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화. 군사 대용
“하하, 목진, 이젠 서로의 차이를 알겠나? 전의의 령으로 비겨도 자넨 절대 내 상대가 아니네!”
소천은 커다란 전의의 이무기를 등진 채 호탕하게 웃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목진이 만들어낸 전의의 령이 그의 것보다 뒤처져 승패는 이미 갈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간을 찌푸린 채 소천 뒤의 전의의 령을 바라보는 목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눈빛이 참 거슬리군. 이대로 죽게!”
소천은 목진의 무덤덤한 태도에 화가 났다. 그는 목진이 놀라 어쩔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여 그가 명을 내리자 거대한 이무기가 포효했는데 피부에 새겨진 전문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무서운 전의를 내뿜었다.
퍽!
녀석이 입을 쩍 벌려 천 장 정도 크기의 혀를 날름거리자 그것이 허공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그때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구유 전의의 령은 울부짖으며 날개로 방패를 형성했는데 상대방의 공격에 구유위의 전문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건 전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거대한 이무기의 피부에 새겨진 빛도 어두워지긴 했지만 상대방에 비하면 그 속도가 훨씬 느렸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구유 전의의 령은 이번 대결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처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다들 목진이 이번엔 정말 건드려서는 안 될 인물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또한, 목진의 뒤쪽에 서 있던 구유, 열산왕 등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후우.
정작 목진은 가볍게 백기를 내뱉더니 미소를 지으며 혈응왕에게 말을 건넸다.
“혈응왕, 혈응위를 빌립시다.”
소년의 미소에 구유 등은 순간 흠칫하였다.
“혈응왕, 혈응위를 빌립시다.”
혈응왕은 목진의 말에 흠칫 놀라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를 바라봤다. 설마 지금 혈응위의 전의를 빌리려 한단 말인가?
그가 과연 속성이 완전히 다른 구유위와 혈응위의 전의를 동시에 장악할 수 있을까?
혈응왕 등은 전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서로 다른 전의를 동시에 장악하려다 실수하면 그 사람한테 엄청난 해가 될 거란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목진이 다른 왕들의 군대를 위해 전의의 령을 만들 때는 하나씩 만들었는데 지금은 동시에 두 가지 전의를 장악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게!”
혈응왕은 바로 목진의 부탁에 응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두르자 혈응위가 혈운처럼 목진의 뒤쪽에 몰려들었다.
“고맙네.”
말을 마친 목진이 바로 혈응위를 바라보자 우레와 같은 고함과 함께 웅장한 전의를 내뿜었다.
잇따라 목진은 의식 중 한 갈래를 혈응위의 웅장한 전의에 보냈다.
“목진이 혈응위의 전의까지 이용하려 하다니!”
목진의 예상 밖의 행동에 사람들은 수군대며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모양이지!”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던 방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닐 걸세.”
그때 첨대유리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목진을 바라봤는데 놀란 듯한 기색은 여전하였다.
“동시에 속성이 다른 전의를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네. 전의에 대한 장악력이 엄청난 사람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목진이 설마 이를 해낼까?”
방의의 안색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나도 잘 모르겠네. 다만, 목진은 상당히 차분한 사람이라 절대 자신한테 도움이 안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걸세. 하여 저리했다는 건 분명 믿는 구석이 있어서겠지.”
첨대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방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목진이 확신 없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을 잘 알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그는 목진이 지금 되지도 않는 일에 목매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는 비록 소천이 목진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여기지는 않았지만, 체면이라도 떨어트리길 원했다.
“두 가지 전의를 장악하려 하다니, 참으로 건방지군.”
소천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같은 전의 천재인 그는 목진이 하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속성이 다른 두 가지 전의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혈응위는 그와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소천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현천부의 공격이 점차 세졌고 구유 전의의 령은 계속 밀려나긴 해도 아직 버틸 만했다.
두 전의의 령의 대결을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은 점차 혈응위의 위쪽에 형성된 웅장한 전의에 관심을 기울였다. 다들 목진이 혈해처럼 요동치는 혈응위의 전의를 장악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꽈르릉!
난폭한 전의의 대결에 돌풍이 일었고 공간은 격렬하게 떨렸다.
그러나 목진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외부의 방해를 완전히 차단한 채, 두 눈을 감고 혈응위의 전의와 빠르게 아우러졌다.
잠시 후, 목진이 다시 눈을 뜨자 눈동자에 혈광이 번쩍였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요동치던 혈응위의 전의에서 전의의 빛의 기둥이 솟구쳐 하늘에 모였다.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는데 잇따라 나타난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혈색 빛의 기둥이 모인 곳에 온몸에 전문을 새긴 커다란 혈색의 매가 날개를 퍼덕이며 나타나 놀라운 전의를 내뿜었기 때문이었다.
“끼익!”
맑은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고개를 들고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았는데 소름이 쫙 끼쳤다.
목진은 혈응위의 전의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전의의 령까지 만들어냈다.
이는 곧 목진이 전의의 령을 두 개나 장악했다는 말이었다.
“저 녀석이 무슨 수로!”
방의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외쳤다. 목진은 마주칠 때마다 더 강해지고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혈응위의 전의로도 전의의 령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첨대유리도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혈응위의 전의의 령을 바라봤다.
“혈색의 매에 전문이 3천 개로 구유 전의의 령보다 못한 것으로 보아 혈응위의 전의에 대한 장악력은 역시 구유위보다 못하군.”
“다만, 전의의 령 두 개라면 소천을 상대하기엔 충분하겠군.”
혈색의 매의 출현에 소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제법이군!”
그러나 목진은 녀석의 말을 무시한 채 인법을 바꿨고 혈색의 매가 갑자기 포효하며 날개를 퍼덕이자 눈 깜짝할 사이에 소천 위쪽에 나타나 혈색 깃털을 쐈다.
“젠장!”
공간을 가르며 날아오는 수많은 양의 혈색 깃털에 놀란 소천은 바로 마음을 움직여 이무기의 공격을 멈추고 꼬리를 움직여 혈색 깃털을 전부 부숴버렸다.
그때 구유 전의의 령도 바로 다가와 혈색의 매와 함께 거대한 이무기를 포위하였다.
쿵!
목진과 소천이 살기를 품자 전의의 령들은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의를 품은 채 부딪쳤다.
이는 아무런 기교도 없이 전의의 강약을 겨루는 대결로 거대한 이무기는 구유 전의의 령보다 훨씬 강하긴 했지만 혈응위의 합류로 점차 제압되어 갔다.
한편, 유염은 우세를 차지했던 천현전이 다시 열세로 바뀌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이 이토록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부릴 수법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젠장!”
유염은 너무 화가 나 이를 갈며 목진을 바라봤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쿠쿵!
허공에서 미친 듯이 서로를 공격하는 전의의 령들 때문에 공간은 격렬하게 떨렸고, 녀석들이 형성한 난폭한 전의 충격파에 다들 산산이 부서졌다.
쌍방의 전의는 막상막하였다.
“이럴 수가!”
그것을 바라보던 소천의 눈이 어느새 빨갛게 변했다.
양자의 대결은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소천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현천부 같은 정예 부대를 거느린 그와 달리, 목진은 실력이 그럭저럭한 구유위를 거느렸기 때문이다. 혈응위를 더한다고 해도 그 수는 만 명밖에 안 되는데 현천부와의 전의의 대결에서 무승부라니. 이는 그의 예상을 훨씬 빗나갔다.
“너한테 이런 군대를 맡겼다니, 참으로 아깝구나.”
목진의 무덤덤한 말투에 소천은 더 화가 났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소천이 포효하며 다시 현천부와 함께 싸우려 하였는데 유염이 나서 말렸다.
현천전은 부친의 명으로 사망의 유적지에 대해 알아보러 왔는데 들어가기도 전에 대라천역과 싸우다 큰 타격을 입으면 더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유염은 유적지에 들어가기 전, 소천의 힘을 빌려 목진의 기를 죽이려 했을 뿐 정말 싸우려는 것은 아니었다.
“사망의 유적지에서 나오면 다시 봅시다.”
유염의 말에 소천은 목진을 한참 노려보더니 결국 포기하고 물러났다.
목진은 여전한 표정으로 주위를 쓰윽 훑더니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서 있는 방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라천역의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은 당장 나오게.”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아무도 더는 감히 목진한테 덤비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6품 지존마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고 방의 역시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목진은 소천과의 대결로 원하던 바를 얻었다.
그러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대라천역 무리로 돌아갔다.
쿵!
그런데 그때, 경천의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이 어두워졌는데 이는 살기가 깃든 전사들의 고통스러운 포효처럼 들렸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 파묻힌 사망의 유적지를 바라봤다.
괴이한 울음소리는 그곳에서 울려퍼진 것이었다.
크으으으!
괴이한 울음소리는 사망의 유적지의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궁무진한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찬 소리에 다들 머리가 지끈거렸다.
또한, 저들의 끝없는 포효에 신기한 힘이 깃들어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며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이 형성되었다.
사망의 유적지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베일에 싸인 곳을 바라봤다. 다들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사망의 유적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파동은…….”
목진도 흠칫하더니 포효에 깃든 특이하고 익숙한 힘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는 전의의 힘으로 사망의 유적지는 역시 전진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었다.
아마 외부의 치열한 전의 싸움 때문에 영향을 받아 무언가가 활성화된 것이 분명했다.
“사망의 유적지가 전진사와 연관된 것이 분명하네. 저곳에서 전의의 파동을 느꼈네.”
뚫어져라 사망의 유적지를 바라보던 목진이 대라천역 대군으로 돌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구유, 열산왕 등은 흠칫 놀랐다.
괴상하기 그지없는 사망의 유적지가 전진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니, 앞으로는 다들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유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만 기다리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사망의 유적지가 전진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이런 곳은 먼저 들어간다고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구유 등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전방의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아 어둠 속에 갇힌 사망의 유적지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사망의 유적지 내부의 괴이한 포효가 점차 줄어들다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움직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전의 이상한 현상은 사망의 유적지의 비범함을 증명했으니, 이곳은 1급 유적지일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여 최대한 빨리 들어갈 수 있다면 대량의 운락 원단을 제련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1급 유적지에서 취할 수 있는 운락 원단의 양은 엄청날 것이다.
또한, 유적지 내부에 원고의 강자들이 남긴 신기, 신술 등 보물이 많을 텐데 이 또한 사람들의 목표이기에 다들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모두가 탐욕을 다스리고 절대적인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