작을 만들었다. 유난히 눈부신 화염 주작의 몸 표면에서 요동치는 여러 가지 색상의 화염으로 인해 녀석은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

“만화지령(萬火之靈)!”

유염이 나지막하게 외치자 눈부신 화염을 온몸에 감싼 화염 주작은 날개를 펼쳐 하늘에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목진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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