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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91화 (490/1,000)

491화. 위룡체

목진은 유명 황자가 사라진 곳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의 등장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던 백골산 주위 사람들을 쓰윽 훑었는데 다들 고개를 축 드리우며 물러났다.

이에 목진은 채소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범상치 않은 용봉지로 뛰어들었다.

위잉!

목진이 용봉지에 들어가자 짙은 안개가 흩어져 백골산 정상을 뒤덮었고 그 속에 용과 봉황의 그림자가 나타나 나지막하게 포효하였다.

이와 동시에, 특이한 향기가 퍼졌는데 향기를 맡은 사람들은 체내의 영력이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이는 혈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유혹으로 이와 융합을 이루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였다.

사람들은 금세 혈안이 되어 용봉지를 쳐다봤지만 아무도 감히 뛰어들지는 못했다. 함부로 움직였다가 신비로운 소녀의 손에 바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적혈을 손쉽게 죽인 소녀가 다른 사람한테 관용을 베풀 거란 망상은 하지 않았다.

목진은 어느새 용봉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원의 선혈로 만들어진 맑은 물로 온몸을 적셨는데 유염과 싸우며 생겼던 상처가 빠르게 사라졌고 소모되었던 체내의 영력까지 놀라운 속도로 회복했다.

위잉.

그때 용봉지 깊숙한 곳에 있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뼈에 새겨진 오래된 빛의 무늬가 번쩍이더니 뼈에서 이탈해 목진에게 향했다.

오래된 빛의 무늬에 암금색 혈흔이 조금씩 보였는데 그 속에 엄청난 생명력이 깃들어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남긴 정혈이었다!

어느덧 온몸에 빛의 무늬를 휘감은 목진의 몸 표면에 은은한 금광을 발했다.

채소는 용봉지의 밑에서 전해지는 금광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곳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이 있었다.

“너무 묽어.”

채소가 손을 휘두르자 용봉지 속 오래된 빛의 무늬가 소환되어 그녀에게 향했고 신속하게 인법을 바꾸자 손바닥만 한 투명한 나침반으로 변했다. 그 속에는 오래된 빛의 무늬가 깃들었다.

잇따라 나침판이 파르르 떨며 앞쪽 용봉지를 가리키자 한 줄기 백광이 나타났는데 이곳 용봉지가 얼마나 강한지 측정하는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야.”

채소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나침반은 진정한 용의 비늘로 만들어진 거라 똑같은 혈맥을 띤 물체를 찾아내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위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해주는 보물이었다.

“이제 용봉천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이 가장 짙은 곳을 측정해볼까?”

말을 마친 채소가 결인하고 나침반을 가볍게 쓰다듬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나침반이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1각 정도 지나자 점차 움직임을 멈춰 서북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내 눈부신 빛기둥이 솟구쳤는데 이는 목진이 들어간 용봉지 보다 몇 배는 더 눈부셨다!

“엄청난 걸 찾았군.”

채소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 미소는 누가 봐도 마음이 사르르 녹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백골산 정상을 뒤덮은 짙은 하얀색 안개에서 특이한 향기가 퍼졌고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부단히 주위에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는 방대한 생명력이 끊임없이 응결되고 있었다.

이는 용봉지 내부에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남긴 정혈을 소환해서 생긴 현상으로 그것을 자신의 혈맥과 융합한다면 수련에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직 백골산 주위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비록 이곳 용봉지에 들어갈 기회가 없다는 걸 잘 알았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히 싸울 용기도 없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쳐다보기만 했다.

한편, 백골산 정상의 안개는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졌는데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폭동을 일으켰다.

크으으으!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커지자 다들 온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었는데 황금빛 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쳐 천 리 밖에서도 뚜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주위에 황금색 용과 봉황의 빛의 무늬가 날아다니며 포효하자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비록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별세했지만 엄청난 신수의 위엄은 여전했다. 꼭 원고 시기, 이곳에서 혈투를 벌이던 모습 같았다.

아무리 별세했다고 해도 양자의 정혈은 여전히 서로 융합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반나절이 지나 용의 무늬가 우세를 차지해 봉황의 무늬를 모조리 집어삼켰는데 눈부신 황금빛 기둥은 그제야 점차 사그라들었다가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빛기둥은 용봉지 밑바닥으로 돌아갔는데 용봉지 속에 깃든 힘은 전부 흡수된 듯 메말랐고 그곳에 목진이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온몸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목진은 옷마저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눈부시게 빛났고 황금색 용의 무늬는 목진과 닿더니 조용히 체내에 스며들었다.

그때 목진이 서서히 눈을 뜨자 어두운 눈에서 금광을 발했다. 눈동자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있는 것처럼 오묘했고 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해 견고한 용봉지 밑바닥에마저 균열이 일었다.

잠시 후, 목진은 눈에서 비치던 금광이 전부 사라지자 용봉지 밖에 나와 눈을 감고 체내의 요동치는 힘을 느꼈다.

그의 몸 곳곳에 퍼진 엄청난 힘은 구속에서 풀려난 맹수처럼 강력한 파괴력을 선보였는데 이는 목진의 구문 뇌체보다 더 강력했다!

잇따라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체내의 피가 들끓는 것이 느껴졌는데 이는 곧 몸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피부에서 다시 금광을 발하더니 주위에 모여 용음과 함께 황금색 용의 무늬를 형성하였다.

“용의 무늬란 말인가? 위룡체를 얻었나 보군.”

용봉지는 비록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뼈로 만들어진 거라 양자의 정혈이 깃들었지만 그중 더 강한 쪽이 있기 마련이었다. 위룡체 혹은 위봉체 중 무엇을 얻었는지는 그 속에 깃든 정혈이 더 많은 쪽에 근거했다.

보아하니 목진이 몸을 담았던 용봉지에는 진정한 용의 정혈이 더 많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봉황의 무늬가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용의 무늬가 32개밖에 없군.”

목진은 주위에 맴도는 황금색 용의 무늬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장 강한 위룡체는 용의 무늬가 99개 있어야 하는데 그가 수련한 것은 32개 밖에 없었다. 이곳 용봉지에 깃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은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았다.

그는 조금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비록 용의 무늬를 32개밖에 얻지 못했지만 이로 인해 얻은 힘은 뇌신체보다 훨씬 강했다.

또한, 목진이 용봉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더 많은 정혈을 얻어 위룡체를 수련할 수 있었다. 목진은 열심히 진정한 용의 정혈을 찾아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 최강 진룡체를 수련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목진이 지금 상태로 유염과 싸웠으면 절대 전처럼 낭패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용봉지가 영력 수련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목진의 전투력은 한 단계 정도 향상되었다.

“이것이 위룡체란 말인가?”

그때 채소가 다가와 목진을 쓰윽 훑어보더니 흠칫 놀라며 말했다.

“특이하긴 한데 뭔가 너무 부족해. 대신 진정한 진룡체를 수련하면 엄청날 것 같긴 하네.”

소녀는 바로 목진 체내의 기혈이 강력해진 것을 알아봤다. 이는 진정한 용의 정혈에 깃든 생명력을 혈액과 융합했기 때문이었다.

이까짓 생명력으로는 목진에게 엄청난 신수의 생명력을 누리게 할 수 없겠지만 보통 인간일 때보다는 훨씬 강해졌다.

눈이 높은 채소가 엄청나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진룡체는 확실히 대단한 듯했다.

이에 목진은 안개가 점차 가시는 백골산 정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용봉지는 알아냈어?”

용봉지의 신비로움을 직접 경험한 목진은 그 매력에 푹 빠져 최대한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싶어졌다.

채소의 말대로 지금의 위룡체는 단점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진정한 용의 정혈을 충분히 얻으면 완벽한 진룡체를 수련해 그 단점을 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알려진 나머지 네 용봉지에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을 거라 그곳에서 정혈을 얻는 것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승산이 더 클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채소한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목진의 기대에 가득 찬 눈빛에 채소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황금색 나침반을 꺼냈다.

“용봉지를 하나 찾긴 했어.”

채소의 말에 목진은 바로 화색이 되었다.

“그런데…….”

채소는 잠시 머뭇거리며 수중의 나침반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라.”

“왜, 네가 찾은 용봉지가 별로야?”

목진은 최악의 상황부터 떠올랐다.

“아니, 정반대야.”

채소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더니 한껏 진지해졌다.

“내가 찾은 용봉지는 상상 이상으로 강해. 그곳에 아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머리가 있을 거야.”

목진은 멈칫하더니 소름이 쫙 끼쳤다. 신수는 머리와 심장이 가장 중요한 부위로 아주 평범한 부위의 뼈로 이뤄진 이곳 용봉지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일 것이다.

평범한 부위의 뼈에 깃든 정혈만으로도 용의 무늬가 32개 깃든 위룡체를 얻을 수 있는데 녀석들의 머리로 이뤄진 용봉지에 몸을 담그면 과연 어떨까?

아마 용봉대에 닿지 않아도 진룡체를 수련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엄청 위험해?”

목진은 그 유혹에 못 이겨 금세 혈안이 되었지만 완전히 제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이에 채소는 소년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곳을 지키는 녀석은 마원 따위와 비교할 수 없어.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채소 같은 실력자마저 이렇게 경계하다니, 그곳 용봉지는 역시 상당히 무서운 곳이었다.

“어떡할 생각이야?”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채소를 쳐다봤다.

“그곳에 채아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 있어 난 꼭 가야만 해.”

채소는 어느새 어깨에 올라와 앉은 채아를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넌 날 따라갈 필요 없어. 나머지 네 곳은 아직도 싸우고 있을 테니까 지금 가면 그중 한 군데쯤은 차지할 수 있을 거야.”

“확실히 위험한가 보네.”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채소마저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그곳이 더 말할 나위 없이 위험한 곳이라는 뜻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목진이 다른 네 군데를 공략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여인을 이용하고 혼자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방긋 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나도 함께 가.”

창망한 하늘에서 풍기는 오래된 냄새에 구름마저 더 묵직해 보였는데 꼭 한 폭의 그림처럼 오묘하고 난해해 보였다.

슉!

그때 두 갈래 빛줄기가 두꺼운 구름을 가르며 지났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져 용봉천 곳곳에 흩어져 천재지보를 찾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두 사람한테서 느껴지는 강력한 영력 파동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아 나서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바로 첫 번째 용봉지의 수련을 마친 목진과 채소였다. 그들은 다른 네 곳은 제쳐두고 채소가 알아낸 곳으로 곧장 향했다.

소녀의 말대로라면 그곳은 엄청 위험한 곳이었지만 목진은 결국 동행하기로 결심했다.

“얼마 정도 더 가면 돼?”

목진이 채소한테 다가가 영력으로 목소리를 감싼 채 말을 전했다. 이들은 반나절 동안 비행하였는데 이들의 속도에 이 정도 시간이면 상당히 먼 거리였다.

“두 시진 정도 더 가면 돼.”

채소의 말에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용봉천의 외진 구역에 들어섰는데 그곳은 오래된 원시림으로 아무도 발을 들인 적 없어 보였고 주위에서 느껴지는 영수의 파동은 점차 난폭해지고 많아졌다.

그때 채소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목진의 손목을 잡자 주위에 은은한 빛을 발하는 보호막이 형성되어 두 사람을 감쌌다.

“앞으로 감응력이 강한 영수를 적잖게 부딪칠 거야. 네가 영력을 최대한 거둔다고 해도 녀석들은 알아낼 테니 지금부터 나와 함께 가자.”

채소를 자신을 힐끗 바라보며 한 말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영수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수월했다. 안 그러면 이들이 영수들과 싸워 이긴다고 해도 계획에 지장이 있을 것이었다.

슉!

이렇게 두 사람은 오색 찬연한 빛을 발하는 보호막을 감싼 채 속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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