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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39화 (538/1,000)

539화. 혈응 전의의 령

그의 의지는 드디어 네 갈래 웅장한 전의의 바다에 들어갔다.

순간, 목진은 난폭한 화산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네 갈래 전의의 난폭한 정도가 완전히 달랐고 각자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혈응위는 혈기가, 열산군은 살기가, 영검시는 예리한 기운이 엄청나고 홍군은 다른 군대보다 훨씬 듬직했다.

이러한 속성은 각 군대가 지금껏 일을 처리한 방식과 연결되었다.

목진의 의식은 난폭한 전의의 바다에 스며들어 전의를 느꼈는데 일반인이었다면 아마 이미 전의에 정신을 잃고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목진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웅장한 전의에 스며든 그는 급하게 공명을 이루려 하지 않고 의지를 흐름에 따라 움직이도록 놔뒀다.

본래 바다에 있었던 물고기처럼 최대한 저들과 같이 보이도록 노력했다.

목진은 그렇다고 자기 의지를 감추려 애쓰지 않아 상대편 전사들도 바로 그를 발견했는데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개를 들고 목진을 쳐다봤다.

그들은 보통 자기 부대의 의지가 아닌 것을 발견하면 공격하거나 모조리 없애는데 그 침입자가 목진이라니…….

그들은 며칠 동안 동고동락한 목진이라 어떡할까 잠시 고민되었지만 구유위가 전의의 령을 만들어 놀라운 힘을 지니게 된 것이 부러웠던 터라 이상한 낌새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의 의지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어찌 됐든 목진은 이들과 같은 대라천역 사람이었고 동지였다.

반면, 4황 휘하의 통령들은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잠시 고민하더니 있는 그대로 왕들에게 알렸다.

슉! 슉!

소식을 접한 4왕은 거의 동시에 허공에 날아올라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이 있는 곳을 바라봤고 구유도 잇따라 나타났다.

“구유왕, 목왕이 뭘 하려는 건가?”

4왕은 제법 조곤조곤하게 말했지만 말도 없이 상대방의 군대를 건드리는 목진의 행위에 다들 조금이나마 언짢아했다.

이에 구유는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려 했는데 목진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내가 4왕의 군대를 빌려 수련하는데 성공하면 저들이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네.”

목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지자 4왕은 순간 눈을 번쩍 뜨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허허, 목왕만 괜찮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네.”

평소에 거의 말이 없던 홍애왕마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며칠 동안 목진과 함께 움직이며 전의의 령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느낀 그는 휘하에 목진 같은 천재가 없어 원통스러웠고 애간장을 태우기만 했는지라 목진의 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휘하 통령들의 불만을 자아낼까 봐 걱정되지만 않았다면 이들은 군대를 목진한테 넘겼을 것이다. 전의의 령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뭘 하든 괜찮다고.

이를 지켜보던 구유는 몰래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정상에 서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전의의 령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너무 자신만만한 게 아닌가?

4왕을 설득한 뒤, 목진의 의식은 다시 네 갈래의 웅장한 전의의 바다에 스며들었는데 그들의 동의가 있어서 그런지 전사들은 더는 목진을 경계하지 않고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편, 전의에 스며든 목진의 의식은 방관자처럼 가만히 있었다. 전의와 공명을 이루려면 일단 그와 융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잇따라 목진이 마음을 가라앉히자 전사들의 전의도 조금씩 사그라들어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열산왕 등도 목진의 영력 파동과 각자 휘하의 군인들의 웅장했던 전의의 움직임이 비슷한 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다들 목진이 어떻게 이를 해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전의에 대한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목진이라면 정말 이들만의 전의의 령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목진이 해가되는 짓을 할 거라 여기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같은 대라천역 사람이니 목진이 그들에게 몹쓸 짓을 한다면 앞으로 대라천역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목진이 절대 그렇게 비겁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그러다 3시진이 지나자 목진의 의지는 일반 전사의 의지가 되어 완벽하게 전의의 바다에 녹아들었다.

이에 전사들은 더는 목진을 배척하지 않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전의의 령을 만들어 더 강해지고 싶은가?”

목진의 의식이 전의의 바다에 퍼져나가 전사들한테 전해지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전의의 바다에 갑자기 파동이 일었다. 이는 전사들이 목진에게 한 아주 강렬한 답변으로 그 속에 전의의 령에 대한 갈망이 가득 들어있었다.

엄격한 훈련을 통해 이뤄진 군대 중 전의의 령을 최고의 목표로 두지 않는 군대는 없었다. 전의의 령은 한 군대의 영혼으로 이것이 없으면 이들은 아무리 애를 써봐야 크게 되지 못할 것이다.

목진은 그들의 호응에 이내 미소를 지었다. 전사들이 전의의 령에 대한 바람이 이 정도라면 공명을 이루는 일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열산왕 등도 들끓는 전의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여러분, 이건 나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단번에 각 군대의 전의의 령을 전부 만들어낼 수 없으니 일단 그 수가 가장 적은 혈응위부터 해보겠네.”

잇따라 전해진 목진의 말에 열산왕 등은 바로 웃음기가 사라진 채 히쭉거리는 혈응왕을 노려봤다. 목진과 가장 사이가 나빴던 혈응전이 첫 번째 대상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전의를 모아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혈응왕 등은 목진이 단번에 성공할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만에 하나, 성공하면 어쩐단 말인가?

혈응위마저 전의의 령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산왕 등은 조금 언짢아졌다.

반면, 목진은 열산왕 등의 속사정마저 헤아릴 여력이 없었다. 그의 힘으로 한꺼번에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려고 하면 분명 난폭한 전의에 이성을 잃을 것이다. 하나씩 시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였고 그중에서 인원수가 가장 적은 혈응위가 최적의 선택이었다.

이에 목진은 다른 세 군대에서 의식을 거두고 혈응위의 전의에 집중했는데 녀석들은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며 목진의 의식이 스며들도록 하였다.

“전의를 모조리 방출하라.”

목진의 말이 전해지자 혈응위가 포효했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웅장한 전의가 폭발하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혈해를 이뤄 천지를 빨갛게 물들였다. 목진의 의식은 그 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혈응위의 전의는 제법 강했지만 구유위와 비교하면 조금 뒤처져 목진은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히며 혈해 전의의 가장 깊숙한 곳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목진의 머릿속에 살벌하게 싸우는 장면들이 펼쳐졌는데 이는 전부 혈응위가 겪었던 전쟁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혈응위의 전의로 전의의 령을 만들기엔 조금 부족했다.

이는 혈응위를 여러 명의 통령이 함께 장악하기 때문인데 이로써 전사의 양을 넓힐 수는 있지만 서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해 전의를 완벽히 모을 수 없었다.

하여 혈응전에서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려면 목진이 구유위를 통솔하듯 혈응위도 단 한 사람이 이끌어야 가능했다.

대신 혈응위를 이끌려면 먼저 이들의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

“너희의 전의를 나한테 맡기거라.”

목진의 말에 혈응위는 멈칫하였다. 그들은 혈응전 사람으로 전의가 가장 좋은 보호막인데 이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넘기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때 녀석들의 속내를 바로 알아챈 혈응왕이 눈을 흘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목왕이 하라는 대로 하거라!”

혈응왕의 말에 혈응위가 더는 고민하지 않고 웅장한 전의를 방출하자 목진의 의지는 순식간에 저들의 강력한 전의와 융합하였다.

그러자 목진은 강력한 살기를 느꼈는데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미 혈응위의 웅장한 전의에 살인밖에 모르는 악마가 됐겠지만 목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녀석들의 살기를 무시한 채 마음을 움직였는데 혈해 전의 속에서 돌풍이 휘몰아치며 전의의 빛의 기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에 목진은 혈해 전의 속에 의식을 맡긴 채 혈응위가 겪었던 피 튀기는 전쟁을 훑어봤고 전사들은 한껏 정색한 채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들은 누군가 강제로 전의를 한곳에 모아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는 목진의 의지였다.

혈응위 전사들은 혈응전의 통령들한테서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강대한 의지에 깜짝 놀랐지만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의를 방출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들은 전의만 부단히 내뿜으면 목진이 알아서 가장 강한 힘을 끌어낼 거라 굳게 믿었다.

위잉!

혈응왕은 미친 듯이 요동치는 혈응위의 전의를 확인하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는 혈응전의 통령들은 절대 이룰 수 없던 일이었다.

그야말로 진짜 전의의 천재였다.

전의는 전의의 천재의 손에서만 천하무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네가 엄청난 녀석을 데려왔구나.”

혈응왕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부러운 듯 바라보자 구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목진이 대라천역에 막 왔을 때, 아무도 그를 좋게 보지 않았는데 현재, 그는 실력으로 사람들에게 엄청난 반전을 안겨주었다.

그 외, 열산왕 등도 두 눈을 부릅뜬 채 혈해 전의의 위쪽을 쳐다봤는데 그곳에서 전의의 빛의 기둥이 한 데 부딪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난폭한 전의가 요동치는 곳에서 무언가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것이 느껴졌다.

끼익!

그때 혈광으로 물든 곳에서 갑자기 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혈응왕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주먹을 꽉 쥔 채 상황을 살폈다. 열산왕, 영검왕, 홍애왕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다른 전사들도 고개를 번쩍 들고 혈광 전의가 요동치는 곳을 쳐다봤다. 커다란 혈색의 매가 천 장 정도 되는 날개를 퍼덕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혈응위의 전의로 만들어낸 전의의 령이었다.

열산왕 등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상황을 살피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이 정말 혈응전을 도와 전의의 령을 만들어냈다.

끼익!

커다란 혈색의 매가 혈응위의 위쪽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웅장한 전의를 방출하자 이곳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였다. 사람들은 혈응위의 전의가 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이것은 바로 전의의 령의 힘이었다.

한편, 혈응왕은 고개를 든 채 커다란 혈색의 매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음침하기만 했던 얼굴이 한껏 환해졌다.

그는 자신의 군대에도 전의의 령이 생겼단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모습을 열산왕 등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전의의 령이 한 군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혈응위는 비록 천악군과의 싸움에서 그 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전의의 령을 만들어냈으니 정상이었을 때보다 더 뛰어난 전투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열산왕 등은 혈응왕이 질투가 났다. 그들이 이끄는 군대의 실력은 혈응위보다 훨씬 뛰어났다. 특히, 열산왕의 열산군은 실력으로 따지면 3위권에 들 만큼 강하고 그 수도 만 명을 넘어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면 전투력은 엄청날 것이다.

열산왕 등은 저 멀리 산봉우리에 조용히 앉아있는 소년한테 고개를 돌렸는데 연약해 보였던 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다른 군대를 도와 전의의 령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목진은 역시 전의의 천재였다.

그때 목진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혈응위의 위쪽 하늘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혈색의 매를 바라봤다. 목진은 현재, 혈응위의 전의를 전부 장악해 마음만 먹으면 구유위의 전의의 령까지 소환할 수 있었다. 그리되면 목진은 두 개의 군대를 장악해 더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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