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화. 원고성진법신(遠古星辰法身)
용봉천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유명 황자의 필살기를 막아낸 것을 목격한 방의는 그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목진은 그날 용봉천에서 유명 황자와 싸웠을 때보다 더 강해졌으니 같은 수라도 위력이 몇 배는 더 강력할 것이다.
위잉!
목진은 황급히 물러나는 방의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눈을 감으며 속으로 외쳤다.
‘만다라멸천광!’
잇따라 그가 길쭉한 손가락을 내밀어 가볍게 내리꽂자 그곳은 취약한 유리처럼 균열이 생겨났다.
퍽!
목진 뒤쪽에 생성된 만다라 꽃은 어느새 활짝 피어났고 몸체를 파르르 떨며 암자색 빛줄기를 방출했는데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자 천지가 순간 어두워졌고, 이는 꼭 암자색 빛줄기가 이 구역의 빛을 모조리 집어삼킨 것 같이 상당히 괴이하였다.
훼멸의 파동을 자랑하는 보라색 빛줄기는 허무한 공간을 누비는 뱀처럼 공간을 모조리 부수며 눈 깜짝할 사이에 방의 앞쪽에 닿았다.
방의는 그제야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고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인법을 바꿔 웅장한 영력으로 앞쪽에 천 장 크기의 성도를 이뤘다.
“주천성도!”
오묘하고 난해한 성도는 지극히 강력한 파동을 내뿜으며 형태를 이루었다.
쿵!
암자색 빛줄기에 적중하자 단단할 것 같았던 성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성도 전체에 퍼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수많은 광점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슉!
그러나 훼멸의 파동이 깃든 암자색 빛줄기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성도 뒤에 숨은 방의를 공격하였다. 이에 그곳 하늘이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5품 지존경 정상에 오른 방의라도 이토록 무서운 공격에 적중하면 중상을 입을 것이다.
“대단하군!”
산골짜기에서 대결을 지켜보던 오천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검은색 장발을 휘날리며 허공에 서 있는 목진이 조금은 낯설었다. 봉왕제에서 소년의 진정한 실력을 확인했지만 5품 지존경 정상에 오른 방의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진은 지존경에 이른지 얼마 안 되는 소년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북계 젊은이들의 패주를 상대하는 것마저도 끄떡없었다.
오천은 목진의 엄청난 진보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눈부신 광점이 우수수 떨어지는 곳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구유와 서패, 혈응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폭한 영력 파동이 내뿜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목진도 허공에 서서 입가의 피를 닦아낸 뒤, 광점이 우수수 떨어지는 곳을 바라봤는데 그곳에서는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의는 꼭 증발이라도 한 듯 사라졌다.
방의가 정녕 죽었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목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퍽!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수수 떨어지던 광점들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그 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나 목진한테 다가가더니 소년을 향해 커다란 손을 힘껏 휘둘렀다.
목진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멈칫하더니 바로 용봉금갑을 소환하였다.
탕!
산처럼 큰 손바닥이 공간에 파동을 일으키며 공격하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목진은 맥없이 추락해 아래쪽 산맥에 꽂혔다. 이에 산맥이 와르르 무너지며 폐허가 되었고 대지에는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변고에 잠시 넋 놓고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하늘에 커다란 무언가가 놀라운 영력 위압감을 내뿜으며 서 있었다.
천 장 정도로 커진 녀석의 몸에는 별이 가득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성광으로 연결되어 난해하고 오묘한 성도를 이뤘고 왼팔은 어느새 부서져 외팔 거인이 되어있었다.
“저건!”
사람들은 외팔 거인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저건 원고성진법신이 아닌가!”
“99등급 지존법신 중 65위인 원고성진법신 말인가?”
“그렇네. 원고성진법신은 신각에서 제일가는 지존법신이라고 들었는데 방의가 이를 수련하는 데 성공했다니……. 그런데 여태껏 그에게 지존법신까지 소환하게 한 사람은 지금까지 몇 명 없지 않았나?”
“65위인 지존법신이라, 대단하군. 원고성진법신을 완벽하게 수련하면 별이 빛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데 그 힘을 빌리면 성진법신은 천하무적이 된다고 들었네.”
“무슨 수로 목진의 엄청난 공격을 막아냈나 했더니, 필살기를 사용했군.”
* * *
그때 방의는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성진법신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는 소년의 공격을 완벽히 피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지존법신을 소환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법신의 팔 한쪽을 잃어 성진 법신의 위력이 줄어들었다.
방의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움푹 파인 대지에 꽂힌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대결을 펼치면서 소년을 무시한 적은 없었지만 지존법신까지 소환해야 할 줄은 몰랐다.
“나에게 지존법신까지 소환하게 하다니. 용봉록 3위에 그저 오른 것이 아니군.”
방의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오늘, 이곳에서 목진을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자기를 뛰어넘어 북계에 명성을 떨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되면 자신은 목진이 절세 강자가 되는 길에 놓인 발판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방의가 신속하게 결인하자 성진법신의 표면에 새겨진 복잡한 성도에서 갑자기 눈부신 성광을 발하더니 전부 손에 모여 거대한 성진 거창을 이뤘다.
“성하고신창(星河古神槍)!”
“단번에 죽여주겠네!”
방의가 나지막하게 외치며 발을 굴러 성진법신 속에 들어가자 수많은 성광이 쏟아져 내렸고, 성진거창은 엄청난 파동을 만들어 움푹 파인 대지를 공격했다.
방의의 최강의 힘이 깃든 공격에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녀석은 목진을 이대로 죽일 작정이었다.
신예 강자와 패주의 대결은 절정에 이르렀다.
천 장 정도 크기의 거대한 창이 파멸의 힘을 실은 채 내리꽂히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물러났다.
다들 방의가 목진을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해 공격한 것임을 알아챘다.
퍽! 퍽!
대지가 부단히 무너지며 커다란 균열이 빠르게 주위에 퍼졌고 목진이 추락한 곳에 놓여있던 거대한 암석들도 무서운 압력에 산산이 부서졌다.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원고성진법신의 힘까지 더한 방의의 공격에 구유, 서패, 혈응왕 등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은 어느새 폐허가 된 대지에 묻힌 목진을 지켜봤는데 그는 방의의 공격에 적중해 추락한 뒤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다들 그가 상대방의 살수를 막아내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했다.
역시 아무리 신예 강자라도 용봉록 패주를 쓰러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쥐새끼처럼 숨는다고 숨어질 줄 아느냐?”
방의는 성진법신의 머리 위에 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성진거창이 추락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폐허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목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목진이 일전의 공격에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라 확신했다.
이에 방의는 목진이 아무리 잘 숨어도 오늘은 꼭 죽이리라 마음먹었다.
이렇게 그가 휘두른 성진거창은 어느새 목진이 있는 곳에 닿았다.
“나타나거라!”
방의가 주먹을 꽉 쥐자 무서운 영력 충격이 휘몰아쳐 폐허가 순간 사람들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깊숙한 곳에 용봉금갑을 입은 소년이 커다란 암석을 디딘 채 그윽한 눈빛으로 상대방의 무서운 공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군!”
목진을 발견한 방의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성진거창을 힘껏 휘둘러 목진을 공격했다.
다들 용봉금갑을 입은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그들은 목진이 무슨 수로 방의의 살수를 막아낼 것인지 궁금했다.
지금쯤이면 목진 체내의 영력도 거의 바닥났을 것이다.
후우.
그때 목진은 가볍게 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요련도영진!”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움푹 파인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놀라운 영력 파동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목진의 아래쪽에서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을 뽐내는 흑련 네 송이가 서서히 떠오르자 사람들은 그 특이한 영력 파동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저건 설마…… 영진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목진이 친 영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지만 정작 방의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서 있었다.
미리 목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바 있는 그는 소년이 영진사라는 것도 대라천역 봉왕제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구태음을 쓰러뜨린 것도 알고 있었다.
“5품 지존경에 이른지 얼마 안 된 구태음을 상대하던 방법으로 나를 상대하려 하다니.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말을 마친 방의가 씨익 웃으며 주먹을 쥐자 성진거창이 내리꽂혀 목진의 숨통을 노렸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인법을 바꾸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흑련 네 송이가 피어나며 꽃술에 어두운 빛을 모으더니 굵직한 검은빛 기둥을 내뿜었다.
위잉!
네 갈래의 검은빛 기둥이 포효하는 네 마리 용처럼 지극히 놀라운 영력 파동을 내뿜으며 날아올라 성진거창과 맞섰다.
쿵!
양자가 부딪치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형성되어 이곳 대지가 와르르 무너져 수천 장 정도의 깊은 구멍이 파였고, 그 위쪽에서 흑련이 내뿜은 어두운 빛은 성진거창과 미친 듯이 충돌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래쪽 구멍은 더 깊어졌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엄청난 대결에 입이 떡 벌어졌고 목진의 막강한 방어력에 깜짝 놀랐다.
다들 방의의 성진거창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거라 여겼는데 목진의 영진에 제압되어가는 모습에 놀랐다.
반면, 커다란 구멍의 위쪽에 서 있는 목진은 아무렇지 않았다.
구태음과 싸울 때는 이미 4련 형태의 요련도영진을 소환할 수 있었지만, 경지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되어 힘을 완벽히 조종할 수 없어 영진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영력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었고, 소심마 상태 들어섰기 때문에 전보다 훨씬 완벽하고 강한 4련 형태의 요련도영진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젠장!”
목진의 예상대로 방심했던 방의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가 이길 거라 확신하며 선보인 필살기들이 하나같이 무산되었으니 화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넌 절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
목진은 용봉천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볐는데도 유명 황자를 겨우 물리쳤고 마지막에는 하마터면 그 손에 죽을 뻔했다. 그런데 몇 달 안 되는 사이에 실력이 부쩍 늘어 이제는 방의마저 그를 쉽게 쓰러뜨릴 수 없게 되었다.
방의는 소년의 엄청난 성장 속도에 놀랐고 이대로 둔다면 다음번에는 자기가 패배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오늘, 목진은 반드시 이곳에서 죽어야만 했다.
생각을 마친 방의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발을 힘껏 굴러 성진법신의 머리를 때리자 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려 성진법신의 머리에 성도를 그렸다.
“혈련성도(血煉星圖)!”
그러자 성진법신의 머리에서 혈광을 발하더니 선홍색 빛줄기를 형성해 성진거창을 감쌌다.
쿵!
이에 성진거창의 영력 파동이 순간 폭등하였고 주위의 공간은 끓어오르는 물처럼 격렬하게 진동했다. 무서운 영력 폭풍이 형성되자 네 마리의 흑룡처럼 요동치던 검은빛 기둥에 드디어 균열이 일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였고 살기가 가득 담긴 성진거창은 무질서한 영력 충격을 뚫고 곧장 목진에게 향했다.
그런데 성진거창은 요련도영진을 뚫느라 일정한 대가를 치른 듯 장창 표면에 새겨진 성도가 훨씬 어두워졌다.
이전보다 위력이 줄어들었지만 방의의 공격에는 5품 지존경 정상에 오른 강자들마저 감히 상대하지 못할 정도의 위력이 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