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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06화 (505/1,000)

506화. 용봉혈욕(龍鳳血浴)

“헉!”

사람들이 깜짝 놀라자 소비월과 홍어가 고개를 들어보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 쓰러질 것 같았던 목진이 갑자기 포효하더니 9번째 계단에 오른 것이다!

채소도 9번째 계단에 오른 목진의 육신이 찢어져 사방에 피가 튀기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목진은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미친 듯 포효하며 다시 전진하였다.

채소를 포함해 다들 너무 놀란 나머지 어쩔 바를 몰랐다.

이렇게 목진은 10번째 계단에 올랐다!

그때 채소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의 육신이 갑자기 폭발해 피와 더불어 사방에 살점이 튄 것이다!

쿵!

용봉대의 정상에서 사방에서 피가 튀기자 다들 잠시 넋이 나갔다.

아무도 목진이 이렇게까지 담대한 결정을 할 줄 몰랐다. 소년은 한걸음에 9번째 계단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바로 10번째 계단까지 올랐다!

그러나 10번째 계단에 오른 목진은 그곳의 무서운 위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육신이 폭발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대참사에 이내 한숨을 쉬었다. 10번째 계단은 역시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그곳에 오르고도 무사한 사람은 절대 없을 거라 확신했다.

채소도 창백해진 얼굴로 상황을 살폈다. 그녀는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목진이 곧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목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목진은 정녕 10번째 계단이 사지란 걸 몰랐단 말인가?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지막 계단에 오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천재가 9번째 계단에 멈춰 섰던 것이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유적이 있는 곳은 다른 이의 침범을 용납하지 않았다.

채소는 이를 악물고 목진을 구하려고 했는데 곧 쓰러질 것 같았던 소년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포효하자 깜짝 놀랐다.

“으악!”

고통으로 가득 찬 소년의 포효에서 절대 흔들리지 않을 완강한 의지와 집착이 엿보였다. 목진은 어느덧 피투성이가 되어 뼈마저 살을 비집고 나왔고 육신이 절반 이상 부서졌지만 전혀 절망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용봉 정혈에서 비롯된 강력한 생명력이 아니었으면 육신은 이미 완전히 부서졌을 것이다.

한편, 소년의 포효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용봉제의 정상을 바라봤다. 육신이 부서진 소년이 피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들고 포효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은 물론이고 채소, 소비월, 홍어 등과 같은 사람들마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목진의 강대한 신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참으로 무서운 사람일세!”

정선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는 목진이 유명 황자를 상대했을 때보다 더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그때, 용봉대의 정상에서 갑자기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깜짝 놀라 상황을 살폈는데 그곳에서 갑자기 눈부신 황금빛 기둥이 솟구쳤고 그 속에 목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황금빛 기둥 내부를 자세히 보니 암금색 용봉 정혈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 순수함에 다들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잇따라 암금색 용봉 정혈이 휘몰아치며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자 파괴되었던 목진의 육신이 엄청난 속도로 다시 회복되었다.

멀리서 보면 목진은 꼭 황금색 나한처럼 오래된 위압감을 내뿜었는데 지극히 순수한 것으로 보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에서 비롯된 위압감이었다!

“이건…… 용봉 혈욕이야!”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변고에 깜짝 놀랐는데 어느새 목진이 부러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들 황금빛 기둥 내부의 용봉 정혈이 얼마나 순수한지 알아챘다!

이건 용봉지의 세례를 수백 번 받는다고 해도 절대 이룰 수 없는 정도였다!

“녀석,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누군가 혈안이 되어 말했다. 용봉 혈육의 세례를 거치면 육신이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도 환골탈태할 수 있었는데 육신이 강한 목진이라면 아마 육신의 힘만으로도 같은 등급에서 최강으로 거듭날 것이다.

다들 질투가 났지만 그건 목진의 강인한 의지와 엄청난 담력으로 이뤄낸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들이었다면 아마 죽음을 무릅쓰고 10번째 계단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10번째 계단은 계승자에 대한 시험이었어.”

소비월, 홍어 등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다른 이들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은 10번째 계단에 오르면 죽을 거라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다들 이들과 같은 생각에 여태껏 그곳에 오르지 않은 것인데 목진이란 소년이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다.

10번째 계단은 실력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담력과 의지를 시험하는 단계였다.

채소도 한시름 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황금빛 기둥으로 휩싸인 소년을 지켜봤다. 그녀마저도 소년의 집착과 의지에 마음이 흔들렸으니, 목진이란 이름이 대천세계에 널리 알려질 일이 그리 멀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위잉.

암금색 빛의 기둥에 깃든 순수한 용봉 정혈은 어느새 주위에 퍼져 채소, 소비월 등에 닿았다. 목진이 흡수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수련에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 바로 자리에 앉아 최선을 다해 이를 흡수했다.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와 울려 퍼지며 암금색 빛의 기둥은 1각 정도가 지나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다들 바로 용봉대의 정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황금빛 기둥이 사라진 곳에 상반신을 드러낸 채 온몸에서 금광을 발하는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전에 부서졌던 소년의 육신은 완벽히 치유되었고 소년의 등에는 황금색 봉황의 날개가 새겨졌는데 곧 목진의 몸을 벗어나 하늘을 훨훨 나아갈 것만 같았다.

또 목진의 가슴팍에는 황금색 용의 무늬가 새겨졌는데 위엄 넘치는 모습이 상당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그때 목진은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검은색이었던 눈동자는 어느새 황금색으로 변했고 그 속에 깃든 위압감 또한 엄청났다.

목진의 눈동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고개를 숙여 육신을 살피고는 체내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힘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체내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가슴팍에 새겨진 진정한 용의 무늬를 만졌는데 이는 등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의 무늬와 더불어 그한테 막강한 생명력을 부여해 주었다.

그건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같았다.

다행히 그는 이번 겁난을 무사히 넘겼고 육신에 깃든 생명력이 전보다 열 배는 넘게 강해진 듯했다.

목진이 유염, 유명 황자와 싸워서 생긴 상처는 일찌감치 회복되었는데 그 엄청난 회복력에 이내 혀를 내둘렀다.

이번만큼 성공적인 도박은 또 없었다.

그때 용봉대 제단에서 갑자기 금광을 발사하더니 용의 비늘과 봉황의 깃털들이 나타났는데 그 위에 오래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저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남긴 계승들이야!”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간직한 물건이라면 그중 하나만이라도 얻어도 앞으로의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상을 바라봤는데 그 속에서 발하는 빛은 용봉제 전체를 휘감아 목진, 채소, 소비월 등을 제외하고는 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더는 없었다.

다만, 용봉제에 더 높이 올라갈수록 얻을 수 있는 계승물은 더 진귀하고 내뿜는 금광의 강약으로도 그 속에 깃든 물건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용봉제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용의 비늘과 봉황의 깃털의 수는 줄어들었으나 내뿜는 빛은 점차 강해졌다.

소비월, 홍어 등은 이내 화색이 되어 주위에 나타난 용의 비늘과 봉황의 깃털을 바라보더니 바로 나서려 했고 목진도 이내 고개를 들었는데 아래쪽과 비교하면 정상에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빛덩이가 열 개밖에 없었다.

용린, 용골, 봉황의 깃털 등이 들어 있는 빛덩이에서는 오래된 파동을 방출했는데 아래쪽 물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목진은 빛덩이 열 개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기회가 단 한 번뿐이란 것을 깨닫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눈을 서서히 감았다. 열 개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우니 결정은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두 팔을 벌렸는데 온몸에서 은은한 금광을 발했다. 이는 용봉체를 소환했기 때문인데 가슴과 등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가볍게 떨리더니 한 줄기 금광을 발사해 가장 오른쪽에 놓인 빛덩이를 낚아챘다.

목진이 다시 눈을 뜨자 황금색 빛덩이는 이미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손에 내려앉은 빛덩이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암금색 뼈로 위에 오래된 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천지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처럼 신비롭기 그지없는 파동을 내뿜었다.

목진이 신비로운 암금색 뼈를 꼭 쥐자 체내의 피와 살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져 흠칫 놀랐다. 이는 용봉체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 분명했다.

목진의 손에 쥐어진 신비롭고 오래된 황금색 뼈에 난해하고 오묘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를 자세히 관찰하던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이 수련한 용봉체와 관련이 있지 않고서야 절대 이 물건에 이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황금색 뼈에 영력을 주입해 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뼈 내부에서 힘의 진입을 막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황금색 뼈의 비밀을 알아내려면 녀석이 인정할 만한 힘이 필요한데…….

잠시 사색에 잠겼던 그는 이내 미소를 짓더니 손바닥을 그어 자신의 피로 황금색 뼈를 적셨다.

그러자 난해하고 오래된 무늬는 되살아난 듯 꿈틀거리더니 한 갈래 금광이 되어 목진의 미간으로 들어갔다.

쿵!

목진의 머릿속에 화산이 폭발하듯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 여파에 피가 들끓었다.

하늘이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진 목진의 주위가 금세 금광으로 가득 찼다. 지금의 그는 황금색 바다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잇따라 황금색 바다에 만 장 정도의 거대한 파도가 일더니 그 위에 온몸에서 금광을 발하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목진은 상대방이 이룬 위압감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

그때, 조용히 앉아있던 녀석이 갑자기 포효했는데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를 완벽하게 섞은 듯한 울음소리가 상당히 괴이해 보였다.

슉!

신비로운 녀석은 체내에서 금광을 발하던 거대한 용으로 변해 진정한 봉황의 날개를 떨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목진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모습을 갖춘 신비로운 존재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또한 용봉체를 수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신비로운 존재는 용봉체를 완벽하게 수련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를 실체로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용봉체를 수련한다고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과 비슷한 전투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천지를 부술 만큼 강력한 힘을 부여할 수는 있었다. 게다가 그 주인의 힘까지 곁들이면 진정한 용이나 진정한 봉황과 맞설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용봉체가 엄청나군!”

목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피가 끓어올랐다. 그는 비록 용봉체를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신비로운 존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그런데 그때, 신비로운 존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휘날리자 허공을 날아다니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한데 부딪쳐 금광을 발하더니 상당히 커다란 신비로운 생물로 변했다.

용처럼 커다란 체구에 암금색 용의 비늘을 뒤집어쓴 녀석은 눈부신 빛을 발했고 등에 난 거대한 봉황의 날개는 만 장 정도의 크기로 활짝 펼치면 하늘을 가리고도 남았다.

용과 봉황의 모습을 고루 갖춘 신비로운 생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인 양 엄청난 위엄을 내뿜어 저절로 경외의 마음을 갖게 했다.

“이건…….”

목진은 화들짝 놀라 중얼거렸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용황(龍凰)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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