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화. 금갑 수호자
목진은 채소와 함께 비행하며 두 시진 동안 용봉천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제대로 느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래된 숲에 영수는 정말 많았고 그중, 체구가 산처럼 크고 살기를 가득 품은 녀석도 적잖게 존재했다.
또한, 목진은 비행 과정에 아래쪽에서 하늘을 훑는 시선이 부단히 느껴졌는데 그와 채소를 훑는 녀석도 꽤 있었다. 이는 전부 감응력이 유달리 뛰어난 녀석들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시도였지만 목진은 녀석들의 매서운 눈빛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약 채소가 아니었다면 목진만으로는 절대 영력을 제대로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은 절대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무탈하게 두 시진을 날아 구석진 곳의 핵심 구역에 들어섰다.
목진은 주위에 형성된 오래된 위압감에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위압감에 주위의 공기마저 흐름이 느려졌고 영력은 무거워졌다. 그곳은 다른 곳과 달리 숲이나 산맥이 훨씬 왜소했는데 이는 이곳을 휩싼 오래된 위압감 때문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
채소는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훑어봤다. 이 정도로 순수하고 오래된 위압감은 주위에 위력이 엄청난 용봉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이곳에는 영수가 전혀 없는 것 같아.”
목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주위가 괴이하리만큼 조용한 것을 발견했고 녀석들의 영력 파동이라곤 단 한 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나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거야.”
채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손으로 가장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가자, 저쪽에 우리가 찾던 용봉지가 있을 거야. 대신 조심해. 이곳 용봉지는 절대 쉽게 따낼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말을 마친 두 사람은 다시 떠났는데 이번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잔뜩 경계한 채 온몸에 영력을 휘감았다.
그런데 아무도 이들의 앞길을 막지 않았다. 그들은 고봉 한 채를 지나 순조롭게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했는데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 앞쪽에 산산이 조각난 대지와 수만 장 정도의 큰 구멍이 나타난 것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구멍 내부는 악마의 동굴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그러나 두 사람을 제일 놀라게 한 것은 구멍 위쪽에 있는 두 채의 거물이었다.
하얀색을 띤 거물에는 암금색이 섞여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사악한 기운이 풍겼다.
그것은 제법 몸집이 큰 용과 봉황의 머리였다!
용과 봉황의 머리는 산보다 컸고 서로를 미친 듯이 헐뜯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백골이 되었는데도 그 모습은 여전했다.
목진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역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머리였어.”
목진이 일전에 봤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에서 비롯된 백골산은 현재 눈앞의 두 거물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그들은 비록 두 거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돌풍처럼 휘몰아치는 기세에 호흡마저 가빠졌다.
그때, 채소가 두 거물을 향하자 목진도 바로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커다란 구멍 위쪽에 떠 있는 두 거물에 다가갔는데 가까이서 보자 심장이 철렁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표정으로 보아 양자는 원고 시기에 경천의 대전을 벌였을 것이다.
하긴, 양자는 천지존과 비슷한 실력을 갖춘 무서운 존재였다.
“용봉지는 어디 있지?”
목진이 부단히 주위를 훑으며 목표물을 찾자 채소가 가녀린 손으로 두 거물이 서로를 헐뜯는 곳을 가리켰는데 양자가 닿은 곳에 황금색 물을 담은 못 한 채가 흐릿하게 보였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 속에서 용과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용과 봉황의 무늬가 떠 올랐다.
이와 동시에, 엄청 짙고 특이한 향기가 전해지자 목진 체내의 영력이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몸 표면은 금광을 발했다. 그가 수련한 위룡체마저 목진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환되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내뱉으며 체내에 일어난 폭동을 가라앉혔다. 그는 이곳의 용봉지가 위룡체에 대한 흡인력이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이곳에 비하면 일전에 그가 들어갔던 용봉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서는 용봉지가 가장 좋은 물건이 아니야.”
채소는 갑자기 입을 열더니 용봉지 뒤쪽을 바라봤는데 그곳은 양자의 이가 뒤엉킨 곳으로 금광을 발하는 묘목이 자라났다.
이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뼈에서 자라난 황금색 생물로 왜소하긴 하지만 엄청 튼튼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금광 세 덩이가 달려있었는데 용과 봉황이 서로를 껴안고 고함을 지르는 자태를 갖춘 신비로운 열매였다.
그중, 두 알은 이미 익었고 나머지 한 알은 자라난 지 얼마 안 돼 파동이 전자보다 훨씬 못했지만 이곳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보물은 없을 것이다.
목진은 뚫어져라 세 개의 열매를 바라봤다. 그는 그 속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머리에 깃든 힘이 들어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이는 방금 봤던 용봉지도 절대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저건 용봉신과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이 완벽하게 융합해야 탄생하는 엄청난 보물이야.”
채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토록 엄청난 보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이 입맛을 다시며 앞으로 나서려는데 갑자기 용봉지 쪽에서 이상한 파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그 속에서 황금색 그림자가 나타나 공간을 가르며 공격을 해왔다.
공격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목진은 상대방의 무서운 위압감에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는데 채소가 먼저 나서서 오색 찬연한 영력을 소환하더니 신속하게 가녀린 손을 휘둘렀다.
퍽!
상당한 크기의 양자의 손이 맞대자 공간이 순간 일그러졌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동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이에 채소는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채소가 싸움에서 열세에 처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번에 두 사람은 진정한 강자와 마주쳤다.
난폭한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쳐 공간이 일그러졌고 용봉지 위쪽에 멈춰선 황금색 그림자는 눈부신 금광과 함께 상당히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인간의 형태를 갖춘 녀석은 묵직한 황금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용린으로 만들어진 갑옷은 상당히 견고했고 황금색 장창을 쥔 커다란 손에 핏줄이 불끈거렸으며 날카롭기 그지없는 손톱은 비수처럼 음산한 기운이 깃들었다.
녀석은 무덤덤하게 서서 목진과 채소를 막연하게 쳐다봤다.
“괜찮아?”
목진은 한껏 정색한 채 녀석을 쳐다보고는 옆에 다가온 채소한테 물었다.
채소의 실력을 잘 아는 목진은 여태껏 그녀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는데, 지금 그들 앞에 서 있는 녀석과의 정면 승부에서는 열세에 처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채소는 고개를 가볍게 젓더니 한껏 정색하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저 녀석이 이곳 수호자인 것 같아. 조심해, 실력이 엄청나.”
소녀의 말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마저 열세에 처할 정도라면 목진은 절대 그 상대가 아닐 것이다.
“침입자는 떠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녀석은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무뚝뚝하게 목진과 채소를 노려보며 말했는데 그 목소리에 깃든 한기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지능이 있다니!”
목진과 채소는 화들짝 놀란 채 서로 눈을 마주쳤다. 용봉천의 영수는 무섭긴 해도 대부분 지능이 없었는데 녀석은 스스로 말까지 할 수 있었다.
금갑 수호자는 실력도 상당했고 지능까지 갖추고 있어 전투력도 뛰어날 것이다. 이에 목진은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장 떠나거라!”
그때 금갑 수호자가 살기 가득한 황금색 장창으로 목진과 채소를 가리키자 주위에 순간 매서운 돌풍이 불었다.
목진과 채소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어렵게 이곳까지 와서 눈앞에 놓인 천재지보를 포기하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피도 살도 없는 괴물 따위가 감히 어디서 우쭐대!”
채소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을 쳐다보며 말하더니 바로 오색 찬연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쿵!
금갑 수호자도 살기를 잔뜩 품고 앞으로 나섰는데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녀석은 황금색 벼락으로 변해 채소에게 향했다.
“흥!”
이에 채소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쥐자 일곱 가지 색을 띤 장검이 나타나 사정없이 상대방에게 향했고 그 속에 깃든 영력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탕! 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무서운 영력 충격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하늘에 조용히 떠 있던 구름마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목진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는데 아직 우세를 차지한 쪽은 없었지만 금갑 수호자의 살기가 엄청나 이대로라면 채소가 위험할 것 같았다.
탕!
창끝과 검의 끝이 아주 정확하게 마주쳐 형성한 무서운 힘에 양쪽 모두 반절 정도 휘어졌는데 순식간에 원상 복구되더니 그 여파에 채소와 금갑 수호자 모두 뒤로 튕겨 나갔다.
퍽!
그들은 엄청난 힘에 용과 봉황의 머리 위쪽에 놓인 산봉우리에 꽂혔는데 그 여파에 산이 무너지고 거대한 바위가 쏟아져 내렸다.
채소는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고 굴러오는 바위들을 전부 부숴버렸고 수중의 장검으로 상대방을 가리키며 한껏 차가워진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봤다. 그녀는 금갑 수호자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상대일 줄 몰랐다.
체질 문제로 아버지께서 체내에 봉인을 잔뜩 설치하지만 않았어도 금갑 수호자를 쓰러뜨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봉인을 거둘 수는 없었다.
퍽!
그때 멀리 떨어진 곳, 무너진 산봉우리의 거대한 바위들 속에서 금광 수호자가 걸어 나오며 매정한 눈빛으로 채소를 노려봤다. 걸을 때마다 용린 갑옷에서 황금색 용의 무늬가 모습을 드러냈고 등에 빛이 모이더니 거대한 봉황의 날개가 형성되었다.
녀석이 날개를 퍼덕이자 그가 서 있던 대지에 커다란 균열이 일더니 순식간에 수천 장 범위까지 퍼졌다.
목진과 채소는 금갑 수호자의 실력이 놀라운 속도로 오르고 있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저건 진정한 용의 무늬와 진정한 봉황의 날개야…….”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녀석의 갑옷에 새겨진 용의 무늬와 등에 달린 봉황의 날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녀석은 무슨 수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힘을 동시에 얻었단 말인가? 양자의 힘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녀석은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정혈이 결합해 탄생한 생물을 흡수해서 체내에 양자의 힘이 공존한 거야.”
“그럼 우린 이제 어떡하지?”
채소의 말에 목진이 황급히 물었다. 보아하니 녀석은 채소한테 살수를 둘 것 같았고 그 영력 파동은 정말 무서웠다.
“잠시라도 좋으니 막아줘, 나한테 시간이 필요해.”
채소가 인상을 잔뜩 쓴 채 바라보자 목진은 체내 혈액의 흐름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것이 느껴졌다.
금갑 수호자는 유염이나 유명 황자보다 훨씬 강력한 상대라 목진은 자신이 녀석을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채소의 맑고 투명한 눈을 보고 있자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하긴, 이렇게 예쁜 여인의 부탁을 거절할 사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목진은 소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채소가 생긋 웃더니 눈을 천천히 감았는데 몸 표면에 오색 찬연한 부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필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절대 녀석을 물리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대지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쿵!
그런데 그때, 금갑 수호자가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며 성큼성큼 달려와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녀석은 분명 채소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읽고 그녀에게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저러는 것이 분명했다. 정작 눈을 감고 있는 채소는 기세등등하게 달려오는 녀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