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화. 목진의 필살기
목진은 구태음의 변화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구태음이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발을 힘껏 구르자 태음법신의 거대한 손에 조각달처럼 생긴 검은색 무기가 나타났는데 칼날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쿵!
태음법신은 엄청난 한기를 실은 무기를 들고 전력을 다해 목진에게 향했다. 구태음은 영력을 태음법신과 융합했고 이번 공격에 천지를 가르고도 남을 힘을 실었다.
이에 목진도 인법을 바꿔 대서미마주를 소환해 대일불멸신과 함께 상대방에 맞섰다.
쿵!
거대한 두 법신이 허공에서 부딪치자 광풍이 일어 구천의 구름마저 갈기갈기 찢어졌고 공간은 격렬하게 떨렸다.
사람들은 한껏 정색한 채 미친 듯이 서로를 공격하는 두 법신을 바라봤다.
“구유 언니, 목진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여요.”
상황을 살피던 당빙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태음법신이 현저하게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구유도 당빙의 말을 인정하듯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태음은 목진을 얕봐 몇 차례 실패를 겪고는 마음을 달리 먹은 모양이었다.
그는 목진에게 앞서는 실력과 지존법신의 영력의 힘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 틀림없었다.
구태음은 5품 지존경에 이르러 영력의 강도나 내구성으로 볼 때, 목진보다 훨씬 강했다!
하여 이대로라면 목진은 분명 패배할 것이다.
다른 왕들도 구유처럼 이를 알아채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구태음은 이미 전체적 흐름을 장악하고 있었다. 목진의 비범한 지존법신만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패배했을 것이고 지금은 그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출 뿐이었다.
황금 왕좌에 앉아있던 만다라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목진은 역시 구태음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란 말인가?
그때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목진이 고개를 들자 태음법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구태음이 사악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목진이 열세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에 목진이 가볍게 숨을 들이켜더니 서서히 눈을 감으며 대일불멸신에 들어갔다.
“나를 쓰러뜨리려 하다니, 난 절대 이대로 쉽게 물러나지 않아!”
커다란 두 개의 그림자는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곳에서 미친 듯이 서로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월륜과 마주가 힘껏 부딪치며 생긴 영력 충격파에 공간마저 격렬하게 떨렸다.
목진은 서서히 대일불멸신에 들어가 그 엄청난 방어력으로 구태음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다.
“겁쟁이처럼 지존법신에 숨어들면 될 줄 아는 것이냐?”
구태음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목진이 그의 공격을 몇 차례나 막아 잔뜩 화가 났던 그는 지금 더없이 기뻤다.
그가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이상 목진만 원하면 언제든지 대결을 끝낼 수 있었다.
이에 구태음이 씨익 웃으며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자 주위에 맴돌던 음산한 기운이 점차 그윽해졌고 대일불멸신에 대한 공격도 더 거세졌다.
대일불멸신에서 발하는 금광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대일불멸신이라도 구태음과 태음법신이 힘을 합쳐 공격한 것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은 애석한 눈빛으로 열세에 처한 대일불멸신을 쳐다봤다. 목진이 4품 지존에 이른지 하루도 채 안 되는 실력으로 구태음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인 것은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구태음은 곧 5품 지존에 이를 진종을 상대할 때도 이렇게 애먹지는 않았다.
9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맥없이 물러나기만 하는 대일불멸신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봤다.
그들은 대일불멸신의 웅장한 영력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목진이 더는 지존법신을 유지할 힘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은 구태음의 공격이 엄청나 목진이 더는 버티지 못해 그런 거라고 여기겠지만 9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목진은 나이는 어리지만 수단과 방법이 많아 그보다 실력이 훨씬 강한 사람도 그를 경계하게 했는데 지금처럼 맥을 추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반면, 황금 왕좌에 앉아있는 만다라와 3황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금광을 점차 잃어가는 대일불멸신을 바라봤다.
그들은 그 속에서 이상한 파동을 감지했는데 대일불멸신의 웅장한 영력 때문에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목진이 절대적인 열세에 처한 것이 아니라 몰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해졌다.
이에 만다라와 3황은 목진이 무슨 수를 쓸지 자못 궁금해졌다.
한편, 구태음은 괜히 변수가 생길까 봐 공격에 박차를 가했고 날카로운 월륜은 신속하게 대일불멸신을 공격해 금광을 발하는 몸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제 싸움을 끝내자꾸나!”
태음법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구태음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금광이 한껏 어두워진 대일불멸신을 노려보다가 결인하며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태음법신에 불어넣었다.
위잉!
태음법신이 나지막하게 울리자 그 주위를 맴돌던 어두운 빛이 빠르게 손에 모여 거대한 검은색 빙권을 형성했다.
“태음지권(太陰之拳)!”
구태음의 말과 함께 검은색 빙권은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는데 권풍이 닿은 곳마다 검은색 한빙으로 얼어붙었다.
태음지권은 구태음이 5품 지존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태음법신의 힘까지 빌려서 한 공격이라 음기가 강할 뿐만 아니라 하늘을 부수고도 남을 힘을 지녔다.
사람들은 구태음이 날린 공격의 위력을 알아채고 깜짝 놀랐다.
더는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된 목진의 지존법신은 그저 조용히 서서 상대방의 공격을 맞을 준비를 했다.
쿵!
태음지권이 대일불멸신에 적중하자 공간이 격렬하게 떨렸고 빙권에서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형성되었으며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에 검은색 균열이 빠르게 퍼져 어느새 온몸을 덮었다.
“이제 끝났군.”
사람들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목진의 지존법신은 분명 구태음의 엄청난 공격을 막아낼 수 없어 부서질 것이고 지존법신을 잃은 목진은 구태음을 상대할 힘이 더는 없을 것이었다.
이번 대결은 이미 승패가 갈렸다.
퍽!
아니나 다를까, 대일불멸신의 몸에 난 균열이 점차 많아지더니 끝내 금광을 발하며 폭발했다!
태음법신의 머리 위에 서 있던 구태음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히쭉 웃었다. 그는 지존법신을 잃은 목진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절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역시나 자신이었고, 그는 곧 대라천역의 10번째 왕이 될 것이다!
“하하!”
구태음은 이내 호탕하게 웃었고 사람들은 그 의기양양한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도 감히 구태음에게 뭐라 하지 못했다. 구태음은 곧 대라천역의 10번째 왕이 될 것이고 그보다 실력과 권위가 높은 사람은 네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호탕하게 웃고 있는 구태음과 달리, 9왕은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전장을 바라봤다.
황금 왕좌에 앉아있던 만다라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3황도 흠칫 놀랐다.
그때 눈부신 금광이 가장 짙은 곳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벌써 좋아하기는 너무 이른 것 아닌가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니!
다들 목진이 살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환청을 들은 것 같았다.
그때 껄껄거리며 웃던 구태음도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진 채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곳을 노려봤다.
“지금 상황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내가 너를 죽일까 봐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구태음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눈부신 금광은 모조리 사라졌고 그 속에서 목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는데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저건…….”
구태음도 깜짝 놀랐다. 안색이 창백해진 목진이 허공에 서 있었고 그의 주위에 거대한 검은색 연꽃 네 송이가 떠 있었다.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껴지지 않는 흑련 네 송이에는 오래된 부적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저건…… 영진이 아닌가!”
수라왕 등은 잔뜩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흑련 네 송이는 목진의 주위에 조용히 떠 있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이상한 영력 파동을 감지했다.
이는 영진이 이룬 파동이었고 등급도 결코 낮지 않았다. 그들마저도 흑련 네 송이에서 위험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목진이 선보인 비장의 무기에 순간 넋이 나갔다.
아무도 목진이 엄청난 실력을 지닌 동시에 영진에 조예가 깊은 영진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또한, 사람들은 그제야 목진이 지존법신에 숨어든 것은 겁에 질려서가 아니라 그 속에서 몰래 영진을 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흑련 네 송이로 만들어진 영진이 범상치 않네. 이렇게 강한 영진은 적어도 지품 영진 대사라야 칠 수 있네!”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지품 영진 대사가 친 영진은 아무리 5품 지존이라도 감히 덤비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이럴 수는 없어!”
구태음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당황했다.
“넌 지품 영진 대사가 아니야. 이따위 영진을 칠 수 있다고 다 지품 영진 대사란 말이냐!”
고함을 지르는 구태음의 표정은 어느새 한껏 일그러졌다.
그러나 목진은 묵묵히 손을 들어 허공에 가볍게 찍으며 속으로 외쳤다.
‘완벽한 요련도영진을 소환한다!’
목진의 말과 함께 허공에 떠 있던 흑련 네 송이가 드디어 피어나 검은빛을 발했는데 그 속에서 상당히 무서운 파동이 느껴졌다.
이는 목진의 최후의 필살기였다.
요련도영진의 완벽한 형태는 흑련 네 송이가 영진을 이룬 것인데 목진은 지금껏 실력의 한계 때문에 흑련 네 송이를 전부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만, 실력이 부쩍 늘어난 목진은 영진에 대한 조예도 깊어져 마침내 완벽한 형태를 갖춘 요련도영진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대라천역에 온 뒤로 자기가 영진사란 것을 밝힌 적은 없었지만 영진에 대한 수련을 단 한 순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에 실력 향상과 함께 영진 수련에 대한 조예도 깊어졌다.
영진에 관한 것은 구유나 만다라한테도 알리지 않았는데 목진의 영진 실력은 이미 놀라울 정도였다.
완벽한 형태의 요련도영진은 지품 영진인데 해당 등급 영진 중 위력이 상당했다. 5품 지존이라도 감히 덤비지 못할 정도였고 더 강한 지품 영진은 6품 지존을 상대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영진 대사는 천품, 지품, 인품 등 세 단계로 나뉜다. 목진은 기껏해야 인품 고급 영진사인데 이 정도로는 절대 완벽한 형태의 요련도영진을 칠 수 없지만 4품 지존에 이르러 체내의 영력이 강해진 지금, 영진에 대한 조예도 함께 향상되었다.
또한, 목진이 소심마상태의 힘까지 빌리면서 지품 영진인 완벽한 형태의 요련도영진을 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 *
흑련 네 송이가 나타나자 주위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9왕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
목진이 영진사임을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었으나 목진이 9왕 앞에서 영진을 쳤을 때는 그들이 신경 쓸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 눈앞에 나타난 흑련 네 송이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이 그냥 수단과 방법이 많은 4품 지존이었으면 모를까, 지품 영진사란 신분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9왕이라도 더는 그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럴 수는 없어!”
구태음의 실성에 목진은 손으로 허공을 가볍게 찍었는데 창백해진 얼굴에 걸린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하였다.
위잉!
활짝 핀 흑련 네 송이는 거대한 태음법신을 향해 기울며 꽃술에 검은빛을 모으더니 파르르 떨며 검은빛 기둥을 발사하였다. 검은빛 기둥 표면에 오래된 꽃무늬가 새겨진 것이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검은빛 기둥은 조용히 하늘을 가르며 상대방에게 향했는데 지나는 곳마다 나타난 검은색 흔적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태음지순(太陰之盾)!”
구태음은 목진의 공격에 소름이 쫙 끼쳐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황급히 결인해 체내의 영력을 아낌없이 끌어올렸다. 이에 태음법신의 몸 표면에 검은색 부적이 번쩍이며 앞쪽에 거대한 검은색 얼음 방패를 형성하였다.
슉!
조용히 날아간 검은빛 기둥 네 갈래는 검은색 얼음 방패를 힘껏 때렸다. 그 순간 방어력이 엄청날 것 같았던 검은색 얼음 방패는 사르르 녹으며 구멍이 뚫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