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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10화 (509/1,000)

510화. 낙리의 소식

예상대로 대라천역에 돌아온 목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주 성대한 축하연이었다. 대라천역 사람들은 특수한 방식으로 목진이 용봉천에서의 성과를 알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대라천역은 제대로 이름을 날렸다.

대라천역은 북계의 정예 세력이긴 했지만 젊은이들로만 놓고 볼 때, 최하위에 속했다. 특히 대라천역의 젊은 천재가 용봉천에 들어가자마자 유명궁의 손에 죽은 일로 체면을 잃은 대라천역은 그 뒤로 더는 용봉천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대라천역 고위층들은 만다라가 목진을 용봉천에 보내겠다고 한 말에 감히 반대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만다라를 뜯어말리고 싶었다.

목진이 아무리 잠재력이 엄청난 천재인들 용봉록에 오른 북계의 정예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여 극소수를 제외하고 목진을 좋게 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누군가는 결국 창피한 일을 자처한 거라 여겼다.

그런데 사람들이 뭐라 하든 목진은 결국 혼자서 용봉천에 참가했고 대라천역 전체를 뒤흔들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목진은 유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유명 황자와 싸웠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용봉제 10번째 계단에 올라 용봉천의 가장 진귀한 계승을 받음으로써 수많은 젊은 천재들을 꺾고 널리 이름을 날렸다.

대라천역은 이로 인해 들끓었다.

목진을 믿지 않았던 고위층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소년이 혜성처럼 북계에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목진은 아마 북계의 거장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구유궁 사람들이 가장 기뻐했다. 목진은 구유와 함께 대라천역에 와서 구유궁의 통령이 되었고, 그로 인해 여태껏 참고만 살아왔던 구유궁 사람들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앞으로 대라천역에서 구유궁을 무시할 사람은 더는 없을 것이다.

축하연은 이틀 동안 계속됐고 그제야 열기가 점차 가셨다. 목진은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목진한테 축하연은 용봉천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보다 더 피곤하고 괴로웠다.

* * *

목진은 밝은 달이 떠오른 구유전 지붕에 누워 느긋하게 하늘을 쳐다봤다. 시원한 바람이 불자 오래도록 긴장했던 몸은 드디어 느슨해졌고 용봉천에서 묻었던 피비린내는 그제야 조금씩 가셨다.

하염없이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목진은 문득 은하수처럼 축 드리운 장발에 절세의 미모를 가진 소녀가 떠 올라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낙리였다.

‘넌 요즘 잘 지내?’

목진은 낙리와 헤어진 뒤로 대천세계에 뛰어들어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으며 실력을 다지고 있었다. 그는 약속대로 절세의 강자가 되어 영로에서처럼 소녀를 수호하는 기사가 되길 원했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켜 어머니를 구해내고 싶었다.

그는 자신한테 가장 중요한 두 여인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이 닥치든 물러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다만, 누군가를 지키려면 그에 걸맞은 힘이 필요했기에 충분히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제법 한가로운걸?”

그때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목진이 눈을 떠보니 구유가 생긋 웃으며 옆에 서 있었다. 달빛에 드리운 소녀의 몸매가 아름다워 보였다.

“네가 관심을 가질 만한 두 가지 소식을 들고 왔어.”

목진이 느긋하게 옷을 정리하자 구유도 그 옆에 우아한 자세로 앉았다.

“첫째, 진종과 구태음에 관한 정보를 얻어왔어.”

구유는 목진과 사이가 남달라 만다라가 그를 10번째 왕으로 책봉하려는 일을 바로 알았다.

목진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구유는 화를 내지 않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는 서천계에서 전해진 소식이야.”

“뭐?”

목진은 흠칫하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내 화색이 되어 구유를 쳐다봤다. 낙신족이 바로 서천계에 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구유는 분명 낙리에 관한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서천계는 천라대륙과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 일부러 그쪽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소식을 접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나도 그쪽 소식을 알기 위해 상당한 대가를 치렀어.”

구유가 생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어때, 알고 싶어?”

이에 목진이 콧등을 쓸어내리며 머쓱하게 웃자 구유는 더는 장난을 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낙리가 낙신족으로 돌아간 뒤, 서천계의 혈신족에서 공격에 박차를 더해 쌍방은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고 손실도 상당하다고 해. 그리고 낙리는 황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예 군사들과 함께 변방을 지키며 혈신전 대군과 여러 차례 싸웠다고 들었어.”

구유가 흐뭇하게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낙신족과 혈신족은 대라천역 못지않은 세력으로 참전하는 사람들의 실력도 엄청날 텐데 낙리가 직접 군사를 거느리다니, 그녀는 분명 가장 위험한 곳을 자처했을 것이다.

“난 낙리가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

구유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낙신족 황족 사이에 불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낙천신 덕분에 아직 완전히 흩어지진 않았어. 낙리는 상당히 존귀한 존재지만 너무 어려 아직 힘이 없으니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참전하면 자신을 갈고닦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낙신족에서의 지위를 높이는데도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그녀는 꾸준히 낙신족 정예들과 함께 혈신족의 침략을 막아내서 백성들의 믿음이 쌓이고 있어. 특히, 낙신족 젊은이들은 그녀의 발자취를 따르려 하고 있고 낙천신까지 뒤에서 도와주니까 머지않아 낙신족의 차기 여황이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낙신족은 낙리의 손에서 되살아날지도 몰라.”

구유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쉽지 않은 길을 끝까지 걷는 걸 보면 낙리는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구유의 말에 목진은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는 문득 천지를 뒤흔들 만큼 쩌렁쩌렁 울리는 살육의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양쪽에서 몰려들어 엄청난 영력을 방출하며 싸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의 피 튀기는 싸움으로 하늘과 땅이 격렬하게 떨렸는데 한 소녀가 장검을 든 채 은하수 같은 장발을 휘날리며 살육으로 넘친 전장의 한 산봉우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피로 물든 전장에 서 있는 소녀는 유난히 작고 하찮아 보였다.

그러다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다시 떴는데 소녀의 모습에 자못 마음이 아팠다. 그가 대천세계에 뛰어들었을 때, 낙신족에 돌아간 낙리도 한시도 쉬지 않고 목진보다 더한 압력을 견디며 위험천만한 전장에 뛰어들었다.

목진이 생사를 넘나드는 대결을 치를 때, 낙리 또한 군대를 거느리고 혈신족과 혈투를 벌였다.

낙리는 고집 센 목진이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란 걸 알았고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목진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지켜볼 만큼 무심한 사람이 아니었다. 목진은 그런 낙리가 가여워서 마음이 아팠다.

“아직은 턱없이 부족해.”

목진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서천계에 있는 소녀 역시 목숨을 걸고 살아가고 있었다.

‘걱정 마, 낙리야. 반드시 너와 한 약속을 지키러 갈게.’

목진은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외쳤다. 그는 이내 정색하며 눈빛이 다시 예리해졌다.

구유는 기세등등해진 목진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목진아, 넌 언젠가 꼭 절세의 강자가 될 거야.”

“두 사람의 정보나 줘. 이제 그들이 궁금해졌어.”

목진은 씨익 웃으며 구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신수 정혈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10번째 왕의 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멀리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녀를 생각하면 절대 이대로 주춤할 수 없었다.

그 후로 목진은 열흘 동안 구유궁의 수련실에 들어가 수련에만 집중했다. 낙리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로 자신의 노력이 낙리보다 못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목진이 소녀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갈 길이 아직 멀었고 지금은 자만하거나 느긋하게 쉴 때가 아니었다.

목진은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 * *

목진에 관한 소식은 북계에 퍼져 엄청나 파장을 일으켰다. 용봉천을 연지 꽤 오래됐지만, 용봉제 10번째 계단에 오른 사람은 목진이 처음이었다.

특히, 목진이 3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유염을 쓰러뜨리고 유명 황자를 상대한 일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또한, 용봉천이 열릴 때마다 용봉록 순위에 변동이 생기는데 이번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중 목진이 가장 이목을 끌었다.

목진이 유염을 쓰러뜨리고 유명 황자를 상대했으며 용봉제의 10번째 계단에 오른 놀라운 성과는 북계의 젊은이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의 냉정한 평가를 거쳐 목진은 용봉록 4위었던 유염을 꺾고 새로운 3위가 되어 소비월, 홍어 등 노참들의 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1, 2위는 여전히 유명 황자와 방의의 것이었다. 양자의 실력을 따를 사람이 아직 없었고, 아무리 목진이라도 겨우 유명 황자의 앞길을 막을 뿐이었다.

용봉천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났던 채소는 신화처럼 용봉천이 끝나자마자 북계를 떠났다. 그녀는 북계 사람이 아니라서 용봉록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용봉천에 참가한 사람들은 절대 그녀를 잊지 못할 것이다.

요염한 외모를 가진 소녀는 고귀한 여왕처럼 도도했고 방의나 유명 황자 같은 천재들도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엄청난 신분에 다들 한 번 더 깜짝 놀랐다.

채소는 염제의 딸로 염제는 북계에서 존재한 지 가장 오래된 신각이라고 해도 감히 덤비지 못할 존재였다. 신각 정도는 되어야 무한의 화역과 염제가 대천세계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와닿을 것이다.

아마 신각과 유명궁에서는 채소가 방의와 유명 황자를 이긴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녀가 싸우다 다치기라도 했으면 무한의 화역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북계의 정예 세력이 다른 누군가에게 다치고 이로 인해 파멸적인 복수를 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애잔했다.

그러나 무한의 화역 같은 거물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북계의 정예 세력들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 * *

목진의 이름이 용봉록 3위에 나타나자 떠들썩했던 대라천역은 봉왕제의 대성사로 다시 한번 들끓었다.

대라천역 사람들에게 봉왕제는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라 용봉천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대라천역의 땅은 넓고 휘하에 강자도 수없이 많아 등급 관념이 철저했다. 역주가 대라천역 전체를 통솔하고 그 아래에 3황, 9왕과 통령들, 성주와 부속 세력들이 있는데 신분의 상승은 대라천역에서 누릴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지고 지위가 오르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적어도 7급 지존이 되어야 황이 될 수 있는데 대라천역에서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반면, 왕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다들 왕이 되고 싶어 했다. 왕이 되면 자신만의 군대를 가질 수 있고 해마다 대라천역에서 대량의 지존영액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성을 분배받아 다른 성주나 부속 세력보다 많은 전리품을 누릴 수 있다.

다만, 규칙에 따르면 실력이 5급 지존과 상당한 사람만 왕이 될 수 있는데 구유는 예외였다. 만다라라도 구유작 종족과 같은 강력한 뒷배를 등에 업은 구유를 함부로 대할 수 없어 특례로 그녀를 왕으로 책봉한 것이었다.

아쉽게도 다른 강자들은 이런 기회가 없어 실력에 의지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다들 봉왕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북계 사람들이 목진이 용봉록 3위가 된 것에 경악하고 있을 때, 대라천역의 강자들은 곧 있을 봉왕제에 집중했다.

일단 왕이 되면 앞길이 창창했기 때문이었다. 대라천역 강자들의 기대하에 성대한 봉왕제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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