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525화 (524/1,000)

525화. 목숨을 걸다

현재, 목진의 체내에는 수많은 흉수가 포효하고 뛰어다니며 파멸에 이르는 힘을 방출했는데 이는 목진이 지닌 힘을 훨씬 뛰어넘는 구유위의 전의였다.

보통 사람은 전의를 신기 다루듯 다루고 감히 체내에 끌어들이지 않는다. 전의는 수많은 전사의 의지를 융합해 너무 난폭했기에 체내에 들였다가 통제하지 못하면 육신은 바로 폭발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의로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야만 전의에 대한 제어가 쉬워지고 보다 안전하며 그래야 체내에 들여도 잠시나마 자기 힘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목진은 아직 그 정도로 완벽하게 전의를 다스리지 못했고 체내에 들이자마자 미친 듯이 요동쳤다. 목진이 용봉체를 수련해 육신이 유난히 강하지만 않았어도 체내에 들인 웅장한 전의에 애를 먹었을 것이다.

“나를 죽이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

목진은 나지막하게 외치며 장풍을 쐈다. 그의 공격에는 아무런 기교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자신의 힘과 웅장한 전의를 모두 끌어올렸고 그 위력에 공간이 바로 부서졌다.

육오는 목진의 공격에 순간 흠칫하더니 바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그의 공격을 막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가슴팍을 노렸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살수를 막아낼 생각은 하지 않고 더 강한 공격으로 목숨을 걸고 덤빌 줄 몰라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그러나 육오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목진과 구유의 합동 공격에 무사히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속도를 끌어올려 빠르게 공간을 가르며 소년의 가슴팍을 때렸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용봉금갑을 소환하였고 진룡의 령이 가슴팍에서 헤엄치며 나지막하게 포효하자 눈부신 금광이 그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목진은 할 수 있는 모든 방어를 전부 끌어내고 난폭한 전의가 깃든 장풍으로 육오의 가슴팍을 때렸다.

퍽!

장풍을 중심으로 공간 균열이 일며 난폭한 영력이 파도처럼 휘몰아치자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추락해 바닥에 내리꽂혔다. 이에 천 장 범위의 땅도 함께 내려앉았고 그 주위로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육오도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의 공격 못지않은 목진의 공격에 육오는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고 가슴팍도 반 정도 움푹 파였다.

슉!

그때 검은색 우검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그의 가슴을 찔렀는데 검의 표면에서 보라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으악!

육오가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고개를 돌려보니 구유가 뒤쪽에 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불사화를 소환해 그의 육신을 불태우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덤비려나 본데, 그냥 여기서 죽어!”

구유가 잔뜩 화가 나 말했고 육오는 너무 무서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구유를 이대로 놔두면 육오는 오늘 분명 여기서 숨질 것이다.

“으악!”

육오가 포효하며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그의 몸은 신속하게 팽창하며 무서운 영력 파동을 형성하였다.

이에 구유는 바로 뒤로 물러났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오의 몸이 폭발해 회흑색의 웅장한 영력이 하늘에 커다란 불꽃을 수놓았다. 이는 아름다우면서 음산한 기운을 물씬 풍겼다.

구유는 바로 물러났으나 완전히 피하지 못해 녀석의 자폭 여파로 입가에 피가 맺혔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아무도 진정한 6품 지존인 육오가 궁지에 몰려 자폭할 줄은 몰랐다.

1각 전까지만 해도 승리할 거라 확신했던 그는 지금 육신을 폭발시키고 도망갔다. 엄청난 반전에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그때, 구유는 저 먼 하늘에서 난폭하게 휘몰아치는 영력 돌풍을 지켜보고는 순간 흠칫했다. 그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회색빛이 공간을 가르며 아래쪽에 쓰러져있는 육규한테 다가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함께 사라졌다.

회색빛은 육오의 신백으로 자폭한 후, 남은 힘을 이용해 육규와 함께 도망갔다. 그 모습에 사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중상을 입은 사위는 육오가 자신들을 포기하자 사기가 떨어져 덩달아 도망가기 시작했고 이제 전의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다.

사위는 실력이 평범하지 않아 엄청난 힘을 방출할 수 있지만 싸울 의지를 잃어 아무런 위협도 안 되었다. 이에 구유는 굳이 막아서지 않았고 목진이 내리꽂힌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육오의 회심의 일격을 맞은 목진이 걱정되었다.

슉!

구유가 내려가려 하는데 한 줄기 빛이 커다랗게 파인 구멍 속에서 솟아오르더니 휘청이며 허공에 멈춰 섰다.

이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그의 윗옷은 벗겨져 있었고 입가는 물론이고 온몸에도 피가 흥건했다. 그는 가슴팍에 커다란 상처를 드러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목진의 엄청난 상처에 깜짝 놀랐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괜찮아?”

구유는 서둘러 소년한테 다가가더니 그 몸에 난 무서운 상처를 보고 흠칫 놀랐다.

“나와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하다니, 너무 멍청한걸?”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고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상처를 살폈는데 몸에 가득 난 상처들은 금광을 발하며 무서운 속도로 치유되고 있었다.

구유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목진이 사람의 모양을 한 신수란 사실을 깜빡했다. 목진은 육신의 엄청난 치유 능력을 믿고 감히 목숨을 걸고 육오한테 덤빈 것이었다.

육오는 아마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정도는 목진한테 그리 대단한 공격은 아니었다.

목진이 다시 고개를 숙여보니 가슴팍에서 헤엄치는 진룡의 령이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육오의 일격을 받아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용봉금갑과 진룡의 령, 그리고 구유위의 웅장한 전의가 아니었으면 목진은 육오의 일격에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6품 지존은 4품 지존인 목진이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여 구유위의 전의가 아니었으면 목진은 분명 육오 같은 강자를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에 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목진은 구유와 눈을 맞추고는 아직 남아있는 다른 세력들을 쓰윽 훑었다. 다들 두 사람의 눈빛에 저절로 소름이 쫙 돋았다.

그들은 지켜보다 보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막강한 전투력의 목진과 구유, 그리고 기세등등한 구유위를 보니 더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쉬며 물러났다.

그제야 목진과 구유는 안심하고 인상을 폈다. 그들은 용사종보다는 못하지만 알아서 물러나는 것이 목진과 구유한테는 좋은 일이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완전히 물러나자 습지의 깊숙한 곳에 있는 유적 대전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제 이곳의 3급 유적지는 온전히 구유궁의 것이 되었다.

목진과 구유는 주위 사람들이 전부 사라져서야 서서히 검은색 습지로 향했다.

검은색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검은색 습지에는 지독한 독이 들어있어 은은하게 비린내가 났고 깊숙한 곳에는 검은색 그림자가 드리워져 매우 위험해 보였다.

“너흰 밖에서 지키거라. 아무도 저 안에 들이면 안 된다.”

이런 곳은 사람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기에 목진은 구유위를 습지 밖에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구유를 힐끗 보고는 구유위를 불러 당부했다.

“네!”

수천 명의 구유위가 힘차게 외치자 뇌명 같은 소리에 천지가 파르르 떨렸다.

“가자!”

잇따라 목진과 구유는 웅장한 영력을 온몸에 휘감은 채 검은색 안개를 가르며 신속하게 습지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보라색 화염으로 몰려오는 독이 깃든 안개를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습지의 안개에 깃든 독은 불사화를 지닌 두 사람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슉!

목진과 구유는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전진했다. 일전에 사람들을 모조리 물리쳤지만 다른 세력에서 이곳 유적지를 발견해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지라 최대한 빨리 운락 원단을 제련하기로 했다.

퍽!

그런데 그때, 습지에서 갑자기 어두운 빛이 솟구치더니 비린내를 풍기며 두 사람에게 향했다.

구유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보라색 화염이 깃든 검은색 영력 깃털이 날아가 어두운 빛을 불태워 없앴다. 그런데 그 속에 검은색 독악(毒鱷)이 주위에 난폭한 영력을 풍기며 악취가 나는 침을 흘리고 있었다. 외모가 추악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보아 흉수가 분명했다.

그런데 녀석을 죽인 구유는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간을 찌푸렸고 목진도 덩달아 안색이 어두워졌다.

녀석이 죽자 습지에 있던 검은색 독악들이 어두운 빛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내 새빨간 눈으로 두 사람을 노려봤기 때문이다.

독악의 수는 그들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목진과 구유는 녀석들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지금 여기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위험 부담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했다.

“어떡하지?”

목진이 걱정스레 물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녀석들을 모조리 죽여야 할 것이다. 이에 구유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발을 굴렀다. 그러자 웅장한 영력이 뒤쪽에 모여 구유 명작을 만들어냈고 강력한 신수의 위엄을 내뿜었다.

신수의 위엄에 독악들은 당황했고 일부는 황급히 도망갔다. 녀석들은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이 구유 명작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목진도 함께 앞으로 나서서 가슴팍과 등에 금광을 발하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소환해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하자 구유 명작의 등장으로 당황했던 독악들은 겁먹은 채 미친 듯이 도망갔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이룬 위압감은 구유 명작보다 훨씬 강력했다. 신수방 순위를 놓고 보더라도 구유 명작은 순위가 뒤처져 구유가 불사조로 진화하지 않는 이상 절대 양자가 형성한 위압감을 물리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악들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두 사람이 형성한 위압감에 겁을 먹고 꽁꽁 숨어들었다.

“어때?”

목진이 히쭉 웃으며 돌아서 묻자 구유는 괜히 눈을 뒤집으며 소년을 흘겨봤다. 목진이 형성한 위압감이 그녀를 뛰어넘을 기미가 보이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 구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한없이 연약하다고 생각했던 소년은 어느새 그녀를 따라잡고 자신만의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구유는 목진의 모습에 뿌듯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그녀는 더 이상 전처럼 목진을 가볍게 대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수련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 내가 불사조의 혈맥을 완전히 깨우치면 네가 가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혈맥은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야.”

구유는 바로 마음을 다스리더니 입을 삐쭉 내밀며 말을 내뱉었다.

목진은 자존심이 강한 구유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 재빨리 대화를 마무리 짓고 습지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 후로 1각 정도가 지나 두 사람은 드디어 멈춰 섰다. 그들은 독이 깃든 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오래된 대전을 발견했다.

슉!

목진과 구유가 다시 움직이자 자욱했던 안개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시야가 트이며 원고 시기에나 있을 법한 전각이 보였다. 광활한 폐허는 시간과 공간을 가르며 지내온 듯 보였다.

“슬슬 움직여볼까?”

바로 정신을 차린 구유는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빠를수록 좋으니 따로 움직이자. 괜찮겠어?”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실력이 3품 지존경에만 이르면 운락 원단을 제련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효율상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