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화. 신예와 패주의 대결
푸른 하늘 아래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곳에 두 사람이 대치한 채 서 있었다. 그들이 각자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구름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다들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용봉록 패주와 용봉록 신예가 대결을 벌인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들었고, 이러한 대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편, 하얀색 도포를 입은 채 서 있는 방의는 주위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쓰윽 훑고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자네가 요즘 북계에서 상당히 유명해졌더군.”
“그건 다 그쪽 덕분이네.”
목진이 방긋 웃으며 답하자 방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웃었다.
“내 덕분인 걸 알면 오늘 내가 돌려받으면 되겠군. 내가 자넬 북계에서 유명해지게 해줬듯, 다시 무명시절로 되돌려놓을 수도 있네.”
“과연 그럴까?”
목진이 어깨를 들썩이며 방의를 바라봤다.
“제법 기대가 되는걸? 그러다 용봉록 패주의 자리까지 잃어버리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날 그리 만들 재주는 있고?”
방의가 말을 마치자 주위를 휘감은 웅장한 영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목진은 상대방이 형성한 영력 위압감에 흠칫하였다. 방의는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영력 위압감으로 볼 때, 그는 이미 5품 지존경에 이르렀으니 구태음보다 훨씬 강했다.
이번 싸움은 상당히 치열할 것이다.
대결이 시작되자 주위에 몰려드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졌고, 다들 멀리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하하, 이번 대결은 제법 흥미로운걸? 북계 용봉록 1위와 신예 강자 사이의 대결이라니,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방의가 아닐까? 4품 지존인 목진과는 달리 방의는 이미 5품 지존경에 이르지 않았나?”
“그렇게 단정 지으면 안 되지. 목진의 진정한 실력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하니 말이야. 대라천역의 봉왕제에서 그는 5품 지존경에 이른 구태음을 꺾고 열 번째 왕의 자리에 올랐다지 않나?”
“구태음은 막 5품 지존경에 이르렀고 방의는 이미 5품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는데 어찌 같을까?”
“목진이 이번 대결에서 패배하면 기가 확 꺾이긴 하겠군. 녀석은 요즘 들어 너무 기세등등해서 조금 겸손해질 필요가 있네. 사람은 너무 나대지 않은 것이 좋네.”
* * *
구경꾼들은 대부분 방의가 이길 거라 여겼다. 목진이 아무리 빨리 성장했다고 해도 용봉록의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방의와 비교하면 조금 뒤처진 건 사실이었다.
더구나 목진은 지금 4품 지존밖에 안 되는 실력이고 방의는 5품 지존경에 이른 지 오래되었다.
비록 일반 5품 지존도 목진의 상대가 아닐 테지만 방의는 그 범위를 훨씬 뛰어넘은 강자였다.
신각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방의의 필살기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한편, 천악군에 포위된 혈응왕과 오천 등도 한껏 정색한 채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들은 봉왕제에서 목진의 진정한 실력을 확인했지만 목진이 자못 걱정되었다.
용봉록 1위의 자리를 다년간 지켜온 사람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만약 목진이 이번 대결을 무사히 마친다면 북계 젊은이 사이에서 그 명성과 지위가 부쩍 오를 거야.”
혈응왕이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갑자기 나타난 목진의 등장에 사람들은 다들 그의 실력을 의심했다. 용봉천 사건만 봐도 대부분은 그가 염제의 딸의 도움으로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용봉록 3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는데 이번 대결로 그마저 종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위험 부담이 존재했다. 목진이 방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면 사람들은 더는 그를 신예 강자라 부르지 않을 것이고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더없이 잔혹한 북계에서 패배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쿵!
방의 주위에 휘몰아치는 웅장한 영력의 바다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하늘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 앞쪽에 서 있는 목진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고, 용봉천에서 채소 때문에 낭패를 본 방의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던 목진은 그의 몸에 깃든 위압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후회하기엔 조금 늦은 것 같군. 인간은 늘 자신의 오만함에 대가를 치러야 하니 말이야.”
방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에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대서미마주가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나타나 한 줄기 빛이 되어 상대방을 공격했다.
쿵!
대서미마주는 한순간에 무서운 힘을 싣고 방의의 위쪽에 나타났는데 정작 그는 무덤덤하게 서서 금광이 번쩍이는 손을 내밀었다.
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힘의 파문이 일자 목진은 뒤로 튕겨 나갔고 수중의 대서미마주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나를 보통 5품 지존으로 취급하면 큰코다칠 것이네.”
방의는 뒤로 튕겨 나가는 목진을 지켜보더니 바로 대서미마주의 위쪽에 나타나 이를 힘껏 내리쳤다.
“자네 무기네, 잘 받게.”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자 대서미마주는 한 줄기 검은 그림자로 변해 귀청을 찢는 소리를 내며 목진을 향해 내리꽂혔는데 그 속에 깃든 힘은 5품 지존이라도 절대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였다.
흥!
방의가 대서미마주로 자신을 상대하려고 하자 목진은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피하면 기에서 밀려날 것이고 그럼 방의한테 주도권을 건네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맞서기엔 영력이 많이 뒤처져 억제될 것이 분명했다.
다들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바라봤다.
“내 물건은 아무나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그때 목진이 신속하게 결인하자 가슴팍에서 금광을 발하며 무서운 위엄을 뽐내는 오래된 용음이 울려 퍼졌다.
금광을 발하던 목진의 오른팔에 진정한 용의 령이 나타나 꿈틀거렸고 녀석의 발은 목진의 오른손에 닿아 완벽히 맞물렸다.
목진의 오른팔은 순간 팽창되어 핏줄이 불끈거렸고, 그는 오른팔에 진정한 용이 깃든 느낌이 들었다.
목진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용봉체의 진정한 힘도 덩달아 살아났다.
쿵!
대서미마주는 표면에 방의의 난폭한 영력을 휘감은 채 묵직한 산맥처럼 힘껏 내리꽂혔다. 방의는 영력으로 잠시나마 대서미마주와 목진 사이의 연계를 끊었고 현재의 대서미마주는 목진이 주인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들어 대서미마주를 쳐다보더니 숨을 깊게 들이켜고 주먹을 휘둘렀다.
쿵!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목진의 공격에 주위의 공간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흔적이 생겨났다.
탕!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이 느꼈다. 그들은 애써 참으며 허공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목진은 여전히 주먹을 휘두른 채 서 있었고 대서미마주 역시 어느새 멈춰 섰다.
소년이 방의의 공격을 무사히 받아낸 것이다.
목진은 방의가 대서미마주에 실은 영력을 한순간에 무산시켰는데 다들 엄청난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잇따라 목진은 대서미마주 위에 내려앉아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하며 방의를 노려봤다.
“다른 사람의 물건은 함부로 건드리는 것이 아니네. 그러다 오히려 창피를 당한다네.”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고 방의는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누가 창피를 당할지 볼까?”
두 사람의 눈치 싸움에 불꽃이 튀길 것만 같았고 한기 어린 살기는 부단히 주위에 퍼져나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용쟁호투였다.
사람들은 대서미마주 위에 서 있는 목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다들 일전에 한 그의 공격이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목진의 공격에 깃든 힘은 일반 5품 지존이라도 가질 수 없는 힘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사람들은 목진이 감히 방의와 싸우기로 한 것이 이해되었고, 그는 괜히 북계의 신예 강자로 유명해진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의 대결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는 끝까지 두고 볼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방의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목진의 권풍에서 익숙한 파동을 읽었다. 그것은 아마 목진이 용봉천에서 얻은 용봉체의 힘일 것이다.
말로만 듣던 용봉체는 역시 오묘하기 그지없었는데 4품 지존에게 상당히 놀라운 힘을 부여해주었다.
그런데 목진이 이것만 믿고 그에게 도전하려는 거라면 턱도 없을 것이다.
방의는 생각을 정리하고 발을 힘껏 굴렸는데 공기에서마저 귀청을 찢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음파가 형성되었다.
쿵!
잇따라 무서운 영력이 그의 뒤쪽 공간에서 휘몰아쳤는데 그 주위 공간마저 미친 듯이 떨렸다.
이렇게 방의는 천만 근의 무게를 자랑하는 영력의 파도 아래에 서 있었다. 그는 지금 왕이 군림한 것처럼 거대해 보였고 그가 형성한 영력 위압감에 구유, 혈응왕, 서패 등도 놀랄 정도였다.
쿵!
목진도 상대방이 형성한 위압감에 흠칫 놀랐는데 방의는 용봉천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그날의 방의는 그냥 5품 지존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5품 지존경 정상에 이르러 있었다.
녀석은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열심히 수련한 모양이었다.
“4품 지존의 실력으로 5품 지존과 싸우려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5품 지존경에서도 나를 이길 사람은 없네.”
방의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진이 자기 실력을 자부하듯 방의도 자기 실력에 자신만만하였다. 그가 5품 지존경에 이른 뒤로 동급 강자 중 그를 이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꽈르릉!
방의 뒤쪽에서 휘몰아치던 웅장한 영력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며 녀석은 절대적인 위압감을 내뿜었다.
쿵!
그때 방의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결인하고 오른손으로 허공을 내리찍자 손바닥 아래쪽에 오래된 빛의 무늬가 나타났고, 천만 근 정도로 무겁던 영력의 파도는 한데 모여 주위에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구경꾼들은 한껏 정색하며 이를 지켜보았고, 특히 5품 지존경에 이른 강자들은 식은땀이 났다. 그들은 방의한테서 치명적인 위험을 느꼈다.
방의는 지금 살수를 둬서 목진과의 대결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대단한 신예 강자라도 용봉록 패주 앞에서는 결국 처참하게 패배할 거라 확신했다.
패주의 위엄을 의심하는 자는 결국 처절하게 짓밟힐 것이다.
목진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방의가 형성한 위압감에서 녀석의 막강한 실력을 알아채고 그제야 조금 심각해졌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내뱉자 두 눈이 갑자기 그윽해지며 머리카락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에 훤칠하고 생기 가득했던 목진은 당장 하늘이 무너져도 끄떡없을 것 같이 무덤덤해졌다.
무상심마경, 소심마상태!
사자는 토끼와 싸울 때도 최선을 다하는데 방의는 하찮은 토끼가 아니라 실력이 상당한 맹수였다. 목진은 수중의 필살기를 아낄 필요가 없었다.
꽈르릉!
난폭한 영력이 하늘에서 요동치며 공기와 마찰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자 방의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소년을 쳐다보더니 오래된 광인이 새겨진 손을 내리찍으며 외쳤다.
“주천신경, 주천신인(周天神印)!”
쿵!
수만 갈래의 광선이 방의의 손바닥에 모여 주천성도(周天星圖)를 이루며 웅장한 영력 위압감을 형성하더니 성도가 새겨진 영인으로 변하여 내리꽂혔다. 이어 영인이 지나간 곳마다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균열이 일었다.
구경꾼들은 방의의 공격에 깃든 위압감에 화들짝 놀랐다.
“저건 신각이 정예 신경 중 하나로 준대원만급 신술이네. 방의는 역시 대단하군. 무려 준대원만급 신술을 수련하는 데 성공했다니 말이야!”
“아무리 5품 지존이라도 절대 방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네!”
“역시 신각일세. 일반인은 이 등급의 신술을 수련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지 않나? 이는 신각과 같은 정예 세력이 되어야 지닐 수 있는 신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