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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97화 (496/1,000)

497화. 용봉대에 오르다

일반 강자는 물론이고 소비월, 홍어 등 실력자들마저 마음이 흔들렸다.

목진은 혈안이 된 사람들을 보고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채소를 바라봤는데 정작 소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방의를 바라보다가 앞으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방의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한 손으로 결인해 앞쪽 공간을 가볍게 때렸다.

“허공대수인(虛空大手印)!”

방의의 고함과 함께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무형의 거대한 수인을 형성했다. 형태를 갖추지 않은 수인에 깃든 무서운 힘에 다들 머리가 지끈거렸다.

슉!

그런데 앞쪽 공간에 파동이 일더니 왜소한 소녀가 나타나 맨손으로 허공대수인과 맞닿았다.

“부숴버려!”

소녀의 말과 함께 새하얀 손에서 백광이 발하더니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거대한 허공대수인은 단번에 뚫렸다.

잇따라 한 줄기 백광이 놀라운 속도로 방의의 미간으로 향했는데 이에 적중한 녀석은 피를 흘리기는커녕 점차 흐릿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방의의 잔영일 뿐이었고 본체는 수백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그 구역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혈안이 된 채 목진과 채소를 노려보던 사람들도 찬물을 끼얹은 듯 바로 정신을 차렸다.

다들 소녀가 이토록 강한 줄은 몰랐다!

소녀의 실력은 방의 못지않게 강했다.

소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사람들은 더 이상 두 사람을 상대로 일을 꾸미려 하지 않았다.

목진은 그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채소의 반격은 아주 적절했다. 방의는 용봉과를 미끼로 두 사람을 궁지에 몰려고 했는데 채소가 선보인 놀라운 실력에 다들 바로 생각을 접었다.

홍어, 소비월, 정선 등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마저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채소를 쳐다봤다. 아무도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방의와 비슷한 실력을 갖췄을 거라 여기지 않았다. 북계에 도대체 언제 이런 요물급 천재가 나타났단 말인가?

한편, 채소는 허공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방의한테 말을 건넸다.

“네가 무슨 수단을 쓰든 상관없어. 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텐데, 채소의 실력을 확인한 이들은 이제 그 말이 사실임을 믿었다. 이번 용봉천의 승자는 분명 방의일 거라 확신했는데 이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번만큼은 진정한 용쟁호투가 예상되었다.

소녀의 말에 방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군가? 내가 알기로 북계에는 당신 같은 사람은 없네.”

그러나 채소는 못 들은 척 다시 목진한테 돌아갔고 방의는 피식 웃으며 뒷짐을 쥔 채 조용히 서 있었다.

그곳은 갑자기 괴이할 정도로 조용해졌고 다들 강자들 사이의 눈치 싸움에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싸우려 하지는 않았다. 아직 용봉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용봉대만 나타나면 아마 엄청난 대전이 벌어질 것이다.

목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곧 닥칠 피바람의 냄새가 느껴졌다.

채소의 손에서 몇 번이나 무사히 빠져나간 방의마저 조용히 서서 독사 같은 눈빛으로 유명 황자를 노려봤고 불패의 성녀 소비월, 요문의 홍어, 거령족의 정선과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는 유염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엄청난 실력자들이 적잖게 존재했다.

오늘, 이곳 용봉대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긴장된 분위기가 반 시진 정도 지속됐을 때, 목진은 갑자기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고 방의, 유명 황자 등도 동시에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그 속에서 상당히 오래된 기운을 내뿜었다.

크으으으!

오래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일그러진 공간을 바라봤다. 오래된 석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아래쪽에 거대한 용과 봉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단계가 뚜렷한 황금 석대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어느새 혈안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 용봉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위잉!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눈부신 석대는 한껏 일그러진 공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는데 규모가 엄청나 한눈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용봉대 위층은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금광을 발하는 것만 보였는데 그 엄청난 위압감에 다들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용봉대에서 전해진 위압감은 그야말로 강력했다.

사람들은 위압감을 뒤로한 채 이글거리는 눈으로 구천에 떠 있는 용봉대를 쳐다봤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계승을 얻고 싶지 않은 지존급 강자는 없을 것이다.

“저것이 바로 용봉대란 말인가?”

목진도 고개를 들어 오래된 석대를 바라봤는데 체내 혈액의 흐름이 갑자기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는 일종의 강력한 계시로 용봉대에 오르면 육신을 더 완벽하게 가꿀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용봉대가 나타났어!”

누군가 정적을 깨고 이내 화색이 되어 외치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들 미친 듯이 용봉대로 향했다.

그들 대부분은 용봉정혈을 취하지 못했지만 용봉대를 앞에 두고 포기할 수 없어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뛰어든 것이다.

반면,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조용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슉!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용봉대에서 발한 금광마저 가려졌는데,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용봉대 근처에 이르렀는데 그 주위 천 장 범위에 발을 들인 순간 용봉대에서 갑자기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오래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퍽! 퍽!

금광에 닿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고 날개를 잃은 새처럼 맥없이 추락했다.

쿵!

사람들은 추락해 바닥에 깊숙한 구멍을 냈는데 육신을 수련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장육부가 찢어졌을 것이다.

금광의 세례에 허공은 다시 한산해졌는데 전부 추락한 것은 아니었다. 수십 명이 금광을 견뎌내며 부단히 용봉대로 향했고 다들 몸 표면에 용이나 봉황의 빛이 아른거렸다. 그들은 진정한 용이나 진정한 봉황의 정혈을 제련해서 금광의 세례를 견딜 수 있었다.

“우리도 이만 가볼까?”

목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하늘을 가르며 용봉대로 향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산봉우리에 서 있던 방의, 유명 황자, 소비월 등도 신속하게 용봉대로 향했다.

처량한 비명으로 가득 찬 대지에 서 있는 사람들은 씁쓸하게 용봉대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용봉대에서는 곧 피 튀기는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북계 젊은이 중 최강자를 정하는 대결이었다!

슉!

목진이 용봉대에 뛰어들자 눈부신 금광과 함께 엄청난 위압감이 형성되었고 공기마저 흐름을 멈춘 듯했다.

하지만 목진한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의 몸 표면에서 은은한 금광을 발하자 위압감이 완벽히 사라졌고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속도를 한껏 끌어 올려 눈 깜짝할 사이에 오래된 용봉대에 올라갔다.

목진은 곧바로 석대에 내려앉았는데 발바닥에서 전해지는 청량하고 견고한 촉감에 고개를 숙여보니 바닥은 황금색 용린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잇따라 목진이 다시 고개를 들자 방대한 석대 위쪽에 층층이 쌓인 활짝 펼쳐진 황금색 날개가 보였다. 층마다 놓여있는 황금색 날개는 석대가 되어 두꺼운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뻗어 있었다.

슉!

잠시 후, 용봉대 위에 빛이 번쩍이더니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는데 다들 서로를 경계하며 일정한 거리를 사이 두고 서 있었다.

한편, 채소는 목진의 옆에 다가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다른 쪽에 서 있는 방의를 노려봤다. 그녀는 무슨 수를 쓰든 꼭 방의를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방의도 소녀의 눈빛이 느껴져 눈가를 파르르 떨었는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였다. 그는 신비로운 소녀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채소한테 찍힌 것은 제법 귀찮은 일이었다.

이렇게 용봉대에 사람이 수십 명 정도 올라왔다. 하나같이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것이 대부분은 실력이 적어도 4급 지존에 이르렀다!

이들이야말로 북계 젊은이 중 진정한 강자들이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드넓은 용봉대는 오히려 조용해졌다.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지만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살벌한 기운만은 잘 느껴졌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겁나지 않았다. 용봉대에 서 있는 사람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없지만 채소와 함께라 자신이 있었다.

채소의 실력을 확인했으니 감히 덤빌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1각 정도의 정적이 흐르자 용봉대에서 갑자기 금광이 발하더니 석대 위에 용린이 나타나 거대한 황금 거울로 변했다.

목진 등이 밟고 있는 것이 바로 황금 거울이었다.

황금 거울에서 금광이 액체처럼 흘러 사람들의 발을 감쌌는데 다들 순간, 체내에 무형의 파동이 스쳐 지나간 것이 느껴졌다.

위잉!

사람들은 강약이 서로 다른 금광을 발했는데 명쾌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동반되었다.

위잉!

“정혈 탐측이야!”

사람들은 곧바로 용봉대가 이들 체내에 깃든 용봉정혈의 강약을 검측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혈의 농도는 용봉 계승을 얻는 확률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손에 땀을 쥐고 몸에서 발하는 금광을 바라보며 각자의 정혈 농도를 예측하였다.

쿵!

그때 10장 정도 되는 금광이 하늘 높이 솟구쳤는데 이는 여태껏 발한 금광 중 최고였다.

사람들이 황급히 눈길을 돌려보니 튼실한 정선이 호탕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녀석이 제련한 용봉정혈은 제법 짙은 모양이었다.

쿵!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크기의 금광이 하늘 높이 솟구쳤는데 이번에는 용음이 동반되었고 그 속에 유염이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목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용봉대에 오른 강자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염과 정선은 이미 다른 사람들을 대부분 뛰어넘었다.

끼익!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와 함께 소비월과 홍어의 주위에도 금광이 발했는데 그 속에서 봉황이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이는 유염이나 정선보다 훨씬 강한 파동이었다.

두 여인은 위봉체를 수련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슉!

사람들은 바로 방의와 유명 황자한테 고개를 돌렸는데 발아래에 모인 금광의 규모에 화들짝 놀랐다. 그 높이는 백 장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쿵!

잇따라 거대한 황금빛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는데 다들 백 장 정도 되는 황금빛 기둥에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이 정도 파동이면 녀석들은 진룡체를 수련하는 데 성공했나 보군!”

누군가 조금 언짢은 듯 중얼거렸다. 그는 이번에도 결국 방의와 유명 황자가 최종 승자일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지, 왜 목진의 것은 아직도 검측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누군가 목진의 발아래에만 금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소리쳤고 다들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소년이 용봉정혈을 제련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용봉대에는 무슨 수로 올랐단 말인가?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서 있다가 고개를 숙여 발아래에서 흐르는 황금색 액체를 바라봤다. 그는 체내에서 퍼지는 파동에 혈액이 비등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그런 느낌이 고조에 이르자 목진은 천천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벌렸는데 백 장 정도 되는 빛의 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목진의 것은 비록 백 장밖에 안 되었지만 암금색 기둥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퍽! 퍽! 퍽!

목진의 체내에서 암금빛 기둥이 솟구치자 용봉대에 오른 사람들의 빛의 기둥이 갑자기 폭발해 수많은 광점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나 목진의 암금색 기둥만 여전히 눈부신 빛을 발하며 우뚝 솟아올랐다. 이는 꼭 다른 기둥 사이에서 군림하는 것처럼 보였다.

황금빛 기둥은 특별한 방식으로 목진의 암금색 기둥과의 차이를 알렸다.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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