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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44화 (543/1,000)

544화. 부후 군대(腐朽軍隊)

슉!

1각이 흐르자 일부 세력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나섰는데 수천 명이 미친 듯이 어둠에 싸인 사망의 유적지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모두 한 세력으로 실력이 막강한 강자들이 제법 있었다. 하긴, 이런 곳에서 실력이 없으면 그 정도 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움직이자 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고 수십 세력이 덩달아 부하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다른 세력이 먼저 사망의 유적지의 보물을 얻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슉! 슉!

세력들의 움직이자 그 구역은 순간 떠들썩해졌고 수많은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지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사망의 유적지와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 일부 정예 세력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상황을 살피기만 했다.

한편, 목진은 산봉우리에 서서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유적지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동정 어린 감정이 전부 사라졌다. 탐욕은 가장 큰 원죄로 저들이 나쁜 마음을 품었으면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를 준비도 되어있어야 마땅했다.

그는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신각과 천현전 사람들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고, 실력이 제법 강한 일부 일류 세력들도 최적의 시기를 노리고 있었다.

그들이 경쟁이 치열한 북계에서 여태껏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목진은 다시 사망의 유적지로 시선을 돌렸는데, 유적지에 진입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부에서 폭발하는 난폭한 영력 파동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와 동시에, 유적의 영력이 폭발하는 소리도 들렸는데 이는 사망의 유적지에 들어간 사람들의 진로를 막는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역시 목진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런데 저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사망의 유적지에 들어갔다면 목진은 오히려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졌을 것이다.

일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꽈르릉!

사망의 유적지에서 난폭한 영력이 폭발하는 소리가 부단히 전해졌고 목진 등은 밖에서도 어둠이 깃든 유적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볼 수 있었다.

“이쯤이면 된 것 같군.”

상황을 한참 살피던 목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는 방금 사망의 유적지 내부의 전의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갑시다.”

그때 신각의 첨대유리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쿵!

그녀의 말이 끝나자 웅장한 영력 파동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방대한 군대가 먹구름처럼 사망의 유적지를 향해 몰려갔다.

신각도 전부 출동한 것이다. 그 뒤로 천현전도 나섰다. 신각의 첨대유리와 천현전의 소천도 목진처럼 사망의 유적지의 전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제법 빠르군.”

목진은 뒤따르는 무리를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구유, 열산왕 등한테 고개를 돌렸다.

“사망의 유적지에 들어가면 최대한 흩어지지 맙시다.”

“그럽시다.”

열산왕 등도 동의했다. 이토록 위험한 곳에서는 함께하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

“그럼 갑시다.”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먼저 떠났고 구유, 열산왕 등도 정예 군사들을 이끌고 뒤따랐다.

그들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어둠이 깃든 사망의 유적지 밖에 도착했는데 까마득한 유적지가 내뿜는 음산한 기운에 다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이것으로 목진 등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고 그 놀라운 기세에 주위는 오히려 조금씩 밝아졌다.

잠시 후, 그들 눈앞에 나타난 것은 수많은 해골이었다.

목진은 똑같은 자세를 취한 채 숨진 해골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들 육신은 죽었지만 여전히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그들은 분명 전사들로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군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다스린 전진사는 상당한 능력자임이 분명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목진은 어둠이 깃든 깊숙한 곳을 유심히 훑었다. 분명 전진사가 사망의 유적지에서 숨졌을 테니, 기회만 닿으면 그도 진정한 전진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그가 진정한 전진사가 되면 그 지위는 대라천역의 왕들을 초월할 것이다.

이에 목진은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신속하게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고 그의 뒤를 따르던 대규모의 군대도 어둠 속에 파묻혔다.

그때 유적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사람이 아닌 듯한 무언가의 나지막한 포효가 주위에 울려 퍼졌는데 그 속에 파멸의 기운이 가득 들어있었다.

어둠의 파동이 이는 깊숙한 곳에 석좌가 나타났는데 검은색 갑옷을 입은 백발의 사내가 흑기를 휘감은 채 파멸의 파동을 내뿜으며 앉아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었는데 움푹 파인 눈이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나의 전역에……, 침입한 사람은…… 죽는다.”

어둠 속에서 살기 가득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훼멸의 기운을 실은 채 주위에 퍼졌다.

어두운 사망의 유적지는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찼고, 이곳은 사경(死境)처럼 섬뜩했다.

슉!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 때문에 유난히 떠들썩했다.

목진은 대라천역 사람들을 거느리고 사망의 유적지에 들어온 순간,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거침없이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길을 막는 존재인 부후 부대와 마주쳤다.

뼈만 남은 이들은 썩어 문드러진 갑옷을 입고 있었고 깊숙이 파인 눈에서는 은은한 붉은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무엇이든 망가뜨릴 것 같은 사악한 기운이 주위에 맴돌았다.

그들은 사망의 유적지에 들어온 사람들 앞에 나타나 웅장한 영력을 폭발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것이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전사들은 정신을 잃어 산 송장이나 다름없었고 고통을 모르는 불굴의 전사처럼 하나가 되어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누군가 그 기운을 한데 모아 강력한 위력을 지닌 공격을 개시해 대부분은 무참히 당하고 말았다.

“이들은…….”

질서정연한 부후 전사를 지켜보던 목진은 흠칫 놀라 구유와 눈을 마주치고 이내 정색하였다. 목진과 구유는 녀석들한테서 첫 번째 유적지에서 발견했던 상고 천궁의 선배님 주위를 맴돌던 기와 똑같은 기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저들은 생전에 역외 사족과 싸우다 사악한 기운이 몸에 깃들어 저리된 것이네.”

“역외 사족이라…….”

구유의 말에 열산왕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원고 대전은 까마득히 먼 옛날 일이긴 하지만 역외 사족이 얼마나 무서운 종족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역외 사족은 대천세계 전체의 가장 큰 적이었다.

“다들 조심하게.”

당부를 마친 목진은 다시 앞장섰고 나머지 사람들도 웅장한 전의로 온몸을 휘감은 채 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나아갔다.

그런데 목진 등의 실력이 엄청나서인지 규모가 얼마 안 되는 부후 전사들은 감히 이들을 막지 않았고 더 깊숙한 곳에 들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모습에 목진은 오히려 더 긴장하였고 보다 경계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어둠을 가르며 전진할 때, 멀리 떨어진 암흑 산골짜기에서 갑자기 난폭한 전의의 파동이 폭발하더니 썩어 문드러진 냄새로 가득 찬 검은색 홍류가 바닷물처럼 휘몰아쳤다.

홍류는 바로 강대한 전의였다.

이에 목진은 산골짜기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 속에서 수천 명이 날아올라 웅장한 전의를 내뿜었으나 그 속에는 전사들의 들끓는 의지가 아니라 음산한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목왕이 나설 필요 없네. 저들은 영검시가 처리하겠네.”

영검왕은 대라천역의 앞길을 막은 부후 군대를 보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힘차게 휘둘렀다. 순간, 뒤따르던 영검시가 나지막하게 포효하자 웅장한 전의가 요동치며 위쪽에 커다란 검을 거머쥔 빛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빛의 그림자는 전의로 이룬 전의의 령으로 목진 덕분에 만들어낸 영검시의 전의의 령이었다.

위잉!

엄청난 검음과 함께 빛의 그림자가 수중의 장검을 힘껏 휘두르자 들끓는 전의가 깃든 수백 장 정도의 검광이 생성되었다.

슉!

잇따라 검광은 한 줄기 빛처럼 하늘을 가르며 상대방에게 날아가 한순간에 검은색 홍류를 반으로 가른 뒤, 수많은 검광으로 나뉘어 부후 군대 주위를 감쌌다.

퍽! 퍽!

쌍방의 대결로 인해 요동치는 난폭한 전의 때문에 그 구역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영검시는 전의의 령 덕분에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해 바로 수천의 부후 군대를 쓰러뜨렸다.

녀석들이 죽고 사악한 기운이 가시자 다들 고통에서 벗어난 듯 미소를 지었고 메마른 육신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는데 그 미소는 의식이 남아있어서가 아니라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부후 전사들이 완전히 잿더미가 되자 특이하고 웅장한 기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목진 등이 원하던 운락 원기였다.

이에 영검왕은 껄껄 웃으며 대량의 운락 원기를 흡수해 순식간에 수백 개의 운락 원단을 제련하였다.

이는 3급 유적지에서 얻을 수 있는 양과 엇비슷했다.

“사망의 유적지는 필경 1급 유적지네.”

열산왕 등은 영검왕이 참 교활하단 생각에 조금은 언짢았다.

“목왕 덕분에 영검시가 전의의 령을 갖게 되어 손쉽게 이길 수 있었네. 그러지 않았으면 부후 전사를 이기기 위해 영검시는 큰 대가를 치렀을 것이네.”

영검왕은 이내 목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검시는 전의의 령이 없어도 대결에서 이겼겠지만, 어느 정도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그런데 전의의 령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고 대량의 운락 원단을 수확했으니, 전력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 다들 나서고 싶지 않아도 그리할 수 없을 것이네.”

목진은 방긋 웃으며 열산왕 등한테 고개를 돌렸다. 영검왕의 수확 덕분에 다들 의욕이 넘쳐 사망의 유적지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가신 것 같았다.

“더 빨리 움직입시다.”

목진은 사망의 유적지 곳곳에서 난폭한 영력 파동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부후 전사의 체내에 보통 3급 유적지의 것보다 훨씬 짙은 운락 원기가 대량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해 사냥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그런데 목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했다.

보아하니 이 구역에서 별세한 강자들은 전부 역외 사족의 사기가 몸에 깃들어 있었고 전진사도 그런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목진 등은 사기의 꼭두각시가 된 전진사와 싸워야 할 수도 있다.

목진은 비록 전진사의 실력은 모르지만 별 볼 일 없는 전진사라도 상당히 무서운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날 수도 없으니 무엇이든 부딪쳐보기로 했다.

강자가 되려면 겁이 없어야 한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다시 유적지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대규모의 군인들이 뒤따라 가는 호호탕탕한 모습에 다른 세력들은 저도 모르게 눈길을 돌렸다.

목진 등이 마주친 부후 군대의 수는 점차 많아졌고 규모도 커져 전진 속도가 조금씩 느려졌는데 이들도 규모가 상당히 커 큰 지장은 없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세력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목진 등과 비슷한 곳에 도착한 세력들은 다들 극강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규모 또한 상당했다.

이런 환경에서 실력이 부족하면 잡아먹히기란 십상이라 사망의 유적지 깊숙한 곳에 진입한 세력은 소수였다.

한편, 목진은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긴장했는데 이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일종의 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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