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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20화 (519/1,000)

520화. 대수렵전 시작!

대전의 분위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그곳에는 대라 역주, 3황, 10왕과 실력이 괜찮은 부속 세력의 주인이 모여있었다. 이는 대라천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의로 대라천역이 대수렵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목진과 구유는 석좌에 앉아있었는데 그들 주위로 왕들이 같은 높이에 앉아있었고 위쪽에는 3황이, 더 높은 자리에는 대라천역의 최고 권력자인 만다라가 앉아서 아래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호위무사처럼 구유의 뒤에 따라붙기만 했던 목진은 어느새 대라천역의 왕이 되어 그녀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가장 높은 위치에 앉아있던 만다라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7일 뒤, 운락 전장의 영력 돌풍이 가장 약한 시점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그때, 대수렵전이 정식으로 열릴 것이다.”

다들 대수렵전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지만 만다라의 말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무리 북계의 정예 세력인 대라천역이라도 대수렵전처럼 잔혹한 전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때 만다라가 손을 휘두르자 영광이 요동치며 대전의 위쪽에 상당히 복잡한 영력 지도를 형성하였다. 이는 운락 전장으로 대부분 검은색으로 그려진 것을 보면 아직 미지의 구역이 많은 듯했다.

“운락 전쟁 내부는 영력 돌풍 때문에 열릴 때마다 지형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 우리 수중의 지도는 거의 작용을 못 할 것이다. 하여 운락 전장에 들어가면 각자 알아서 탐색해야 한다.”

“우리는 운락 전장의 서북 구역으로 들어간 뒤, 흩어져 유적을 찾고 운락원단을 얻을 것이다.”

“원락 원단이라…….”

목진은 순간 멈칫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운락 전장에서 별세한 강자들의 지존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운락 원단이란 물건을 만드는데 이는 수련에 엄청난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지존의 밀장을 파헤치는데 필요한 물건이야.”

구유가 옆에서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지지존의 밀장은 지지존이 별세한 곳으로 상당히 은밀한 곳에 있고 전장의 진법의 보호를 받아. 그런데 자연스레 형성된 진법은 운락 전장과 연결되어 지존급 강자라도 감히 이를 뚫지 못하지. 유일한 방법은 운락 원단의 힘을 빌리는 거야. 그 속에 깃든 힘은 운락 전장과 비슷한 맥락이거든.

그래서 운락 원단을 얻는 것은 대수렵전의 첫 번째 목표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도 해. 그건 다른 세력도 마찬가지라 다들 운락 원단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할 거야. 운락 원단을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얻기 위해서는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어. 안 그럼 인력을 낭비하는 꼴밖에는 안 돼.”

구유의 말에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운락 원단이 그렇게까지 중요하다니 경쟁은 상당히 치열할 것이다.

“난 3황과 함께 운락 전장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 지지존의 밀장을 찾을 테니 운락 원단을 취하는 것은 너희한테 맡기겠다.”

만다라가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10왕한테 말했다.

“평소 자원을 빼앗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든 이번만큼은 원한을 잠시 내려놓고 힘을 합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대라천역에서는 충분한 양의 운락 원단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그리되면 지지존의 밀장도 파헤치지 못해 전쟁에서도 필경 패배할 것이다. 그럼 너희가 어떻게 될지는 잘 알겠지?”

“나와 3황은 다른 세력에서 너희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너희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반드시 명심하고.”

왕들은 만다라의 위압감 넘치는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잇따라 소녀는 10왕에게 청색 동경을 나눠줬는데 그 표면에 영광이 번쩍였다.

“이건 영서경(靈犀鏡)으로 전멸에 이르는 상황에 닥치면 피를 떨구거라. 그럼 다들 너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도와줄 것이다. 또한, 집결 장소도 영서경을 통해 알려줄 것이다.”

이에 목진 등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영서경을 거두자 만다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내뿜는 위압감에 다들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대라천역이 이번 대수렵전을 치르고도 무사히 북계에 남아있기 바란다.”

“다들 최선을 다하거라!”

소녀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수렵전의 날에 가까워질수록 북계 전체는 더욱 침울해졌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였다. 사람들은 주위에 들끓는 짙은 살기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다른 세력에 비해 실력이 미약한 정예 세력은 이번 기회에 전멸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건 대수렵전을 만든 세력마저도 벗어날 수 없는 일로 아무리 실력이 지존이어도 살아남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든 규칙이 존재하듯 북계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대수렵전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면서도 반대 의견을 내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세력은 없었다.

운락 전장에 정예 세력의 우두머리들마저도 마다할 수 없는 영신액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볼 때 정예 세력의 거장은 천지를 부수고도 남을 힘을 지녔지만, 그들에겐 그들만의 고충이 있었고 서로 뭘 원하는지도 잘 알았다. 지지존 사이에도 등급이 존재하고 각 등급 사이의 실력도 월등히 차이가 났다.

더구나 지지존이 더 높은 단계에 이르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데 영신액은 그들이 경지를 돌파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탐낼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영신액은 지지존한테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예전에는 다른 지역의 지지존마저 운락 전장의 영신액이 탐나 북계까지 찾아왔는데 북계의 세력들이 힘을 합쳐 녀석들을 물리쳤다.

그 뒤로 일부 지지존은 북계에 찾아와 세력을 키우곤 했다. 이는 대부분 운락 전장에 있는 영신액 때문이었고 덕분에 대수렵전이 열리면 북계 전체는 살기로 가득 찼다.

이는 운락 전장에서 피 튀기는 전쟁이 폭발할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지지존에 이른 강자마저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천지를 부수고도 남을 전쟁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 * *

북계 서북 구역, 대라천의 구유궁 대전 앞에 서서 검은색 갑옷을 입은 채 서 있는 목진은 앞쪽 광장을 꽉 메운 구유위를 쳐다봤다. 그들의 영력은 하나가 되어 상당히 강력한 파동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조용하게 자리에 서서 대전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채 태연하게 서 있는 목진은 이제 앳된 모습이 완전히 벗겨져 소년에서 이제 듬직한 사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구유가 서 있었는데 역시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아름다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길쭉한 다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였다. 더구나 냉미녀인 구유는 야성미가 흘러넘쳐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들 뒤에는 전쟁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당빙과 당유가 그들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다.

쿵!

잠시 후, 대라천 곳곳에서 전의 가득한 종소리가 울리자 살벌한 기운과 함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다들 하늘 높이 날아올라 햇빛을 가렸다.

그들은 전투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진정한 전사들이었다!

“대라천역의 전사들이여, 출발하라!”

웅장한 전의로 가득 찬 하늘 아래에 서 있던 만다라의 말이 주위에 울려 퍼졌다.

쿵!

순간 하늘이 폭발하는 것 같았고 사람들은 수많은 빛줄기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대라천 외부로 향했다.

그때 구유가 당빙한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구유궁은 너희한테 맡길게.”

“구유 언니, 여긴 걱정하지 말아요.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당빙과 당유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구유를 쳐다봤다. 그들도 대수렵전이 얼마나 무서운 전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대라천역이 북계의 정예 세력이라고 해도 아무도 그 결과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하여 대수렵전을 마쳤을 때, 당빙과 당유가 맞이하게 될 이들이 대라천역 사람들일지, 그들의 자원을 약탈할 세력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유위, 출발!”

말을 마친 목진은 구유와 마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나섰다. 이에 아래쪽에 서 있던 구유위 역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마치 먹구름이 두 사람 뒤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대라천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나서자 대라천역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그들을 지켜보았다. 다들 눈빛이 복잡미묘했는데 대부분은 저들이 좋은 결과를 안고 오길 바랐다. 다들 대라천역을 의지해 생활하는 터라 세력이 무너지면 좋을 게 없었다.

그들이 가는 길에 다른 부속 세력들도 합류해 대라천역 부대는 점점 규모가 커져 마치 커다란 먹구름이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들 고개를 들어 전의가 흘러넘치는 곳을 쳐다보고는 감히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들은 대라천역 부대가 영력 파동을 감지하고 공격이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

이 정도 규모의 부대를 상대하려면 실력이 적어도 지지존에는 이르러야 했다.

이와 동시에, 북계의 다른 구역에서도 부대가 엄청난 살기를 품고 하늘을 가르며 어딘가로 향했다. 이에 북계 전체가 떠들썩해졌는데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모습이 꼭 세계의 멸망이 닥쳐 싸우러 가는 모습 같았다.

실력이 미약해 대수렵전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세력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호탕탕 싸우러 가는 모습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들은 세력이 없어질 위험한 상황은 모면했지만 그럴 자격조차 없는 자신들이 북계에서 너무 미약한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북계에서 가장 잔인한 싸움이나 다름없는 대수렵전은 이렇게 서막이 열렸다.

이번 전쟁은 반드시 피 튀기는 격전이 될 것이다.

* * *

북계의 번화한 다른 구역과 비교하면 서쪽 끝은 상당히 황량했다. 고봉들이 우뚝 솟아오른 서쪽 끝에 영수의 포효소리가 들려와 오히려 이곳이 더 황량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곳은 음산한 기운으로 흘러넘쳤는데 이로 인해 영력마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자세히 보니 텅 비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지에는 균열이 일었는데 가장 굵고 큰 균열은 수십만 장 정도로 깊게 나 있어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그것은 만 장 정도의 길이로 얼핏 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뻗어 저세상에 이른 것만 같았다. 그때 음산한 바람이 휘몰아쳐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레 갈라놓았다.

이곳이 바로 운락 전장으로 북계의 금지 구역이었다. 밀장을 찾으러 들어간 사람은 많아도 살아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곳이 북계에서 가장 떠들썩한 장소가 되었다.

슉! 슉!

그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흐릿한 하늘이 갈라지자 멀리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모여들었다.

북계의 정예 중 대부분이 이곳 운락 전장에 도착했다!

그들의 웅장한 영력은 운락 전장 내부에서 내뿜은 음산한 바람을 모조리 물리쳤다.

한편, 대라천역 부대는 운락 전장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주위 천 리를 장악했는데 다른 세력에서 이를 발견하더니 황급히 도망갔다. 아무도 실력이 막강한 대라천역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목진은 한 고봉 위에 조용히 서 있었고 만다라, 3황, 나머지 왕들도 그의 앞쪽에 서서 앞을 바라봤다.

그때 대지에 생긴 커다란 균열에서 휘몰아치던 검은색 소용돌이의 속도가 현저하게 약해지며 운락 전장의 보호막도 함께 느슨해졌다.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검은색 돌풍이 완전히 사라지면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순간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찾아왔다!

검은색 돌풍이 완전히 사그라들자 들끓는 전의와 함께 사람들의 포효가 들렸다.

그때 가장 앞쪽에 서 있던 만다라가 가볍게 들었던 손을 내리며 외쳤다.

“지금부터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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