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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17화 (516/1,000)

517화. 대전 준비

구유궁 사람들도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환호하며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들 또한 목진이 구유궁에 남으려 할 줄 몰랐다.

당빙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는데 금세 입을 삐쭉 내밀며 중얼거렸다.

“저런 바보가 다 있을까…….”

당빙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목진의 수련을 위해 애써 지존영액을 모아준 일에 보람을 느꼈다.

구유 또한 생긋 웃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그녀는 목진이 이럴 줄 알았지만 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만다라마저 잔뜩 놀란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고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 세력을 만들 기회를 포기했으니 네가 가져야 마땅할 자원은 구유궁에 줄 거야. 네 몫만큼은 마음껏 사용해.”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만다라한테 다가가 속삭였다.

“그보다 난 이번 임무를 완성하고 얻을 보상이 더 기다려지는걸? 하하하.”

말을 마친 목진이 히쭉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용봉진경을 수련하기 위해 필요한 신수 열 마리의 정혈이 절실했다.

“걱정 마, 절대 잊지 않아.”

만다라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목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성대한 봉왕제가 서막을 내렸으나 다들 아직 목진과 구태음의 대결의 여운에 푹 빠져있었다. 사람들은 4품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이 최종 승자가 될 줄 몰라 감탄했고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있어도 소년을 경멸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봉왕대에서 선보인 진정한 전투력에 다들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4품 지존경의 실력에 지품 영진 대사의 신분까지 더하면 5품 지존경에 이른 강자를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었고 이 정도 실력이라면 대라천역에서 최정예라고 해도 충분했다.

하여 목진이 대라천역의 10번째 왕이 된 것에 불만을 품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목진은 드디어 대라천역에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더 이상 신인이 아니었다.

목진이 몸을 담고 있는 구유궁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의 구유궁은 9왕의 세력 중 최약체로 무시를 받곤 했는데 지금은 대라천역에서 유일하게 왕을 두 명이나 둔 세력이 되었고, 받는 자원도 다른 왕급 세력의 두 배나 되었다. 방대한 자원에 힘입어 구유궁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대라천역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목진과 구유궁의 눈 밖에 나는 일은 가장 멍청한 짓이었다.

천라성의 성주 진종도 얻어 가는 바가 있었다. 그는 비록 대라천역의 10번째 왕이 되지는 못했지만 만다라는 그의 공로를 높이 사서 5품 지존에 이를 때까지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또한, 그가 5품 지존이 되기만 하면 대수렵전이 끝난 뒤, 11번째 왕으로 책봉하겠다고 했다.

진종은 만다라의 은총에 더없이 감동하였고 사람들은 이러한 진종을 부러워했는데 만다라는 진종을 내세워 대수렵전에서 공로를 세운 사람한테 엄청난 상을 내릴 것을 약속했다.

이에 왕들마저 솔깃하였으니, 일반인들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대라천역 사람들의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 모습에 목진은 몰래 혀를 끌끌 찼다. 만다라가 부하를 다스리는 수법이 제법이었다. 대라천역의 주인은 역시 남달랐다.

* * *

봉왕제를 마친 뒤, 목진은 구유궁에 들어가 4품 지존에 이르러 불안정한 영력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고 나머지는 구유위의 훈련에 몰두했다.

대수렵전이 가까워질수록 대라천역은 점차 숙연해지고 긴장감이 돌았다.

대라천역은 비록 북계의 정예 세력이지만 대수렵전을 치를 때마다 정예 세력이 없어지거나 다른 세력의 부속 세력으로 되곤 했다.

휘하의 강자들은 도망가거나 다른 세력에 들어가곤 했지만 패배자는 어딜 가나 무시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대수렵전은 대라천역 사람들의 미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일로 대수렵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대라천역 전체는 대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그건 구유궁도 마찬가지였다.

목진은 비록 10번째 왕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구유위를 다스렸다. 구유위는 그동안 규모가 몇 배나 커졌는데 목진 덕분에 풍부해진 자원으로 실력이 한층 더 강해져 진정한 강자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대수렵전에서 그는 구유위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에 구유위의 실력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야 했다.

* * *

검은색 갑옷을 입은 구유위가 구유궁의 드넓은 훈련장에 조용히 앉아 체내에서 어두운 전의를 내뿜더니 위쪽 하늘에 모였다.

그들이 이룬 전의는 검은색 바다와도 같았고 가끔 들려오는 울부짖는 소리에 천지가 파르르 떨렸다.

한편, 목진은 구유위의 앞쪽에 놓인 거대한 돌사자 위에 앉아있었는데 양손으로 결인하며 눈을 감자 체내에서 영력을 발사해 구유위 위쪽에 형성된 웅장한 전의의 바다에 스며들었다.

구유위의 전의를 장악하려면 적어도 전의의 배척을 받지 말아야 한다.

목진은 여태껏 구유위와 잘 어울렸는데 용봉천, 봉왕제와 구유위의 확장으로 합이 전처럼 맞지 않아 시간이 날 때마다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두 시진 정도 지나자 목진은 드디어 꼭 감았던 눈을 뜨고 검은색 바다처럼 펼쳐진 구유위를 바라봤다. 그 위쪽에 형성된 웅장한 전의에서 가끔 전해지는 고함은 벼락처럼 그의 가슴을 때렸다.

한 사람의 실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지만 그들이 모여 전의를 이루면 5품 지존경에 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구유위가 아무리 강해도 대라천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목진은 구유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유위의 실력이 부단히 향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대라천군 같은 최강 부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났다.

게다가 대라천군의 실력이 너무 강해 목진은 이를 장악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대라천군의 대 통령인 화미아도 저들의 전의를 철저히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 명 가까이 되는 대라천군은 전부 지존급 강자라 이토록 무서운 전의를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3황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대수렵전에서 구유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해야 해.”

대수렵전에서 개인의 힘은 미약했고 3황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전세에 영향을 주기는 불가능했다. 구유위 같은 군대의 힘을 빌려 전세를 뒤바꾸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대수렵전은 정말 쉽지 않겠어.”

목진은 고개를 들어 구유궁 밖을 쳐다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대수렵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대라천역의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왕들도 군대의 훈련에 집중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구유마저 목진한테 구유궁을 맡기고 수련실에 들어가 수련에만 집중했는데 당빙만 아니었으면 목진도 당장 어디론가 숨어들었을 것이다.

이로써 목진은 대수렵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대라천역이라고 해도 상황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고 대수렵전을 치른 뒤,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마음이 한껏 무거워졌다. 대라천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라천역 덕분에 실력이 폭등해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더구나 목진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무서운 실력자인 대라천역의 역주인 만다라가 제법 좋았다. 만다라는 그동안 그한테 적잖은 도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그를 아랫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번 대수렵전에서 대라천역이 패배해 다른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목진한테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나도 최선을 다해 대수렵전에 임해야겠어.”

목진이 쓸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천현전과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 대라천역이 사라지면 유천도는 절대 목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구유위와의 수련을 계속했다.

위잉.

그런데 그때, 그의 앞쪽 공간에 파동이 일더니 여리여리한 소녀가 나타나 목진한테 옥병 10개를 건네주고 이를 갈며 말했다.

“옜다, 신수 열 마리의 정혈이야. 젠장, 이걸 얻으려고 난 북계의 대형 경매장을 모조리 훑었어!”

목진은 날아오는 옥병을 황급히 건네받았다. 각자 다른 빛을 발하는 옥병에는 지극히 순수하고 강한 영력이 깃든 정혈이 들어있었다.

목진은 옥병들을 한참 보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만다라가 그를 흘겨보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옥병 속 물건이 내가 원하는 신수의 정혈이란 말이야?”

목진은 옥병 열 개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신수를 하나씩 찾아가 죽이고 정혈을 취할 줄 알았어? 신수들이 뭐 벌레 죽이는 것처럼 쉬운 줄 알아?”

만다라는 목진을 흘겨보며 말을 이어갔다.

“지존영액을 들이부어서 겨우 얻었어. 그것도 다들 내가 대라 역주인 것을 알고 있기에 싼값에 넘긴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지존영액이 아무리 충분해도 절대 이것들을 얻을 수 없었을 거야.”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열 가지 신수의 정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그중, 두 가지 신수는 만수록 신방 순위권 앞쪽에 있어 구하기 더 어려웠다.

경매장에서 해당 신수의 정혈을 만다라한테 팔아넘긴 것은 온전히 그녀가 지지존에 이른 엄청난 강자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목진이 갔더라면 절대 정혈을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워.”

목진은 옥병을 꼭 쥔 채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대라천역 사람으로서 역주인 만다라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애써야 마땅했는데 임무 완성을 조건으로 열 가지 신수의 정혈을 내걸었다.

그런데 만다라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돈과 정력을 퍼부어 목진을 위해 신수의 정혈을 찾아 나섰다. 또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헐레벌떡 목진한테 온 것을 보면 여태껏 북계의 경매장들을 오가며 정혈을 수집한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이러한 만다라가 정말 고마웠다.

한편, 며칠 동안 정혈을 찾으러 이곳저곳 다니느라 피곤하고 언짢았던 만다라는 목진의 진심 어린 고백에 괜히 머쓱했다. 대라천역 사람들은 그녀를 경외하는 마음에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데 목진은 만다라를 대라천역의 역주가 아니라 좋은 친구로만 여겼다.

만다라는 이 점이 좋아서 목진의 무례를 무시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만다라는 금세 정색하고 역주의 품위를 지켰다.

“난 역주로서 한 말은 반드시 지켜. 이건 네가 나를 위해 구태음을 해결해 준 보상일 뿐이야.”

“구태음은 어떻게 됐어?”

목진이 으쓱거리는 만다라를 보더니 히쭉 웃으며 물었다.

“천현전에서 우리 대라천역에 사람을 많이도 뒀던데? 구태음은 그중 한 사람일 뿐이었고 녀석한테서 명단을 알아냈어. 이에 근거해서 의심 가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없애면 될 것 같아.”

만다라가 인상을 찌푸리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이 일은 목진이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만다라라면 아마 이를 완벽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한테 두 달 뒤에 있을 대수렵전에 관해 알려줄 수 있어? 나도 대라천역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목진은 대수렵전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기에 솔직하게 물었다.

이에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고 목진 옆에 앉았다.

“딱히 말할 것도 없어. 대수렵전은 아주 잔혹한 전쟁일 뿐이야. 북계에 정예 세력이 많긴 하지만 공존하는 형태일 뿐, 한 세력이 다른 세력보다 월등해서 나머지를 통솔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야.”

“그럼 대수렵전은 북계를 통일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이야?”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 세상에 야심이 없는 사람은 없어.”

만다라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북계를 통일해야 천라대륙에서 이름을 날리고 대천세계의 패주가 될 수 있어. 언제부터 북계에 전해진 규칙인지는 모르지만 아직 나머지 세력들과 적이 되면서까지 북계의 패주로 등극할만한 세력은 나타나지 않았어. 그런데 왠지 곧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목진은 말을 마친 만다라의 눈에서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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