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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499화 (498/1,000)

499화. 2각

잠시 후, 그윽한 금광으로 온몸을 휘감았던 32개의 용봉대는 이들을 싣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용봉대가 16개밖에 없는 곳에 도착했다.

이에 방의, 유명 황자 등 용봉록에 이름을 남긴 최정예들은 아무 말 없이 각자 용봉대를 하나씩 차지했고 목진도 용봉대에 내려앉았다. 그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빛을 발견하고 주먹을 쥐며 물었다.

“누가 먼저 나설 건가?”

그때 회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목진한테 다가왔다. 그가 내뿜는 예리하기 그지없는 도의 기운에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패도종(霸刀宗)의 여로(余路)네. 잘 부탁하네!”

사내는 짤막한 소개를 마치자마자 예리하기 그지없는 장도를 들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패도종에서 온 강자의 실력은 위영종의 진범과 비슷해 목진은 싸움을 금세 끝냈다. 목진이 한 손가락으로 예리한 도의 기운을 꺾은 것을 본 여로는 자신과 목진의 실력 차이를 실감하고 간단히 인사를 한 뒤, 바로 물러났다.

이번 대결도 목진의 승리로 끝났다.

이렇게 목진은 패도종의 여로를 꺾고 16강에 든 뒤, 북계의 정예 세력 출신인 강자 한 명을 더 꺾고 8강에 들었다!

8강 쟁탈전을 치른 목진은 길게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어 더 높은 곳에 있는 용봉대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용봉대가 네 개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이은 탈락전을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엄청나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곳까지 어렵게 온 목진도 쉽게 포기할 리 없었다. 그는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용봉대 정상에 오를 것이다. 비록 그 앞에 방의나 유명 황자처럼 엄청난 실력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마지막까지 살아남기란 엄청 어렵겠지만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과연 누가 내 앞길을 막을 수 있나 보지!”

목진은 히쭉 웃더니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때 용봉대에서 다시 금광을 발하자 목진은 두 팔을 벌려 순수한 용봉정혈을 받아들인 뒤, 피와 살에 녹여 웅장한 힘으로 바꿔 온몸에 흐르도록 했다.

금광이 사라지자 목진은 엄숙한 표정을 한 채 다시 눈을 떴는데 8강이 각자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린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구경꾼들은 숨죽이고 상황을 살폈다.

용봉대 대결은 드디어 가장 치열한 단계에 이르렀고 분위기 역시 어느새 무르익었다!

이제부터 진짜 피 튀기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저 멀리 하늘에 나타난 사람 8명은 조용히 서 있었지만 체내에서 발하는 웅장한 영력 파동은 돌풍처럼 그 구역을 휘몰아쳐 하늘에 있던 구름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들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숨이 막혔다.

그들이라면 대부분 정예 세력에서도 최정예에 속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대결을 벌이다니, 이는 혜성이 부딪치는 것처럼 천지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이번엔 과연 누가 정상에 오를까…….”

“방의나 유명 황자가 아닐까? 그들은 각각 용봉록 1위와 2위를 차지한 지 오래되었고 아무도 두 사람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지 못했잖아.”

“그거야 모르지. 방의의 태도를 보니 신비로운 소녀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라고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지. 소비월과 홍어 등을 멸시했다가는 큰코다칠 거야.”

“누구 하나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는 이가 없으니 오히려 상황이 복잡해졌군.”

* * *

사람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수군댔고 그들의 말이 제법 그럴싸했다.

한편, 목진은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에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와 채소를 제외한 사람들은 대부분 용봉록에 이름이 오른 유명한 사람들이었고 거령족의 정선만 제외하고는 전부 한 번씩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목진은 정선과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고 소비월, 홍어와는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세 사람과는 대립 관계였다.

유염과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관계였고 방의나 유명 황자는 싸운 적은 있으나 이들이 자신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목진은 조금 난감해졌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염이 살기 어린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이 주먹을 꽉 쥐자 영광이 번쩍이며 장창으로 변해 목진을 가리켰다.

“지난번에는 자네가 운이 좋아 내 손에서 벗어났지만 이제 더는 그럴 기회는 없을 것이네.”

“상갓집 개처럼 도망간 사람이 누구더라?”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유염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저 여인만 아니었으면 내가 자넬 가만뒀을 것 같나?”

유염이 말한 여인은 바로 채소였다.

지난번, 그는 목진과 계속 싸울 수 있었지만 채소가 적혈을 죽인 잔인한 수법에 놀라 도망갔다. 채소만 아니었다면 목진은 분명 패배했을 거라 여긴 유명은 자신이 그렇게 도망간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채소는 더는 목진을 도울 수 없었고 도우려 해도 다른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를 여기서 쓰러트리고 싶나 보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염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쓰윽 훑었다.

“내가 먼저 나서고 싶은데 다들 괜찮은가?”

“하하, 우리가 그대 손발을 묶어둔 것도 아닌데 마음대로 하게. 그런데 대라천역에서 온 친구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니까 조심하게. 괜히 덤볐다가 호되게 당하는 수가 있네.”

홍어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 같았으나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지 않을 남자는 없었다.

나머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들 유염의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언제까지 대치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기에 유염이 먼저 나서는 것도 제법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때, 채소가 이내 정색하며 앞으로 나서자 사람들은 순간 그녀한테 눈길을 돌렸다. 다들 채소만큼은 경계했다.

유염도 순간 흠칫하였다. 채소가 지금 상황에서 목진을 도우러 나선다면 그한테는 상당히 불리했다.

“허허, 그대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여태껏 아무 말도 없었던 방의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기어코 나서겠다면 어떡할 건가?”

채소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럼 내가 나서서 당신을 막을 수밖에…… 규칙은 규칙인지라 파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네.”

말을 마친 방의가 천천히 나서자 옷자락이 미친 듯이 펄럭이며 주위 공간이 격렬하게 일그러지더니 공간 파문이 일었다. 그는 놀라운 영력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소비월, 홍어 등은 방의가 형성한 위압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영력 파동으로만 보면 방의는 그들보다 실력이 훨씬 강했다.

“당신 따위가 감히?”

채소는 방의를 노려보더니 길쭉한 손가락에서 다시 영롱한 빛을 발했는데 가녀린 손에서 방의 같은 강자마저 두려워할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나까지 더하면 가능할 것 같은가?”

그때 유명 황자가 다가와 채소의 뒤쪽에 서더니 천지를 삼킬 듯한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람들은 금세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소비월과 홍어 등도 깜짝 놀랐다. 용봉록 1, 2위가 한 편이 될 줄이야.

두 사람은 원래 그렇게까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잔뜩 놀랐다. 지금 상황이 알려지면 북계에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 분명했다. 북계 젊은이의 우상과도 같은 방의가 유명 황자가 협력해 한 사람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그 상대는 나이가 얼마 안 돼 보이는 어린 소녀였다!

목진도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채소는 그를 도와주려다 방의와 유명 황자의 목표가 되었다.

“사내 둘이 여인 하나를 상대하려 하다니, 용봉록 1위와 2위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군.”

목진은 채소 체내에 봉인이 많아 선보일 수 있는 실력이 한정적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는 방의와 유명 황자 중 한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했지만 두 사람이 협력하면 아무리 그녀라도 조금 버거울 것이다.

이에 유명 황자는 목진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자넨 우리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안 되니까 유명부터 이기게. 소녀는 자네 때문에 양난의 곤경에 빠진 것이니 실력으로 증명하란 말이네. 안 그럼…….”

유명 황자는 목진을 무시한다기보다 그냥 그를 상대로 취급하지 않을 뿐이었다.

“자넨 우리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안 되네.”

“과연 그럴까?”

목진이 유명 황자를 노려보며 말하자 주위가 순간 조용해졌다. 다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홍어와 소비월 등은 여전히 조용히 서 있기만 했는데 그들은 다른 이들의 대결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득이 되니 끼어들 리가 없었다.

그때 채소는 고개를 기울여 유명 황자와 방의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는데 이 정도의 경국지색은 소비월, 홍어가 감히 비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러다 채소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내가 전부를 상대하기는 조금 버거울 것 같은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2각 내에 유염이란 녀석을 먼저 해결해. 그리고…….”

소녀는 영롱한 빛을 발하는 손가락으로 뒤쪽에 서 있는 유명 황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한 놈을 잡고 있으면 내가 다른 한 놈을 죽일게. 가능하겠어?”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채소가 왜 목진이 그걸 해낼 수 있을 거라 여기는지 이해가 안 갔다. 목진이 상대하기 어려운 유염을 쓰러뜨렸다고 해도 유명 황자의 앞을 막기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정작 목진은 채소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유염을 쏘아봤다.

“그 정도면 충분해!”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용봉대에 올라가 예리한 눈빛으로 유염을 노려봤다.

“겁도 없이!”

유염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났다. 목진이 감히 2각도 안 되는 사이에 자신을 쓰러뜨리겠다고 한 것이 우스울 뿐이었다.

지난번엔 목진의 운이 좋아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반드시 녀석을 죽이리라 결심했다! 이에 유염은 씨익 웃더니 목진이 서 있는 용봉대에 올라 소년을 쏘아봤는데 눈빛에 깃든 살기가 엄청났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목진을 죽이는 최적의 시기라 생각했다. 방의와 유명 황자가 나서서 신비로운 소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목진한테 도움을 주기는 불가능했다.

쿵!

유염이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자 선홍색 영력이 뒤쪽에서 요동치며 주위의 온도를 끌어올렸다.

“만염법신!”

유염은 바로 두 손을 모아 결인해 지존법신을 소환했는데 거대한 선홍빛 그림자가 용봉대에 나타났다!

지난번 목진과의 혈전을 통해 유염은 더는 소년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마저 목진을 이기지 못하면 그의 체면은 그야말로 바닥을 칠 것이다.

한편, 구경꾼들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유염은 목진을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는 척 말했지만 그의 공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네 목숨은 이곳에 남기거라!”

유염이 만염법신의 머리 위에 나타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손을 휘두르자 법신의 방대한 선홍색 장인이 화염 거수로 변해 목진에게 향했다.

그 엄청난 열기에 주위의 공기가 불타오를 것 같았다. 유염이 용봉록 4위에 오른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가 전력을 다한 공격은 일반 4급 지존이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 목진은 전혀 피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화염 거수를 확인하고는 주먹을 꽉 쥐었는데 온몸에서 암금빛을 발하다가 팔에서 암금색 비늘이 자라났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체내에서 산맥을 부술 만큼 엄청난 힘이 요동쳤는데 이는 용봉체에서 비롯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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