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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02화 (501/1,000)

502화. 전장 두 군데

유명 황자는 특이한 대일불멸신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소년의 지존법신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절대 보통 법신이 아니란 것만은 확신했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결과는 변치 않을 것이네.”

유명 황자는 목진의 반격을 신경 쓰지 않고 주먹을 가볍게 쥐었는데 손바닥에 어두운 빛이 모여 검은색 장창을 이뤘다.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장창에 주위의 영력마저 얼어붙었다.

“저건 유명궁의 상품 신기, 명신창(冥神戟)이야!”

사람들은 장창의 정체를 알아채고 깜짝 놀라 외쳤다. 다들 유명 황자 수중의 장창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었다.

“유명 황자가 명신창을 꺼낸 걸 보면 목진을 살려두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군.”

누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명 황자가 목진을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면 그한테 오히려 기회가 있었을 텐데 수많은 전쟁을 치른 유명 황자는 역시 남달랐다.

맹수는 토끼를 잡을 때마다 전력을 다하는 법이었다. 유명 황자가 유명궁 젊은이 중 최정예가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신은 아직 5급 지존경에 이르지 않았군.”

유명 황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목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짤막한 대결을 통해 목진은 유명 황자가 아직 5급 지존경에 이르지 못했단 사실을 알아챘다. 녀석은 4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실력자였다.

유명 황자는 자신의 실력을 알아챈 목진에게 조금 놀라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늑대든 호랑이든 자네 같은 애벌레를 짓밟기엔 충분하네.”

이에 목진이 피식 웃으며 발을 힘껏 구르자 대일불멸신의 미간과 가슴팍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태양이 떠올랐다.

“지존신통, 쌍양의 힘!”

잇따라 대일불멸신에서 산맥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내뿜었다.

“허허, 흥미롭군.”

유명 황자는 기세등등해진 목진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목숨이라도 걸겠다는 건가? 그래 봐야 날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말을 아예 무시한 채 대일불멸신을 움직여 황금빛으로 물들인 대서미마주를 휘둘렀다. 마주는 허공을 가르며 멸망의 기운을 싣고 유명 황자에게 향했다.

목진은 유명 황자를 상대하느라 영력을 전부 쏟아부었다.

사람들은 목진의 공격에 이내 정색했다. 다들 그가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용기는 대결에서 큰 빛을 발할 수 없었다.

모든 건 결국 실력이 뒷받침해 줘야 했다!

이번 대결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할 것이다.

쿵!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대서미마주는 하늘을 부수며 놀라운 힘을 싣고 빠르게 유명 황자를 공격했는데 주위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대일불멸신의 쌍양의 힘은 역시 강력했다.

그런데 유명 황자는 목진이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고, 수중의 명신창을 가볍게 들고 이내 정색했다.

그가 드디어 나섰다.

슉!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빛이 하늘을 가르더니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대서미마주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고 그 속에 깃든 방대한 힘은 바로 사라졌다.

이에 다들 대서미마주의 앞쪽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검은색 장창이 끄떡없이 마주에 맞서고 있었다. 이는 대서미마주보다 훨씬 작아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지만 얇은 장창에 대서미마주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이것이 바로 용봉록 2위의 실력이란 말인가? 그는 유염을 훨씬 뛰어넘는 막강한 실력자였다.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던 목진은 이번만큼은 진정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그를 무사히 뚫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한편, 대일불멸신 머리 위에 서 있던 목진은 한 손으로 장창을 들고 대서미마주의 공격을 막아낸 유명 황자를 보고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도 유명 황자와의 대결이 쉽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았다.

* * *

한편, 그들과 반대편에서는 난폭한 영력 파동이 일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목진과 유명 황자가 아무리 치열하게 싸워도 이들이 싸우고 있는 곳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장이었다.

현재 대치 중인 두 사람은 용봉천에서 최강의 존재였다.

용봉록 1위를 차지한 방의는 북계 젊은이 중 가장 유명하고 실력도 제일 강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차기 신각 각주가 되어 북계의 거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채소는 신비로운 존재로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유명 황자와 방의 같은 엄청난 실력자들도 그녀를 상대로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여 두 사람의 대결이야말로 용봉 계승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싸움이었다.

그때 채소는 발을 가볍게 구르며 요염한 눈으로 방의를 노려보더니 손끝에서 오색 찬연한 영광을 번쩍였다.

이에 방의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소녀에 대한 경계심은 한시도 늦추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감 넘치는 그라도 신비로운 채소를 상대로 절대적인 승산도, 물러날 곳도 없었다.

방의가 주먹을 쥐자 웅장한 영력이 요동치며 뒤쪽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럼 당신의 실력이나 먼저 확인해봅시다.”

방의는 미소를 짓더니 허공에 손가락을 가볍게 찍었는데 뒤쪽에 모였던 영력이 휘몰아치며 수백 장 정도 되는 보랏빛 장검을 이뤘다.

거대한 장검에서 비롯된 엄청난 검기는 천지를 반으로 자를 것만 같았고 그 수에 사람들은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보랏빛 장검 한 자루만으로도 4급 지존을 쓰러뜨릴 수 있는데 이토록 많은 양의 위력은 더 놀라울 것이다.

방의는 채소를 쓰러뜨리기 위해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위잉!

잇따라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검음이 울려 퍼지더니 수많은 보랏빛 장검들이 폭우처럼 채소에게 쏟아져 내렸다.

정작 채소는 기세등등하게 내리꽂히는 장검들을 확인하고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그었는데 앞쪽 공간에 어두운 공간 균열이 일어 보랏빛 장검들을 모조리 삼켰다.

구경꾼들은 방의의 공격을 너무 쉽게 무산시킨 채소의 모습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방의가 소녀를 그토록 경계한 데는 역시 다 이유가 있었다.

“실력이 이따위밖에 안 되면 당장 물러나.”

채소가 피식 웃으며 발을 가볍게 구르자 공간 파동이 일며 순간 사람들 앞에서 사라졌다.

소녀가 드디어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방의는 흠칫하더니 채소와 함께 사라졌다.

사람들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두 사람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두 사람의 엄청난 속도에 화들짝 놀랐다. 5급 지존은 역시 4급 지존보다 훨씬 강했다.

퍽!

그때 천 장 밖에서 난폭한 영력 파동이 휘몰아치더니 일그러진 공간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 채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충격파에 그들은 함께 뒤로 물러났는데 방의가 더 많이 물러났다.

방의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보라색 장검을 소환했다. 공간을 가를 듯 예리한 검기를 자랑하는 장검은 상품 신기였다.

슉!

방의는 바로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예리한 검기만 남기고 다시 사라졌다.

채소와 방의의 대결은 목진과 유명 황자처럼 요란하지 않았고 괴이하리만큼 조용했다. 다들 순식간에 하늘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한숨을 쉬었다.

소비월, 홍어, 정선은 전장 두 군데를 지켜보더니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용봉천 대결은 저들의 모습을 구경하러 나온 느낌이 들었다.

“과연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

정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싸움을 즐기는 그라도 감히 그들의 대결에 끼어들 수 없었다. 함부로 끼어들었다가 불똥이라도 튀면 큰일이었다.

“채소와 방의는 잘 모르겠는데 목진은 절대 유명 황자를 이길 수 없네. 보아하니 목진은 대결에서 이기기보다 유명 황자의 발목을 잡는데 열중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게다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 같네.”

소비월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도 북계 젊은이 중 정예라 쌍방의 전세가 한눈에 와닿았다.

“유명 황자가 일단 목진을 쓰러뜨리면 제아무리 채소라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네.”

이에 홍어는 깔깔 웃으며 물었다.

“언니는 유명 황자와 방의가 이길 거라고 확신하나 봐요? 난 목진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목진은 확실히 상대하기 쉬운 소년은 아니지만 유명 황자라고 호락호락한 상대일까?”

소비월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누구의 편을 든다기보다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과연 그럴까요? 어디 지켜봅시다.”

홍어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소비월의 말이 틀릴 것 하나 없다는 걸 잘 알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두 군데의 전장은 점차 치열해졌고 내뿜는 놀라운 영력 파동에 주위 만 장 범위의 두꺼운 구름이 모조리 부서졌다.

쿵!

대서미마주는 무서운 힘을 싣고 부단히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결국 유명 황자의 장검을 부수지는 못했다.

양자의 대결에서 목진이 공격하고 있어 우세를 차지한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다들 유명 황자야말로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 그는 유명 황자와의 실력 차이를 잘 알고 있었고 대일불멸신과 용봉체만 아니었으면 이처럼 대치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유명 황자를 쓰러뜨릴 생각으로 덤빈 것이 아니라 채소를 위해 시간을 끌려는 것이었다.

유명 황자가 최대한 빨리 목진을 쓰러뜨리고 자신을 도우러 오길 바라는 방의처럼 목진도 채소가 최대한 빨리 방의를 쓰러뜨리기만을 기다렸다.

방의와 목진 중, 누가 먼저 패배를 인정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었다.

잠시 후, 네 사람은 대결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특히, 채소와 유명 황자 주위에 흐르는 기류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의 변화에 목진과 방의도 흠칫하더니 잔뜩 긴장했다.

“대결이 곧 끝나겠군.”

소비월, 홍어 등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했다.

두 곳의 치열했던 대결의 승패가 곧 갈릴 것 같았다!

채소와 유명 황자의 눈빛이 동시에 예리해지자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살기가 형성되었다.

소비월, 홍어 등은 물론이고 다들 손에 땀을 쥔 채 강력한 영력으로 온몸을 감쌌다. 사람들은 관전하다가 불똥이라도 튈까 봐 두려웠다.

한편, 허공에 떠 있는 채소는 장발을 휘날리며 한껏 정색했는데 그 기운에 천지가 얼어붙을 것 같았다.

그녀한테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채소는 유명 황자의 기의 변화를 느꼈다. 녀석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최강 수단으로 목진을 죽이려는 작정인 듯했다.

그러나 채소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방의가 유명 황자가 목진을 빠르게 처리하고 자신을 도와주러 오기를 믿듯 채소도 자신이 방의를 죽일 때까지 목진이 유명 황자의 발목을 잡고 있을 거라 믿었다.

그녀는 목진을 걱정하기보다 최대한 빨리 방의를 죽이기로 했다. 이것이야말로 목진을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우리 생각이 비슷한가 보군.”

방의는 장발을 휘날리는 채소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그는 그 여파에 육신이 찌릿했고 안색도 한껏 어두워졌다.

“하지만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채소가 무덤덤하게 내뱉은 말에 주위 온도가 급락하였다.

“과연 그럴까?”

방의가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역시 용봉록 1위다웠다. 이 정도라면 북계 젊은이 중 최정예일 법 했다.

“버티지 못하고 드러누울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네만…….”

“그래?”

채소는 피식 웃으며 바로 결인하였고 잇따라 신속하게 인법을 바꾸자 앞쪽에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의 잔영만 보일 뿐이었다.

이에 주위가 꼭 비등하는 물처럼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체내에서 오색 찬연한 빛을 내뿜어 주위를 물들였는데 그 속에서 치명적인 파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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