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화. 천양황금인(天陽黃金印)
치명적인 위협을 느낀 목진도 바로 결인했는데 눈부신 금광이 폭발하며 황금색 그림자가 나타났다.
잇따라 황금색 그림자의 미간에 황금색 태양이 떠오르자 그는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황금빛이 요동쳤다.
쿵!
요동치던 황금빛이 솟구쳐 화염 주작과 부딪치자 현란한 화염이 불꽃처럼 활짝 피어올랐고 무서운 충돌에 공간이 격렬하게 떨리며 일그러졌다. 이로 인해 형성한 영력 충격파에 다들 부랴부랴 물러났다. 그러다 불똥이라도 튀면 어렵게 백골산 정상에 올라온 것이 수포가 될 수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녀석의 지존법신이란 말인가?”
유염은 황금색 불상처럼 생긴 목진의 지존법신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상대방의 지존법신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그가 수련한 만염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69위로 순위가 절대 낮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지존법신을 지닌 그가 압박감을 느낄 정도의 법신이라면 적어도 30위권에 드는 법신이어야 가능했다!
그런데 유염은 아무리 훑어봐도 황금색 태양을 머리에 얹은 목진의 지존법신의 정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99등급 지존법신에는 이런 법신은 없었다.
“설마 순위권에 오르지 않은 신비로운 법신이란 말인가?”
유염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의 지존법신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 주인의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면 여전히 그를 이기기란 어려울 것이다.
유염은 4급 지존의 실력과 만염법신까지 이용하면 3급 지존밖에 안 되는 목진을 분명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쿵!
그때 대일불멸신이 대서미마주를 끌어안자 까만 마주는 황금색으로 변해 지나간 곳의 하늘마저 찢어졌다.
흥!
목진의 선공에 유염이 콧방귀를 뀌자 만염법신이 화염 장창을 소환해 수많은 창영을 발사했다.
퍽! 퍽!
두 지존법신의 대결에 백골산 정상에 균열이 일었고 난폭한 영력 여파는 소용돌이처럼 미친 듯이 주위에서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북계의 젊은이 중 유염은 상당히 유명한 인물로 용봉록에도 4위라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목진은 대라천역에서 온 것만 빼면 내세울 게 없었다.
그런데 유염이 그와의 싸움에서 전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목진이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겼다.
쿵!
그때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마주가 다시 화염지창과 부딪치자 그곳 공간에 균열이 일며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잇따라 두 사람의 지존법신은 각자 뒤로 물러났는데 유염이 우세를 차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염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가 차지한 우세는 아주 미세하였다.
그는 목진의 지존법신이 생각보다 너무 강해 깜짝 놀랐다.
“녀석의 지존법신이 예사롭지 않아.”
유염은 목진을 쏘아보며 중얼거리고는 천염 법신의 위쪽에 내려앉아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활활.
잇따라 만염법신 주위를 감쌌던 화염이 활활 타올랐고 색상이 다른 화염들이 유염의 위쪽에 모여 그 구역은 순간 열기로 가득 찼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들 체내의 영력이 비등하다가 불타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에 다들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유염이 목진을 상대로 진정한 살수를 둘 거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목진도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피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 지존법신이 뭐든 전부 잿더미로 만들어줄게!”
유염이 씨익 웃으며 합장하자 현란한 화염들이 한데 융합해 수천 장 정도 되는 아주 현란한 화로를 만들었는데 그 속에서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그러다 유염이 목진을 노려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화로가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목진은 주위가 어두워지자 화로가 그를 가뒀다는 것을 알아챘다.
유염은 화로에 갇힌 목진과 대일불멸신을 바라보더니 씨익 웃으며 합장하였다.
“만화용로(萬火熔爐), 분천지우!”
쿵!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로에서 색깔이 다른 화염들이 휘몰아쳐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하였고, 현란한 화해를 이룬 화염들은 자그마한 불씨가 되었다.
신기한 화염의 정수인 불씨 하나만으로 산맥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데 이러한 불씨들이 한데 모여 여러 장 정도 되는 채색 깃털을 만들었다.
부동한 화염의 무늬가 새겨진 깃털은 보기보다 무서웠는데 엄청난 고온을 방출해 공간에 부단히 균열이 일었다.
자그마한 깃털에 깃든 힘에 목진은 심마 상태에 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치명적인 위험을 감지했다.
“내가 자네 지존법신을 어떻게 잿더미로 만드는지 잘 확인하게!”
유염은 눈앞의 광경에 표정이 점차 사악해졌다.
현란한 화해로 가득 찬 화로 내부의 온도는 상당히 높았다. 목진이 만약 심마 상태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영력이 이미 무질서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온도보다 화해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채색 깃털이 더 신경 쓰였다. 그리 크지 않은 채색 깃털은 엄청 아름다웠는데 그 속에 치명적인 위험이 깃들어있었다.
이는 유염이 목진한테 날린 진정한 살수였다.
자그마한 깃털에 4급 지존을 죽일 만큼 엄청난 힘이 깃들어있었다!
한편, 대일불멸신은 부단히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무서운 온도에 저항하였고 머리 위쪽에 서 있는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숙연해졌다.
유염의 공격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 이에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일양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이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다 제자리에 앉아 대일불멸신으로 들어갔다. 잇따라 그가 옷깃을 휘날리자 웅장한 홍류가 나타났는데 이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웅장한 홍류는 다름 아닌 지존영액이었다.
목진은 20만 방울 정도 되는 엄청난 양의 지존영액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는 만다라가 준 전부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아무리 심마 상태에 들어섰다고 해도 목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지존영액 20만 방울은 그의 전 재산인데 이렇게 사용하려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조금만 지체했다가는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목진이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대일불멸신의 가슴팍에서 눈부신 금광이 발하더니 그 깊숙한 곳에서 황금색 종자를 만들었다.
영력 홍류가 부단히 스며들자 황금색 종자는 점차 밝아지더니 곧 껍질을 벗고 나올 것만 같았다.
잠시 후, 현란한 깃털이 완전한 모양을 갖추자 밖에 서 있던 유염은 서서히 긴장을 풀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지존법신에 숨어든다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유염은 씨익 웃더니 길쭉한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내리찍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순간 흠칫하였다. 다들 화로 내부가 얼마나 무서운 힘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잘 알았다.
그 정도 힘에 적중하면 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목숨을 건지기 어려울 것이다.
“유염이 지존신통을 사용하게 만들다니, 목진도 참 대단하군. 그런데 아무리 대단해 봐야 여기서 끝이겠군.”
누군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유염의 공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들 잘 알았다. 이미 그의 지존신통에 숨진 4급 지존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어린 나이에도 실력이 좋아 몇 해만 더 수련하면 분명 북계의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용봉록 1위인 방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천재의 요절이었다.
위잉.
그때 허공에 있던 거대한 화로가 진동했고 방출된 고온에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다가 금세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러다 현란한 채색 깃털이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지존법신으로 향했는데 속도가 점차 빨라지더니 어느새 화염 유성이 되어 지난 곳마다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균열이 일었다.
한편, 현란한 화염 유성이 다가오자 대일불멸신 주위를 감싼 금광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육신마저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대일불멸신 체내에서 눈을 감고 있던 목진이 드디어 눈을 떴다.
찰칵!
이와 동시에 대일불멸신 가슴팍의 금광 깊숙한 곳에 형성된 황금색 종자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일었고 그 속에서 눈부신 금광이 스며져 나왔다. 잇따라 종자가 폭발하자 대일불멸신은 다시 눈부신 금광을 발했다.
대일불멸신의 가슴팍과 미간에 두 개의 황금색 태양이 떠오르자 육신은 더 이상 녹아내리지 않았고 황금색을 띤 육신에 은은한 보랏빛이 감돌았다.
외부에서 화로 내부를 관찰하던 유염은 대일불멸신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목숨을 걸고 최후의 일격을 하려는 건가?”
유염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결국 그의 손에 죽을 거라고 확신했다.
정작 화로에 갇힌 목진은 다시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나타나 화염 유성을 쳐다봤는데 그 엄청난 고온은 이곳 공간마저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목진은 더는 전처럼 당황하지 않았고 천천히 두 손을 모아 결인하였다.
“구양신통, 천양황금인(天陽黃金印)!”
대일불멸신이 거대한 손을 모아 결인하자 눈부신 금광이 한데 모여 황금색 광인을 이뤘다. 황금색 광인은 신비롭고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태양이 탄생했을 때 형성된 무늬 같았다.
천양황금인은 구양신통에서 비롯된 수법으로 적어도 이양의 힘을 갖춰야 선보일 수 있는 신통이었다. 전과 달리, 구양신통을 열심히 수련한 목진은 드디어 이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쿵!
황금색 광인은 대일불멸신의 손바닥에서 형태를 갖추더니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화염 유성에 맞섰다.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치자 사람들은 화로에서 눈부신 금광이 스며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천지가 순간 눈부신 금광으로 물들었다.
또한,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쳐 형성한 엄청난 충격파가 미친 듯이 휘몰아쳐 화로는 곧 견디지 못하고 폭발할 것만 같았다.
탕! 탕!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에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채 상황을 살폈는데 화로에 갑자기 균열이 일었다.
“화로가 곧 부서질 것 같아!”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치더니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쿵!
그때 화로가 드디어 힘에 못 이겨 폭발하자 현란한 화염이 미친 듯이 요동쳐 주위 천 리에 닿았다.
풉!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염에 적중하여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고 일부는 산에 꽂혀 산 전체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 구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충격파는 1각 정도가 지나서야 서서히 가라앉았고 폐허에서 간신히 걸어 나온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백골산 정상을 쳐다봤다.
다들 이토록 무서운 대결의 승자가 누군지 무척 궁금했다.
사람들은 눈앞에 일어난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골산 정상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지존법신이 발하는 빛은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육신은 부서지기 직전이었으며 두 사람 주위의 영력 파동도 바닥을 쳤다.
잇따라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고 입가에 스며져 나온 피는 금세 지워버렸다.
퍽!
두 사람의 지존법신은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였다.
천지를 뒤흔들던 대결의 승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