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화. 일지탄천(一指吞天)
“젠장.”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고 채소의 앞쪽에 나타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고 대일불멸신과 대서미마주를 함께 소환했다.
쿵!
대일불멸신이 대서미마주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더니 무서운 힘을 싣고 사정없이 상대방을 후려치자 대지가 쩍 갈라졌다.
그런데 정작 금갑 수호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제자리에 서서 날개를 활짝 펴고 대서미마주에 맞섰다.
퍽!
영력 파동이 휘몰아치자 대서미마주는 대일불멸신의 손에서 벗어난 채 멀리 튕겨 나갔다. 금갑 수호자의 실력은 역시 엄청났다.
목진은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지만 눈가에 어느새 한기가 가득 들어찼다. 소년이 마음을 움직이자 대일불멸신은 금광을 발하는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이에 금갑 수호자는 무뚝뚝하게 서서 황금색 장창을 파르르 떨며 한 갈래 창망을 쐈는데 대일불멸신의 주먹에 순간 균열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금갑 수호자는 목진을 상대조차 하지 않고 여전한 기세로 채소에게 향했다.
그때, 목진이 대일불멸신 머리 위에 나타나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녀석이 채소를 공격하게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잇따라 목진이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대일불멸신의 미간과 가슴팍에 태양이 떠오르더니 눈부신 금광이 한데 모여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구양신통, 쌍 양의 힘!”
금광은 액체처럼 목진의 몸을 꼼꼼하게 감쌌다.
그러다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자 용음이 울려 퍼지며 황금색 용의 무늬가 나타나 온몸을 휘감았다.
“위룡체!”
두 가지 강력한 힘을 소환한 목진은 눈부신 금광과 함께 용의 무늬까지 온몸에 새겨 기세등등했고, 그 모습이 꼭 전쟁의 신이 강림한 것만 같았다.
이에 채소한테 달려가던 금갑 수호자는 멈칫하더니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향하는 금광 거물을 쳐다봤다.
이번에는 목진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낀 것이다.
눈부신 금광에 깃든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에 공간마저 부서졌고 아래쪽 대지는 바로 움푹 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금갑 수호자가 서 있었다.
녀석은 멈춰서서 무뚝뚝한 황금빛 눈동자를 굴리며 대일불멸신을 쳐다봤다.
이 정도는 되어야 그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녀석이 주먹을 쥐자 용린이 마찰하며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력한 힘을 발산해 주위 공간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문이 일었는데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여전했다.
쿵!
아무리 의지가 확고한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의 이런 반응을 보면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목진은 그토록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은 오기로 가득 찼다.
크으으으!
그때 대일불멸신의 뒤쪽에 지존해가 나타나더니 용음과 코끼리의 울음소리와 함께 용과 코끼리가 각각 두 마리씩 나타나 신속하게 용상 광륜을 이뤘다.
“부숴버려!”
목진의 고함과 함께 손바닥에 힘이 모이더니 용상 광륜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주위 공간에 어두운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슉!
용상 광륜은 천광처럼 순식간에 날아가 사정없이 금갑 수호자의 머리를 후려쳤고, 예리하기 그지없는 빛을 발산해 대지에 거울처럼 반듯하고 깊숙한 균열이 일었다.
크으으으!
금갑 수호자가 맹수처럼 나지막하게 울부짖으며 주먹을 꽉 쥐자 팔 쪽 용린에서도 눈부신 빛을 발했다. 잇따라 녀석이 주먹을 휘두르자 화산이 폭발한 듯 무서운 힘을 싣고 용상 광륜과 부딪쳤다.
쿵!
순간, 눈부신 빛이 하늘 높이 솟구쳐 햇빛마저 어두워 보였고 눈부신 금광은 주위 수만 장 범위를 감쌌다.
퍽! 퍽!
금갑 수호자 발아래 대지는 부단히 무너졌는데 정작 녀석과 목진의 눈에 깃든 살기는 점차 살벌해졌다.
쿵!
그런데 그때, 양자의 접점에서 황금빛 태양이 떠오르다가 폭발하자 무서운 충격파를 형성해 목진과 금갑 수호자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튕겨 나갔다.
퍽!
그들은 수많은 산맥을 뚫으며 뒤로 튕겨 나가 주위에는 산이 무너지는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난폭한 금광이 사라지자 그곳에 안개가 자욱해졌다.
한편, 무너진 한 산봉우리에서 목진이 조금 초라해진 모습을 드러냈는데 안색이 창백해졌을 뿐만 아니라 오른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 무서운 대결은 결코 목진이 감당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목진은 잔뜩 놀란 기색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냈고, 녀석과 직접 힘을 겨뤄보고 나서야 그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와닿았다.
위룡체가 아니었다면 목진의 한쪽 팔은 이미 부서졌을 것이다.
“역시 상대하기 어렵군.”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때, 멀리 떨어진 곳의 폐허에서 바위들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고 그 속에서 금갑 수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황금색 장창을 쥔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쳐다봤는데 용린이 조금 부서진 것이 보였다. 목진의 공격이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그 모습에 식은땀이 났다. 그가 최선을 다한 공격에 금갑 수호자는 손바닥의 용린만 조금 부서졌을 뿐이었다. 그것은 목진이 원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젠장!”
목진이 이를 악물며 투덜댔다. 금갑 수호자는 유염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웠다.
쿵!
금갑 수호자는 목진을 노려보더니 황금색 장창으로 소년을 가리키며 미친 듯이 달려왔다.
녀석이 드디어 목진을 상대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은 자격이 없다고 여겼는데 목진의 공격에 생각이 바뀐 모양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녀석이 달려오자 바로 물러났다. 지금 금갑 수호자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쿵!
목진의 바람과는 달리 금갑 수호자는 목진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물건을 전부 부수며 미친 듯이 따라붙었다. 그는 온몸에 금광을 발하며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속도를 높이려 했는데 갑자기 앞쪽 공간이 찢어지더니 흐릿한 황금빛 그림자가 나타나 황금색 장창을 휘둘렀다.
속도도 각도도 완벽한 녀석의 공격에 목진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하다가 이를 악물고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공격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비록 일정한 대가를 치르겠지만 창끝이 목을 뚫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런데 그때, 앞쪽 공간이 갑자기 괴이하게 일그러지더니 허무한 공간에서 오색 찬연한 색을 띤 검이 나타나 창끝과 부딪쳤다.
순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찬란한 영광이 요동치더니 금갑 수호자는 황금빛 장창과 함께 파르르 떨며 뒤로 수백 보 정도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녀석이 고개를 들어보니 일그러진 공간에서 한 소녀가 나타났다.
목진도 고개를 들어 여리여리한 소녀를 바라봤는데 채소의 검은색 장발은 어느새 오색 찬연한 색으로 변했고 눈동자마저 똑같은 색으로 변했다.
변신한 채소는 더 신비로워졌고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기운을 내뿜었다.
“제법이군.”
채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이렇게까지 해낸 것에 조금 놀란 듯했다.
이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더니 그제야 긴장을 풀고 바위 위에 앉았다. 그리고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이를 꽉 깨물었다.
“이제 너한테 맡길게.”
금갑 수호자와의 대결로 목진은 체내의 기혈이 요동쳤다. 만약 채소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엄청나게 다쳤을 것이다.
5급 지존은 역시 4급 지존보다 훨씬 강했다.
“그래, 지금부터는 나한테 맡겨.”
채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금갑 수호자한테 눈길을 돌렸고, 체내에서 오색 찬연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금갑 수호자는 맹수처럼 포효하며 채소를 노려봤다. 녀석은 지금의 채소가 전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해졌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이에 그는 바로 채소를 향해 돌진했는데 수중의 황금색 장창은 갑자기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하는 황금색 빛줄기로 변했다. 장창을 휘감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그림자가 깃든 금광이 형성한 위엄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금갑 수호자는 전력을 다해 채소에게 일격을 날렸다.
목진은 이를 보더니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채소가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때, 채소가 천천히 손을 들었는데 은은한 백광을 발하는 손은 백옥처럼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파동이 깃들어있었다.
잇따라 채소가 앞으로 나아가며 손가락을 내밀자 상대방의 황금색 장창과 부딪쳤다.
“일지탄천!”
채소가 나지막하게 외치자 천지에 벼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소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그림자가 깃든 황금색 장창과 부딪치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양쪽의 엄청난 공격은 생각했던 것처럼 큰 충격파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채소의 손끝이 어두운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퍼져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장 정도의 검은색 구멍을 만들어냈다.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집어삼킬 것 같은 구멍은 뭘 넣든 전부 영원한 어둠 속에 사라질 것만 같았다.
크으으으!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포효하며 검은색 구멍을 뚫으려 했지만 황금색 장창은 조금씩 구멍에 빨려 들어갔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이에 금갑 수호자도 잔뜩 화가 난 듯 포효하며 금광을 발했는데 채소의 놀라운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황금색 장창은 결국 어두운 구멍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슉!
잇따라 백 장 정도 되는 검은색 구멍이 미세한 검은 반점으로 작아지더니 먹물처럼 채소의 손끝에 묻었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내리긋자 반점은 순식간에 금갑 수호자의 이마에 닿았다.
금갑 수호자는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이 움직임을 멈췄고 눈부시게 빛나던 금광도 놀라운 속도로 어두워졌다.
녀석은 용린으로 뒤덮인 손을 들어 채소한테 뻗었지만 결국 맥없이 쓰러졌고 웅장한 영력도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그는 채소의 예리하기 그지없는 일격에 깜짝 놀랐다.
한편, 채소는 바닥에 쓰러진 금갑 수호자를 바라보았는데 현란했던 장발도 영롱한 빛을 발했던 눈동자도 원래 색을 되찾았다. 그녀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목진이 다가와 안색이 창백해진 채소를 부축했다. 채소는 금갑 수호자의 공격을 막아내고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목진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채소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목진은 자연스럽게 손을 거뒀다.
“끝내 쓰러뜨렸군.”
채소는 생기를 완전히 잃은 금갑 수호자를 확인하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아무리 그녀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목진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녀석의 갑옷을 두드려보니 속이 텅 빈 듯한 소리가 났다. 멈칫하다가 갑옷 내부를 확인했는데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금갑 수호자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녀석은 내 탄천지에 맞아 육신이 먹혀 버렸어.”
채소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목진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소녀의 수법은 역시나 엄청났다. 이런 필살기를 지닌 채소는 도대체 어디 출신이란 말인가?
“녀석의 갑옷이 범상치 않은 것 같군.”
채소가 금갑 수호자의 황금색 갑옷을 가져다 훑어봤는데 이는 진정한 용의 비늘로 만들어져 엄청 견고했고 등에는 날개의 무늬가 아른거렸다.
“이 갑옷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힘을 융합하여 만든 거군…….”
목진도 다가와 잔뜩 놀란 듯 갑옷을 바라보며 말했다. 금갑 수호자 등에 달렸던 날개는 갑옷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엄청난 물건이네.”
목진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용봉금갑은 진정한 용의 비늘로 만들어 방어력이 엄청났고 진정한 봉황의 속도까지 가미되어 상급 신기보다 더 값진 물건이었다. 이 물건이 세상에 드러나면 분명 혈안이 되어 달려드는 사람으로 넘쳐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