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화. 오군!
“첨대 낭자, 이제 어찌해야 하나?”
목진의 질문에 첨대유리는 기타 세력에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 번째 전진에 들어갈 통령은 정했는가?”
이에 기타 세력에서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이 걸어 나왔는데 그들은 각 세력에서 실력이 제일인 통령으로 전의에 관한 재능이 목진 등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절대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네 번째 전진은 당신들한테 맡기겠네.”
첨대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목진 등한테 눈길을 돌렸다.
“사령전진은 강자를 만나면 더 강해지는지라 영력 파동이 너무 강한 강자는 함께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네. 안 그러면 사령전진의 위력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네. 그래도 이를 조종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네. 한 사람이 군사를 거느리고 전진을 뚫으면 될 것 같네.”
첨대유리의 말에 목진은 구유 등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구유, 열산왕 등처럼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사람들은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목왕, 필요하면 언제든지 우리 휘하의 군사를 빌려 가게. 대신 부디 몸조심하게.”
열산왕 등이 조금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이에 목진은 바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의가 있는가?”
첨대유리가 생긋 웃으며 말했고 다들 묵묵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바로 움직입시다. 우리가 협력해 전진을 뚫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신각에서 연합군을 이뤘으니 사령전진도 신각에서 앞장서겠네.”
말을 마친 첨대유리가 신각 군사들을 거느리고 떠나려 했다.
“잠깐만!”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말소리에 다들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소천이 괴상한 표정을 한 여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 그러는가?”
첨대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듯 말했고 소천은 히쭉 웃으며 답했다.
“첨대 낭자가 여태껏 수많은 정보를 공유했는데 당신보고 앞장서라고 하면 우리가 너무 양아치 같지 않은가? 그러니 전진은 내가 먼저 들어가겠네.”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소천도 그처럼 첨대유리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첨대유리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원치 않는 건가? 설마 우리한테 알리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건가?”
소천이 웃으며 한 말에 다들 첨대유리를 의심쩍게 쳐다봤다. 이번 일은 첨대유리가 도맡아 한 거라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공유했는지 알 리 없었다.
그런데 그때 첨대유리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소천 통령이 앞장서게.”
첨대유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녀의 말에 깃든 한기가 느껴졌다.
“그럼 내가 여러분을 대신해 사령전진의 위력을 시험해 보겠네.”
정작 소천은 첨대유리의 말에 개의치 않고 히쭉 웃더니 옆에 서 있는 유염과 눈을 마주친 뒤 손을 휘익 휘둘렀다.
쿵!
소천이 손을 휘두르자 방대한 연합군에서 엄청난 전의가 휘몰아치며 인수가 상당한 군대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소천의 직계 군대인 현천부였다.
만 오천 명의 규모를 자랑하는 현천부는 그 수로만 따지면 대라천역에서 인수가 가장 많은 열산군보다도 훨씬 많았다.
이에 다들 소천이 현천부와 함께 사령전진에 뛰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녀석은 가볍게 웃으며 목진을 힐끗 보더니 다시 손을 휘둘렀다.
쿵!
다시 놀라운 전의가 폭발하며 만 명 가까이 되는 군대가 현천부 옆에 다가갔다.
이는 천현전의 군대로 소천의 직계 부대는 아니지만 그는 두 군대와 함께 사령전진에 뛰어들려는 속셈이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소천을 쳐다보고는 수군대기 시작했다.
“소천도 동시에 군대를 두 개나 장악할 수 있다니!”
“이것이 그의 필살기였군. 만약 목진과 싸웠을 때, 이 수를 썼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네!”
“소천은 역시 대단하군.”
* * *
소천은 씨익 웃으며 목진을 흘겨봤다. 이는 그가 아껴뒀던 수단이었다. 이들의 전의를 사용하기 위해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면 소천은 이미 목진과의 대결에서 사용했을 것이고, 그럼 결과는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반면, 목진은 상대방의 음산한 눈빛을 무시한 채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그 두 번째 군대를 쳐다봤다. 그 또한 소천이 이런 수를 숨겨뒀을 줄은 몰랐다.
저들의 실력은 비록 현천부보다 못하지만 절대 약하지 않았고 소천과의 융합 정도도 상당했다.
즉, 소천은 두 번째 군대와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합을 맞춘 것이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대라천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다년간 천현전에 몸을 둔 소천을 따를 수 없었다.
소천이 2만 명 가까이 되는 군인들의 전의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하긴 하지만 절대 목진을 겁먹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소년의 눈은 다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소천은 두 군대의 앞쪽에 다가가 자신을 향한 경계의 눈빛을 확인하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나를 따르라!”
“네!”
수만 군사의 고함이 울려 퍼지자 대지가 파르르 떨렸고 강력한 전의가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첨대유리는 소천의 군대가 형성한 엄청난 위엄을 흘겨보더니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목왕, 걱정된다면 나보다 먼저 들어가도 되네.”
이에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당신을 믿네. 그러니 당신부터 들어가게.”
목진은 비록 첨대유리가 의심스러웠지만 소천이 선두를 차지한 이상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첨대유리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목진을 한참 보더니 그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천과 그가 이끄는 대규모의 군대를 힐끗거렸는데 비웃듯 입꼬리를 씰룩거리다가 바로 정색하였다. 금세 변한 그녀의 표정을 알아챈 사람은 목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가 첨대유리는 손을 들어 가볍게 휘두르며 외쳤다.
“유리군(琉璃軍)은 내 명을 따르라!”
“네!”
뇌명과도 같은 고함에 사람들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눈부신 구름이 날아와 위쪽 하늘에 멈춰섰다.
이는 진짜 구름이 아니라 규모가 상당한 군대로 수정 같은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유리로 만든 것으로 특이한 파동을 내뿜었다.
“이 군대는…….”
유리군의 출현에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3만 명에 이르는 유리군의 인수에 깜짝 놀랐다.
더구나 3만 명의 전의는 서로 잘 아우러져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첨대유리, 실력을 참 잘도 감췄군.”
목진이 신각의 무리에서 유리군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아 첨대유리가 일부러 저들을 신각의 다른 군대에 숨으라 한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3만 명이나 되는 유리군은 소천의 군대의 기를 확 짓눌러 버렸다.
“조심해서 다루게. 3만 군의 전의를 다스리려다 의식을 잃지 말고 말이야.”
전의를 다스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웅장한 전의에 수많은 전사의 영력과 의지가 깃들어 이를 장악하는 사람은 반드시 강대한 의지가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난폭한 전의에 자아를 잃고 바보가 될 것이다.
이 또한 여러 명의 통령이 함께 규모가 상당한 열산군을 장악한 이유이기도 했다. 열산왕의 통령 중에는 열산군 전체를 장악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건 소천 통령이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네.”
첨대유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다시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목왕, 사령전진을 뚫기가 쉽지 않은지라 구유위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네.”
첨대유리는 목진을 비꼬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구유위는 그 수가 5천밖에 안 되어 첨대유리의 유리군은커녕, 소천의 현천부의 인수도 구유위의 세 배나 되었다.
또한, 구유위는 일당백, 일당천인 전사가 아니라 목진은 이들만으로 절대 사령전진을 뚫을 수 없었다. 하여 목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열산왕, 혈응왕 등을 바라봤다.
“목왕, 우리 군대의 전의를 장악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하게.”
목진의 눈빛을 읽은 열산왕 등은 주저 없이 말을 건넸다.
“고맙네.”
이에 목진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4군을 빌립시다.”
“4군이면 전부 다 말인가?”
열산왕 등은 순간 웃음기가 사라졌고 다른 세력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심지어 구유마저 화들짝 놀랐으니, 목진이 한꺼번에 4군을 빌리려 할 줄 몰랐다. 구유위까지 더하면 목진은 5군의 전의를 장악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의의 속성이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합치면 인수가 3만을 넘어 장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첨대유리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안정을 되찾더니 묵묵히 목진을 쳐다보았다.
“주제도 모르고…….”
반면, 소천은 목진이 체면 때문에 일부러 대라천역의 나머지 군대를 모조리 빌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전의를 장악하지 못하면 사령전진을 뚫기는커녕, 목진은 아마 난폭한 전의에 못 이겨 바보가 될 것이다.
“목왕…….”
열산왕 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며 목진을 바라봤는데 아무도 장난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우리 군사들을 전부 내주겠네!”
열산왕 등은 서로 마주 보더니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들은 목진이 속성이 완전히 다른 군대들의 전의를 장악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괴상한 눈빛 따위는 개의치 않고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맙네.”
목진은 대라천역 군사들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손을 휘익 저었다.
쿵!
그러자 규모가 상이한 군대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그 기세는 현천부와 유리군보다 더 대단했다.
5개의 군이 한데 모였기 때문이었다.
잇따라 목진은 5군의 앞쪽에 다가가 소천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소천 통령, 앞장서게!”
어둠의 평원 깊숙한 곳에 대규모의 군대가 웅장한 전의를 내뿜으며 허공에 서 있어 공간이 부단히 일그러졌는데 이는 목진, 첨대유리, 소천이 이끄는 군대였다.
잇따라 통령 세 사람도 휘하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군대를 거느린 채 대기하고 있었다.
한편, 소천은 현천부의 위쪽에 서서 주위를 쓰윽 훑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특히, 목진이 규모가 상당한 5개 군을 거느린다는 말에 그는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목진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구유위 따위로는 절대 전진을 뚫을 수 없어 다른 군대를 영입해 보다 많은 사람의 힘으로 승산을 높이려는 거라고 여겼다.
“자네 때문에 우리가 도전에 실패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대라천역에서 져야 할 것이네.”
소천이 피식 웃으며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녀석은 자기가 전진을 뚫는 데 실패하면 그 책임을 목진한테 떠넘기고 다른 세력에서도 대라천역에게 등을 돌리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런데 정작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녀석을 흘겨보며 말했다.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겠네. 소천 통령, 건투를 비네.”
“말다툼은 그만하고 일단 전진을 뚫는 데나 집중합시다.”
그때 첨대유리가 나서서 두 사람의 말을 끊고 소천을 지그시 바라봤다.
“현천부는 나를 따르라!”
이에 소천은 목진과 첨대유리를 보더니 먼저 나섰고 그 뒤에 현천부가 검은빛으로 휩싸인 사령전진을 향해 호호탕탕 달려갔다.
“우리도 간다.”
첨대유리는 멀어져가는 소천의 뒷모습을 보더니 함께 나섰고 눈부신 빛을 발하는 유리군도 수정으로 이룬 바다처럼 신속하게 그 뒤를 따랐다.
“나도 이만 가겠네.”
목진은 구유, 열산왕 등한테 말을 건넸다.
“조심해.”
구유는 멈칫하더니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갔다.
“전진을 뚫지 못할 것 같으면 목숨이라도 건져. 우린 사망의 유적지가 아니어도 좋아.”
구유도 사령전진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고 있어 목진이 5군을 거느리려다 엄청난 대가를 치를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나 목진은 그저 웃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는 구유의 마음도 잘 알고 전진을 뚫기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할게.”
목진은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바로 떠났고 5군이 그 뒤를 신속하게 따랐는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목진의 뒤로 통령 세 사람이 연합군을 이끌고 떠났는데 목진 등과 비교하면 기세가 조금 뒤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