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523화 (522/1,000)

523화. 사위

검은색 습지 밖에서 대치 중인 두 부대는 각자 살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엄청난 전의를 내뿜었는데 이에 천지의 영력마저 요동쳤다.

사람들은 쌍방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들은 최근, 북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목진이 대라천역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젊은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목진은 용봉천의 눈부신 성과로 북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지만 육규는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는 비록 용사종 종주 중에 실력이 가장 약하지만 용사종의 사위를 거느리고 수많은 적대 세력을 쓰러뜨렸다. 그의 손에 숨진 젊은 천재들만 해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많았다.

다들 신흥 강자 목진과 경험이 풍부한 육규의 대결이 무척 궁금했다.

그때 육오가 히쭉 웃으며 아래쪽 대치 상황을 지켜보더니 태연하게 서 있는 구유한테 눈길을 돌렸다.

“구유 궁주, 정녕 육규와 사위를 상대로 녀석한테 구유위를 맡길 건가? 허허, 우리 각자 한 보 물러나는 게 어떤가? 이곳 3급 유적지를 나누면 싸울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은가?”

“육 종주, 구유궁의 사전에 후퇴란 없어. 우린 죽을 때까지 싸울 거니까 그따위 말을 더는 하지 마.”

구유는 무덤덤하게 말하며 육오를 노려봤다. 그녀는 용사종의 세 종주가 간사한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녀석의 말을 믿지 않았고, 녀석은 우리를 떠보려는 것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물러날 기색을 보이면 육오는 분명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구유는 모르는 척 조용히 자리에 서 있었다. 육오는 육규와 사위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목진과 구유위를 무시하고 있는데 그 자신감은 곧 바닥을 칠 것이다.

지금까지 목진을 무시했다가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구유는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육오를 바라봤고 녀석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져 손을 휘둘렀다.

“육규야, 구유궁에서 자신만만한 걸 보니 봐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허허, 처음부터 난 봐줄 생각이 없었어요.”

육규는 씨익 웃더니 힘껏 발을 구르며 외쳤다.

“사위!”

“네!”

수천 명의 사위가 나지막하게 울부짖자 체내에서 회흑색 전의가 솟구쳤고, 순간 천지에 돌풍이 불어 구경꾼들은 깜짝 놀랐다.

용사종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라천역에 덤빈 것이 분명했다. 육규는 비록 5품 지존밖에 안 되지만 사위의 전의까지 더하면 아무리 6품 지존이라도 절대 그와 싸워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하!”

육규가 사위의 위쪽, 전의로 흘러넘치는 곳에 나타나 손을 휘두르자 회흑색 구름 같은 웅장한 전의가 서서히 주위에 퍼졌다.

“전의는 이렇게 다스리는 거라네!”

육규가 폭소하며 발을 구르자 웅장한 회흑색 전의는 파도가 일듯 철렁이며 거대한 나선 전의 백 갈래를 이뤄 공격을 개시했다.

회흑색 전의는 빠르게 회전하며 놀라운 파괴력을 선보였는데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잔뜩 일그러졌고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동반했다.

구경꾼들은 육규의 남다른 전의 제어력과 공격에 깜짝 놀랐고, 그가 지금까지 북계에서 활개치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목진도 고개를 들어 거대한 이무기처럼 자신에게 향하는 백 갈래의 회흑색 나선 전의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그는 육규가 전의를 이 정도로 잘 다스릴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목진은 천 명밖에 안 되는 구유위를 거느리고 다섯 배도 넘는 혈응위와 싸워 이겼다. 비록 혈응위의 통령인 오천이 육규보다 실력이 부족하지만 지금의 목진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육규는 자신이 전의를 잘 다스린다고 생각하겠지만 목진에 비하면 아직 부족했고, 목진이 깨우친 전의와 제어력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때 목진이 무덤덤하게 손을 들고 가볍게 휘두르자 잔뜩 화가 난 구유위는 살기를 내뿜으며 수중의 장창을 힘껏 내리찍었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상대방을 노려봤다.

쿵!

그들이 폭발시킨 어두운 전의가 위쪽 하늘에 모이자 하늘마저 어두워졌고, 구유위의 전의는 그야말로 강력했다.

잇따라 목진이 구유위의 위쪽에 날아올라 손가락을 튕기자 어두운 전의가 미친 듯이 휘몰아쳐 그들 앞쪽에 거대한 검은색 전의의 광막을 형성했다.

쿵!

회흑색의 나선 전의 백 갈래는 하나, 둘씩 구유 전의의 광막을 공격했지만 어두운 광막은 조금 떨리기만 할 뿐 끄떡없었다.

목진은 파르르 떨리는 전의의 광막을 보더니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육규한테 말을 건넸다.

“이 정도밖에 안 돼?”

“죽고 싶어 환장했군!”

육규가 씨익 웃으며 주먹을 꽉 쥐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천 장 크기의 회흑색 소용돌이가 형성되었고 이는 잔뜩 화가 난 용처럼 공간을 가르며 구유 전의의 광막을 공격했다.

쿠쿵!

소용돌이가 광막에 부딪히자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의가 휘몰아쳐 습지의 땅에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그러다 구유 전의로 이뤄진 광막에 드디어 균열이 일기 시작했는데 광막은 곧 부서질 것 같았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감히 나와 전의를 겨루려 하다니!”

목진의 방어막이 부서진 것을 본 육규가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광막이 부서지는 것을 지켜봤다.

퍽!

광막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고 이와 동시에, 목진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쏴아아!

그러자 부서졌던 전의의 파편이 놀라운 속도로 뭉쳐져 검은색 깃털을 만들고 하늘을 가르며 상대방을 공격했다.

전의로 만들어진 검은색 깃털은 놀라운 파괴력을 자랑했는데 제아무리 5품 지존경에 이른 강자라도 그 앞에서는 더없이 초라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공격은 목진한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슉! 슉!

검은색 깃털의 공격에 사위의 전의로 이뤄진 회흑색 돌풍은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목진은 그제야 검은색 깃털을 거뒀고 수많은 광점은 웅장한 구유 전의에 스며들었다.

구경꾼들은 목진의 거침없는 방어와 공격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그제야 목진이 구유 전의를 얼마나 잘 다스리는지 알아챘다.

육규가 장악한 전의가 난폭하다면 목진이 다스린 전의는 현란한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에 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북계에서 막 이름을 날린 젊은이는 놀라운 전투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전의에 관한 재능도 뛰어났다.

육규도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목진을 노려봤고, 그는 더 이상 목진을 무시하지 않았다. 목진이 자신 못지않게 전의를 다스린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대전을 겪고 나서야 이 정도로 전의를 다스릴 수 있게 된 육규는 목진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목진이 위험한 존재란 것을 알아채고 살기를 품었다. 그리고 이토록 위험한 사람이라면 적으로 둘 바에야 바로 죽이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날 죽이고 싶은가 봐?”

육규의 살기를 느낀 목진은 갑자기 씨익 웃었는데 이는 한겨울의 얼음보다 더 차가웠다. 목진이 서서히 손을 들자 어두운 전의는 물 흐르듯 그의 손끝에서 흘러넘쳤다.

“지금부터 내가 전의에 대해 가르쳐주마!”

목진의 말에 육규는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 그는 비록 용사종의 세 종주 중 실력이 바닥이었지만 전의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전진사가 되려면 아직 턱도 없이 부족했지만 수천 명 규모의 전의를 다스리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볼 때, 육규는 둘째 종주인 육오보다 훨씬 나았다. 하여 사위는 실력이 더 강한 육오가 아닌 육규의 몫이 된 것이다.

또한, 사위의 전의를 장악한 육규는 6품 지존경에 이른 육오라도 감히 덤빌 수 없는 존재였고, 사위의 힘에 본인의 힘을 더하면 6품 지존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전의의 장점으로 자신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전의에 대한 천부적 재능이 있는 육규는 목진의 말에 화가 치밀어올랐고 당장이라도 소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사람들 역시 목진의 오만한 말에 잠시 넋이 나갔고, 목진이 일으킨 반전에 다들 놀라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육규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통솔하는 사위도 상당한 성과를 이뤄 아무도 그한테 그런 말을 하지 못했는데, 목진이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을 무시한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온몸에 웅장한 구유 전의를 휘감고 서 있었다.

육규가 전의에 관해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진정한 전진사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아직 전의에 대한 깨달음이 부족했다.

전의를 힘으로 다스리는 것은 최하수고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최적의 수단이란 말이 있는데 육규는 힘으로만 전의를 다스리고 있었다. 이는 전진의 마음을 깨달은 목진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었다.

군대의 실력이 비슷하더라도 이를 다스리는 사람이 전의에 대해 얼마나 잘 깨닫고 있느냐에 따라 폭발할 수 있는 전의의 힘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 목진은 천천히 손을 벌려 웅장한 구유 전의를 모조리 받아들였다.

순간, 구유위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목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실력은 더욱 향상되었다.

쏴아아.

사람들은 목진 주위에 모인 어두운 전의가 더욱 그윽해지며 동시에 엄청난 위압감이 형성된 것을 느꼈다.

잇따라 목진이 정색하며 주먹을 쥐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구유 전의가 하늘 높이 치솟더니 한데 모여 백 장 정도 크기의 검은색 깃털을 형성했다. 뇌광이 번쩍이는 깃털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구경꾼들은 검은색 깃털을 보고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5품 지존경에 오른 사람들마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검은색 깃털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공격하라!”

목진이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색 깃털은 장검처럼 예리하기 그지없는 기를 싣고 공간을 가르며 사위에게로 향했다.

찌직.

우검이 닿지도 않았는데 지면에 이미 깊숙한 흔적이 생겨났다.

“너 같이 어린 녀석이 얼마나 전의를 잘 다스리는지 보자!”

육규는 검은색 깃털로 이뤄진 장검에서 엄청난 전의를 읽어내고 흠칫 놀랐지만 두려워할 것까지는 아니란 생각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위들이여!”

“공격하라!”

이에 아래쪽에 서 있던 사위가 고함을 지르며 회흑색 전의를 방출하였다. 그러다 육규가 주먹을 꽉 쥐자 회흑색 전의는 미친 듯이 모여 거대한 회흑사창(灰黑蛇戟)을 만들었고 음산한 기운을 방출해 주위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사마창(蛇魔戟)!”

육규가 발을 힘껏 구르자 회흑사창이 한껏 일그러지더니 공간을 가르며 순식간에 검은색 우검과 부딪쳤다.

퍽!

난폭한 힘의 파문이 하늘에 퍼지며 공간이 부단히 일그러졌고, 두 갈래의 힘은 부딪히며 서로를 집어삼키려 애를 썼다.

주의 깊게 관찰하던 사람들은 구유 전의가 우세를 차지할 기미가 보이자 흠칫 놀랐다. 구유 전의에서 가끔 들리는 뇌명에 사위 전의의 음산한 힘이 맥을 추지 못했다.

쿵!

사마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부서졌고 검은색 깃털도 한껏 어두워졌으나 계속해서 육규를 공격하다 힘이 닳아 곧 부서졌다.

육규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고, 그는 일전의 대결에서 구유 전의가 우세를 차지한 것이 기분이 나빴다.

“나한테 전의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려는 건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육규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소리치자 구경꾼들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목진의 공격이 육규한테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육규가 인정하지 않을 것뿐이었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목진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알았고, 전의에 대한 소년의 천부적 재능은 상당히 놀라웠다. 실력은 역시 나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