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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95화 (494/1,000)

495화. 용봉체

쿠쿵!

반으로 갈린 용봉지의 물이 각자 용봉 신륜에 스며들자 눈부신 금광을 발했고, 목진은 눈이 따끔거렸지만 애써 눈을 뜨고 회전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금광 신륜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났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혈이 어느 정도 스며들자 그 아래쪽에서 조금씩 금광을 발했다.

그러다 금광이 일정한 세기에 이르자 암금색을 띤 정혈 한 방울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작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깃든 정혈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한 파동이 전해졌다.

동시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힘이 깃든 정혈을 본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용봉금갑은 정말로 양자를 융합할 수 있었다!

위잉.

그때 온전한 모양을 갖춘 암금색 정혈이 곧장 목진의 미간에 스며들었다.

쿵!

정혈이 완전히 미간에 스며들자 목진의 머릿속에 오래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으으으!

그윽하고 오래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원고에서 비롯된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가르며 목진의 뇌리에 울려 퍼지자 그는 체내의 혈액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목진의 미간에서 발하던 눈부신 금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으로 퍼져 피와 살에 스며들어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

이에 목진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 파르르 떨었고 온몸에서 피가 스며져 나왔다.

암금색 정혈은 한 방울만으로 목진 체내의 혈액을 모조리 태워 없애려 했다. 체내의 피가 전부 타고 없어지면 용과 봉황의 정혈이 오히려 육신의 주인이 될 뿐만 아니라 그의 육신마저 태워 없앨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목진이 이를 절대 용납할 리 없었다.

“내 몸에 들어왔으면 내 말을 들어!”

목진은 이를 악물고 체내의 영력을 신속하게 소환했는데, 혈액마저 빨리 움직였다.

용봉정혈이 아무리 난폭해도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목진의 피와 살은 조금씩 황금색을 띠기 시작했는데 체내의 혈액도 영력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용과 봉황의 정혈은 피와 살을 전장으로 여기고 대전을 벌여 부딪힐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동반되었는데 목진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는 살을 에이는 것과같이 절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용봉체를 수련하려면 이 정도 고난은 겪어야 했다.

현재, 목진의 온몸에서 발하는 선홍빛과 금광은 부단히 부딪치며 서로를 삼키려 애썼고 그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감당하였다.

다행히 용봉정혈은 난폭하기 그지없어도 한 방울밖에 안 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점차 열세에 처해 금광이 조금씩 사라졌다. 다만, 시름을 놓기에는 아직 일렀으니, 용봉 신륜 아래쪽에서 다시 금광을 발하더니 용봉정혈 한 방울이 또 목진의 미간에 떨어졌다.

‘젠장!’

목진은 죽기보다 못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체내에서 일어나는 대전을 참느라 애썼는데 육신이 부단히 찢기는 느낌은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런 상황은 계속되었고 목진은 어느새 감각이 마비된 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목진의 의식이 흐릿해 체내의 피와 살이 여러 차례의 대전을 통해 암금색을 띠기 시작한 것을 차마 몰랐다. 그들은 목진의 체내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무서운 생명력을 뽐냈고 피부 표면에서도 암금색 빛을 발했으며 비늘도 조금씩 나타났다.

용봉지의 황금색을 띤 물은 부단히 줄어들었고 눈부시게 발하던 빛마저 어두워졌다. 이는 그 속에 깃든 용봉정혈을 목진이 대량으로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채소는 밖에서 조용히 용봉지를 지켜봤는데 수면이 계속 내려앉자 어느새 목진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그러나 목진의 수련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목진의 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곳 용봉지의 용봉정혈로도 용봉체를 수련하기는 부족하군.”

채소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용봉과 한 알을 꺼냈는데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열매는 자그마한 태양처럼 신비로웠고 강자마저 욕심낼 힘을 선보였다.

용봉체를 수련하는 데 필요한 용봉정혈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이대로라면 목진은 수련을 완벽하게 마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용봉정혈이 바닥나면 그는 수련을 멈춰야 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완벽한 용봉체를 수련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하여 채소는 바로 용봉과를 꺼냈다.

“엄청난 걸 얻은 줄 알아.”

채소는 용봉지 밑에 앉아있는 목진을 바라보더니 입을 삐쭉 내밀며 용봉과를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용봉 신륜에 넣었다.

그러자 용봉 신륜은 다시 엄청난 금광을 발하며 백 장 정도의 방대한 황금빛 기둥을 내뿜었는데 천 리 밖에서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크으으으!

이와 동시에,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주위에 퍼졌는데 꼭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빛기둥 속에서 헤엄치는 것만 같았다.

목진은 황금빛 기둥의 끝자락에 조용히 앉아 부단히 떨어지는 황금색 정혈로 온몸을 감쌌다.

잇따라 목진의 피부는 불에 타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용봉정혈은 피가 아니라 고온에 녹은 금속 같은 느낌이었다.

목진은 미친 듯이 떨고 울부짖으며 끝날 줄 모르는 고통을 참느라 애썼고 고통에 못 이겨 힘껏 바닥을 때리자 용봉지 밑바닥에 균열이 일었다.

채소도 소년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목진의 수련을 중단시키려 했다.

목진이 버티지 못하면 육신마저 용봉정혈의 엄청난 힘에 녹아내릴 것이다.

채소와 목진은 용봉정혈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부디 버텨, 목진아.”

채소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만약 목진의 수련을 강제로 중단시키면 여태껏 했던 수련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용봉과 한 알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채소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황금빛 기둥은 몇 시진 동안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전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친 듯이 바닥을 때리던 소리는 점차 줄어들었고 온몸을 격렬하게 떨던 목진은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채소는 미동 없는 목진의 모습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실패한 건가?”

이에 잠시 고민하던 채소는 이를 악물고 용봉지에 뛰어들어 금광 속에 있는 목진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그…… 그러지 마.”

그런데 그때, 목진이 애써 말하자 채소는 멈칫하더니 눈부신 황금빛 기둥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목진이 이 정도로 참을성이 있는 줄 몰랐다.

시간이 또 얼마 지나자 금광은 드디어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백 장이나 되던 기둥도 조금씩 줄어들더니 미세한 빛줄기가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용봉지 내부는 다시 뚜렷해졌는데 황금색 결정체를 휘감은 목진은 미동도 없었고 일그러진 표정마저 그대로인 것이 생기를 완전히 잃은 것 같았다.

이제 채소마저 목진의 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가 도대체 성공한 건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에 채소가 나서려 했는데 결정체에 갑자기 균열이 일더니 순식간에 목진의 몸 전체로 퍼졌고 소년도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쿵!

목진의 눈에서 눈부신 금광이 발하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황금색 결정체가 산산이 부서져 빛으로 쏟아져 내렸고 그 속에서 황금색 그림자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함께 들리며 뒤쪽에 거대한 용과 봉황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용과 봉황을 동반한 채 허공에 떠오른 황금색 그림자가 기세등등하였다.

눈부신 금광은 하늘의 구름마저 황금빛으로 물들여 기세등등하였고 천지를 뒤흔들만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는 어느새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목진은 고개를 숙여 주먹을 꽉 쥐고 체내의 힘을 확인했는데 홍수처럼 몰려든 웅장하기 그지없는 힘은 일단 폭발하면 천지마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는 아무리 9문 뇌체라도 해낼 수 없는 것으로 체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 느껴졌다. 그는 이토록 강력한 생명력을 처음 느껴보았다.

죽기보다 못한 고통이었지만 견뎌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이러한 생각에 히쭉 웃고는 용봉지 앞에 내려앉아 채소한테 말을 건넸다.

“고마워.”

일전에 그는 수련에만 집중했는데 갑자기 용봉정혈이 웅장해진 것이 느껴졌다. 그건 희귀한 용봉과만 이룰 수 있는 효과였다.

용봉과가 아니었으면 목진은 어쩔 수 없이 수련을 중단해야 했을 거고 그러면 용봉체도 절대 수련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보물을 낭비해야 했을 수도 있었다.

목진은 이번만큼은 채소가 정말 고마웠다. 두 사람은 비록 협력 관계지만 목진은 채소의 도움을 적잖게 받았다.

채소는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더니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훑다가 손을 뻗어 소년의 어깨를 콕 찔렀다.

“역시 용봉체는 남달라, 제법이야.”

박식한 채소는 바로 목진의 육신에서 비롯된 엄청난 생명력을 발견했다. 목진이 치명적인 중상을 입지만 않으면 상처는 놀라운 속도로 치유될 것이다.

목진도 용봉체의 강력함이 마음에 들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금 다시 유염을 상대하면 승패는 현저하게 갈릴 것이다.

3급 지존의 실력에 대일불멸신과 용봉체까지 더하면 5급 지존 이하의 실력자 중에서 그를 이길 사람은 더는 없을 것이다.

“육신이 제법이네?”

채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무리 용봉과가 있다고 해도 용봉체의 수련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용봉체는 육신이 조금이라도 빈약하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혈액은 물론이고 육신 전체가 타버린다.

소녀의 말에 목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가 수련한 뇌신체는 육신 수련 중 으뜸은 아니지만 다른 수련법은 절대 따를 수 없는 장점이 있었다. 뇌신체는 수련자의 육신을 무적으로 단련하지는 못해도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다른 육신 공법을 수련하는데 엄청난 도움을 준다.

“네가 이미 용봉체를 수련하는 데 성공은 했지만 보통 수법으로는 그 힘을 완전히 끌어올릴 수 없을 거야.”

“그래?”

“네가 용봉체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정상이야. 그런데 용봉체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수련법대로 수련해야 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수련법이라…….”

목진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양쪽에서 제일인 존재로 이들의 수련법도 으뜸인데 대천세계에서 감히 용족과 봉황족에 뛰어들어 그들의 수련법을 빼앗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용봉천에 있는 걸 왜 굳이 용족과 봉황족에 가서 빼앗으려 하지?”

채소가 흘겨보며 한 말에 목진은 바로 깨달았다.

“설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남긴 계승을 말하는 거야?”

이에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용봉천을 연지 몇 해가 지났는지는 몰라도 여태껏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남긴 계승을 얻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목진이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도 계승을 반드시 얻을 거란 장담은 할 수 없었다. 용봉천에 온 이들이라면 계승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었을 테고 그중, 방의와 유명 황자, 소비월 등 천재들은 실력까지 엄청났다. 목진이 그들을 이기고 계승을 얻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겁나?”

채소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건 아니고 조금 어려울 뿐이야.”

목진은 히쭉 웃더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봤는데 맑은 눈에서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런데 궁금하긴 해. 북계에 이름을 날린 젊은이들은 과연 얼마나 대단할까?”

채소는 소년의 눈에서 야심을 읽었다. 이는 최강자가 되기 위한 야심이었고 아무도 그 결심을 흔들 수 없어 보였다.

이에 그녀마저도 머지않은 미래에 소년이 대천세계의 정상에 선 강자가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럼 이만 떠날까? 용봉대에 가보면 알겠지.”

소년의 말에 채소는 잠시 넋이 나갔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중얼거렸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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