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498화 (497/1,000)

498화. 전쟁의 서막을 열다

용봉대에 모습을 드러낸 암금빛 기둥은 두꺼운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는데 용봉대 전체가 순간 눈부시게 빛나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특별한 암금빛 기둥을 바라보더니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사람들은 목진의 검측 결과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설마 목진 체내의 용봉정혈을 따라갈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방의와 유명 황자는 진룡체를 수련하는 데 성공한 듯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데 목진의 검측 결과는 더 놀라웠다.

그런데 소년의 체내의 용봉정혈은 왜 이렇게까지 짙단 말인가? 그는 도대체 얼마나 제련해 흡수했단 말인가?

용봉대 뿐만 아니라 지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방의와 유명 황자도 미간을 찌푸린 채 빛기둥 속에 서 있는 목진을 노려보다가 서로 힐끗 보더니 바로 눈길을 피했다.

소비월, 홍어, 정선 등도 목진한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이내 정색하였다.

처음부터 안색이 안 좋았던 유염은 더 어두워진 얼굴로 목진을 노려봤다.

암금빛 기둥은 한참이 지나서야 점차 사그라들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은 그제야 눈을 뜨고 조용해진 용봉대를 쓰윽 훑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체내의 용봉정혈을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던 터라 갑작스러운 변고에 당황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 밖에 날 것이 분명했다.

체내에 용봉정혈이 가장 많은 사람이 용봉 계승을 획득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목진은 사람들의 미움을 살 게 뻔했다. 그는 곳곳에서 느껴지는 질투 가득한 눈빛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방의와 유명 황자의 몫이었던 것이 지금은 목진이 감당해야 할 것이 되었다.

다행히 그는 채소와 같은 편이라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눈부신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용봉대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봉황의 날개로 만들어진 석대를 쳐다봤다.

용봉 계승은 용봉대의 정상에 있어 이를 얻으려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 가능한데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른 사람이 계승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러나 아무도 정적을 깨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았다.

그런데 목진은 정적이 곧 깨질 것을 잘 알았다.

“다들 먼저 나서려 하지 않으니 내가 그 첫 번째가 돼주지.”

그때 용봉록 1위인 방의가 목진과 채소를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아무도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 말을 마치기 무섭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쿵!

이와 동시에, 유명 황자도 한 갈래 빛이 되어 신속하게 하늘을 가르며 석대에 올랐다.

퍽! 퍽!

잇따라 사람들은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미친 듯이 석대로 날아 올랐고 목진과 채소도 서로 마주 보고 석대에 올랐다.

구경꾼들은 하늘 높이 날아오른 빛줄기들을 보고 열광하였다. 다들 드디어 용봉대의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용봉대 정상에 오를 사람은 누굴까? 그게 누가 되든 북계의 용봉록에 엄청난 변동이 생길 것만은 분명했다.

슉!

목진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한 줄기 빛이 되어 위쪽을 바라보며 영력으로 목소리를 감싼 채 채소한테 말을 건넸다.

“위로 올라갈수록 용봉대가 적어지는데 용봉대는 정상에 오르는 유일한 통로야. 우린 각자 하나씩 차지해야 해.”

목진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최저층의 용봉대 수량이 가장 많아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어 다들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그 양이 적어져 그 위에 서려면 반드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채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혼자서 조심해.”

슉! 슉!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하늘을 가르며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용봉대에 올랐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구경꾼들은 도전자들한테서 점차 난폭한 영력 파동이 느껴져 잔뜩 긴장하며 상황을 살폈다.

“용봉대가 적어졌어!”

누군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들어보니 가득했던 용봉대가 갑자기 줄어들어 모든 사람이 서기에 부족했다.

쿵!

미친 듯이 돌진하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가장 앞쪽에서 달리던 사람들은 신속하게 용봉대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사람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무도 없었기에 용봉대를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란 법은 없었다.

그때 누군가 살기를 품고 주인이 있는 용봉대에 올라 공격을 개시했다.

퍽! 퍽!

용봉대에서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제법 평화로웠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살기만 득실거렸다.

목진과 체소도 속도가 제법 빨라 각자 용봉대를 하나씩 차지했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이 느껴지더니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목진을 공격했다.

“당장 꺼져!”

이에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용봉체를 소환해 육신에서 금광을 발했는데 그것은 촘촘히 박힌 황금색 용린이 되어 목진의 몸을 뒤덮었다.

잇따라 목진이 뒤로 손을 휘두르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의 주먹과 부딪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형성되었다. 목진은 미동이 없었지만 녀석은 뒤로 몇 보 물러났다.

그러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 보니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음침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과는 초면이었고 영력 파동으로 보면 실력이 4급 지존경에 이르렀는데 유염과 비교하면 훨씬 뒤처졌다.

“난 귀영종(鬼影宗)의 진범(陳帆)이라 하네. 길을 터주면 고맙겠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소년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았지만 채소와 떨어져 있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여겼다.

목진은 조용히 사내를 노려보더니 바로 뒤돌아섰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진법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아무리 대단해 봐야 방의보다 강할까? 감히 뭐라고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시한단 말인가!

쿵!

진범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뒤쪽에 거대한 검은색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살기 가득한 것이 꼭 수라 같았다. 진범은 바로 최강수를 두기 위해 지존법신을 소환했다.

“귀영법신(鬼影法身), 만영지마(萬影之魔)!”

거대한 검은색 그림자가 적광을 발하는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그림자들이 혼백처럼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이로 인해 생성된 무서운 파동에 공간마저 잔뜩 일그러졌다.

“귀영종의 진범이 목진을 노리는군!”

“진범의 귀영법신은 상당히 독하다고 들었네. 사람을 죽일 때마다 그 신백을 삼켜 유혼의 힘(幽魂之力)으로 만든다고 하더군.”

구경꾼 중 목진을 눈여겨본 사람이 적잖게 존재했기에 그가 서 있던 석대에서 영력 충격파가 형성되자 다들 바로 고개를 돌렸다.

목진을 눈여겨보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석대에 서 있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이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무도 감히 그들을 공격하지 못해 그들은 상당히 한가했다. 바로 용봉록 순위권에 오른 방의, 유명 황자, 소비월, 홍어 등이었다.

그들은 체내의 용봉정혈이 가장 짙은 목진이 그와 걸맞은 실력을 갖췄는지 궁금하였다.

혼백들은 계속해서 울부짖으며 목진에게 향했는데 정작 소년은 고개를 들더니 갑자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어 목진의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했고 그 빛에 다들 눈을 똑바로 뜨지 못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일부는 목진의 등에 황금빛을 발하는 봉황의 날개가 나타나 이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빛처럼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발견했다.

눈부신 금광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목진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전진했다. 귀영법신과 그 공격은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미세한 황금빛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퍽!

그러다 황금빛 균열이 귀영법신 전체에 퍼지자 녀석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였다. 그 속에서 진범이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추락해 산맥에 꽂혔다.

사람들은 진범이 내리꽂혀 폐허가 된 곳을 한참 쳐다보았고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금세 바뀌었다.

소년이 단숨에 4급 지존을 쓰러뜨렸다!

그는 유염과 싸웠을 때보다 실력이 더 강해졌다.

목진이 서 있던 석대에 영력 파동이 완전히 가셨는데도 이곳은 여전히 조용했고 사람들은 그 위에 서 있는 늘씬한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들 목진이 단숨에 4급 지존을 쓰러뜨린 것을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소비월과 홍어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과 유염의 대결 결과를 전해 들은 두 여인은 채소의 실력이 막강해 분명 채소가 목진을 도왔을 거라 여겼는데 소년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소년은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목진이 유염을 상대했던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반면, 방의와 유명 황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제자리에 서서 지켜봤는데 목진한테서 발한 눈부신 금광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현재 느껴지는 위압감이 목진의 실력이 아니라 체내의 용봉정혈에서 비롯된 것을 알아챘다.

소년 체내의 용봉정혈은 확실히 이들보다 훨씬 짙었다.

그러나 방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목진과 채소가 엄청난 용봉지를 찾아낸 데다가 그곳에서 완전히 무르익은 용봉과를 두 알이나 얻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목진의 실력은 확실히 괜찮았지만 아직 방의가 경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와 동행한 신비로운 소녀야말로 그가 경계해야 할 상대였다.

* * *

목진이 조용히 용봉대에 서서 주위를 쓰윽 훑자 다들 황급히 눈길을 피했고 목진의 용봉대를 빼앗으려던 사람들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목진을 그저 3급 지존으로만 보고 덤비면 큰코다칠 것이다. 그는 절대 신비로운 소녀만 믿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고, 그의 실력 또한 뛰어났다.

그의 실력을 본 사람들은 다들 다른 목표물을 찾기 시작했다.

목진은 그제야 다른 용봉대의 상황을 살폈는데 지극히 난폭한 영력 파동과 함께 거대한 지존법신들이 싸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다들 정상에 오르기 위해 혈안이 되어 필살기를 사용했다.

다행히 더는 목진을 공격하려는 사람이 없었고 번거로운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목진은 이내 조용한 다른 석대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들을 목표로 삼지조차 않았는데, 저들이 바로 북계 젊은이 중 진정한 강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야말로 용봉대 정상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목진은 그 안에서 유염도 발견했는데 그는 여전히 음산한 눈빛으로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난번 대결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는 더 나빠졌다. 이는 유염의 눈에 깃든 살기로도 알 수 있었는데 용봉체를 수련하기 전부터 녀석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목진은 실력이 폭등한 지금, 다시 싸우게 되면 더는 전처럼 중상을 입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목진은 무덤덤하게 눈길을 거두고 방의와 유명 황자 쪽을 힐끗거렸다.

그는 유염보다는 진정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방의와 유명 황자가 더 두려웠다. 두 녀석은 무려 채소한테서 무사히 도망갔기 때문이었다.

쿵! 쿵!

그때 다른 용봉대의 영력 파동이 점차 격해지더니 대결이 고조에 이르렀다.

잠시 후, 승패가 갈리자 패배자들은 중상을 입은 채 추락했고 난폭했던 영력 파동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어 목진이 주위를 쓰윽 훑어보니 용봉대가 32개밖에 남지 않았고 전부 주인이 정해졌다.

“사람을 32명밖에 남기지 않았단 말인가?”

목진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용봉대에 오를 자격을 갖춘 사람이 백 명 가까이 되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넘는 사람이 탈락했다.

이에 목진은 더 멀리 떨어진 허공을 바라봤는데 그곳에는 용봉대가 16개 정도 있는 것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그곳에 남을 수 있는 사람은 16명뿐이었다.

용봉대는 차례를 거듭할 때마다 절반을 탈락시켰는데 정말 잔인했다.

위잉.

그런데 그때, 그들이 딛고 있던 용봉대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수많은 봉황의 날개가 퍼덕였다. 용봉대에서 흘러나온 황금색 액체가 그들의 발을 통해 체내에 스며들었다.

“용봉정혈이라니!”

목진은 체내에 스며든 익숙한 힘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는 그들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용봉대가 보상으로 준 용봉정혈은 상당히 순수해 나머지 사람들한테는 횡재나 다름없었지만 엄청난 용봉지와 용봉과 한 알을 제련해 흡수한 목진한테는 금상첨화일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