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화. 5령을 취합하다
한편, 커다란 거북이 현무 전령의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다른 네 전의의 령이 다시 난폭한 전의의 회오리를 쏘며 미친 듯이 공격했다.
그러나 현무 전령은 끄떡없었고 포악한 반격으로 어두운 전의를 쏴 공간이 부단히 떨렸다. 전의의 절대적인 우세 덕분에 녀석의 반격은 네 전의의 령을 꼼짝 못하게 했다. 홍군의 전의의 령이 억센 방어막이 되어 버텨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5군 중 한 곳은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이렇게 다섯 전의의 령은 합동 공격을 펼쳤지만 상처는 점점 더 많아졌고 그 속에서 각자의 전의가 스며져 나왔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 진 채 목진과 현무 전령의 대결을 지켜봤다. 다들 그 치열함에 잔뜩 놀란 모양이었다.
현무 전령은 다섯 전의의 령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고 반격해 그중 한 전령을 다치게 했지만 목진의 지시하에 다섯 전의의 령은 완벽한 조합을 이뤄 어느새 현무 전령의 몸에도 균열을 냈다.
다들 위력이 그럭저럭한 전의의 령들이 목진의 손에서 협동 작전을 펼치면서 이렇게 큰 위력을 낼 줄 몰랐다.
“목왕의 전술은 참 절묘하군. 현무 전령은 5군의 그 어느 전의의 령보다 강해 따로 맞서면 바로 죽을 텐데 목왕은 각자의 특성을 살려 공격과 수비를 절묘하게 결합하였으니, 지금은 현무 전령과 막상막하이지 않나?”
열산왕 등은 현무진의 치열한 상황에 이내 감탄하였다.
그들은 전의에 관한 천부적 재능은 없지만 실력이 있는 강자들이라 목진이 다섯 갈래의 전의로 현무 전령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첨대유리는 벌써 현장을 장악한 것 같네.”
그때 다른 쪽 전진을 살피던 구유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백호 전진의 백호 전령의 공격을 전부 막아낸 유리군은 벌써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첨대유리도 참 대단하군.”
열산왕 등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목진은 아직도 현무 전령과 어렵게 싸우고 있는데 첨대유리는 이미 백호 전령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일단 기회만 생기면 그녀는 목진보다 먼저 백호 전령을 쓰러뜨리고 전진을 뚫을 텐데 열산왕 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첨대유리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을뿐만 아니라 3만 유리군은 대라천역의 5군보다 훨씬 강했다. 혼연일체가 된 전의와 각자 흩어진 다섯 갈래의 전의는 전혀 비교가 안 되었다.
그래서 목진보다 먼저 전진을 뚫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첨대유리 뿐이었다. 소천은 현천부 군사들을 모두 동원한들 청룡 전령의 무서운 공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는지라 반격은 절대 불가능했고 전진을 뚫기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 *
백호 전진.
첨대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난폭한 공격을 개시한 백호 전령을 보고는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해.”
잇따라 그녀가 가볍게 손을 들고 휘익 내리찍자 뒤쪽에 서 있는 대규모 유리군의 위쪽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전의가 요동쳤다.
* * *
쿵!
현무 전진에서 검은색 전의의 회오리에 적중한 홍군의 전의의 령은 어느새 폭발했고 홍군의 수백 전사들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퍽!
그때 거대한 도끼와 검이 현무 전령의 몸을 사정없이 때리자 난폭한 전의와 함께 녀석은 포효하며 물러났는데 그 틈을 타 전의의 회오리를 내뿜자 구유 전령의 몸에 균열이 가득 일었고,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식은땀을 흘렸는데 안색은 조금 창백해졌다.
전의를 다스리는 것은 영력 소모가 전혀 없지만 의지에 대한 요구가 엄청나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는 전의를 다스리는 그가 곧 한계치에 이를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목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현재 사령전진을 가장 빨리 뚫는 사람이 천지황의 계승을 받을 수 있는데 소천과 통령 세 사람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첨대유리가 걱정되었다.
이대로라면 첨대유리가 정말 목진보다 먼저 전진을 뚫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서 뒤늦게 전진을 뚫는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목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다섯 전의의 령이 완벽한 협동 작전을 펼쳤지만 현무 전령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하긴, 다섯 전의의 령은 하나로 완전히 똘똘 뭉쳐진 것이 아니라서 현무 전령을 다치게 할 수는 있어도 치명타를 날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며 외쳤다.
“어디 끝까지 해보자!”
목진은 더는 주저하지 않고 5군 전사들에게 알렸다.
“다들 내 명을 따르라, 5령을 취합하겠다.”
목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통령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전사들마저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전사들은 이를 악물고 목진의 명을 따르기로 했다. 통령이 살아있으면 무조건 그 명을 따라야 한다고 배워온 이들은 그 뜻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어도 꼭 따라야만 했다.
하여 5군 전사들이 마음을 움직이자 다섯 전의의 령이 포효하며 굵직한 빛의 기둥이 되어 허공 어딘가에서 부딪쳤다.
전의의 령 다섯 마리가 한 번에 부딪쳤다.
쿵!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다른 색을 띤 전의가 휘몰아쳐 거대하고 현란한 광권을 이뤘는데 만 장 정도 되는 크기의 광권에서 속성이 전혀 다른 웅장한 전의들이 부딪쳤고 그 여파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전진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현무진 쪽을 보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목진이 미치기라고 한 건가? 무려 다섯 갈래의 전의를 한데 뭉치려 하다니 말일세!”
구유, 열산왕 등도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채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지켜보았다. 그들마저 목진의 결정에 적잖게 놀랐다. 그들은 목진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속성이 전혀 다른 전의 다섯 갈래를 한데 합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속성이 전혀 다른 영력을 강제로 융합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영력의 폭발과 함께 그 주인은 즉사할 것이다.
구유 등은 전의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 정도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란 것쯤은 잘 알았다.
“목왕은 참 겁도 없군.”
열산왕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섯 갈래의 전의를 한데 모으면 위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말은 쉬워도 이를 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목진이 진정한 전진사였으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 그저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무진 속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장은 부단히 떨렸고 뜯어말리고 싶을 뿐이었다. 정작 목진은 두 눈을 꼭 감고 식은땀을 흘리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 있었다.
속성이 전혀 다른 다섯 갈래의 전의를 뭉치는 것은 목진한테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가장 빨리 전진을 뚫으려면 최강수를 던져 현무 전령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녀석과 다시 대치했다가는 첨대유리가 먼저 선수를 칠 수도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첨대유리에 비교하면 5군은 그녀가 이끄는 유리군과 인수가 비슷하긴 했지만 전의를 비교하면 훨씬 뒤처졌다. 첨대 유리가 먼저 전진을 뚫고 천진황의 계승을 받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이곳에서 운락 원단이나 제련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
목진은 이를 절대 원치 않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섯 갈래의 전의를 융합하는데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도 동시에 접촉하고 나서야 서로에 관한 배척이 얼마나 심한지 깨달았다.
목진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자기의식을 곁들여 전의의 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한 사람의 의지로 배척이 심한 수만 개의 의지를 다스리는 것은 정신소모가 엄청난 일로 열산왕 같은 실력자였어도 순식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것이다.
목진이 영진사가 아니고 의지도 남보다 뛰어나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자신만만해도 절대 이런 결정은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목진은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고 이마에 핏줄이 일어 그 모습이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한편, 그 위쪽 하늘에 생긴 만 장 크기의 광권에서는 부단히 눈부신 빛을 발했고 전의의 충돌과 함께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으으으!
그때 현무 전령이 광권에서 느껴지는 위협적인 파동에 포효하며 노려보자 목진은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녀석은 바로 굵직한 꼬리를 휘둘렀는데 어두운 빛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와 목진을 공격했다.
6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라도 감히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어두운 빛을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전의의 도움이 없어 실력이 다시 4급 지존경으로 돌아간 목진한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현무 전령은 상당히 교활했다. 녀석은 일부러 목진이 다섯 갈래의 전의를 융합하려고 집중할 때를 노려 공격한 것이다.
이러한 광경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구유, 열산왕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쿵!
어두운 빛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앞에 나타나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는데 목진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간신히 참으며 이를 악물고 결인하였다.
위잉!
목진의 체내에서 강력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치자 머리에 황금빛 태양을 얹은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나 그를 감쌌다.
대일불멸신이었다.
목진은 중요한 시점에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다.
쿵!
잇따라 어두운 빛이 사정없이 대일불멸신을 때리자 눈부신 빛과 함께 지존법신이 산산이 부서졌다.
목진이 굳게 믿었던 대일불멸신은 허무하게 부서졌고 그 속에 있던 목진은 튕겨 나가 맥없이 추락했는데 어두운 빛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날아가 그 가슴팍을 때렸다.
풉!
어두운 빛에 적중한 목진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진 채 피를 토했고 잿더미가 된 윗옷이 사라지자 어깨 쪽에 난 구멍이 훤히 드러났다.
목진은 뒤로 수만 장 정도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고 피범벅이 된 몸을 보고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다행히 구멍 난 어깨 쪽에서 자금색 용문이 서서히 움직이며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는 진정한 용의 무늬로 현무 진령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발하는 빛이 훨씬 어두워졌다. 그런데 진정한 용의 무늬가 아니었으면 목진의 팔은 완전히 부서졌을 것이다.
현무 전령은 단번에 목진의 지존법신을 부수고 본체에마저 치명적인 상처를 내려 했는데 그 힘은 역시 강력했다.
“전의의 힘이 없으니 역시 6급 지존경과 실력 차이가 엄청나군.”
목진은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전의의 령들이 곁에 있었으면 현무 전령은 목진을 가까이하지조차 못했을 텐데 전의의 도움 없이 4급 지존의 힘만으로는 절대 녀석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크으으으!
그때 목진이 죽지 않은 것을 발견한 현무 전령이 다시 포효하며 입가에 난폭한 전의를 모았는데 이를 바라보는 구유는 어느새 사색이 되었다.
전의의 령이 없는 목진은 절대 녀석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쿵!
현무 전령의 분노어린 포효와 함께 천 장 크기의 전의의 빛줄기가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부서진 지존법신을 바로 소환할 수 없는 목진한테 녀석의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들 목진이 네 개의 세력 중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고 유염, 방의 등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들은 목진이 이대로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꽈르릉!
그런데 현무 전령의 강력한 공격에 목진은 오히려 입가의 피를 닦으며 살기를 품었다.
“너 같이 지능도 없는 녀석 따위가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말을 마친 목진이 신속하게 결인하자 어둠의 공간 속 목진의 위쪽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던 만 장 광권에서 현란한 빛의 기둥과 함께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빛의 기둥에 깃든 웅장한 전의에 깜짝 놀랐다. 그 속에는 전혀 다른 다섯 갈래의 전의가 함축되어 있었다.
목진은 마지막 순간에 다섯 갈래의 전의를 융합하는 데 결국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