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화. 돌파
하늘 높이 솟구치던 방대한 영력은 어느새 사라졌고 늘씬한 젊은이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슉!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색 장발을 휘날리는 목진이 섬뜩한 눈빛으로 구태음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위를 감싼 영력 파동은 전에 비해 몇 배는 더 강해졌다!
소년의 실력이 엄청나게 강해지자 누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목진이 경지를 돌파했어!”
다들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목진이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 경지를 돌파할 줄은 몰랐다. 겨우 1년 만에 이 정도 성과를 이루다니, 보통 사람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돌파해봤자 4품 지존경 밖에 안 되니 구태음과의 실력 차이는 똑같은 거 아닌가?”
그중 일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들은 목진이 4품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서 당장 구태음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소년은 구태음과의 실력 차이를 조금 좁혔을 뿐이었다.
이를 인정하듯 사람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4품과 5품 지존경 사이에는 여전히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그때, 구태음도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허공에 떠오른 목진을 바라봤다. 그 또한 목진이 경지를 돌파할 줄은 몰랐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경지를 돌파하다니, 목진 통령은 역시 천재가 맞구나.”
구태음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4품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 이만 대결을 마치자꾸나. 그러다 내가 수위 조절을 못 하고 너를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이냐?”
“그럼 누가 승리한 것으로 할 건가요?”
목진이 태연한 얼굴로 묻자 구태음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답했다.
“목진 통령이 굳이 승패를 가리려 하니 끝까지 상대해 줘야겠구나.”
말을 마친 구태음은 이내 살기를 품었다. 그는 목진의 체면을 고려해 대결을 마치려 한 것이었는데 감히 저따위 말을 하다니 정말 분수도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가 메마른 손에 힘을 주며 옷깃을 휘날리자 어두운 영력이 휘몰아쳐 검은색 장검을 이뤘고 ‘슉!’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그런데 목진은 전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가 두 손을 모으자 보라색 화염과 유명심마뢰가 어우러진 웅장한 영력이 기의 회오리를 만들어 음산한 기운이 깃든 검은색 장검에 맞섰다.
퍽!
처음과 달리, 구태음의 공격은 목진이 쏜 기의 회오리와 한참 동안 대치해서야 뚫고 지나갔고 장검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4품 지존에 이른 목진은 불사화와 유명심마뢰가 깃든 영력만으로 구태음의 영력에 맞설 수 있게 되었다.
구태음은 더는 전처럼 영력으로 그를 제압하지는 못했고, 이러한 변화에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반면, 소심마상태에 이른 목진은 절대적인 냉정함을 유지했다. 이는 가장 완벽한 전투 상태로 그의 전투력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는데 목진 체내의 영력을 낭비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목진 통령, 역시 대단하구나. 이번 기회를 빌려 네가 얼마나 강한지 보자꾸나!”
말을 마친 구태음이 정색하며 발을 구르자 웅장한 영력이 하늘 높이 솟구쳐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거대한 검은색 그림자를 이뤘다.
이는 태음법신이었다.
영력만으로 목진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구태음은 결국 지존법신을 소환했다.
그는 목진이 아무리 4품 지존경에 이르렀어도 절대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태음법신의 머리 위에 나타난 구태음은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손을 내밀었는데 손끝에 어두운 영력이 미친 듯이 몰려들더니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색 조각달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일전에 진종이 바로 검은색 조각달에 중상을 입은 것이 떠올라 흠칫 놀랐다. 다들 조각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발아래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더니 머리에 황금색 태양을 얹은 거대한 황금색 그림자가 나타났다.
목진이 대일불멸신을 소환하자 천지의 영력이 격렬하게 진동했고 금광이 주위에 퍼지자 한기로 주위를 휘감은 태음법신마저 꼼짝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목진의 지존법신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이는 5품 지존이 수련한 지존법신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흥!
구태음도 목진의 지존법신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또한 소년의 지존법신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아챘지만 제아무리 대단한 지존법신을 수련했어도 결국 본인의 영력으로 유지해야 하는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지존법신을 수련한 9품 지존이 99등급 지존법신 중 10위권에 든 지존법신을 수련한 1품 지존을 수월하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하다면…….”
구태음이 씨익 웃으며 손을 벌리자 태음법신에서 어두운 영력을 방출해 검은색 조각달을 네 개나 더 만들어냈다.
진종은 조각달 한 개만으로도 중상을 입었는데 지금은 다섯 개나 있으니 목진이 아무리 4품 지존경에 이르렀어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구태음은 목진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년을 제대로 제압할 생각이었다.
위잉!
천지에 강력한 영력 파동이 일었고 구태음의 손 아래의 다섯 개의 검은색 조각달에 흐르는 검은색 액체에는 엄청난 부식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구경꾼들은 구태음의 공격에 깃든 살기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태음은 더는 목진과의 무의미한 대결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에 구유 등 왕들도 이내 정색했다. 구태음은 5품 지존경에 이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들마저 경계할 정도의 실력자였다.
“공격하라!”
구태음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다섯 개의 검은색 조각달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목진의 위쪽에 나타났다. 조각달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구태음은 피식 웃었다. 기왕 나섰으니 이번 기회에 목진을 철저히 제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오월합일(五月合一)!”
음산한 기운을 발산하는 검은색 조각달들이 갑자기 부딪치더니 한데 융합해 더 놀라운 힘을 뿜어냈고 이에 공간마저 반으로 갈라졌다.
사람들은 구태음의 엄청난 살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때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던 목진도 두 손을 모아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위잉!
그러자 대일불멸신의 미간과 가슴팍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했는데 이는 꼭 눈부신 태양이 떠오른 것만 같았다.
금광은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어 그의 몸 전체가 금광으로 빛났다.
구양신통, 쌍양의 힘!
잇따라 목진은 다시 인법을 바꾸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구양신통, 천양황금인!”
슉!
목진의 손바닥에 신속하게 형태를 갖춘 오래된 황금색 광인은 한 갈래 금광이 되어 공간을 찢으며 날아오는 어두운 빛줄기를 향했다. 그러나 목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힘껏 발을 굴렀다.
체내의 영력이 솟구치며 용음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퍼져 하늘마저 파르르 떨렸다.
크으으으!
그는 5품 지존경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막기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잘 알았다.
슉! 슉!
잇따라 목진의 체내에서 내뿜은 네 갈래 빛의 기둥은 신속하게 거대한 용과 코끼리 네 마리를 이뤄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을 방출했다.
“구룡구상술!”
그때 두 마리 주위에는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올랐고 나머지 두 마리의 주위에는 무형의 벼락이 번쩍였다.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영력은 상당히 난폭했다.
쿵!
용 두 마리와 코끼리 두 마리가 부딪치자 난폭한 영력 파동과 함께 거대한 용상 광륜이 신속하게 만들어졌고, 이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상대방에게 향했다.
천양황금인과 용상광륜의 합동 공격에 사람들은 순간 넋이 나갔다. 그가 날린 공격은 이미 4품 지존경 오른 지 오래된 사람이라도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과연 구태음이 날린 살수를 막아낼 수 있을까?
이렇게 목진이 쏜 한 줄기 빛은 공간을 가르며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쿵!
두 개의 공격이 서로 부딪치자 무서운 영력 폭풍이 일었는데 이는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인 것처럼 미친 듯이 요동치며 주위의 공간을 부쉈다.
어두운 빛과 밝게 빛나는 황금빛은 각자 반쪽 하늘을 차지한 채 서로를 삼키려고 애를 썼다.
구태음은 조용히 두 갈래의 엄청난 힘의 대결을 바라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외쳤다.
“부숴버려!”
위잉!
음산한 기운이 가득 찬 다섯 개의 검은색 조각달로 이뤄진 거대한 조각달이 파르르 떨더니 ‘슉!’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르며 황금색 광인을 부수고 용상 광륜으로 향했다.
용상 광륜 또한 폭발해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지만 검은색 조각달도 더는 전처럼 환한 빛을 발하지 않았고 표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은 힘으로도 너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하다.”
구태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록 목진의 두 차례 공격으로 대량의 영력을 소모했지만 검은색 조각달에 남은 힘만으로도 목진을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목진은 전혀 피할 생각 없어 보였다. 그는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올라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이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구태음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위잉!
목진의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자 몸 표면에 거대한 용과 봉황의 그림자가 나타나 황금색 갑옷을 이뤘다.
잇따라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금광이 이글거리는 권풍은 놀라울 정도로 음산한 기운을 발하는 검은색 조각달에 적중했고 난폭한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목진은 그 여파에 바로 튕겨 나갔는데 검은색 조각달에 인 균열이 점차 많아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목진은 구태음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일불멸신은 멀리 튕겨 나가는 목진을 한 손에 잡았는데 무서운 충격파에 그의 거대한 손에도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대일불멸신의 수중에 내려앉은 목진이 황금색 갑옷을 거두자 손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데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피를 쓰윽 닦아내기만 했다. 용봉금갑과 용봉체가 아니었으면 목진은 검은색 조각달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손이 조금 저릴 뿐이었다.
5품 지존경이 전력을 다한 공격은 역시 엄청났다. 구태음이 아무리 일전의 공격에 대부분 영력을 소모했다고 해도 남은 힘으로 4품 지존 한 명을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그는 목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목진이 구태음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물리친 것에 깜짝 놀랐고 구태음도 차가운 눈빛으로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는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목진 때문에 체면이 구겨졌다는 생각에 잔뜩 화가 났다. 이러다가 대결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인상을 찌푸렸다. 이는 절대 그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후우.
구태음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점차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