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501화 (500/1,000)

501화. 유명 황자

쿵!

만염법신은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고 유염은 비참하게 튕겨 나갔다.

풉.

유염은 미친 듯이 피를 토했고 온몸을 감싼 영력 파동도 상당히 무질서해졌다. 그는 극심한 상처를 입은 게 분명했다.

“유염이 패했어!”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유염은 중상을 입고 전투력을 잃어 더는 목진과 싸울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목진은 여전히 주먹을 휘두르는 자세를 유지한 채 튕겨 나간 유염을 노려보더니 살기를 품은 채 곧장 유염을 향해 돌진했다.

그 엄청난 살기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목진은 나이는 어려도 부리는 수단은 범상치 않았다.

이에 유염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감히 나를 죽이려 하는 건가? 천현전에서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영력 파동이 상당히 무질서해진 유염은 무리해서 싸웠다가는 오늘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목진은 미동 없는 눈빛으로 바로 유염 앞에 나타나 웅장한 영력 파동과 함께 비늘로 뒤덮인 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목진의 살기 가득한 공격에 유염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목진이 이렇게까지 독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날 죽이는 건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

유염은 동생 유명과 달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잔뜩 화가 난 듯 포효하더니 몸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상당히 난폭한 영력을 내뿜었다.

슉.

목진은 바로 유염이 육신을 폭발시키려는 것을 눈치채고 뒤로 물러났다.

그때 유염의 육신이 완전히 폭발하자 무서운 영력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공간마저 일그러졌고 공간 균열마저 생겼다. 목진은 그 여파에 맞아 체내에서 피가 솟구쳤지만 용봉금갑 덕분에 큰 상처 없이 뒤로 수천 장 정도 튕겨 나갔다.

잇따라 한 갈래 영광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더니 공간이 일그러진 곳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그건 유염의 신백이었다. 그는 육신이 폭발한 틈을 타 신백을 살리려는 속셈이었다.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를 바라봤지만 더는 나서지 않았다. 유염이 육신을 폭발시켜 신백도 크게 다쳤을 터라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앞으로 수련에 큰 성과를 이루기는 불가능했다.

난폭하게 휘몰아치던 영력 돌풍이 점차 사그라지자 사람들은 잔뜩 놀란 표정으로 허공에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목진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소비월, 홍어 등 강자들마저 정색했다.

유염을 쓰러트린 것도 모자라 녀석이 육신을 포기하면서까지 현장에서 벗어나게 한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때 목진의 몸 표면에 금광이 요동치더니 용봉금갑이 빠르게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는 다시 사람들 앞에 본모습을 드러냈는데 다들 온몸에 딱지가 앉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몸에는 피가 굳어서 생긴 딱지와 더불어 상처까지 있었다.

그건 유염의 최후의 일격으로 인한 상처였다.

잇따라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딱지는 전부 떨어졌고 뼈가 보일 듯 깊었던 상처들은 엄청난 속도로 치유되었다. 목진의 육신은 1각도 안 되는 사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 엄청난 회복력에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지만 정작 목진은 육신의 치유력이 마음에 든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혈맥에 용봉 정혈이 스며들자 목진은 신수처럼 완강한 생명력을 갖게 되었는데 치명적인 상처만 아니면 대부분 무서운 속도로 치유되었다.

목진은 완벽히 회복한 육신을 살펴보더니 그제야 고개를 들고 주위를 쓰윽 훑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맹수가 깃든 것처럼 보였고, 유염을 쓰러트린 덕분에 그 기세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소비월, 홍어, 정선 같은 강자들도 더는 목진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감히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소년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주위를 쓰윽 훑던 목진은 서로를 견제하며 허공에 있는 세 사람에게 눈길을 멈췄다. 엄청난 신경전에 불똥이라도 튈까 봐 그 주위 수천 장 범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목진의 승리로 그들의 대치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자연스레 세 사람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목진과 유염의 대결이 아무리 치열해도 세 사람이 벌이는 전투야말로 피 튀기는 싸움이 될 것이다.

목진과 유염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채소, 방의, 유명 황자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목진이 유염을 이겼다고는 하지만 세 사람 사이의 대결에 굳이 끼어들려면 그나마 최약체인 유명 황자를 상대해야 할 텐데, 그는 무려 용봉록 2위의 자리를 다년간 지켜온 엄청난 천재였다.

아무리 유염처럼 기고만장한 녀석이라도 유명 황자를 상당히 경계했던 터라 목진이 유명 황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때 방의와 유명 황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실망했나 보지?”

채소는 무덤덤하게 말하며 정색하였다.

이에 방의는 채소 체내에서 발하는 엄청난 살기에 바로 긴장했다. 그는 소녀가 곧 공격을 개시할 거라 생각했다.

“소년이 유명 황자를 상대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네.”

방의가 느긋하게 한 말에 채소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내가 그 전에 자네를 죽일 것이네.”

소녀의 말에 방의는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돌려 유명 황자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계승은 반씩 나눠 가집시다.”

그가 말한 계승은 바로 용봉 계승이었다.

“좋네.”

방의는 바로 유명 황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 그는 유명 황자의 힘이 꼭 필요했다.

“최대한 빨리 죽이게. 소녀는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네.”

방의가 채소를 노려보며 말했고, 유명 황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채소와 싸운 적이 있어 그녀가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지 잘 알았다.

채소와 단둘이 싸우면 절대 승산이 없을 거라 생각한 유명황자는 최대한 빨리 목진을 쓰러뜨리고 방의와 함께 소녀를 죽여야 했다.

유명 황자는 목진한테 고개를 돌리고는 아득한 눈빛으로 소년을 쳐다봤다.

“허허,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채소는 생긋 웃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방의를 노려보다가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녀석을 잠시 막아줄 수 있을까?”

소녀의 말에 목진도 유명 황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상대방한테서 치명적인 파동을 느꼈지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너한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할게.”

목진이 나지막하게 한 말에 채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진의 실력을 잘 알고 있어 소년이 과연 유명 황자를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막겠다…….”

유명 황자는 목진을 막연하게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는 목진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우스울 뿐이었다.

“자넨 곧 유염이 걸었던 길을 걷게 될 것이네.”

유명 황자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어두운 영력이 한데 모여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렸고 놀라운 영력 파동이 형성되어 주위에 퍼졌다.

그 놀라운 영력 위압감에 소비월, 홍어 등 강자들마저 화들짝 놀랐다.

“5급 지존이란 말인가!”

목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유명 황자가 정녕 5급 지존에 이르렀단 말인가!

그 모습에 목진은 유명 황자를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유명 황자는 조금 창백해 보이는 안색으로 허공에 떠 있었는데 그가 형성한 위압감에 천지마저 흔들렸다.

목진도 그 위압감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는 보통 4급 지존을 훨씬 뛰어넘은 실력으로 이미 5급 지존경에 이르러 있었다.

유명 황자가 정녕 5급 지존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5급 지존은 각 정예 세력에서 놓고 말해도 고층 정예가 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실력이었다.

이제 목진에게 승산은 없었다. 사람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고 소년도 한껏 정색한 채 유명 황자를 쳐다봤다. 5급 지존경의 실력은 대라천역에서 왕으로 꼽힐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실력이었다!

유염을 4급 지존 중 정예라고 한다면 유명 황자는 그보다 훨씬 강했다.

“이것이 바로 용봉록 2위와 3위 사이의 차이란 말인가?”

목진은 주먹을 꽉 쥔 채 유명 황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육신에서 전해지는 짜릿함에서 강력한 위협을 느꼈다.

5급 지존과 4급 지존은 한 단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실력이 일단 5급 지존경에 이르면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건 공격이나 방어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는 능력이라 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감히 5급 지존 앞에서는 함부로 까불지 못했다.

사람들은 유명 황자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던 것이다. 이번 대결의 결과는 뻔했다.

목진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절대 유명 황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계속할 건가?”

유명 황자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질문에 목진은 웃기만 했는데 상대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유명 황자의 실력이 강하긴 하지만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나는 것은 목진 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유명 황자 따위에 겁먹을 소년이 아니었다.

목진의 눈빛에서 그 답을 읽은 유명 황자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대라천역의 천재가 다시 이곳 용봉천에서 목숨을 거두게 생겼군.”

이에 목진이 입을 열려 했는데 유명 황자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다가 녀석이 사라진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쿵!

잇따라 목진의 뒤쪽 공간이 한껏 일그러지더니 강력한 영력을 실은 장인이 목진의 등을 공격했다.

갑작스럽고 괴이한 공격에 목진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항상 경계하고 있었던 터라 한 손으로 결인하자 영광이 요동치며 흐릿한 용의 그림자가 되어 일그러진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유명 황자의 공격이 무산되자 그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3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니…… 하지만 나를 상대하기엔 아직 멀었네.”

그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공간 파동만 남긴 채 다시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 천 장 밖의 어딘가에서 공간이 요동치더니 용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목진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장인이 귀신같이 나타나 기세등등하게 목진에게 향했다.

목진이 더는 상대방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바로 용봉금갑을 소환했는데 피부 표면에 금세 암금색 용린이 나타났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고 두 손을 휘둘러 유명 황자의 공격에 맞섰다.

퍽!

두 사람의 손이 부딪히자 무서운 폭발음과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일어 주위 만 장 범위의 공간이 크게 진동했다.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수천 장 정도 튕겨 나가 피를 토했고 두 팔에는 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용봉금갑이 아니었으면 그는 유명 황자의 공격에 두 팔이 부러졌을 것이다.

유명 황자 역시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수십 보 물러났는데 아직 살아있는 목진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의 공격은 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중상을 입었을 텐데 목진은 피를 통한 것으로 끝이었다.

“유명을 쓰러트릴 만하군. 제법이네.”

이에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노려봤다. 그는 유명 황자의 공격에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잇따라 그가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다가 거대한 황금빛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존법신을 소환한 목진은 곧바로 그 머리 위에 서서 대서미마주를 소환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