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화. 마지막 대결
오색 찬연한 빛은 천지의 영기와 함께 놀라운 속도로 채소의 손에 모이더니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소용돌이는 백 장 정도로 커졌는데 그 속에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괴이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용돌이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자 주위 공간이 와장창 무너졌고 검은색 균열이 미친 듯이 주위에 퍼졌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소용돌이의 파괴력에 화들짝 놀라 바로 뒤로 물러났다.
채소의 공격은 정말 엄청났다.
한편, 채소의 눈에 비친 오색 찬연한 빛은 그녀의 예쁜 눈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녀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방의를 노려보며 허공에 손가락을 휘익 그었다.
“칠채탄천술(七彩吞天術), 탄멸창궁(吞滅蒼穹)!”
채소의 말과 함께 방의는 바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주위의 공간이 신속하게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기와 영력 파동마저 완벽히 그 모습을 감췄다.
위잉!
그런데 채소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소용돌이를 움직였다.
곧 오색 찬연한 소용돌이도 제자리에서 사라졌는데 수천 장 밖 어딘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누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위쪽 공간이 부서지더니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나 신속하게 녀석을 휘감았다.
이에 귀신같이 움직이던 방의는 곧바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주위의 공간이 단단해져 더는 공간을 가르고 도망갈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거대한 소용돌이가 내뿜는 무서운 흡인력 때문에 녀석은 부단히 빨려 들어갔고 체내의 영력마저 빨려 들어갈 기미가 보였다.
“엄청난 흡인력이군!”
방의는 드디어 안색이 변했다. 누구든 일단 오색 찬연한 소용돌이의 범위에 들어가면 그 속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방의는 부단히 회전하며 자신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에서 치명적인 위험을 느꼈다. 그 속에 빨려 들어가면 아무리 그라도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채소를 무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선보인 실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신비로운 소녀는 도대체 어디서 온 괴물이란 말인가?
그러나 지금 이런 생각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방의는 반드시 채소의 공격을 막아내야만 했다. 적어도 어느 정도 시간은 끌어야만 했다.
유명 황자가 목진을 죽일 때까지만이라도 말이다!
쿵!
방의는 바로 마음을 다잡고 두 손을 모아 결인했는데 눈부신 영광을 발하더니 오묘하고 난해한 파동이 형성되었다.
“통천신술(通天神術), 통천신련(通天神蓮)!”
잇따라 방의의 발아래에 영광이 모이더니 수십 장 정도의 연꽃 신좌(蓮花神座)로 변했는데 암청색을 띤 연꽃 신좌의 꽃잎에 새겨진 오래된 빛의 무늬에서 난해하고 지극히 강력한 파동이 느껴졌다.
녀석은 최강 방어 수단을 소환했는데 꽃잎이 천천히 떠올라 그 주위에 광막을 형성했다. 천지가 무너져도 연꽃 신좌는 부서질 것 같지 않았다.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던 방의는 그제야 서서히 멈춰 섰다.
연꽃 신좌는 신기한 힘을 방출해 상대방의 흡인력을 상쇄했는데 양자의 힘의 충돌로 인해 공간이 부단히 일그러졌다.
채소는 방의의 일격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북계 젊은이 중 최강자라 불리는 녀석은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그녀를 이길 수는 없었다.
채소가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소용돌이의 회전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고 흡인력도 급등했다. 연꽃 신좌로 호신하던 방의는 다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녀석의 이동 속도는 아주 느렸지만 방의가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분명 소용돌이에 빨려들 것이고 일단 그 속에 들어가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방의 같은 강자마저 신비로운 소녀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방의는 분명 패배할 것이네.”
정선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전장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소비월과 홍어도 한껏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다른 쪽 전장에서도 무서운 영력 파동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래도 방의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네. 일단 유명 황자가 목진을 쓰러뜨리고 바로 달려가면 함께 소녀를 상대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되면 전세는 바로 역전될 것이야.”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다들 난폭한 영력이 치솟는 곳에 눈길을 돌렸는데 그곳에서 두 사람이 미친 듯이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채소와 방의의 대치 상황을 끝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다른 쪽 전장에 달려있었다.
그때 웅장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은 유명 황자는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목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끝내야겠군.”
방의 쪽 상황을 발견한 유명 황자는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했다.
그는 천천히 합장하며 눈을 감고 오래된 주문을 걸었는데 이는 구천에서 전해진 소리처럼 엄청난 한기를 방출했다. 그러자 주위의 온도가 확 떨어지며 공기를 얼어붙게 할 정도로 한기 가득한 검은색 눈꽃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눈꽃은 유명 황자의 뒤쪽에 모이더니 갑자기 활활 타올라 검은색 화염을 이뤘고 이는 액체처럼 녀석의 주위를 감쌌다.
사람들은 괴이한 모습에 소름이 쫙 끼쳤다. 다들 검은색 화염이 지나간 곳의 영력이 흐름을 멈춘 것을 발견했다.
잇따라 유명 황자는 고개를 들어 목진을 노려보더니 허공에 손을 휘익 그었다. 뒤쪽에서 득실거리던 검은색 화염은 구천에서 온 화룡처럼 미친 듯이 소년을 향했고 한기 어린 유명 황자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명신결(冥神訣), 명신멸세염(冥神滅世焱)!”
유명 황자의 한기 어린 목소리에 검은색 화염은 한데 뭉쳐 검은색 정석으로 만들고는 꿀꺽 삼켰고 위력이 점차 강해졌다.
사람들은 앞길을 막는 거라면 전부 융합시키는 검은색 화염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건 유명궁에서 제일가는 신술로 준대원만급에 이르렀다고 들었는데 이를 완벽히 수련하면 주위 만 리의 물건은 그 무엇이든 흑염의 힘으로 전환된다고 들었네.”
“유명궁의 궁주께서 한 번 선보인 적이 있는데 정예 세력 한 군데가 흑염으로 인해 순식간에 와해했다고 들었네…….”
“유명 황자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목진은 절대 이를 막아내지 못할 것 같군.”
* * *
구경꾼 중 일부는 바로 유명 황자의 공격을 알아보고 잔뜩 놀란 표정으로 수군댔다. 아무리 유염, 소비월, 홍어라도 유명 황자의 최강수에 즉사할 것이다.
“목진이 지게 생겼군.”
누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목진은 흑염에 닿기만 하면 바로 죽을 텐데 방의는 아직 버틸 만해 보였다.
일단 유명 황자가 목진을 쓰러뜨리고 방의와 함께 채소를 상대하면 이번 대결은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쪽에서 대치하고 있던 채소와 방의도 목진과 유명 황자의 범상치 않은 파동에 고개를 돌리고는 흠칫 놀랬다.
그러나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방의와는 다르게 채소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들도 유명 황자의 공격이 얼마나 매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유명 황자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지 못할 텐데 목진의 실력은 3급 지존밖에 안 되니 더 말할 나위 없었다. 비록 소년이 일전에 유염을 쓰러트려 다들 더는 그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유명 황자와 비교하면 실력 차이가 엄청나 나쁜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가 예상했던 대로 되지 않은 것 같군.”
방의가 청련신좌에 서서 채소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더니 몰래 신좌의 힘을 끌어올려 소용돌이의 무서운 흡인력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그는 채소의 집중력을 흩트려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다.
그렇다고 그따위의 수작에 넘어갈 채소가 아니었다. 그녀는 목진이 있는 쪽을 힐끗 보더니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지금은 목진한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모든 건 목진한테 달렸다.
“목진아, 부디 견뎌내야 해.”
채소는 주먹을 쥔 채 중얼거렸다. 목진이 일단 패배하면 그녀는 바로 궁지에 몰릴거라 목진을 믿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비록 목진이 유명 황자처럼 강한 적을 상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소년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곤 했으니 전혀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정작 대일불멸신 머리 위에 서 있는 목진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절망 속에 빠졌거나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색 눈동자가 점차 빛나고 예리해졌다.
무서운 영력 파동이 깃든 흑염이 검은색 홍수처럼 미친 듯이 몰려왔지만 목진을 쓰러뜨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목진은 유명 황자의 최강수에 맞서 기이하면서 오래된 인법을 그렸는데 주위에 오묘한 호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목진의 최후의 발악에 용기가 가상하다고 여겼지만 결국은 유명 황자가 승리할 거라 확신했다.
목진이 놀라운 기적을 선보이지 않는 이상 절망스러운 결과를 뒤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퍼지자 목진은 두 눈을 감았다. 체내에서 암자색 영광을 방출해 아래쪽에 요염하고 신비로운 보라색 꽃잎을 형성했고 한데 모여 거대하고 신비로운 꽃을 이뤘다.
백 장 정도 되는 암자색 꽃은 상당히 신비로웠고 오래된 무늬가 잔뜩 새겨진 꽃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목진은 지존해에 깃든 영력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혈맥에 깃든 피마저 격렬하게 진동했으며 체내의 영력은 전부 신비로운 꽃에 스며들었다.
이어 소년이 천천히 손을 내밀어 결인하자 요염하고 신비로운 꽃은 서서히 피어나더니 꽃술을 검은색 화염에 조준했다.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빠르게 빠져나가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지만 검은색 눈동자만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
“나를 쓰러트리기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네.”
이는 목진이 만다라한테서 얻은 원고의 신술로 여태껏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해왔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를 거쳐 드디어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하여 지금 같은 중요한 상황에서 이를 선보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위잉!
목진이 말을 마치자 신비로운 꽃에 새겨진 오래된 무늬가 점차 밝은 빛을 발하더니 꽃술을 향해 점차 보라색 광점이 모여들었고 주위는 어느새 어두워졌다.
꽃술은 주위의 빛을 전부 집어삼킨 것처럼 어두워진 하늘에서 홀로 밝게 빛났다.
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파동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의 반격에 사람들은 가슴이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지 몰랐다.
주위가 한껏 어두워지고 공간마저 일그러지자 안색이 창백해진 목진은 예리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그었다.
“네 힘을 보여줘, 만다라멸천광!”
목진의 말과 함께 그 구역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요염한 상고의 신화만 빛을 발하더니 갑자기 파르르 떨며 암자색 빛을 방출하였다.
보랏빛 줄기는 천지를 부술 것처럼 엄청난 기세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빛줄기가 지나간 곳은 생기가 모조리 사라졌고, 그 위력에 사람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모습에 무덤덤하던 유명 황자도 흠칫 놀랐다가 금세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변수 따위는 용납할 수 없었고 당장 목진을 쓰러트리기로 했다.
이에 유명 황자가 결인하자 검은색 화염은 구천의 깊숙한 곳에서 온 흑룡처럼 포효하더니 엄청난 한기를 싣고 공간을 가르며 보라색 화염에 맞섰다.
쿵!
두 화염이 부딪치자 눈부신 빛이 하늘 높이 솟구쳐 어두웠던 하늘을 밝게 비췄다.
잇따라 영력 충격파가 화산이 폭발하듯 미친 듯이 솟구쳐 주위 수만 장 범위로 퍼졌고 하늘에 있던 황금으로 만든 용봉대 대부분이 부서졌다.
소비월, 홍어, 정선 등도 강력한 영력으로 주위에 보호막을 형성한 채 뒤로 물러났다. 다들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쳐 형성한 여파에 적중하여 다칠까 봐 두려웠다.
잠시 후, 눈부시게 비추던 빛이 점차 사라지자 다들 동시에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다들 이토록 무서운 대결의 승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승리는 과연 실력으로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유명 황자의 것일까? 아니면 회심의 일격을 날린 목진의 것일까?
잠시 후, 눈부신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사람들은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허공에 떠 있던 요염한 상고의 만다라 꽃은 어느새 움츠러들었고 그 위에 늘씬한 소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을 뿐, 절대 전투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목진이었다!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목진은 결국 유명 황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