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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57화 (556/1,000)

557화. 구겁뢰옥관상법(九劫雷獄觀想法)

“난 이미 죽은 목숨인데 이곳에 온 너희와 만나게 되었으니 엄청난 인연인 것 같구나. 그러니 한 전진사는 후계자를 한 사람밖에 둘 수 없다는 말을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천진황의 말에 목진과 첨대유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전진사 한 명이 후계자를 한 사람밖에 둘 수 없다니, 그래서 전진사에 관한 정보가 그렇게 적은 것이었다.

“너희 둘은 전의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니 진정한 전진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목진과 첨대유리는 순간 화색이 되었다. 두 사람은 전진사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었다.

“전진사는 영진사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완전히 같은 존재는 아니란다. 영진사는 진법으로 천지의 힘을 끌어모으지만 전진사는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상대를 꺾는단다…….”

목진과 첨대유리는 천진황의 말을 경청하였다. 전진사에 관한 정보는 상당히 희귀한지라 두 사람은 단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듣고 싶었다.

“그런데 전진사가 되기란 쉽지 않다. 일반 강자 중 의지가 제법 강한 사람이라면 한 군대의 전의를 장악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한계치가 존재한다. 그 인수가 만 명을 넘기기 어렵지.”

이에 목진과 첨대유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각 군의 통령처럼 군대의 전의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장악할 수 있는 전의에는 한계가 있어 강제로 그 외의 전의를 장악하려 했다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 원인은 의지의 강약에 있다.”

천진황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의지의 힘은 영력과 달리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데 일반인은 깨우치기 어렵고 의지의 강약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의지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해도 바로 백만 대군의 의지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전진사는 어떻게 백만, 심지어 천만 대군의 의지를 장악할 수 있는 건가요?”

첨대유리의 질문에 천진황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전진사는 의지를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의지를 수련하다니!

목진과 첨대유리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의지처럼 신비롭고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수련할 수 있다니!

이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선배님, 그럼 의지는 어떻게 수련해야 하나요?”

첨대유리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일반 강자들은 의지를 수련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절대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수련할 수 없는 것이 과연 있을까?”

천진황이 되묻자 두 사람은 순간 말문이 막혀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그런데 천진황은 진정한 전진사인지라 아무리 믿기 힘든 말이라도 두 사람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의식의 수련법은 전진사들한테 가장 귀중한 물건으로 원고 시기에도 상당히 진귀했단다. 일맥상통의 계승자가 아니면 절대 전수하지 않았지.”

목진은 전진사의 계승이 이렇게 비밀리에 진행될 줄 몰랐다. 원고의 재앙을 치른 뒤로 전진사가 갑자기 적어진 이유는 다들 수련법을 알리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전진사가 적은 이유가 일맥상통의 법칙을 따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란다. 의지의 수련법은 상당히 위험하여 일단 실패하면 정신상에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쉽게 수련법을 전수하지 않는 것이다. 전수하는 사람마다 죽어 나가는 것을 과연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천진황도 전진사의 계승으로 겪은 고통 때문에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의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존재는 정예 강자들한테도 낯선 것으로 대부분은 원시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는데 다쳐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큰일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목진과 첨대유리도 어느새 숙연해졌다. 신결의 수련은 실패하면 그만인데 의식의 수련은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바로 멍청이가 되었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진은 한편으로 이 세상에 신기한 존재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천세계에서 영력 수련이 정석이긴 하지만 다른 길을 개척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 길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치가 영력 수련자보다 못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의지 수련법에 따르는 위험을 알고도 계속할 셈이냐?”

천진황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첨대유리는 주먹을 꼭 쥐며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력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출중하지 않은 그녀는 평생을 들여 영력을 수련한다고 해도 대성하지 못할 거라 진정한 강자가 되어 종족의 사람들을 지키려면 전진사가 돼야만 했다.

잇따라 잠시 고민하던 목진도 결국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낙리를 데리러 낙신족에 가야 할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종족에 찾아가 어머니도 구해야 하는데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했다. 목진은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용기가 가상하구나.”

천진황은 두 사람이 태도가 마음에 드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너희와 나의 수련법이 얼마나 잘 맞는지 시험해보자꾸나.”

말을 마친 천진황이 손을 휘두르자 수정 광구 다섯 개가 나타났는데 각자 다른 색을 띤 수정구는 신비로운 빛을 발했다.

이에 목진과 첨대유리는 바로 수정구로 눈길을 돌렸다. 이는 밖에서 지존영액을 백만 방울 들여도 구하지 못할 진귀한 보물이었다.

“다섯 개의 수정구 중 나의 수련법이 담긴 수정구는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 네 개는 내가 생전에 우연히 얻은 수련법으로 내용이 완전하진 않단다. 그럼 지금부터 마음을 움직여 수정구에 가까이 가보거라. 너희한테 맞는 수정구가 있다면 눈부신 빛을 발할 것이다.”

천진황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너희가 뭘 얻게 될지는 결국 너희 자신한테 달렸다.”

다섯 개의 수정구에서 은은하면서 신비로운 빛을 발했는데 강렬하지는 않지만 신비로운 빛에 두 사람은 바로 마음이 사로잡혔다. 그들은 수정구에 깃든 물건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북계의 정예 세력들마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물건이었다. 그것만 있으면 전진사가 될 기회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누구든지 정말 성공한다면 엄청난 성과가 있는것이 분명했다.

한편, 입맛을 다시며 수정구들을 쳐다보던 목진은 첨대유리를 힐끗 봤는데 그녀도 목진 못지않게 흥분한 것 같았다.

“너희 의식을 움직여 보거라.”

천진황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의식의 수련법은 강요할 수 없는 법, 어울리지 않은 수련법으로 수련하면 성공하기 어려울뿐더러 강행하려다가 의식에 커다란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수정구 중에 너희와 어울리는 것이 없다면 아쉽게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목진과 첨대유리는 순간 긴장했다. 전진사는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련법에 엄청난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인연이 있어야 수련도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눈을 감자 목진 앞쪽에 빛덩이 다섯 개가 보였는데 각자 다른 색의 신비로운 빛을 발했는데 빛덩이 중, 중심에 놓인 녀석이 가장 눈부신 빛을 발했다.

이것이 바로 천진황의 의식 수련법으로 수련법이 완벽히 적혀있고 나머지 네 개는 빛이 조금 어두운 것이 중간의 것보다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는 천진황이 우연히 얻은 것으로 그만의 것이 아니라 보다 어두운 빛을 발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수정구 다섯 개를 한참 관찰하던 목진은 바로 중간에 있는 수정구로 향했다. 완전한 수련법이 있는데 굳이 부족한 것을 가지려 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목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진황의 계승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운일까?

생각을 마친 목진은 신속하게 가장 밝게 빛나는 수정구 주위로 가서 의식으로 천천히 주위를 감쌌는데 녀석은 조금 더 밝아졌을 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목진은 천진황의 계승자가 아닌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은 바로 시무룩해졌다. 그는 확신은 없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제법 타격이 컸다.

그러나 목진은 자기 것이 아닌 것에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의식을 거뒀다. 천진황의 의식 수련법이 아니라면 나머지 네 개를 시도해보면 되는 일이었다.

잇따라 첨대유리도 조심스럽게 중간에 놓인 수정구에 의식을 가까이했으니, 그녀도 이 수정구가 바로 천진황의 계승이란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목진은 첨대유리의 의식이 조심스럽게 차가운 수정구를 감싸는 것을 지켜봤다.

위잉!

목진의 의식에 아무런 반응도 없던 수정구가 지금은 뜨거운 태양처럼 눈 부신 빛을 발했다.

이를 바라보노라니 목진은 조금 언짢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괜히 수정구가 여인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러면 목진의 의식이 닿았을 때 아무런 반응도 없던 녀석이 첨대유리한테는 이렇게 열정적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반면, 첨대유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눈을 번쩍 뜨고 자기 앞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수정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 내가 성공한 거야?”

첨대유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영력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없는 그녀는 신각의 엄청난 자원이 아니었으면 4급 지존경에 이르지 못했을 거라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전진사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안 되면 첨대유리는 삶의 희망을 잃었을 것이다. 신각에서는 그녀의 전의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마음에 들어 가족을 죽이고 강제로 데려갔기 때문에 일단 전진사가 안 되면 바로 버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녀의 남은 가족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행히 하늘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목진도 눈을 떠 너무 기뻐 눈가가 촉촉해진 첨대유리를 보고 멈칫하더니 바로 깨달았다. 첨대유리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는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천진황의 수련법은 목진보다는 첨대유리가 더 절실했다.

목진은 천진황의 수련법을 얻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이 전부 사라졌다. 전진사도 좋지만 목진한테는 유일한 선택이 아니라 필살기가 하나 늘어나는 것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는 전진사가 되지 못해도 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천진황의 의식 수련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목진이 다른 의식 수련법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도 언젠가 어울리는 수련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넌 확실히 나와 인연이 깊구나.”

천진황도 상냥하게 웃으며 첨대유리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선배님!”

첨대유리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잇따라 천진황이 손을 휘두르자 수정구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첨대유리의 미간에 스며들었고 소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머릿속에 나타난 정보를 살폈다.

“나의 의식 수련법을 너의 머릿속에 봉인하였으니 언제든지 열어 볼 수 있단다. 내가 수련하면서 느낀 점도 적혀있으니 참고하거라. 그런데 내가 곁에서 도와주지 못해 앞으로도 너 혼자서 열심히 수련해야겠구나.”

천진황의 말에 첨대유리는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고맙습니다, 스승님.”

첨대유리는 바로 천진황에 대한 호칭을 바꿨다. 천진황의 계승을 받은 그녀는 계승자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하.”

소녀의 스승이란 말에 천진황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렇게 괜찮은 계승자를 찾을 줄은 몰랐구나. 네가 나의 수련법을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구나.”

이에 첨대유리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은 아직 아무것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 수정구가 네 개나 더 있으니 이들과도 인연이 있는지 시험해보는 것이 어떠냐? 이는 내가 원고 때, 우연히 얻은 것으로 완전했으면 그 가치는 나의 의식 수련법을 훨씬 뛰어넘었을 거란다.”

천진황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라 남은 네 수정구를 살폈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수련법은 사실 엄청난 것이었다.

“완전하지 않은 수련법이라…….”

잠시 사색에 잠겼던 목진은 피식 웃었다. 그는 여태껏 수련한 것 중에 완전한 것이 얼마 없었다. 심지어 이미 수련한 대일불멸신도 내용이 완전하지 않아 오히려 이런 것에 더 끌렸다.

“그럼 어디 해볼까요?”

목진이 다시 눈을 감고 의식으로 앞에 놓인 네 개의 수정구를 감싸자 첨대유리와 천진황도 조용히 서서 상황을 살폈는데 1각도 안 되어 가장 왼쪽에 놓인 수정구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어두운 빛을 띤 수정구에서 뇌광이 번쩍이며 뇌명이 울려 퍼졌다.

천진황은 이를 발견하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이 눈을 뜨고 의아한 표정으로 빛을 발하는 수정구를 수중에 넣고 잠시 고민한 뒤 꼭 쥐자 수정구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체내에 스며들었다.

잇따라 뇌명과 함께 벼락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오래된 글씨가 머릿속에 나타나자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구겁뢰옥관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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