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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47화 (546/1,000)

547화. 대규모의 연합군

“대라천역의 목진이네, 반갑네.”

첨대유리는 훤칠하고 상냥한 소년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소천과의 대결에서 보였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얼굴로 나타나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반갑네.”

첨대유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슉!

그때 유염과 소천도 다가왔는데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여간 차갑지 않았다. 이곳이 함께 힘을 합쳐야 뚫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이미 목진을 공격했을 것이다.

슉! 슉!

다른 일류 세력의 수장들도 잇따라 도착해 그곳은 순식간에 북적거렸다.

“첨대 낭자, 이제 전진을 뚫을 방법을 말할 수 있는가?”

유염이 나지막하게 묻자 다들 첨대유리를 쳐다봤다.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눈빛에도 첨대유리는 전혀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답했다.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저들은 원고 시기, 사령군(四靈軍)이라 불리는 군대였고 이를 장악한 사람은 천진황으로 진정한 전진사였다고 하네.”

“사령군은 전성기때, 인수가 백만 명이나 되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보이네. 다만, 그것만으로도 우리한테는 상대하기 상당히 어려운 적이네.”

첨대유리의 말에 다들 한껏 진지해졌다. 백만 대군의 기세에 눌린 듯했다. 하긴, 보통 사람들도 아니고 전의를 품고 다년간 수련한 정예 전사 백만 명이라 한데 모여 이룬 힘을 지지존이 아니고서야 상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낼 것까지는 없네. 사령군이 강하긴 하지만 지금은 산 송장이나 다름없으니 실력이 전성기 때의 반절도 안 되네.”

첨대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령군은 내, 외 양군으로 나뉘는데 외군은 인수가 너무 많아 뚫기 어렵고 내군에는 위력이 상당한 사령전진을 쳤는데 절대 강제로 뚫으면 안 되네. 전진은 네 개로 나뉘는데 네 개를 동시에 뚫어야 사령전진이 철저히 와해되고 안 그럼 남은 세 개의 전진이 파괴된 것을 복구할 것이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령전진은 함부로 공격하면 안 된다는 것이네. 녀석은 강자를 만나면 더 강해지기 때문에 네 명의 통령이 각자 군사를 거느리고 들어가 각자 영진을 하나씩 뚫어야 하네!”

첨대유리는 사람들을 쓰윽 훑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여 외군은 연합군이 상대하고 내군의 사령전진은 전의 천재 네 사람이 하나씩 도맡아야 하네…….”

“전의 천재 넷이라니…….”

목진 등은 첨대유리의 말에 멈칫하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전의 천재는 첨대유리, 소천, 목진 세 명뿐인데 당장 어디서 네 번째 전의 천재를 찾아온단 말인가?

북계에서 전의 천재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 상황이라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전의 천재를 네 명이나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잘 아네. 하여 네 번째 전의 천재를 찾는 대신, 네 번째 전진에는 전의에 관한 조예가 상당한 통령 세 사람이 각자의 군대를 거느리고 들어가도 될 거라 생각하네.”

사람들의 당황스러운 표정에 첨대유리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전진을 완전히 뚫을 수 없는 게 아닌가?”

누군가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전의에 관한 조예가 남다른 통령 세 명이 힘을 합한다고 해도 전의 천재 한 사람을 따를 수 없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전의에 관한 깨우침과 장악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또한, 세 명의 통령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일 거란 보장도 없어 각자의 힘으로 사령전진에 맞서려 했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었다.

“첨대 낭자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다른 세 전진을 뚫는다고 해도 네 번째 전진을 뚫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거 아닌가?”

목진도 덩달아 물었다.

“사령전진이 완전한 상태였으면 불가능했겠지만 긴 세월이 흘러 더는 완벽한 상태를 이룰 수 없으니 우리한테 기회가 있다고 한 것이네. 우리가 최대한 빨리 나머지 세 전진을 뚫으면 네 번째 전진의 위력은 확 줄어들 거라서 이를 뚫는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네. 하여 네 번째 전진을 뚫을 통령들은 우리가 나머지 세 영진을 뚫을 때까지만 버텨주면 되네.”

첨대유리는 사람들을 쓰윽 훑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떤가?”

사령전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첨대유리의 말에 반기를 들 이유가 없었고 전진을 뚫다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철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말에 목진은 첨대유리의 수려한 외모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다들 의견이 없으면 이대로 합시다. 그리고 네 번째 전진에 들어갈 통령은 각자 휘하의 통령 중 최강자한테 맡길게요.”

첨대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이내 살기를 품었다.

이에 산봉우리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더니 각자의 무리로 돌아가 싸울 준비를 했다.

“첨대 낭자는 어떻게 이곳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건가? 사령전진을 뚫는 법까지 꿰차고 말이야.”

목진은 바로 떠나지 않고 다들 각자의 무리에 돌아간 뒤에야 미소를 지으며 첨대유리를 바라봤다.

“운이 좋아 천진황 휘하의 통령을 마주쳤네. 목왕도 마주치지 않았나?”

첨대유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난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네. 그런데 이렇게 손을 잡기로 하였으니 우리한테 장난친 것이 아니었으면 하네.”

목진은 첨대유리가 한 변명을 믿지 않았지만 강요하고 싶지도 않아 바로 구유와 함께 떠났다.

그때 첨대유리 뒤에 서 있던 방의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도와 목진을 쓰러뜨리겠다던 약속을 절대 잊지 말게.”

“목진은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네. 그리고 지금은 사망의 유적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여기서 진정한 전진사가 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단 말이네. 그러니까 부디 상황 파악을 하게. 그러지 않으면 객주님을 뵐 수나 있겠나?”

방의는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는 첨대유리를 노려봤다.

“난 조건을 제시했으니 마음대로 하게. 대신 당신의 여동생이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구천속혼초는 신각의 중요한 보물이니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걸세. 내가 나서야 자네가 그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말게.”

이에 첨대유리는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말게. 대수렵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시간은 충분하네.”

방의는 그제야 첨대유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다.

반면, 첨대유리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손끝이 희끗해졌다.

* * *

각 세력의 수장들은 돌아가자마자 군사를 정돈했는데 호호탕탕한 모습이 상당히 무서웠다.

목진은 대라천역의 대규모 군사들을 뒤로한 채 한 산봉우리에 서 있었는데 그들은 기지개를 켜며 웅장한 전의를 내뿜었다.

그때 구유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와 물었다.

“첨대유리가 한 말을 믿어도 될까?”

“그녀가 우리를 이용하듯이 다른 이들도 첨대유리를 이용하려고 뜻을 함께하는 거야. 아무도 빈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테니까.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힘을 한데 모아야 사령전진을 뚫고 뭐라도 얻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런데 그 방법을 첨대유리가 알고 이를 해냈으니 따르면 그만이지.”

“그런데 조심해야 할 거야. 난 첨대유리가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아.”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첨대유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반 시진 만에 각 세력의 인원 정비가 끝났고 다들 드넓은 산맥의 위쪽에 질서정연하게 서서 웅장한 전의를 내뿜었다.

정예 세력 세 곳에, 십수 개의 일류 세력이 모여 수십만 명의 규모를 자랑하는 무리를 이루자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다들 준비되었는가?”

첨대유리의 가냘픈 목소리에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다들 준비를 마쳤다고 수신호를 보냈다.

“그럼 바로 움직입시다. 사령군의 외군은 내군보다 못하지만 그 수가 엄청나네. 대신, 저들은 부후 군대가 되어 실력이 전성기 때의 절반도 안 되니 내 말만 잘 따르면 손해를 최소화해주겠네.”

첨대유리의 느긋한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첨대유리가 정말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자신들을 방패로 삼으려 한다면 바로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첨대유리는 절대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때 목진도 열산왕 등과 눈을 마주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내 명을 따르게. 신각에서 앞장설 테니 여러분은 양측에서 힘을 보태게.”

첨대유리는 가볍게 숨을 들이켜며 말했는데 무덤덤한 표정이 의욕으로 충만했다.

쿵!

신각 군대가 가장 먼저 나섰고 웅장한 전의가 휘몰아쳐 하늘이 어두워졌다.

슈슉!

신각의 대규모의 군대가 앞장서자 다른 세력들도 질서정연하게 뒤따랐다.

여러 세력이 모여서 이룬 웅장한 전의에 대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의 전의는 비록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엄청난 양이 한곳에 모여서인지 유난히 무서워 보였다.

목진도 대라천역 군사들과 함께 바로 그 뒤를 따랐는데 대규모 연합군의 기세에 놀라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1각 정도가 지나자 대군은 드디어 어둠의 평원에 들어섰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후 군대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부후의 전의로 가득 찬 기세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반면, 첨대유리는 긴장하기는커녕 의지가 활활 타올랐고 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공격하라!”

쿵!

대규모 연합군은 신각을 앞세운 채 부후 군대를 공격했다.

두 갈래 무서운 홍류가 한데 부딪쳐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의가 치솟자 하늘은 파르르 떨렸고 대지에 균열이 부단히 일었으며 부후 군대의 첫 번째 방어막은 한순간에 뚫렸다. 잇따라 대규모 연합군이 밀물처럼 쓸어내리자 부후 군사들은 순간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연합군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기에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목진은 무서운 전의의 충돌에 소름이 쫙 끼쳤고, 그는 이렇게 큰 규모의 전쟁은 처음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목진은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하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첨대유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여인이었다.

쿵!

어두운 평원에 전기가 우뚝 솟았고 부후의 전의가 그윽했는데 부후 군대에 갑자기 큰 파동이 일었다.

규모가 그들과 엇비슷한 연합군이 무서운 전의를 내뿜으며 미친 듯이 부후 군대의 방어벽을 뚫고 공격을 개시해, 수많은 부후 전사가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이는 바로 신각을 앞세운 대규모 연합군이었다.

이렇게 부후 군대의 첫 번째 방어벽을 쉽게 뚫은 연합군은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여 신속하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목진은 다른 세력 사람들처럼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후 군대의 외군만 해도 절대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일전의 승리는 앞쪽 방어벽이 너무 허술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연합군은 규모가 상당하지만 한데 뭉친 것이 아니라 전의가 아우러지지 않는 반면, 부후 군대의 전의는 완벽하게 융합해 인수가 비슷한 양자가 싸우면 상대방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할 것이다.

부후 군대가 살아있었다면 전의를 끌어올린 순간 연합군은 처참하게 패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의식이 없는 부후 군대를 쓰러뜨린다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나 목진의 예상대로 연합군의 공격 속도는 점차 느려졌고 사방에서 미친 듯이 몰려오는 부후 전의는 먹구름처럼 휘몰아쳤다. 그 엄청난 위압감에 대지마저 파르르 떨렸으며 최전방에서 싸우던 신각 군사들도 제압되어 전의가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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