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화. 진종과 구태음의 대결
그때 황금 왕좌에 앉아있던 만다라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사람들은 바로 조용해졌다.
소녀는 대라천역의 유일무이한 지배자라 그녀의 말을 어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다 모인 것 같으니 봉왕제를 시작하겠다.”
만다라의 위엄 넘치는 말에 천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쿵!
잇따라 맑은 종소리가 울리자 다들 이글거리는 눈으로 봉왕대를 쳐다봤다.
슉!
그때 구태음이 가볍게 웃더니 봉왕대에 올라가 뒷짐을 쥐고 목진을 넘어 진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종 형님, 저와 승패를 가립시다.”
이에 진종이 미소를 짓고 있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귀신처럼 봉왕대에 올라 구태음의 반대편에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봉왕대에서 엄청난 압력이 퍼져 구경꾼들은 이내 정색하였다.
구태음이 대라천역에서 왕을 제외한 최강자란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오늘, 봉왕전은 상당히 치열한 대결이 될 것이다.
쿵!
진종은 돌풍처럼 휘몰아치는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두 손은 어느새 백옥처럼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강력한 힘을 머금었다.
“옥정수(玉鼎手)!”
진종이 고함을 지르자 백옥 같은 손바닥에서 옥정의 무늬가 나타났고 그의 웅장한 영력은 장인이 되어 상대방에게 향했다. 영력 장인 속에는 3산 5악을 부술 정도로 강한 힘을 발산하는 옥정 광문이 새겨져 있었다.
“허허, 진종 형님의 옥정 신술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볼 수 있겠군요.”
구태음은 진종의 공격에 대수롭지 않은 듯 피식 웃더니 두 손을 회전했는데 공기를 얼리고도 남을 음산한 영력이 깃든 짙은 검은색 안개가 휘몰아쳤다.
슉!
짙은 검은색 안개는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거대한 검은색 이무기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옥정 장인과 부딪쳤다.
쿵!
난폭한 영력이 부딪치며 형성한 충격파에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이에 진종이 흠칫 놀라 결인하자 체내에서 방출한 눈부신 빛이 하늘 높이 솟구쳤고 그의 몸은 온통 백옥색이 되었다.
“저건…….”
목진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진종을 쳐다봤다. 진종의 육신이 유난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저건 옥정신체(玉鼎神體)로 진종이 고적을 방문하다가 얻은 단체 신술이야. 진종은 옥정신체 덕분에 천라성의 성주가 됐어.”
슉!
구유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온몸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던 진종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귀신처럼 구태음의 뒤쪽에 나타났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주먹은 산을 부술 만큼 무서운 힘을 실은 채 빠르게 녀석의 등을 공격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구태음은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가슴을 뚫은 진종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태음의 몸에서 그의 주먹이 닿은 곳만 검은색 연기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진종은 불안한 마음에 바로 물러나려 했다.
“허허, 진종 형님, 받기만 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군요. 이제 나의 무귀체(霧鬼體)를 한번 체험해 보시겠습니까?”
말을 마친 구태음이 씨익 웃자 연기로 변했던 가슴이 다시 실체가 되어 진종의 팔을 구속했고 검은색 한빙은 팔을 타고 빠르게 퍼져 몸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진종의 체내에 침입한 음독한 한기는 그의 영력마저 얼려버리려 했는데 진종이 이를 눈치채고 곧바로 영력을 끌어올렸다.
쿵!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강대한 영력 위압감을 형성하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진종의 영력 파동으로 보아 곧 5품 지존에 이를 것 같았다.
“진종이 전혀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었군.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언젠가 5품 지존에 이르겠어.”
누군가 감탄하며 말했다. 진종은 4품 지존에 머무른 지 몇 해나 지났는데 드디어 실력에 변화가 생겼다.
목진도 조금 놀랐다. 진종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봉왕제에 참가한 것이 아니었다.
쿵!
봉왕대에 영력이 휘몰아치자 진종의 팔을 휘감았던 검은색 한빙이 와장창 깨졌고 그는 신속하게 뒤로 물러나며 체내의 한기를 모조리 없앴다.
“진종 형님은 곧 5품 지존경에 이르겠군요. 축하드려요.”
검은색 연기를 휘감은 구태음이 천천히 돌아서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한편, 진종은 웅장한 영력을 휘감은 채 무덤덤하게 서 있었는데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거대한 산맥을 부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구태음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진종은 전력을 다해 녀석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깊게 숨을 들이켜고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했다. 그러자 눈부신 옥광이 폭발하며 거대한 그림자가 형성되었다.
거대한 그림자의 몸 표면에 오래된 정문이 새겨졌고 녀석이 내뿜는 강대한 힘에 사람들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저…… 저건 진종이 수련한 옥정법신이네!”
백옥으로 빚은 것 같은 거대한 그림자의 출현에 천라 광장은 순간 떠들썩해졌다. 다들 진종의 지존법신을 아는 듯했다.
“드디어 옥정법신을 소환했군.”
진종이 백옥빛을 발하는 거대한 법신의 머리 위에 나타나자 구태음은 고개를 들어 씨익 웃으며 상대방을 쳐다봤다.
“오늘, 진종 형님을 이기려면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말을 마친 구태음이 옷깃을 휘날리자 검은색 안개가 하늘 높이 솟구치다가 한데 모여 거대한 검은색 그림자를 형성했는데 검은색 안개를 휘감은 검은색 그림자가 방출한 음산한 기운에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저건 구태음이 수련한 태음법신(太陰法身)이네!”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한편,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대한 두 지존법신을 쳐다봤다. 그들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순위가 낮지만 진종이든 구태음이든 각자의 지존법신을 제법 잘 수련했다.
“이대로라면 승패를 가리기 힘들 것 같군.”
어느새 태음법신의 머리 위에 나타난 구태음은 진종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과연 그럴까요?”
구태음이 이내 정색하며 천천히 두 손을 벌리자 연기와도 같은 검은색 영력이 주위에 휘몰아쳤다. 이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지극히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진종은 구태음이 형성한 영력 위압감에 드디어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진과 구유도 깜짝 놀라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는 진정한 5품 지존이 내뿜는 위압감이었다!
구태음은 어느새 4품 지존경에서 벗어나 진종보다 먼저 5품 지존경에 이르렀다!
웅장한 영력과 함께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자 공간은 미친 듯이 떨렸고 거대한 검은색 그림자는 무서운 위압감과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우뚝 솟아올랐다.
현장에 있던 강자들은 구태음이 체내에서 방출한 강대한 영력 때문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태음이 이미 4품 지존을 넘어 5품 지존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의 위압감은 진종이 형성한 위압감을 압도했고, 사람들은 그제야 구태음이 자신만만했던 이유를 알았다.
목진과 구유도 정색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구태음이 정말 5품 지존경에 이르렀다면 녀석을 상대하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직 5품 지존경에 이르지 못한 진종이나 목진과 달리, 구태음은 왕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또한, 5품 지존경의 실력은 9왕 휘하의 강자를 전부 쓰러뜨리고도 남았다.
만다라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그녀에게 구태음이 4품 지존이든 5품 지존이든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대수렵전 전에 사람들의 의지가 흔들릴까 봐 걱정되지 않았다면 이미 나서서 녀석을 죽였을 것이다. 지지존급 강자한테 절대적인 규칙 따위란 없었다.
그러나 만다라는 그렇게 할 수 없었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기만 했다.
* * *
봉왕대 위에 서 있는 진종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기세등등한 구태음을 쳐다봤다. 그 역시 녀석이 형성한 강력한 위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진종은 비록 곧 5품 지존경에 이를 실력이지만 아직 돌파한 건 아니었다. 양쪽의 수단과 방법이 비슷한 상황에서 그것만으로도 승패는 충분히 갈릴 만했다.
“패배를 인정해요, 당신은 절대 내 상대가 아니에요.”
구태음이 팔짱을 낀 채 담담하게 웃으며 쳐다보자 진종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든 절대 그냥 물러나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다.
진종은 점차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 손을 모아 영롱한 옥광을 발하자 아래쪽 옥정법신에서도 눈부신 빛이 발했다.
“어리석기는.”
구태음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쿵!
눈부신 옥광이 반쪽 하늘을 밝히더니 진종의 위쪽에 모여 천 장 정도의 백옥 고정을 이뤘고 오묘하고 오래된 무늬가 새겨진 고정은 빛을 반짝이며 천지의 영력을 미친 듯이 흡수해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사람들은 진종의 공격에 깜짝 놀랐다. 그는 비록 5품 지존경에 이르지 못했지만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전력을 다한 그의 공격 또한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
“옥정신술, 천정화성하(天鼎化星河)!”
진종의 눈에서 옥광을 발사하고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는 인법을 바꿔 천 장 정도 크기의 옥정에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슉!
잇따라 거대한 옥정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거대한 옥색 홍류를 이루더니 공간을 부수며 지나갔는데 수많은 눈부신 옥색 광점이 남아 반짝반짝 빛났다.
사람들은 진종이 전력을 다한 필살기에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이는 4품 지존경에 이른 강자들을 모두 죽이고도 남을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나 옥색 홍류를 마주한 구태음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그저 고개를 들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쳐다봤다.
“당신에게 진정한 5품 지존의 실력이 어떤 건지 제대로 알려주죠.”
구태음이 씨익 웃으며 천천히 오른손을 들자 팔 전체가 빠르게 어두워졌고 손끝에 진득한 검은색 액체가 형성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위잉!
거대한 태음법신도 파르르 떨더니 수많은 검은색 빛줄기를 방출했는데, 곧바로 구태음의 손끝에 모여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백 장 정도의 엄청난 한기를 내뿜는 검은 달을 형성했다.
이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이를 따라 떨어진 검은색 액체에 닿는 공간은 부식되어 구멍이 뚫렸다.
검은색 액체의 부식성이 실로 엄청났다.
“태음신술(太陰神術), 태음지월(太陰之月)!”
구태음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튕기자 무서운 한기를 내뿜는 검은 달이 공간을 가르며 옥색 홍류에 맞섰다!
퍽!
옥색 홍류와 검은색 달이 부딪치는 소리에 천지가 파르르 떨리며 공간이 격렬하게 일그러졌다. 검은 달과 홍류는 미친 듯이 힘을 방출해 서로를 부수려 했다.
그러나 5품 지존인 구태음이 조금씩 우세를 차지해 옥색 홍류에 검은색 한빙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진종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라고 했죠?”
구태음이 씨익 웃더니 이내 정색하며 인법을 바꿨다.
쿵!
이에 검은 달이 엄청난 한기를 방출하며 지나가자 옥색 홍류는 갈기갈기 찢어지다가 결국 폭발했다.
풉.
진종은 결국 창백해진 얼굴을 한 채 피를 토했다.
그때 구태음이 제자리에서 사라지자 태음법신의 커다란 손에 검은색 장창이 나타나 슉!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옥정법신 위쪽 공간에 나타난 검은색 장창은 신속하게 녀석의 몸에 꽂혀 검은색 한기를 방출했는데, 옥정법신의 몸 표면에 검은색 한빙이 나타났다.
진종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신 걱정부터 하세요.”
한기 어린 목소리와 함께 구태음은 귀신처럼 다시 진종의 위쪽에 나타나 산맥을 부술 만큼 엄청난 힘을 실어 다리를 휘둘렀다.
풉.
가슴팍을 맞은 진종은 다시 피를 토하며 맥없이 추락하더니 봉왕대에 수백 장 정도의 깊숙한 구멍을 냈다.
퍽!
잇따라 옥정법신도 산산조각이 났다.
주위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대결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고 진종이 이 정도로 낭패를 볼 줄도 예상치 못했다.
왕들도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구태음의 실력은 예상대로 강했다.
목진과 구유도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진종은 역시 구태음의 상대가 안 된단 말인가?
그때 구태음이 태음법신을 거두고 팔짱을 낀 채 봉왕대에 내려앉더니 중상을 입은 채 바닥에 누워있는 진종을 쳐다봤다. 일전의 공격으로 태음 한기가 몸에 깃든 진종은 꼼짝없이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결의 승패는 이미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