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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50화 (549/1,000)

550화. 현무진

이렇게 군사들은 기세등등하게 사령전진에 다가갔고 소천은 어두운 빛을 발하는 앞쪽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 결국 이를 악물고 뛰어들었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전진에 먹힌 듯 순식간에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슉! 슉!

첨대유리도 바로 유리군과 함께 전진에 뛰어들었고 목진 등도 바로 뒤따랐는데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듯한 검은색 광막이 목진 등을 모조리 삼키고도 끄떡없는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그들이 사령전진에 들어갔네!”

그때 누군가 놀란 듯 외쳐 고개를 들어보니 사령군의 위쪽 하늘에 네 개로 갈렸던 검은색 광진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했고 그 빛이 사라지자 네 갈래 대규모 군사들이 검은색 광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으으!

그때 묵묵히 서 있던 사령군 전사들이 나지막하게 울부짖자 그 음파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위잉!

잇따라 검은색 전의가 돌풍처럼 휘몰아치며 만 장 정도의 거대한 전의의 파도를 일으켜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하였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갑자기 난폭해진 사령군을 바라보았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

전의 천재 세 사람이 협력해 과연 전진을 뚫을 수 있을까?

* * *

목진도 전진 외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긴장된 마음으로 낯선 환경을 살폈다. 어둠의 공간에 들어간 그는 주위의 암흑이 부단히 그를 감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외부 사람들과 달리 목진 등은 주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목진은 재빨리 상황 파악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5군을 살폈는데 그들도 목진한테만 집중하느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군대의 핵심은 통령이라 목진이 무사하면 군사들은 사기와 전투력을 잃지 않는다.

목진 역시 군사들이 있어 든든했고, 열산왕 정도 되는 강자를 만나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사령전진이 얼마나 무서운지 어디 보자!”

목진은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꽈르릉!

그때 어둠의 공간이 갑자기 진동하더니 검은색 전의가 미친 듯이 스며져 나와 검은색 바다를 이뤘는데 이는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의로 가득 찼다.

목진은 흠칫하더니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는데 어둠의 공간에서 오래된 목소리가 서서히 울려 퍼졌다.

“사령전진은 전의로 사상의 령을 이루는데 이는 각각 청룡진(青龍陣), 백호진(白虎陣), 현무진(玄武陣), 주작진(朱雀陣)이란다. 그중, 청룡진의 위력이 제일이라 가장 먼저 전진에 들어온 사람한테는 자연스레 청룡진이 주어질 것이고 두 번째로 들어온 사람한테는 백호진이 주어질 것이다. 또한, 네 개의 전진은 동시에 열리고 가장 먼저 전진을 뚫는 사람은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천진황을 만날 기회를 줄 것이다.”

어둠의 공간에 울려 퍼진 누군가의 말에 목진은 멈칫하더니 눈빛이 괴상해졌다. 사령전진은 들어온 순서에 따라 전진을 분배하는데 그는 세 번째로 들어왔으니 현무진이 주어질 것이었다.

그럼 첨대유리는 백호진이고 소천한테는 위력이 가장 센 청룡진이 주어질 것인데…… 목진은 순간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첨대유리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이미 여기까지 내다봤던 것이다.

첨대유리는 처음부터 전진에 가장 먼저 들어올 생각이 없었고 이유를 알리기도 싫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도 전진에 먼저 들어오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룡진을 원치 않은 그녀는 일부러 목진과 소천이 의심하도록 수를 썼던 것이다. 그리하면 의심 많은 누군가는 주도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그녀가 선봉에 서는것을 반대하게 될 테니 말이다.

첨대유리가 전진에 가장 먼저 들어가려고 하자 소천이 나섰던 것처럼 말이다. 이에 소천한테는 자연스레 사령전진 중 위력이 가장 센 청룡진이 주어졌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일세. 그런데 사령전진은 그녀 말대로 동시에 뚫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빨리 전진을 뚫는 사람이 천진황의 계승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군.”

목진은 처음부터 첨대유리한테 놀아났단 생각에 이내 혀를 내둘렀다. 역시 사람은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목진은 처음부터 의심은 했지만 정말 그녀의 술수에 놀아날 줄은 몰랐다.

첨대유리는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농락하였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낼 사람은 청룡진에 들어간 소천이었다.

청룡진은 네 개의 전진 중 위력이 최강이라 절대 뚫기 쉽지 않을 테니 소천은 최선을 다해봐야 전진을 뚫지 못하고 겨우 목숨만 건질 것이다.

그러니 소천은 이미 천진황의 계승을 받을 자격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참 운도 없지…….”

목진이 히쭉거리며 말했다. 그는 소천한테 호감이 전혀 없는지라 녀석이 첨대유리한테 당한 것이 상당히 기뻤다.

한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다른 어둠의 전진에 들어간 소천은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첨대유리,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때 ‘꽈르릉!’ 소리와 함께 전진 내부에 엄청난 살기가 폭발하였다.

사령전진이 드디어 열렸다.

* * *

꽈르릉!

어둠의 공간에 순간 진동이 일더니 웅장한 검은색 전의가 스며져 나와 검은 바다를 이뤘다.

목진은 바로 정색한 채 앞쪽 공간을 바라봤는데 검은 전의로 이루어진 전의의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고 만 장 크기의 파도가 일곤 하였다. 게다가 끊임없는 포효와 함께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이제 사령전진은 완전히 열렸으니 이곳 공간도 곳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목진이 뒤를 힐끗 보며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구유위와 혈응위가 거의 동시에 전의를 끌어올려 목진의 뒤쪽에 모였다. 방대한 검은색 전의의 바다는 구유위, 혈응위의 전의로 이룬 전의의 바다보다 십수 배 정도는 더 강했다.

쏴아아.

그런데 그때, 방대한 검은색 전의의 바다에서 물소리가 들리더니 파도가 일며 커다란 무언가가 형성되었다.

잇따라 공간이 떨렸는데 엄청난 위압감은 더 강력해져 목진은 숨 쉬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왔어, 왔어!”

목진은 잔뜩 긴장하며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쿵!

그러다 만 장 크기의 파도가 떨어지자 웅장한 전의가 휘몰아쳤는데 그 속에서 검은색 거북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몸집이 엄청난 검은색 거북은 이무기의 꼬리에 한껏 일그러진 표정을 한 채 혀를 날름거렸는데 온몸에 검은색 전문이 새겨진 녀석한테서 무서운 전의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는 이곳 천지마저 집어삼킬 듯한 위력을 지녔다.

“이것이 바로 현무진의 전진의 령이란 말인가?”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검은색 전의의 바다에서 나온 대형 괴물을 보고는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현무전령이 내뿜는 전의의 파동이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느껴졌다. 이는 열산왕 같이 6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라 해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크으으으!

현무전령은 전의의 바다 위에 서서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포효하였는데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위에 돌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쿵!

현무전령은 나타나자마자 공격을 준비했다. 온몸에 새겨진 수많은 전문이 번쩍이며 전의가 요동치자 녀석의 커다란 입에 흑광이 모이더니 바로 천 장 정도의 검은색 전의의 빛줄기를 내뿜어 목진과 그의 군사들을 공격했다. 빛줄기가 지나간 곳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동이 일었다.

녀석은 바로 필살기를 날렸는데 아무리 6급 지존이라도 절대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하여 한껏 정색해 상대방의 무서운 공격을 바라보던 목진은 바로 발을 굴러 구유위와 혈응위의 웅장한 전의를 끌어올렸다.

끼익!

예리한 울음소리와 함께 구유 전령과 혈응전령은 거의 동시에 생성되었고 양자는 날개를 떨쳐 커다란 전의의 회오리를 형성하여 신속하게 검은색 전의의 빛줄기에 맞섰다.

퍽!

검은색 빛줄기에 부딪힌 순간, 놀라운 충격파가 형성되어 목진은 뒤로 튕겨 나갔다. 그는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며 멈춰 섰고 구유전령과 혈응전령도 뒤로 튕겨 나갔으며 전사 중 일부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충격파에 다친 모양이었다.

목진은 상대방이 대수롭지 않게 한 공격에 바로 열세에 처하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혼자서 전의의 령을 둘씩이나 상대하면서 완벽하게 제압했다니, 현무전령은 역시 대단했다.

“이것이 전진의 위력이란 말인가?”

목진은 일전의 전의의 대결을 통해 현무전령의 전의가 구유전의나 혈응전의보다 훨씬 잘 아우러져 공격성도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전의라는 힘에도 강약이 존재하는데 현무전령의 전의는 구유위 및 혈응위의 전의보다 훨씬 강하고 고급스러웠다.

이는 전진에서 비롯된 힘으로 전의를 보다 강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하여 목진이 상대방의 공격을 구유위의 전의로만 막아내려 했으면 구유위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대전 쌍방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러나 목진은 검은색 전의의 바다 위에 서 있는 현무전령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녀석은 실력이 엄청났지만 오히려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는 현무전령과의 대결을 통해 전진의 도움으로 위력이 부쩍 늘어난 전의와 일반 전의 사이의 차이를 알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녀석과의 대결을 통해 전진사가 될 중요한 정보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 * *

전진 밖에 있는 구유, 열산왕 등은 손에 땀을 쥔 채 검은색 광막을 통해 목진과 무서운 현무전령의 대결을 지켜봤다. 구유위, 혈응위의 전의로 전의의 령을 두 개나 만들어낸 목진이 상대방의 공격에 바로 제압된 것을 보고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전진이 만들어낸 전의의 령의 실력이 엄청나군.”

열산왕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전의의 령을 두 개나 만들어낸 목진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6급 지존의 실력을 갖춘 거나 마찬가지인 목진이 현무전령 때문에 속수무책이었으니, 현무전령은 역시 엄청났다.

“목진은 괜찮겠지?”

영검왕이 걱정되어 물었다. 그는 목진 뿐만 아니라 영검시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오랜 시간 공들여 길러낸 전사들이 이곳에서 전멸하는 걸 원치 않았다.

구유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목진이 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네. 목진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5군을 거느리고 전진에 들어갔을 것이네.”

“목진이 정말 완전히 다른 다섯 갈래의 전의를 동시에 장악할 수 있단 말인가?”

열산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렇다면 정말 목진은 얼마나 대단한 전의 천재란 말인가?

이에 구유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잘 모르네. 그런데 목진이 저리 결정을 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네.”

구유의 대답에 열산왕도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목진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세 전진의 상황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네.”

다른 세 개의 전진도 난폭한 공격이 오갔는데 다들 목진과 비슷한 상황으로 우세를 차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첨대유리의 상황이 가장 나았다. 백호진에 들어간 여인은 3만 명이나 되는 유리군의 전의를 전부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일단 2만 명 정도로 백호 전령의 미친 듯한 공격을 막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녀는 자신이 열세에 처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밖에, 소천과 네 번째 전진에 들어간 세 통령의 상황은 가장 비참했다.

위력이 가장 센 청룡진에 들어간 소천은 바로 완전히 제압되었다. 청룡전령이 포효하며 무서운 전의의 회오리를 쏘자 소천이 현천부의 전의로 이룬 전의의 령은 애처롭게 울부짖었고 일부 전사들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위력이 가장 약한 주작진에 들어간 세 통령은 힘을 합쳐도 다른 이들과 실력 차이가 커 들어가자마자 큰 타격을 입어 네 전진 중 상황이 최악이었다.

하여 이들이 속한 세력은 걱정되어 어쩔 바를 몰랐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감히 네 번째 전진에 뛰어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벌한 전진이 열린 이상, 그들은 누군가 먼저 전진을 뚫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쿵! 쿵!

현무전 내부에 무서운 전의가 요동치며 부단히 공격을 개시하자 목진은 구유위와 혈응위의 전의로 버텨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전의의 령들의 피부에 새겨진 전문은 점차 어두워졌다.

후우.

그러다 목진은 구유 전령의 몸에 내려앉아 어두워진 전문을 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나머지 군대를 보며 서서히 손을 들었다.

이에 군사들은 바로 나설 준비를 했다.

이와 동시에, 전진 밖에서 목진이 손을 들어 올린 것을 본 구유, 열산왕 등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목진이 드디어 5군의 전의를 전부 끌어올리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목진이 과연 5군의 전의를 동시에 장악할 수 있을까?

이는 구유조차 알 수 없었다.

“전의여, 들끓어라!”

그때 목진은 사정없이 손을 휘두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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